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나가는 얘기로 2차 대전당시 아프리카 포로수용소에 같혀버린 이탈리아인들이 탈출을 감행하고 케냐산을 등정했다는 걸 들은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이런 짧은 얘기 마져 기억에서 지워졌습니다. 몇 달후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빌린후 하루만에 읽었었네요. 블로그에 써놓고 좋은 책이라 생각되어 소개할 겸 한번 올려봅니다.
책 제목: 미친포로원정기 저자: 펠리체 베누치
1938년 당시 이탈리아군이 점령 중이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파견된 공무원 펠리체 베누치는 1941년 연합군에 의해 그가 있던 지역이 점령되면서 그는 영국령 케냐의 제353 포로수용소 전쟁 포로가 된다. 인근에 우호국이나 중립국, 동맹국이 없는 동떨어진 아프리카 포로수용소에서 그는 지독한 무기력증과 환멸감을 느끼던 나날을 보내던 중 그는 어느 날 아침 5200m의 높이의 케냐 산을 본 뒤 사랑에 빠진다. 그는 사랑에 빠진 날을 이렇게 얘기한다.
"일렁이는 운해를 뚫고 우뚝 솟은, 천상에서나 있을 법한 산이 칙칙한 두 막사 건물 사이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거대한 치아 모양을 한 검푸른 색의 깎아지른 암벽, 지평선 위로 두둥실 떠 있는 푸른빛 빙하를 몸에 두른 5.200m 높이의 거대한 산을, 이때 처음 보았다. 낮게 깔린 구름이 이동하며 급이야 그 위용을 숨길 때마다, 나는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이후 몇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 장면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나는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렸다."
범죄자가 갇히는 교도소에 재소자와는 달리 기한 없이 어쩌면 영원히 포로수용소 생활을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한가지 무모한 계획을 세운다. 그는 누가 들으면 정신 나갔다고 할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포로수용소에서 탈출 케냐 산을 등정하고 다시 포로수용소로 돌아오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는 같이 케냐 산에 등정할 동료를 모집한다. 대부분 정신 나간 소리로 치부하고 외면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동료 엔초, 기안을 만났고 그들은 고철을 모아 등산 장비를 만들고 식량을 비축했다. 그들의 미친 계획을 도와주는 수용소 안에 후원자들을 통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 베누치는 1943년 5월 13일 케냐 산에 사랑에 빠진 뒤 8개월 후인 1944년 1월 24일 정신 나간, 아니 `미친 포로원정대`는 케냐 산을 등정하기 위해 수용소를 탈출한다.
그리고 험난한 여정을 통해 세 명의 `미친 포로원정대`는 마침내 케냐 산에 오르고 2월 18일 다시 포로수용소로 돌아온다. 이제 그들이 갇혀 있는 포로수용소는 더는 그들을 억압하고, 자유의지를 꺾는 족쇄가 아니다. 그들은 모험이라는 도전을 통해 충만한 삶과 실천 도전하는 아름다움을 배웠다. 수용소 내에서 하나의 숫자로 전락해버린 사람이라도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세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실 역시 해방될 기한 없이 갇혀 있는 수용소에서 살아가는 포로 신세일지 모른다. 우리를 가두고 학대하는 문명 안에서 고난과 억압을 통해 무기력해지고, 자유의지가 꺾이고 있다. 하지만 베누치와 엔초, 기안이 그랬던 것처럼 고난과 억압을 유머로 말 할 때, 인간은 고난에 순치되는 것이 아니라, 고난을 받아내고 저항을 한다. 고난을 돌파하고 유머의 힘으로 인간의 꿈과 자유, 영혼의 순결한 힘을 이야기한다. 그들이 다시 수용소로 들어 왔을 때는 이미 그들은 그들이 억압하는 문명보다 훨씬 큰 존재가 되었다.
아름다운 것들, 자유의 모습은 `미친 원정대`가 보았던 케냐 산의 모습처럼 어느 날 우리 눈앞에 우뚝 서 있을지 모른다. 베누치와 그의 일행이 그랬던 것처럼 주변의 고철을 모아 등산 장비를 만들고 있노라면 우리 역시 이미 케냐 산에 한발 다가갔는지도 모른다. 창문 밖에 세상은 언제나 현실이고 자유의지를 통해 개개인의 삶의 목적을 찾고 이를 행동에 옮긴다면 발목에 걸린 족쇄는 어느덧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