"그루시 대체 어딨어?" 1600년 뒤, 워털루 전투에서....
때는 촉나라와 위나라의 마지막 전쟁이 펼쳐지던 시기.
기본적인 국력에서 위나라에 상대가 되지 않던 촉은 천혜의 지리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버텨오고 있었지만, 이 역시 한계에 달하였다. 하지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고, 남은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있었다. 실제로 가능성이 없지도 않았다.
가장 중요한 한중 방면에서는 촉의 강유와 위의 종회가 격돌하고 있었다. 한중은 종회의 손에 넘어갔으나 적의 포위망을 돌파한 강유는 검각에서 1개월이 넘도록 농성하며 버티고 있었고, 종회의 위나라군은 식량 보급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 와중 등애는 검각을 우회하여 극악한 절벽의 산길을 넘어 이동했다. 강유성의 수비대장 마막은 적이 쳐들어오자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해서 문을 열어주었다. 이후 등애의 군대는 면죽관에서 제갈첨에게 한번 저지당하지만, 이윽고 다시 한번 공격하여 면죽관을 돌파하고 성도에 이르렀다. 적이 코 앞까지 오자 결국 유선은 항복하고 만다.
한편, 주요전선에서 이렇게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을 무렵 오나라와의 국경 방면.
촉오의 국경 방면에는 수천여명 이상의 촉나라군이 배치 되어 있었다. 자세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몇년전 이곳으로 5천여명의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촉오의 국경 방면에는 대략 5천 이상의 촉나라군이 배치 되어 있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촉의 인구수를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염우
이 대 오나라 방면 수비군에도 주요 전선에서의 전투 소식이 들려왔다. 이 곳을 지키고 있던 수비대장이자 촉의 우 대장군이었던 염우는 부장 나헌을 불러 말했다.
"내가 병력을 이끌고 가서 서쪽으로 갈테니, 그대는 남아서 이곳을 지켜주시오."
염우는 나헌에게 2천명의 병력을 남겨두고 서쪽으로 향했다. 기록으로만 보면 염우가 군사를 이끌고 갔는지, 얼마를 이끌고 갔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국경 수비대장을 소환했는데, 그 사람이 원펀맨이 아닌 이상에야 병력을 이끌고 오라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이 지역에는 5천명의 병력이 배치된 기록이 있다.
그렇게 치면 염우는 최소 3천명의 병력을 이끌고 서쪽으로 향했다는 이야기 된다. 위나라의 대 촉나라 정벌군은 종회가 10만, 제갈서가 3만, 등애가 3만으로 총 16만의 대군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언발의 오줌누기 같은 숫자지만, 13만이 넘는 주력군이 강유에 의해서 묶여 있고 등애의 군사 역시 산을 넘고 타느라 3만 중 별동대를 따로 뽑아 움직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늦지만 않으면 충분히 전력이 될 수 있는 숫자였다.
그런데 이후 모두가 다 알다시피 촉나라는 망하고 말았다. 이때 촉을 도와주러 오던 오나라 군은 "이렇게 된 거 땅이나 넒히자." 는 생각으로 국경지대를 공격했고, 국경을 지키던 나헌이 "이 치사한 녿믈, 너희들이 그러고도 잘먹고 잘사는지 한번 보자." 며 나라가 망했음에도 분전해서 적을 수개월 막아낸 이야기가 유명하다. 이런 공적으로 나헌을 촉한 최후의 명장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정작.... 나헌을 그곳에 두고 갔던 염우는 어디갔나?
수천여명의 병력을 이끌고 무너져가는 촉을 구원하기 위해 달려가던 염우는 이후 그대로 모든 사서에서 기록이 완전히 증발한다. 싸웠는지, 항복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만약 이후 진나라의 기록에서 염우라는 이름이 한번이라도 언급되면 항복해서 관직 생활을 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그런 기록이 없다.
만약 항복하지 않고 싸웠다면, 수천여명의 병력과 교전은 꽤 큰 일일텐데 기록에 분명히 남을텐데 그런 기록도 없다.
그냥 아무런 기록이 없다. 염우는 성도로 귀환을 시작한 바로 이 직후부터 사실상 '역사에서 없는 사람' 이 되어버려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변하고 만다. 염우 본인에 대해서라던지, 간접적으로라도 언급하는 모든 기록이 이후부터 없다. 아무것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염우가 핫바지에 가까운 인물이라 기록에 남길 필요도 없었을까? 그렇지도 않다. 촉의 군사 실력자인 강유는 황호라던지, 제갈첨이라던지 개인적, 정책적으로 대립하는 상대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강유의 반대파들이 강유 대신 그 자리에 앉히려고 했던 사람이 바로 염우였다. 즉 능력은 둘째치고 상당한 군부 내의 명망가라는 이야기인데, 진수가 그런 염우를 모를리가 없다.
그런 군부의 실력자인 동시에 수천명의 병력을 이끌고 있던 사람은, 대체 어디로 갔던 것인가...
가능성 1. 항복은 했다. 항복 했는데, 종회와 강유의 반란에 휘말려 죽었다. (가장 그럴듯한 상황이지만, 만약 그렇다면 진수는 왜 그런 기록을 안남겼을까?)
가능성 2. 군사 이끌고 가다가 이미 늦어서 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 틀렸다고 생각하고 군대 해산 시켰다. 염우는 위나라군이 장악한 성도에 가봐야 포로가 된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잠적
가능성 3. 두번째 설과 마찬가지로 이미 늦어버린 염우.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는데 동요한 부대 내에서 염우는 죽여버리고 시체는 들판이나 강에 던져버리고 자신들은 뿔뿔이 흩어짐.
가능성 4. 덜렁이라서 길을 잃어버린 염우. 목적지였던 성도로 가지도 못하고 엄한 첩첩산중으로 향하고 염우와 그 부대는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간 소년들처럼 이후 사람들의 세간에서 사라진다.
가능성 5. 성도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던 염우. 그런 염우를 대기권 너머에서 원시문명 관찰을 위해 머물고 있던 외계 문명 생명체가 포착한다. 염우와 그 부하들을 지구문명 연구의 마루타로 점찍은 외계문명 생물체. 그대로 외계인 납치를 당해 끌려가 제 5 항성계로 사라지고 만다.
가능성 6. 성도를 구하러 가던 중 갑자기 벼락같은 계시를 받고 해적왕으로서의 소질을 각성한 염우. 그는 부하들을 설득해서 더 없이 먼 길을 나가 먼 바다로 나아간다. 배를 만들고 드넒은 남중국해로 몸을 던진 염우와 그 일행. 그들의 모험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가능성 7. 먼 바다로 나아가 대항해를 거쳐 중남미에 도착한 염우와 그 부하들. 그들은 각각 멕시코의 조상 및 아즈텍과 잉카 문명을 건설하는 시조가 되었다. 아메리카로 가던 중 한국에 잠깐 들린 그들이 한국인, 한류에 물들고 그 한류가 아메리카에 전파되면서 한민족의 참 역사가 멕시코에서 이어지게 되었다.
가능성 8. 성도로 가던 중 이세계로 진입하는 문을 발견한 염우와 그 부하들. 차원을 넘어온 그들 앞에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찬란한 수천년 중화문명의 국뽕을 미개한 이세계 주민들에게 베풀어주는 염우와 그 부하들. 그들은 이윽고 신성 촉 제국을 건설한다. 뒤의 이름을 따 세계관에 어울리게 개명하여 신성 촉 제국의 빛의 수호자 우서가 된 염우.
"선주이시여, 승상이시여! 우리들의 촉한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촉한은 이 세계에서 이어집니다!"
"아니 그러니까 결국 염우는 어디로 갔다는 거야?"
염우... 그는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