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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2/13 22:20:10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컨택트> - 이 영화는 SF인가?
※ 이 글은 영화 <컨택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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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택트>는 외계인이 중심인 영화처럼 보인다. 예고편과 포스터는 물론이고, 심지어 개봉명마저 <콘택트(1997)>를 따라 <컨택트>라 지었으니 말 다했다. (<컨택트>의 원제목은 )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보면 이 영화에서 외계인이 별로 중요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엄마와 딸의 운명을 중요하게 다룬다. 딸의 죽음을 알면서도 딸을 낳을 수밖에 없는 엄마의 심정을 서정적인 화면과 애달픈 연기로 전달한다. 이런 점은 <인터스텔라>와 비슷하다. 우주와 밀접한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결말에서는 가족애를 내세운다. 묘하게 그 대상도 둘 다 딸이다. 하긴 칙칙한 아들보다는 귀여운 딸이 낫다. 딸 바보는 들어봤어도 아들 바보는 못 들어봤다. 딸을 향한 부모의 절절한 모습을 보노라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에 공감한다면 끝내 눈물을 펑펑 쏟아낼 테고, 아니라면 눈물샘을 쥐어짜려는 망령의 손길을 느낄 것이다. 신파라는 이름의 망령이다. 현재 <컨택트>에 대한 호불호 논란의 쟁점은 여기에 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감성이 애달픈가? 아니면 촌스러운가? 이에 관해서라면 나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취향은 저마다 다른 법이다. 오글거림을 견디는 정도도 다른 법이다. 하지만 신파냐 아니냐는 따져볼 수 있다. 신파는 개연성의 부재나 표현 방식 등 객관적인 요소를 통해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관한 논의는 잠시 뒤로 미루도록 하자. 그 전에 따져봐야 하는 것은 <컨택트>가 과연 SF냐는 점이다.





  <컨택트>는 SF인가?

  Science Fiction의 엄밀한 의미는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픽션"이다. 과학 이론이 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이어야 SF라고 부를 수 있다. 간혹 이러한 명제를 오해해서 과학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면 SF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상상의 영역을 과학적 오류라 지적하는 것은 픽션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다. 혹시 모른다. 지금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먼 미래에는 당연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과학은 그렇게 발전해왔다. 생각해보라. 물질은 파동이라 벽을 넘을 수 있으며, 시간은 상대적이라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 200년 전의 사람이라면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럼 SF에서 무엇이 과학적인가? 바로 상상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도 과학 이론이나 과학적 방법론으로 접근한다면 SF라 부를 수 있다. 로봇과 사람을 분간하기 위한 방법론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블레이드 러너>와 <엑스 마키나>는 누구나 인정하는 SF다. 튜링 테스트*라는 과학 용어가 등장했다고 SF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설령 그 용어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해당 내용을 과학적 사고로 파고들었다면 SF가 된다.
*튜링 테스트 :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는 테스트. 1950년에 앨런 튜링이 제안했다. 이미테이션 게임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컨택트>는 외계인과의 접촉에서 과학적 접근을 보여줬을까? 아니다. 외계인이 어떻게 왔고, 어떻게 접촉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과학은커녕 허무맹랑한 설명조차 없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외계인과의 조우에 관하여 높은 과학적 핍진성을 보여주었던 <콘택트(1997)>와 비교하면 아주 엉성하다. 그나마 외계인과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에서는 연구적 자세가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맛보기만 보여주고 연구의 핵심은 이안(제레미 레너)의 나레이션으로 퉁쳤다. "루이스(에이미 애덤스)의 이론에 따라 외계 언어 연구는 급물살을 탔다." 이 한 마디로 끝난다. 언어를 연구하는 과학적 방법론은 막혀버렸다. 후반에 이르면 외계 언어를 다루는 방식은 여타 외국어와 다를 바 없어진다. 단지 비싸 보이는 번역기를 사용할 뿐이다.

  대신 영화는 외계인의 등장으로부터 파생하는 인간과 사회의 변화에 주목한다. 혼란으로 치닫는 국제 정세, 어디에나 존재하며 무지와 폭력을 자랑하는 급진주의자, 그리고 엄마와 딸의 이야기... 그럼 외계인은? 외계인이라는 SF적 요소는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쓰이고 버려졌다. 그럼 과학은? 물리학자 이안은 하는 일이 없다. 변사*마냥 나레이션이나 읊더니 끝내는 정액 제공자로 전락했다. 학구적인 냄새를 풍겼던 언어학도 따지고 보면 문과의 영역이다. 아아... <컨택트>에서 SF는 소모품이었다. 노른자는 전부 문과 감성 아닌가. 이러니 <미지와의 조우>나 <콘택트(1997)>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은 관객은 한숨이 푹푹 나온다. 외계인도 쩌리, 과학도 쩌리다. 이게 무슨 SF인가?
*변사 : 무성 영화를 상영할 때 영화에 맞추어 그 내용을 설명하던 사람

  어쩌면 외계인과의 조우를 홀대했기 때문에 할리우드가 <컨택트>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외계인과의 조우는 이미 여러 영화에서 다루었다. <에이리언> 같은 코스믹 호러도 있었고, <미지와의 조우> 같은 미스터리도 있었으며, <콘택트(1997)> 같은 하드 SF도 있었다. 외계인과의 조우는 이미 한물간 소재인 셈이다. 아마 <컨택트>가 외계인과의 조우에 집중했다면 <콘택트(1997)> 아류작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작품성을 변호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제작자의 사정이 어떻든, 작품은 작품 자체로 평가받아야 한다. <컨택트>에서 외계인과의 조우는 엉성했다. 서사적으로 소모되었을 뿐이며, SF적인 핍진성을 갖추지 못했다. <컨택트>가 보여주는 SF적 요소가 외계인뿐이라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이과 영화가 아니라 문과 영화다. 외계인이 나온다고 다가 아니다. <컨택트>가 정말 SF 영화인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컨택트>는 SF다.

  그런데 <컨택트>에는 외계인 외에도 중요한 SF 소재가 등장한다. 바로 시간의 동시성이다. 이는 외계인의 방문 목적이기도 하다. 무기와 선물이라는 해석 차이로 인해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 이유는 선물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 선물은 다름 아닌 언어와 문자다. 단순히 언어와 문자에 머문 것이 아니다. 여기에 "언어는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이 더해진다. 이에 따라 외계인의 언어를 배운 루이스는 시간의 동시성을 인지하게 된다. 바로 그 인지 능력이 선물이었다.

  시간의 동시성이란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말이다. 인간이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시간은 선형적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컨택트>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엎고 시간의 동시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는 작가의 상상이 아니다. 공상 과학(SF)에서 공상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상대적이다. 정지한 사람과 이동하는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시간이 다르게 흐르므로 시간 축 또한 다르다. 단지 지구 규모에서는 그에 따른 차이가 미미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의 상대성을 직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백억 광년쯤 떨어진 우주 규모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난다. 이동하는 사람의 '현재'가 정지한 사람의 수백년 전 '과거'나 수백년 후의 '미래'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과거-현재-미래는 동시에 존재한다. 이를 모두 인식할 수 있다면 과거-현재-미래의 구분이 없어지는 셈이다.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 - 타임워프 中 (14분 40초부터 20분 36초까지)
시간의 동시성에 관하여 잘 설명하고 있다.

  외계인과의 조우를 중심으로 작품을 읽어내면 <컨택트>는 졸작이 되어버린다. 핵심인 외계인과의 조우는 엉성하고, 정치 외교 문제는 따로 놀며, 결말의 반전은 뜬금없을 뿐이다. 그래서 신파가 된다. 중심 서사와 유기적 연결을 맺지 못한 채 그저 눈물만 짜내는 이야기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의 동시성을 중심에 두면 모든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샹 장군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도 시간의 동시성이다. 감성을 터뜨리는 애달픈 반전도 시간의 동시성 때문에 벌어진다. 따라서 <컨택트>의 서사는 시간의 동시성을 중심으로 읽어내야 한다.

  외계인과의 조우를 홀대하는 이유는 그냥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계인은 그저 계기에 불과하다. 막말로 시간의 동시성을 전달해주기만 한다면 그 대상은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다. 초인공지능, 이(異)세계의 공주님, 고대문명의 유물이 될 수도 있다. 단지 작가의 취향에 따라 좀 더 SF적이고 언어학을 끌어내기 좋은 소재가 쓰였을 뿐이다. 외계인은 그저 던져놓은 데 반해 루이스가 시간의 동시성을 이해하는 근거로는 사피어-워프 가설을 제시한다. 극에서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었는지 드러나는 부분이다.

  만약 시간의 동시성이 그저 작가의 상상에 불과했다면, <컨택트>는 SF의 가면을 쓴 문과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의 동시성은 상대성 이론이라는 과학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이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물론 상대성 이론이나 페르마의 원리 같은 과학 용어가 등장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 속에 이론이 녹아있다. 이것이 <컨택트>가 SF 영화인 이유이다.





  <컨택트>는 쩌는 SF다.

  그런데 시간의 동시성이라는 과학 개념이 등장한다고 무조건 좋은 SF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SF라면 이를 관객에게 직관적이며 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원작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는 페르마의 원리가 등장한다. 이에 따르면 빛은 시간이 최소가 되는 경로로 이동한다. 매질에 따른 빛의 굴절이나, 빛의 반사도 이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빛이 최소 시간으로 이동하려면, 출발할 때 어디에 도착할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즉, 빛은 미래의 목적지를 미리 알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원작은 시간의 동시성이라는 개념을 페르마의 원리를 통해 설명한다. 상당히 깔끔하고, 인상적인 서술이다.

  그러나 영화라는 매체에서 시간의 동시성을 페르마의 원리로 설명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영화 속 상황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는다. 인물이 놓인 공간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긴 시간 동안 서술한다면 영화적으로 실패라 할 수 있다. <컨택트>에 페르마의 원리가 등장한다면 루이스의 캥거루 일화처럼 대사나 나레이션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페르마의 원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로부터 목적지의 역설까지 끌어내야 한다. 굉장히 길고 지루한 나레이션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해를 돕고자 그림 자료를 제공한다면 PPT 동영상과 다를 바 없어진다. 결국, 영화에서 페르마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은 지루하거나, 촌스럽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컨택트>는 시간의 동시성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적인 연출을 시도했다. 바로 논제로섬게임 장면이다. 미래의 루이스는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는 딸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주지 못한다. 그런데 현재의 루이스가 군사회의 도중 논제로섬게임이란 단어를 듣자, 미래의 루이스가 막 생각난 것처럼 딸에게 단어를 알려준다. 현재의 정보가 미래의 상황을 결정한 셈이다. 루이스에게 현재와 미래의 구분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며 시간의 동시성을 직관적으로 묘사한다. 이 장면은 소설보다 영화에 더 어울린다. 바로 교차 편집* 때문이다. 덕분에 시간의 '동시성'이 더욱 명확하게 다가온다. 긴 대사도, 촌스러운 인포그래픽도, 화려한 CG도 쓰지 않았다. 영화에서 시간의 동시성을 설명하기 데 필요했던 것은 카메라와 편집뿐이었다. 간단하고, 세련되었다. 드니 빌뇌브의 미니멀한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
*교차 편집 : 서로 독립된 장면을 엇갈리게 보여주는 편집 기술.

  논제로섬게임 상황을 거꾸로 뒤집으면 샹 장군 아내의 유언이 된다. 현재의 루이스는 샹 장군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미래의 루이스가 샹 장군으로부터 당시에 한 말이 무엇인지 듣게 된다. 현재의 루이스는 그 말을 실시간으로 따라 한다. 미래의 정보가 현재의 상황을 결정한다. 역시 과거-현재-미래의 구분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컨택트>가 시간의 동시성을 묘사하는 방법은 서사적 연출에 국한하지 않는다. 소설과 달리 영화는 시각적 쾌감을 제공해야 한다. 이 말은 시간의 동시성을 시각적으로 잘 묘사해야만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헵타포드의 문자는 그러한 측면을 제대로 충족시켰다. 원작에서 오묘하게 묘사했던 글자를 명확한 원형으로 각색하였다. 시작과 끝을 구분할 수 없는 원형의 문자는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 시간의 동시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화하면서도 의미를 잃지 않았다. 창의적이고 기발하며 또한 멋있다. 이보다 훌륭한 시각화가 있을까?

  영화 초반 우주선에 진입하는 장면도 훌륭한 시각화다. 이 장면은 외계인과의 조우에서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리는 감성을 전달하는 마술적 체험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경이로움에 그치지 않는다. 위아래의 구분이 없는 헵타포드의 우주선은 원형의 문자와 마찬가지로 선형적 관점을 거부한다. 그저 감탄하기 바빴던 체험 속에도 영화는 주제의식을 녹여놓았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서사 구조를 살펴보자. 결말을 보고 나면 오프닝이 낚시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영화는 대부분의 서사를 시간순으로 진행하며, 미래를 보는 장면은 환영으로 처리한다. 이를 빼면 나머지는 모두 순서대로다. 다만 오프닝만 예외다. 이 장면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뒤에 오는 이야기를 맨 앞에 붙여놓은 것이다. 오프닝도 환영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에 부합하지 않는다. 당시 루이스는 아직 외계인과 접촉하지 않았다. 그런데 환영을 보았다면 개연성의 모순이 된다. 결론적으로 <컨택트>의 오프닝은 환영과 상관없이 감독이 의도적으로 배열한 플롯으로 봐야 한다.

  만약 그 의도가 반전의 묘미를 살리는 것에 국한한다면 정말 낚시에 머물 것이다. 그것도 노골적이고, 단순한 낚시다. 만약 추리물이었다면 치사하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오프닝에는 반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프닝의 내용은 시간 순서상 가장 뒤에 일어난 일이다. 끝을 시작에 두었다. 즉, <컨택트>의 서사 구조는 헵타포드의 문자처럼 시작과 끝이 닿아있다. 전체 이야기 구조가 시간의 동시성을 보여주는 거대한 상징인 셈이다. 정말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설정이다. (물론 이것은 원작의 힘이다)





  마치며...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감성이 촌스러운가? 나는 여전히 할 말이 없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른 법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신파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컨택트>의 핵심은 시간의 동시성이다. 그리고 루이스의 애달픈 사연은 시간의 동시성으로 인해 벌어진다. 뜬금없이 툭 튀어나와 눈물샘을 쥐어짜는 신파가 아니다.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훌륭한 이야기다.

  <컨택트>는 이과 영화가 아니라 문과 영화라는 평이 종종 보인다. SF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말도 있다. 물론 <컨택트>가 담고 있는 감성은 너무나 촉촉해서 딱딱한 공돌이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상대성 이론이라는 과학이 존재한다. 작품의 모든 이야기는 이를 중심으로 벌어진다. 그래서 이 영화는 SF다. 외계인이 등장하고, 우주선이 등장해서 SF인 것이 아니다. 그 중심에 과학이 존재하기 때문에 SF다.

  과학 만세! 헤일 사이언스!





※ <컨택트>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공로는 팔 할이 에이미 애덤스였습니다. 그녀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SF가 아니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장르마저 뒤덮어버리는 포스를 보여줬음에도, 에이미 애덤스가 무관에 그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ㅠ.ㅠ

※ 상영시간이 하도 똥망이라 <스노든>을 보지 못했습니다. -_-;;; 그래서 짤평을 한 주 쉬게 되었습니다. 다음 후보작은 <재심>, <그레이트 월>, <더 큐어>, <맨체스터 바이 더 씨>입니다.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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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안사요
17/02/13 22:25
수정 아이콘
전 다 좋은데 엔딩이 너무 얼렁뚱땅 넘어가는 느낌이라 별로였네요
마스터충달
17/02/13 22:27
수정 아이콘
그 엔딩을 오프닝과 연결하시면 좀 더 풍성하게 다가올 겁니다. 한 번 더 보세요. 크크.
신문안사요
17/02/13 22:36
수정 아이콘
정확히는 세계를 지켜낸 슈퍼우먼 루이스와 줏대없는 섕장군이 걸려서요 ㅠㅠ
BlazePsyki
17/02/13 22:29
수정 아이콘
그레이트 월에 한표 던지면 우시려나 킁
컨택트 기대하고 있는데 흠 꼭 봐야겠습니다.
다른것보다 존윅2가 기대되는데 아직도 열흘남짓 남았네요.
마스터충달
17/02/13 23:30
수정 아이콘
음.... 그레이트 똥일 것 같아요..
사자포월
17/02/13 22:30
수정 아이콘
SF가 포괄하는 영역은 굉장히 넓죠.
하드 SF만 SF인게 아니니...
외계인이나 크리쳐물은 전부 SF물이라고 할 수 있음.
SF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오래간만에 괜찮은 반전물이었던 거 같습니다.
마스터충달
17/02/13 23:30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다만 진지한 작품 분위기도 있고, 원작과의 비교 측면도 있어서 이 글에서는 '하드 SF'의 영역으로 좁혀서 논지를 전개했습니다. 그래서 '엄밀히'라고 단서를 붙여놨습니다.

음... 이거 마치 보험 계약서 경고 문구 같은 수준의 단서네요 크크크
Galvatron
17/02/14 00:07
수정 아이콘
해당영화의 원작작가의 견해에 상당히 공감해서 첨부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SF와 판타지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둘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판타지는 근본적으로 "우주의 일부는 영원히 우리가 이해할 수가 없다" 라는 가정을 기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판타지가 이어져 온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사람들은 우주를 신비한 존재로 여겼고 신 또는 마법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으니. 미래를 배경으로 판타지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SF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 이면을 보면 이것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다.
판타지와는 달리 SF는 "우주는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우주는 기계와 같고 우리도 탐구한다면 우주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우주를 더 깊게 이해할 때 그 지식이 전파되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인류 역사의 새로운 것이며 이러한 생각들에서 500년 전, 1000년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SF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출처 나무위키
The HUSE
17/02/13 22:40
수정 아이콘
호불호가 어느 영화나 있게 마련이고, 그러려니 하는데.
이 영화를 재밌게 보신분들은 재미없다고 느끼신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네요.
이렇게 감성쩌는 SF 영화를 봤냐느니, (문과 인터스테라?) 시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돋보인 SF 였다느니...등등.
근데 제 느낌은 어머니와 딸의 얘기는 진부했고, 외계인의 시간에 대한 개념은 좀 생뚱 맞았습니다.
특히나 뭔가 집중할만한 것이 부족해서 영화가 지루하다가 갑자기 끝나버린 느낌이었네요.
이과생의 SF 영화가 저에겐 더 잘 맞나봅니다.
마스터충달
17/02/13 23:32
수정 아이콘
저는 이 영화에 있어서는 호와 불호가 그래도 점잖게 투닥거린 것 같아요. <너의 이름은.> 때를 생각하면... 뭐 그만큼 흥행을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음... 제 글의 요지는 이 영화가 이과생의 SF라는 거였습니다... 문과로 포장했지만, 그 근원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품고 있거든요.
-안군-
17/02/13 22:42
수정 아이콘
내용보다, 과연 이 영화의 제목을 바꾼 것이 이 영화의 흥행에 좋은 영향을 끼쳤는지, 악영향을 끼쳤는지가 더 궁금한 1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시간도 가변적이다." 이겠지만, 그 개념을 일반인(...)이 이해한다는게 참 어렵긴 해요.
그래서, 그걸 주제로 한 소설이나 영화가 많지가 않은데, 컨택트는 그걸 잘 풀어낸 듯 하군요...

그나저나, 다른번에는 충달님이 닦이냄새 풀풀나는 그레이트월을 보시고 멘붕하는 장면을 짤평으로 보고 싶은 소망이 간절하나,
차마 못할 짓 같아서, 더 큐어 추천하겠습니다.
마스터충달
17/02/13 23:34
수정 아이콘
음... 저는 전공 때문에 학부때 양자역학을 배웠거든요? 처음 배울때는 "이게 뭐야..." 싶었는데 나중에 원자 껍질 정도까지 가니깐 양자 역학이 오컬트 같은 학문은 아니라고 확신했습니다. 고등학교때 전자 껍질이 있다는 걸 배운다면, 양자역학에선 그 껍질이 왜 그렇게 생기는가를 배운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었어요.

그리고 상대성 이론도 근본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이해했고요. (어차피 고딩 수준...) 그로부터 파생하는 우주 스케일의 이야기는 물론 학부 교양 수준만 들었지만, 역시나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모든 이해는 학부 수준일 때 이야기입죠. 크크크크
17/02/13 22:44
수정 아이콘
감독팬인데 워낙 실력을 인정받는 감독이라 점점 영화의 규모가 커져 가는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따라준다면 연출이 더 뛰어날수도 있을 감독인데 이번 작품은 감독과 맞는지 감이 안와요.
마스터충달
17/02/13 23:36
수정 아이콘
음... 저는 간결한 드니 빌뇌브의 색체가 도드라져서 좋았던 영화였어요. 리들리 스콧의 냄새가 나는 소재인데, 이를 구현하는 영상은 리들리 스콧의 화려함과 반대로 정적이고 미니멀하더군요.
음란파괴왕
17/02/13 22:48
수정 아이콘
서사의 빈 곳을 너무 감성으로 채우려 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재미가 없진 않았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마스터충달
17/02/13 23:36
수정 아이콘
서사의 중심을 '시간의 동시성'에 둔다면 딱히 비는 영화라 보긴 어렵습니다. 그게 이 글의 요지고요.
리콜한방
17/02/13 23:04
수정 아이콘
그래도 에이미 아담스 미 비평가 위원회 상은 하나 받았더군요..
마스터충달
17/02/13 23:37
수정 아이콘
그래도 뭐라도 받았군요 ㅠ,ㅠ
aDayInTheLife
17/02/13 23:19
수정 아이콘
끝이 정해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 어떤 감정을 지니느냐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결말이 아니었나 싶어요. 오프닝 원형의 복도를 걸어가는 장면이 영화 전체를 요약하는 한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문들은 닫혀있고, 시작과 끝은 연결된 이야기라는걸 시각적으로 보여준 한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네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하고 거기서 끝난거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소설이 더 낫다, 라고 생각하지만 스케일을 키운거나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해서 배치한게 나쁜 선택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바꿔야할 부분들이 있었던거고 이것저것 더하고 빼면 플러스마이너스 0의 무난한 각색이었다고 생각하구요.
개인적으로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레... 읍읍... 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요. 크크
마스터충달
17/02/1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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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메시지는 원작에서 가져온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도 원작을 따른 만큼 같은 메시지를 갖는 게 맞죠.

다만 영화만의 메시지를 생각한다면 역시 드니 빌뇌브가 꾸준히 고민해온 소통과 반목 사이에 놓인 인간 존재에 관한 고민을 담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런 메시지를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역시 '논제로섬게임'이 되겠죠.
라이징썬더
17/02/1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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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였죠.

심오한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마스터충달
17/02/1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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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귀기울여 들으면 확실히 심오한 깊이를 보여주는 영화죠.
응큼중년
17/02/1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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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먼저 봐야하나 영화를 먼저 봐야하나 충달님께 물어본 결과
답변과는 다르게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습니다.
일단 당연히 본격 SF 영화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영화에 비해 소설은 훨씬 더 본격 SF 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영화를 보고 나니
다시 소설을 읽으면 처음 읽었을때보다 작가의 생각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결론은 소설이 먼저냐 영화가 먼저냐를 떠나 둘 다 두번씩 보자!!
마스터충달
17/02/1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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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소설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 했는데, 리뷰 이벤트에 짤평이 뙇 하고 당첨되서 흐흐. 원작 책을 선물로 준다네요. 그래서 그거 받아 보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
레드후드
17/02/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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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만 <컨택트>의 그 서사구조가 시간의 동시성을 상징한다는 부분은...여타 추리/스릴러물에서 많이 봐 왔던 구조라 그리 와 닿지는 않네요. 나빴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쪽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봐 왔을 익숙함과 기시감이 서사구조가 보여주는 주제를 덮어버린 것 같습니다.
헵타포드의 언어가 둥그런 원의 형태를 취하는 것 또한 시간의 동시성을 상징한다는 것에는 납득이 갑니다.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태블릿 PC로 슥삭 번역해 버리는 일련의 시퀀스는 좀 당황스러웠지만요...
하긴 요즘은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 버리는 것도 '생략의 묘미'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들이 있으니 제 영화 보는 눈이 잘못된 건가 싶기도 해요.

어쨌든 <컨택트>는 충달님 말씀대로 당연히 SF입니다. SF 영화를 두고 문돌이 SF니 공돌이 SF니 하는 건 최근 할리우드의 한계가 아닐까 싶어요.
인류가 달에 가기도 전에 만들어진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는, 비록 서사성은 떨어질지언정 문자 그대로 '과학적 경이감'을 안겨주는 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원숭이가 던진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변하는 장면, 기이하고 아름다운 스타게이트 통과 장면, 형형색색의 LED(?)와 몇 가지 음계로 외계인과 소통하는 장면 등등...
SF는 과학적 원더와 아이디어가 첫째로(스토리보다 더) 중요하고, SF 영화는 그것을 시각화하는 게 두번째로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에서 <컨택트>는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두번째는 그럭저럭 잘 해냈는데 첫번째는 다소 실패하지 않았나 싶네요.
마스터충달
17/02/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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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에 쓴 글인데요. https://pgr21.co.kr/?b=1&n=2663

다른 소재는 몰라도 우주 SF 영화들에서는 경이로움은 다소 지나간 유행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줏대있게 밀어붙이는 리들리 옹의 <프로메테우스>는 흥행과 평단 양쪽에서 혹평만 받았고, <인터스텔라>는 과학적 경이로움을 포장지로 인류애를 부르짖었죠.

과학적 경이로움이라... 원작을 생각한다면 <컨택트>에서 표현할 수 있는 과학적 경이로움은 처음 우주선에 진입하는 장면이 전부일 것 같습니다. 원작을 보신 분들은 이 정도 스케일이 아니라 <맨 프럼 어스> 정도가 어울린다고 하시는 것 보면, 원작의 한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런 연극적 연출로 대화를 통해 사고를 자극하는 방식이었다면, 과학적 경이로움을 보여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다만 이럼 시각화 측면에서 점수를 못 받는 군요;;; 역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그냥 띵작 되는 겁니다.
레드후드
17/02/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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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사실 저도 지금의 관객들에게 과학적 경이로움을 안겨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SF 영화보다 더 놀라운 기술 발전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요즘엔 가끔씩 "SF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곤 합니다. 한편으로 "20세기 SF물은 21세기를 상상했는데, 어째서 21세기의 SF들은 그 20세기 SF의 흔적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다 됐으니 카메론옹의 아바타 2나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0-;
22raptor
17/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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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영화를 저혼자 한 번, 아내와 한 번, 총 두 번을 봤습니다.
그리고 두 번 모두 많이 울었습니다.

그냥 신파극이라서 운 것일 수도 있고, 주인공에게 많이 감정이입이 되어서 운 것일 수도 있고.. 왜 울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느꼈던 몇 가지 의미 있는 부분은 -

1. 영화 오프닝과 라스트신에서 쓰였던 삽입곡인 "On the nature of daylight" 는 Max Richter의 곡으로 이미 다른 영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셔터 아일랜드")에서도 쓰였던 곡입니다. (공식 OST에는 없으니 참고바랍니다.) 충달님께서 말씀하신 [전체 이야기 구조가 시간의 동시성을 보여주는 거대한 상징인 셈이다. 정말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설정이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200% 공감하며, 나아가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같은 곡이 쓰였다는 것 또한 이야기 구조와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뒷받침하는데 한 몫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는 영화 관람 후 음악만 따로 들으면서 영화와 상관없이 한 번 더 눈물을 쏟았습니다.

2. 내가 루이스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라는 부분은 의미있는 질문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의 동시성 측면에서 루이스의 입장에 서면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는 서로에게 원인이자 결과입니다. 따라서 [내가 딸의 죽음을 알더라도 난 딸을 낳을것이다]는 가능하지만 [내가 딸의 죽음을 안다면 난 딸을 낳지 않을 것이다]는 상호 모순이므로 아예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미래에 딸의 존재를 볼 수조차 없을겁니다. 시간을 동시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마치 빛의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듯] 이미 결정된 미래만을 보게될 것이라는 거죠.

3. 딸의 죽음이라는 사건은 큰 슬픔으로 다가오지만, 딸을 만나게 되는 것 자체가 또한 큰 기쁨입니다. [시민의 교양, 지대넓얕]으로 유명한 저자 "채사장"의 신간[열한계단] 북콘서트에서 채사장과 같이 동명의 팟캐스트[지대넓얕]을 진행하고 있는 "김도인"이 패널들과의 대담에서 나눈 다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나름 평범하지만 잊기 쉬운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인생에서 소중한 시작을 하시는 때가 있잖아요. 결혼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자녀를 낳거나, 내가 원하던 집에 이사를 가거나, 차를 사거나, 꿈을 갖게되는 순간. 그런데 결혼을 할때,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해서 이 인생이 앞으로 고통과 괴로움 슬픔 절망에 빠질거다 생각하고 하진 않잖아요. 그런 힘든일이 있을지라도 이사람을 만나서 내가 새로운 시작을 한다면 행복하고 내가 꿈꿔왔던 인생을 살 수 있을거야" 라고 생각할거에요... (중략) ... 그런데 우리가 항상 살면서 소중한 것들 이루고 싶은것들 갖고싶은것들을 생각할때는 저 사건이나 내가 원하는 것들이 나한테 행복하거나 기쁨 즐거움을 가져다줄거라 생각하는데, 그 이면을 동시에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얻고자하는 것을 얻었을 때, 저것을 나는 언젠가는 잃어버리게 될 것이고, 그래서 저것이 나에게 괴로움과 슬픔을 가져다줄 수 있는거다 라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조금 필요한 것 같아요. 누구나 인생에서 상실을 계속 경험해나가요. 가족이 죽을 수도 있고, 재산을 잃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날때마다 사람들을 젊음을 잃어버려요. (중략) 여러분 인생에서 여러가지 잃어버림이 계속 발생할 거에요. 그 때 저희 사회는 "넌 실패자다, 낙오자다, 뒤쳐졌다" 라고 평가내리기 쉽지만, 내가 인생에서 앞으로 더 큰 것들,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게 될텐데, 이것들로부터 내 마음을 견뎌내고 지켜내기 위해서 내가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시간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시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삶이 무상(정해진 상이 없는, 항상 변화하는)하고 기쁨과 슬픔, 가짐과 상실의 연속이라면, 내 삶의 미래에 상실과 슬픔이 기다리고 있다하여 내 아이를, 연인을,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되었을 때의 기쁨과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우리는 영화 속 루이스가 아니더라도 우리 삶의 앞에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크고 작은 행복과 기쁨만큼 상실과 슬픔 또한 놓여져 있음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최근 얼마간 이 영화를 보고,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바쁘게 정신없이 사느라 잊어버렸던 삶의 의미를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7/02/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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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 맞아요. 같은 곡이 쓰였죠. 알고 있었는데 글에서는 놓졌네요. 흐미 아까운 거... 이 곡이 너무 좋아서 집에 오자마자 찾아 들었었어요. 근데 저는 Max Richter - Swimmer라고 생각했는데 On the nature of daylight였군요... (그런 김에 쓰면서 둘 다 듣고 있는데.. 오잉? 둘이 거의 같은 곡인네요?)

2. 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원인이자 결과다. 그래서 "딸의 죽음을 안다면 딸을 낳지 않을 것이다."는 모순이다.] 이 말씀에 진짜 감탄했습니다... 와... 왜 저는 그런 생각을 못한 거죠? 생각의 깊이가 대단하시네요.

3. 하... 이 내용은 영화를 넘어섰네요.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하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 해도 언젠가는 이별하게 되겠죠. 그 슬픔은 사랑한 만큼 커질테고요. 우리는 슬픔을 외면했을 뿐이군요. 진실은 루이스처럼 비극 위를 걷고 있는데 말이죠.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래서 외로운가 봅니다. 22raptor님에게 비극 위를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이 함께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이 댓글 덕에 오늘 밤에 많은 생각을 하며 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7/02/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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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팬들이 이 영화에 실망한 이유라면 '나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이렇지 않아!'가 제일 클 겁니다. 저도 그렇고요. 사실 저는 계속 원작을 영화 위에 투영하며 봤기에 영화를 영화로서 오롯이 객관적으로 감상한 것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SF나 물리학적 지식이 없는 분들이 영화를 보고서 신파극이라 오해하거나 심지어는 '그래서 주인공이 초능력자라는 거지?'라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연출이 아주 명쾌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충분히 재미있고 볼 만한 작품인 건 맞지만 결국 양쪽 관객 모두에게 어필하려고 어중간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마스터충달
17/02/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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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캐치한 사람들은 다들 명쾌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거기서 자신만의 깊이있는 사색을 발전시키기도 하고... 그런 거 보면 <곡성>처럼 불명확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어려운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말씀하신 언급들을 보며 종종 들었습니다.
흑설탕
17/02/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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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심오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기준을 처음보고 난 뒤 두번볼때나 세번볼때 내용이해가 달라지는 것에 둡니다.
컨택트는 이 기준에 확실히 부합하는 영화였지요. (어쩌면 원작소설을 읽지 않고 보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네요.)
처음봤을 때는 퓨처워커를 떠올리게 하는 반전이 매력인 영화였는데..
두번 볼때는 시간의 동시성의 관점에서 보게 되고, 헵타포드의 선택과 주인공의 선택을 표현하는 교차편집을 확실히 유심히 보게 되더군요.
그에따라 뭔가 퓨처워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데, 퓨처워커가 운명이 무엇인지 알고 그 운명에 순응하는 느낌이었다면,
컨택트는 일생을 한순간에 동시에 살아버리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여기엔 운명에 대한 순응도 없고, 운명에 대한 인식도 없었죠.
이 지점에서 신파를 인식하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관객들도 선형적인 시간에 대한 인지가 기본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마치 회상이나 미래에 대한 예지처럼 교차편집을 인식하게 되는데, 사실 그 모든 시점이 동시에 벌어지는 것이고 그 회상장면 각각이 메인이라 생각하고
그 이외에도 수많은 회상들이 동시에 각각 메인이라는 점을 인식하면,그 지점에서 신파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루 하루의 모든 선택들이 다 신파일수는 없으니까요.
마지막의 교차편집으로 운명론적인 느낌을 보여준듯 하지만, 다시 보면 그건 그냥 동시에 선택해 나가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도 보이죠.
(물론 영화에서 신파적느낌을 강하게 받도록 편집한 구성은 있지만..)
이 점이 퓨처워커와 크게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
이 영화가 SF 인가에 대한 제 판단은 그냥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쪽입니다.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것들을,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돌아볼 수 있게끔 해주는 영화라 아주 좋은 영화였다라는 쪽이지요.
마스터충달
17/02/1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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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제가 전에 댓글로 순응이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쓰면서도 뭔가 아다리가 안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선택이라는 표현보다는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요. 그런데 [일생을 한순간에 동시에 살아버리는 느낌]이 딱 제가 느꼈던 바였습니다. 말씀대로 순응도, 인식도 없겠네요.

음... 마지막 일침이시네요. 하긴 항상 장르 구분은 본좌 놀이 같은 거라고 주장해온 저였는데... SF 아닌 것 같다는 말에 이런 글을 써버렸습니....
흑설탕
17/02/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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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아래엔 뭔가 서열화 본능같은게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안좋게 받아들여진다면 발끈하는것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구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다만 충달님처럼 제대로 풀어쓸 능력이 없어서 쓰지 않았을 뿐이에요.
충달님 글을 보니까 제가 이해한것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더라구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벤트 당첨 축하드려요.
마스터충달
17/02/1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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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눈이내리면
17/02/1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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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퓨쳐워커가 드래곤라자의 후속편격인 소설 맞는가요?
흑설탕
17/02/1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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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쳉과 파와 미가 등장하는 그 소설입니다.
17/02/1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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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데인 드한만을 보러 더 큐어를 보러가려 합니다. 충달님은 부디 만리장성을 닦아주세요?
마스터충달
17/02/1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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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요? 헬로우~ 시드니~ 함 해드려요?
candymove
17/02/1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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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는 이 영화가 sf인지 아닌지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표면적으로는 그런 개념들을 가지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그래서 재미있냐 없냐...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본문에서 언급된 테마를 위해서 영화적으로 너무 많은 것이 희생되었어요. 우주선 안에서 폭탄 터지는 장면을 시작으로 도저히 극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전개의 연속이 이어집니다. 폭탄 터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도 민폐지만 복선으로 기능하는 장면들까지 셋트로 거슬린다는 점에서 총체적 난국입니다... 세계 곳곳의 기지들이 서로 분열하는 과정은 본문에서 강조하는 테마를 펼쳐보이기 위한 무대로써 기능하기 위해 굉장히 작위적으로 전개됩니다. 이 정도의 문제들이 당장 크게 부각되는 문제점들이지만 굳이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자면, 분문에서 강조하는 그 테마 자체가 너무 남용되는 느낌이 있어요. 저처럼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사람도 "어? 혹시 또 그 초식으로 영화를 해결하려그러나? 그거 아님 답이 없을 정도로 일을 벌여 놓긴했는데... 그렇다고 또 그 초식...?" 이런 불안감이 영화 중후반부터 들더라구요. 무슨 전가의 보도도 아니고... 그런의미에서 이 영화는 이른바 소재주의의 혐의가 짙습니다... 문과네 이과네 sf라 들었는데 낚였네 등등의 얘기들은 논의의 피상적 차원입니다... 시카리오는 굉장히, 정말 굉장히 재밌게 봤는데... 디스트릭트9과 엘리시움의 선례가 떠오르더라구요...
마스터충달
17/02/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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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전가의 보도 인정합니다. 크크크. 소재주의의 혐의가 있다는 말씀에 공감해버렸습니다. <컨택트>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 댓글에는 반박할 수가 없네요.
candymove
17/02/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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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갈등, 세상과 삶의 부조리함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비록 성공하진 못할지라도 그것은 또 그것대로 예술의 의의를 웅변하는, 그런 시도를 보고 싶더라구요. 본문에서 강조하는 테마는 저렇게 떼어놓고 보면 분명 의미있는 내용일 수는 있는데, 그것이 영화적으로 활용되는 양상은 약간 장치적이다 라는 느낌을 많이 주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도피적이구요... 좀 반칙 같은... 그렇다고 막 엄청 재밌는 것도 아니고...처음 보면 신기하긴 하지만... 물론 이것도 기가 막히게 만들면 또 태세전환하겠지만요....
눈이내리면
17/02/1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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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유없이 눈물이 쏟아지던 영화였습니다,, 인터스텔라 때도 많이 울긴 했습니다만, 이 영화는 유독 먹먹함이 오래가네요,, 또 보고 싶습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를 보면, 어느 여자 수도승에 대한 일화가 나오는데,
영화와 매우 유사한 메타포로 가득한 일화라 전 제일 먼저 생각이 나더군요,,
영화의 정조나 주제의식 대부분이 <불새> 속 만화들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스터충달
17/02/1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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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러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ㅠ,ㅠ

음... <불새>... 봤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ㅠ.ㅠ 다시 봐야 할듯... 요즘 이런 작품들이 종종 나오는 게 저도 늙어가는 것 같습니다;;
17/02/1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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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꽤 오래 전에 소설을 읽고, 이번에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본 후, 소설과 미묘하게 다른 이질감이 느껴졌었는데, 충달님 평을 읽고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2. 제가 이해하기로는, 소설은 상대성 이론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시간의 동시성"보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이 더욱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됩니다.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는 과거와 동일하게 이미 모두 결정되어 있으며, 이를 깨닫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취하게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반면, 영화에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교차편집 등을 통해 "시간의 동시성"을 훨씬 강조했던 것 같습니다. 과거/현재/미래가 병렬적으로 진행되면서 각 시점의 사건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장면들이 가끔 나오는데, 시간의 동시성이 부각되는 것이죠.

3.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이 훨씬 좋았습니다. "시간의 동시성"보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이 생각할 꺼리를 더 많이 던져주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미 미래가 다 결정되어 있다면 삶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입니다. 테드창의 소설은 이 의문에 대한 진지한 대답입니다. 소설에서는 주인공(루이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리고 자신보다 먼저 죽게 될 딸의 미래를 회상하면서 딸로 인해 느꼈던 즐거움, 감동, 분노, 갈등을 담담하게 서술합니다. 미래가 이미 다 결정되어 있고, 주인공은 미래의 삶을 미리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삶을 궤적을 쫓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고, 격정적이라는 것입니다.

4. 한가지 첨언하자면, 상대성 이론은 "동시"라는 개념에 대하여 상식을 깨는 관점을 제공해 주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미래를 보는 능력"과 상대성 이론은 무관합니다. 오히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정보의 전달속도는 빛의 속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한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영화와는 다르게 오히려 미래를 보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이 됩니다. 그래서 상대성이론이 이 영화의 근간이 되는 과학이론이라는 부분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스터충달
17/02/1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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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그래서 시간의 동시성까지가 과학의 영역이고 이를 지각하는 부분이 공상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올리기 전에 이 생각이 퍼뜩 들어서 [이를 모두 인식할 수 있다면 과거-현재-미래의 구분이 없어지는 셈이다.]라고 바리케이트를 쳐놓긴 했습니다 ^^;;;;
Paul Pogba
17/02/14 01:37
수정 아이콘
한나는 거꾸로 해도 한나
이효리는 거꾸로 해도 이효리
우병우는 거꾸로 해도 우병우
17/02/14 02:00
수정 아이콘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부탁드립니다
타임트래블
17/02/14 03:30
수정 아이콘
언어학이 과학이 아니라니요. 우리나라에서는 문과에 있지만 사실 물리학이나 수학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sf에서 언어학이 중심에 있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봅니다. 시간의 동시성, 언어와 사고방식의 연결 뿐만 아니라 언어학적 접근도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배경지식이 없는 분들은 그냥저냥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예쁜여친있는남자
17/02/14 08:17
수정 아이콘
사실 영화 자체가 서로 다른 주체 사이의 언어적 접근을 담아내는 것에 미흡합니다 언어학은 그냥 양념도 안 들어갔고.. 원작 추천합니다
마스터충달
17/02/1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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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그냥 문과 vs 이과의 푸념같은 의미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바는 알고 있습니다. ^^;;
유유히
17/02/1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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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 길이 비극으로 끝날 것을 안다 해도 그 길을 걷겠는가?" 어렵지 않게 퓨처 워커를 떠올렸습니다. 읽다 보니 위 댓글의 흑설탕님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군요.

미는 낳자마자 자신이 죽을 아달탄을 낳을 것을 압니다. 자신이 보지 못할 그 아들을 그리워해 개의 이름을 아달탄으로 짓죠. 그리고 파는 그 개의 이름을 따서 조카의 이름을 짓습니다. 시간을 넘은 동시성. 영화를 보는 마지막 내내 떠올렸습니다. 이영도, 당신은 앞섰습니다.

이안과 쳉의 차이점이라면... 이안은 퓨처 워킹(퓨처 워커 식으로 표현하면요.)을 이해하지 못했죠. 결혼 생활 중간에 갈라서는 이안과 루이스의 견해 차이는, 이안이 "언젠가 죽을 아이를 왜 낳았느냐" 보다는, "그걸 알면서 넌 어찌 그리 태연할 수 있느냐"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루이스는 그런 이안까지도 이해하지요. 적어도 증오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하려나요. 헵타파드어를 사용하는, 헵타파드식으로 사고하는 루이스는 이미 인간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을 가졌을 테니. "가진 것이 망치뿐이라면, 모두가 못으로 보인다."

- 헵타파드 코스텔로는 애봇이 폭탄에 죽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막으려 하지 않았죠. 심지어 애봇 자신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마지막까지 루이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 희생? 순교?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네요. 어쨌든 다가오는 미래를 막지 않았습니다. 루이스의 딸 한나의 경우는 어차피 당대의 의학으로 막을 수 없는 희귀병이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애봇의 경우는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사전에 '누군가 우리를 죽이려 한다' 식으로 경고를 준다던지.) 결국 이 지점이 지나고 나서 보니, 전 이 영화에서 이 딜레마를 조금 더 심도있게 파고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미래를 안다면, 비극적 미래를 피하려 하지 않을까?" 거기에 대한 답이, 단지 "시간은 동시이다. 과거-현재-미래는 모두 결정되어 있다" 라면, 저는 퓨처 워커의 네리아처럼 말하고 싶네요. "연극이잖아요! 사랑이 아니에요!" 역시 인간이 헵타파드를 이해하는 건 어렵군요. 후후.

- 감독의 역량이 대단합니다. 오프닝에 아이를 사별하는 모습을 배치하고, 어머니와 쓸쓸히 전화 통화하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루이스가 현재 이혼한 애엄마-아이를 잃은-라고 저에게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 헵타파드의 소설은 어떨까요. 한번 죽 그은 원형의 붓글씨 같은 모양이 좀 많이 복잡하게 나오는 것으로 대하장편소설이 되지 않을까요.

이런저런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 준 영화였습니다.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는 좋은 영화라든가요. 간만에 좋은 영화, 잘 보았습니다.
즐겁게삽시다
17/02/14 08:55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영화보고 생각할거리는 많았는데 충달님 글 읽고 정리가 되네요. 1997 컨택트가 좀 더 좋지만 이 영화도 흥미로웠습니다. (왜 계속 비교당하게 제목을 이렇게 번안 했는지;;;)
멍멍머멈엉멍
17/02/14 08:58
수정 아이콘
시간이 한정적인 자원이 아니었다면 어떻게됐을까라는 고민을 하게했던 영화였습니다.
미래를 예지한다는 개념은 잘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서사에 갇혔기때문에 한정적인 자원들을 서로 갖기 위해 투쟁해왔던게 인류사아니었나 싶습니다.

같이 영화를 봤던 친구와의 만남에서도 내 이야기를 더 많이하고 싶고 느낀 감정들을 설명해주려다가, 영화를 보면서 주로 했던 생각이 내가 가진 현재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대방에게도 이 시간은 소중한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친구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습니다. 참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들던 영화였어요. 토욜에 한번 더 보려고 생각중입니다.
17/02/14 10:07
수정 아이콘
저만 재미없게 본 건가요. 내용이 말하고 싶은 바를 알겠는데 그걸 알아도 그냥 재미 없었습니다. 주위에 들러리같은 아오안된 인물들도 많고 중국 관련해서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았습니다.
마스터충달
17/02/14 10:10
수정 아이콘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도 재미없을 수 있죠. 저도 작년 작품 중에 <자객 섭은낭>이 그랬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무슨 매력 포인트가 있는지 다 알겠는데, 그걸 이해해도 영화가 핵노잼이었어요;;;
SuiteMan
17/02/14 10:57
수정 아이콘
제가 소설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게 몇편 안되는데 기억이 나는 영화가 레버넌트입니다. 소설에서 읽은 레버넌트는..정말 처절한 야생에서의 악전고투가 확 오는데..영화 레버넌트보고 엥? 이게 다야? 이랬습니다. 결론은 이 영화도 그랬네요. 근데 재밌게 보긴봤습니다.
17/02/14 11:40
수정 아이콘
서사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대체 그 장군이 마음을 돌린게 뭐가 중요하다고 외계인들이 돌아가는지.. 같은) 감성적인 측면이나 연출이 다 홀리게 만든거 같아요. 시간의 동시성이나 그로 인해 정해진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감성과 맞물려 완벽하게 녹아들었죠.

보고난 직후에는 '뭔지 모르겠는데 좋다'였다면, 점점 영화를 곱씹을수록 '생각보다 훨씬 좋다'가 되가고 있습니다.
마스터충달
17/02/14 11:42
수정 아이콘
장군이 마음을 돌린 것과 외계인들이 돌아가는 건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아요. 그들은 루이스가 인지 능력을 자각하는 순간 목적을 이뤘다고 볼 수도 있어서 말이죠.
17/02/14 15:41
수정 아이콘
그럼 장군이 마음을 돌린 순간이 루이스가 시간의 동시성을 확실히 인지한 순간이 되는거군요.. 흠 그렇게 생각하니 장군도 큰 의미가 없군요.

곱씹어볼수록 외계인은 도구일 뿐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게 아닌거 같고, 그 지점이 사람들 사이서 호불호가 갈리게 만드는 거 같아요. 외계인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정작 끝나고 나서 보면 외계인은 중요한 게 아니니 '이게 뭔가'싶다고나 할까요.
마스터충달
17/02/14 16:00
수정 아이콘
루이스가 시간의 동시성을 인식할 수 있었고, 그걸 이용해서 장군의 마음을 돌렸다고 봐야죠.
그렇다면 루이스에게 시간의 동시성을 전달하려는 외계인의 목표는 이미 이루어진 셈입니다.
임나영
17/02/14 13:13
수정 아이콘
전 정말 재미없었습니다. 1997의 컨택트는 영화와 비디오로 10번도 더 본거 같은데 이번에는 실망했어요.

너무 환타스틱한걸 기대했었나봐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동시간을 구현한다는 설정도 너무 밑도 끝도 없었고 마지막 순간에도 루이스에게
감정이입이 조금 되다가도 생뚱맞고 황당한 설정에 오히려 차분해지더군요.
마스터충달
17/02/14 13:30
수정 아이콘
이 글의 요지는 그 설정이 생뚱맞고 황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랄까요?
시간의 동시성이 왜 일어나는 지 설명해야 하는 건 다큐라고 생각합니다.
픽션은 시간의 동시성 때문에 어떤 사건이 벌어지느냐를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신다면 생뚱맞고 황당한 느낌이 좀 덜 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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