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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5 00:02
네 하하
마지막 문장은 인상적이네요. '테드 창의 이야기의 뼈대에 게으른 연출과 식상한 이야기를 조금 더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될 수 있다니' 확실히 원작소설이 좋긴 좋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보기가 약간 겁이 납니다 크크
17/02/05 00:16
SF의 학문적 요소를 간단한 에피소드와 나레이션으로 퉁친 부분은 확실히 아쉬웠습니다. 언어를 읽는 방법이나, 물리학자의 역할 등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러한 '학문 퉁치기'를 이해해주는 입장이었습니다. '페르마의 최단시간의 원리'를 설명하지 않아도 운명론적 세계관은 보여줬으니까요. 하드 SF의 엄밀한 잣대를 만족시키진 못했지만, 그러느라 노잼이 되는 것 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운명론적 세계관에 대해선 순응하는 자세를 보여줬죠. hannah를 낳고, 사랑하고, 보내주는 것으로 말이죠. 이 지점이 관객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렸고요. 외계인의 죽음도 운명론에 순응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죠. 폭탄병에게 컷 할애한 것이 비유기적이라는 지적은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습니다. 전혀 연관 없는 대상도 아니었고, 그 안에서 복선과 결과를 모두 보여줬으니까요. 오히려 이들을 통해 반목과 화합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며 영화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17/02/05 00:29
페르마의 원리가 제시되었느냐와 무관계하게 영화는 관객들에게 결정론적 우주에 대해 설명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준 순응이란 'HANNAH'가 불치병에 걸려 죽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낳는 것을 '선택'하는 것 뿐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결정이 선택처럼 묘사되며 순응해야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예정된 불치병의 발생뿐입니다.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빛과 우주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조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영화속 주인공에게 결정된 우주, 그에 따른 헵타포드의 언어적 특징들이 이안이나 본인의 입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연출적인면에서 주인공이 순응한 것은 'HANNAH의 죽음'이란 것은 명백합니다. 탄생은 선택의 영역이지만 죽음만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결국 지리멸렬한 필멸성과 상실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단적으로 한나의 죽음이 '교통사고'였다면 선택조차 우주에 묶여있음을 쉽게 납득할 수 있었겠지만 영화는 그조차도 피해갑니다. 그리고 폭탄테러와 전쟁이라는 영화의 테이크사이에 삽입된 두 별 개의 위기가 '반목'과 '화합'으로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줬다는 것은 지나치게 호의적인 평가인 것 같습니다. 사실 영화에서 외계인과 지구인은 화합같은 걸 하지도 않았습니다. 중국은 공격을 멈추었을 뿐이고, 외계인은 떠난 것입니다. 중국이 반목한 것은 공포와 몰이해였으며 그걸 해결한 건 초능력 언어학자이고, 외계인은 목적을 완수하고 초월적인 기술력으로 유유하게 떠난 것이죠.
17/02/05 00:52
딸이 죽는 걸 안다면 낳질 않아야 선택이 되죠. 그걸 그대로 낳아서, 사랑하고, 보내준다면 '순응'으로 봐야 합니다. 바라블님은 내일 아침에 죽는 게 확실한 병아리를 사가시겠습니까? 인간이 비극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죽음'이야 원래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는 겁니다. 죽음에서 순응의 논리를 찾으면 안 되죠. 말씀대로 교통사고처럼 막을 수 있는 재난일 때여야만 순응의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죽음'이 아니라 '사고'가 중심이죠. 죽음은 그 자체로 불치병 같은 겁니다.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요. 그러니 죽음에서 순응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 딸이 절명하고, 그로 인해 슬픔에 침전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딸을 낳는 것. 루이스의 순응은 딸의 죽음이 아니라 딸의 탄생에 있습니다. 그녀를 낳는 것이 곧 비극인데 이를 '선택'할리가요.... 알고서 불행을 선택할 정도로 멍청한 인간은 없습니다. 즉, 출산은 선택이 아니라 순응인 셈이죠. 헵타포드의 언어와 사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말씀에는 동감하지만, 그게 영화가 순응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근거가 될 순 없습니다. 단지 순응을 과학적 언어로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죠. (SF 덕후로써 이 점은 정말 아쉽게 생각합니다) 폭탄 테러에 대해서는 제가 호의적인 평가를 했다는 말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갈등은 복선과 결과를 명확히 보여줬고, 이를 극복하는 화합에 대해서도 외계인의 메시지를 통합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죠. 유언을 말하는 부분은 지적하신대로 초능력에 가까워서 좀 급이 떨어지긴 합니다;;; 그래도 인류에 대한 감독의 꾸준한 시각을 녹여낸 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17/02/05 01:08
죽음과 비극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인간사와 창작물에서 사변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선택입니다. 이는 루이스가 이안에게 죽을걸 알면서도 출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더욱 명약관화해집니다. 특히 불치병에 걸린 자식들을 바라보는 부모를 그린 이야기에서 이런 관념들을 뚜렷하게 형상화되는데, 딸의 불치병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에 나이브하게 접근한 쌍둥이 별에서, 자신의 병과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이 부모에게 초래한 고통을 아는 딸은 묻습니다. '나를 낳은 것에 대해 후회하시나요? 내가 죽을 것을 알아도 다시 나를 낳아주실 껀가요?' 부모는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인 후에 이 질문에 대답해줍니다.(소설은 이후 결국 황당한 결말을 택하지만..) 탄생과 삶의 과정이 죽음보다 더 가치있다고 믿는다면 자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자식을 가져오는 게 무조건 순응이기만 하다는 것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음을 다루는 이야기는 현실에도 창작물 속에도 많이 있기 때문이죠. 사실 소설적으로도 영화로도 이건 이렇게 다룰 내용은 아니고, 공시적 관점에서 보는 모성을 위주로 생각해야 될 이야기인데 이걸 '순응의 증거'라고 하니까 이야기가 이렇게 되네요. 무엇보다 소설은 절대의지에 맞추어 세상과 공조해가는 이야기도 아니고요.
그리고 여전히 결정론적 우주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무엇보다 루이스가 미래로부터 불분명하게 정보를 받아내 세상을 구하는 클라이막스를 억지로 구현하는 시점에서 영화의 우주는 소설의 우주와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어버립니다.
17/02/05 01:15
죽음과 비극을 받아들이는 기존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순응을 느낄 수 있죠. 예를 들면 <햄릿>의 오필리어같은 존재처럼요. 운명에 순응하는 게 아니라 비극과 불행을 의지로 선택하는 작품이 과연 있는지 저는 의문이 듭니다.
17/02/05 01:23
루이스에게 딸의 인생사는 죽음으로 결론지어지는 비극이 아닙니다. 소설속에서도 주인공은 우주때문에 딸의 죽음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하는 것으로 그려집니까? 헵타포드가 결정론적 우주에서 노예가 아닌 것 처럼, 주인공 역시 딸의 죽음이라는 일련의 사건에서도 목적성을 찾고 자신의 의지와 합치하며 걸어나갑니다. 영화는 그것을 연출적 한계로 그것을 선택으로 보여준 것이고요. '딸의 탄생과 죽음 = 비극 = 선택할리가 없는 것 = 따라서 순응.' 이라는 것은 연출적 면을 빼고서라도 논리로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17/02/05 01:39
한 마디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상상력이란 너무나 유아적인 거죠. 영화가 sf적 상상력을 얼마나 퉁쳤냐는 것은 사실 별 거 아니라고 봅니다. 거기서 드러나는 극의 수준이 문제지...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라는 건 실은 대중영합적인 타협과 통속적인 정체성, 혹은 유아기적인 상상력 그 자체인 거죠. 서사의 미학에 비춰봤을 때 결코 긍정할 수 있을 만한 오리지널리티는 아니죠. 서사의 미학은 바로 그러한 것들을 부정하면서 발전해온 것들의 역사니까요.
17/02/05 00:54
가족과 통화하면서 스트레스받는 군인과 극우? 라디오DJ의 방송은 자연스레 폭탄 설치하는 장면으로 개연성있게 이어집니다. 일부러 침투한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쌓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거죠. 그와는 대조적으로 더 큰 화합을 위해 죽을것을 알면서도 문자를 전하는 임무를 완수하는 외계인의 모습에서 시간을 초월하여 생각할 줄 아는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언어학자도 그 문자를 통해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을 얻어 섕 장군의 마을을 돌리는데 성공하고 인류의 화합에 기여하게 되는거구요.
서로 통신을 끊었다 각각 받은 1/12의 정보를 교환하는 장면을 통해 화합된 인류와 외계 문자 아래에서 통일된 인류의 모습을 만찬회장에서 보여주는 겁니다. 시간을 다루는 영화치고는 패러독스가 상당히 적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너무 과학적인 수사에 매몰되지않고 비유적으로 관객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지만 너무 단순화하지 않고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sf장르의 새로운 클래식이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17/02/05 01:07
뭔가 되게 재미없다는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글을 읽고나니 조금 더 명료해지는 거 같아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예술이라는게 은근히 엄밀해서 약간이라도 안일하게 접근하면 결과물은 심하게 벗어나버리는... 이 영화의 패착이 어디서부턴지는 글쓴분께서 짚어주셨지만, 저에겐 '뭔가 되게 재미없다'라는 총체적 인상으로써 남아있습니다. SF영화의 팬으로서의 아쉬움이 커서 그런 것일수도....
17/02/05 01:09
이 영화 원작도 모르고 심지어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고 본게 다행이구나 싶었습니다.
원작을 알았다면 딸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플래시백이 사실은 미래에 대한 회상(?)이라는 걸 이미 다 알고 봤겠죠 영화 막바지에 사실은 미래에 대한 얘기였다는걸 알았을때의 충격과 그걸 알고도 그 운명으로 향해가는 주인공에 대한 여운만이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인 부분이었거든요... 나머지는...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병사의 컷이 중간중간 맥락없이 나오는건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었는데... 영화 보고 나서 감독이 드니 빌뇌브인걸 알고 '아, 그랬군' 했습니다. 어쩐지 뜬금없이 끼워넣었던 시카리오 부패경찰 에피소드들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어쨌든 제 한줄평은 '올해 본 영화중 가장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입니다(물론 지금은 2월) 다음 영화는 로건으로 정했습니다만...왠지 속을걸 알고도 정해진 운명을 향해 가는 느낌이
17/02/05 01:55
사실 그런 플래시 포워드 연출이야 이제는 정말 흔하고 진부한 기법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좋지만..
개인적으로 로스트 시즌3의 플래쉬 포워드를 최고로 칩니다. 하하
17/02/05 01:09
주인공이 시간의 동시성을 지각하게 되는 과정과 모습을 좀 더 세심하게 다뤄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분명 남긴 합니다. 어머니랑 같이 보러 갔는데 어머니는 "결국 여주인공이 초능력자가 된거 아니냐"면서 좀 시큰둥해 하시더라구요. 그런 반응이 저도 이해가 되구요. 반면 폭탄신 같은 경우는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병사들의 반응도 이해가 가고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다루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고등한 외계인들 조차도 순순히 결과에 따르는 존재라는걸 보여주면서 여주인공의 선택에 설득력을 준 느낌이라...반면 클라이맥스와 그 묘사는 확실히 좀 상투적이었던 것 같네요. 비슷한 방식으로 좀 더 세련되게 다룰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
17/02/05 01:48
일종의 과학 포르노죠.
- 정치논리에 매몰된 미개한 중생들을 순수한 열정을 가진 과학적 예지자가 구원한다는 판타지의 실현. -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사태 인식의 비선형성이란 소재는 그 도발성이 구체화되지 않으며 그냥 소재일 뿐. 왜냐하면 그것이 소재화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팔리니까. 포르노 배우가 누구고 역할 뭐든 그 배우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팔리듯.. - 따지고 보면 '루이스가 외계인들과 외계어 하다보니 미래를 예지하게 되어 극적으로 인류 대타협 이뤄내고 결혼해서 딸내미 키움'이 결론인데, 여기서 핵심은 '극적으로'. 즉 결국 드라마 놀음이란 장르적 쾌감에 천착한단 거고..마치 포르노의 '스토리' 같은 기능을 하죠. 가히 과학 상상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나비 효과>가 낫죠. 그것도 결국 미래 예지 상상딸인 건 똑같으니까. 까놓고 말해 예지자로서의 주인공의 선택도 더 장렬하고...
17/02/05 01:59
극의 비중이 딸이 아니라 히어로 놀음으로 옮겨갔을 때부터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죠. 거기서 영화의 sf적 상상력은 끝정났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것도 원작을 봤기 때문에 하는 소리일 수 있겠지만요
17/02/05 02:01
전 과학 포르노가 되기에는 조금 모자르다고 보는데 이 영화가 과학포르노이기를 선택했다면
국가들 사이의 연구팀의 협력과 루이스 이외의 연구자들의 이성적 모습, 그에 대비되는 군인들의 비이성을 보여줌으로서 정치와 더불어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의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군인들의 도구적 사고와 폭력도 적당히 제시해주고 거기에 발맞추어 위기발생의 원인도 미군이 되는.. 차라리 미군을 설득하는 것이었다면 유언전달보다 더 납득할만한 영웅서사도 가능했을 것이고 '미국인' 언어학자가 비이성적인 중국과 제3세계의 행동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는 과학 포르노와 미국 포르노의 불완전한 결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비선형적 시간인식이라는 소재 자체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어필될 수 있을지도 몰랐습니다. 사실 소설의 아이디어를 치하하긴 했어도 궁극적으로 주인공의 체험에 대한 공감대는 그것에 대한 설득력있는 테드창의 서술이 있었다기 보다는 모성애라는 소재에 있었기 때문에.... 전 그래서 영화가 그 부분을 캐치했다면 보다 모성애 중심적인 영화를 만들어서 지금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작품이 이상해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된 결론에 대해 생각해보면 사실 '딸을 키우는 것'과 '인류 구세주'는 정말 무서우리만치 아무 관계도 없군요. 나비효과가 낫다는 데 동감합니다. 선택도 선택이지만 연출적으로도 컨택트보다는 훨씬 일관성있게 시점을 유지해주고요.
17/02/05 02:47
돌이켜 생각해보면 <story of your life>가 영화화에 애시당초 부적합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헵타포드 언어와 결정론적 인지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은 관객 상대로 사고 실험 강의하는 꼴이 되기 쉬우니까요. 원작은 모성 드라마가 영화처럼 잉여스러운 에필로그처럼 제시되진 않지만, 어쨌든 이것이 비선형적 시간 인식이라는 소재가 가진 잠재력과 잘 호응하는 방향은 아니기도 하고요. 즉 원작 자체가 2시간 분량의 영화로 영상화 하는 것 자체가 용이하지 않을 뿐더러, 소재 활용에 있어 결함이 있기는 매일반이라...빌뇌브가 끔찍할 정도로 태만하고 안일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만 다른 감독들이 성실하게 접근했다고 하더라도 이 소재를 제대로 다루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출중한 창작자들은 감상자의 상상의 한계를 깨곤 합니다만.
해서 차라리 빌뇌브가 Tower of Babylon을 영화화하는 게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빌뇌브가 특유의 비주얼 묘사로 바벨탑 위용에만 올인해도 8할은 먹고 들어갈 텐데. 드니 빌뇌브가 이전에 연출한 단편 <다음 층>과도 맞닿는 구석이 있기도 하고요. 거기다 중동, 인간의 분열, 천상에 도달하고자 하는 초월/상승/정복욕, 원점 회귀 같은 소재는 <그을린 사랑>을 연상시키는데다 시의적인 주제이지요. 윤리주의적인 작가론적 접근 좋아하는 저널들이 앞다투어 추켜세웠을 듯..
17/02/05 01:53
원작을 알고 영화를 보니깐 전혀 모르고 본 사람이 어떻게 느꼈을지, 얼마나 이해하기 쉽게 만든 건지 감이 잘 안 오더군요.
그런데 다른 게시판에서 'sf인 줄 알고 봤더니 모성애 신파극이더라'라는 평을 보고 조금 더 생각해 봤는데 책이 더 쉬웠고 더 감동적이었어요. 딸이 죽을 걸 알면서도 낳는 걸 선택한 것처럼 묘사되니까 저런 말이 나오는 건데 사실 선택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읽은 지 좀 돼서 가물가물한데 원작의 헵타포드는 몸통에 다리 달린 구조가 정칠면체 아니었나요? 영화는 사람 손 같은 느낌이더군요 외계인의 앞뒤 없는 모양새도 주제랑 연관이 있지 싶은데 말이죠. 열매 먹는 장면도 안 나오고요 저 장면을 기대하고 봤는데 고작 이안이 걷는다 한 장면으로 퉁치다니... 중국이나 폭탄 테러 대신 문자를 배우는 과정을 원작처럼 상세하게 다루면 좋았을 거 같지만... 영화가 팔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고요
17/02/05 02:03
그렇죠. 원작의 희열은 사실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나오는 감동인데 영화에서는 그게 흔한 가족주의 신파극이 되어버리죠.
17/02/05 02:04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인 페르마의 원리를 삭제함으로써 이 영화는 원작의 매력을 반쯤 삭제시켰습니다. 페르마의 원리는 헵타포드의 세계관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 소설의 구조 그 자체이거든요. 소설의 구조는 빛이 굴절면에서 꺾이는 모양을 시작점인 a와 종착점인 b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정확히 중간에서 분기점으로 만나는 모양 그 자체입니다. 가장 처음 언어를 배우는 부분과 딸의 죽음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정 가운데(현재)가 딸의 탄생을 결정짓는 "그 날"인거죠. 연출로 따지면 메멘토와 가장 비슷하군요. 즉 현재에서 미래를 알지만 나아간다는 반전을 마지막에 넣은 건데 영화에서는 헵타포드 글자를 본 첫날부터 미래가 보입니다;; 아직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그 글자를요. 무슨 미래예지 아티팩트도 아니고 말이죠. 그리고 그 글자의 특징(전체 구조를 알아야만 쓸 수 있는 모양)을 살리기엔 시각적인 고민도 많이 부족했구요. 여러모로 가장 실망스러운 각색 중 하나였습니다.
17/02/05 02:12
페르마의 원리 파트에 대해 전 그렇게 필수적이라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것보다 간단하거나 직관적으로, 혹은 예술적으로 우주의 구조와 헵타포드의 언어와 사고를 납득시킬 수 있는 우주에 대한 원리와 개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할 수도 있고요. 제가 이 부분을 생각하며 가장 걱정한 것은 게으르게 나레이션으로 페르마의 원리를 설명하며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이 조차도 뛰어넘어 아예 설명조차 하지 않아서 어찌보면 대단했고요.
그리고 언어는.....언어에 대해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고 관객이 알아서 이해할 것을 전제해서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였습니다. 등장할 때 마다 민망할 정도였고요. 영상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기대한 부분이었는데
17/02/05 02:05
소설은 읽지 않았고 영화만 보고 나름 판단했을 때, 순응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선택이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이 영화에선 미래와 과거의 인과관계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순서가 없는 것처럼 그려집니다. 그래서 미래의 자기 딸을 본 이상 이미 자신은 딸을 낳는 선택을 한 거고 그걸 벗어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이게 얼핏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인이 선택한 것을 순응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잖아요.
17/02/05 02:11
저였다면, 딸의 죽음 장면으로부터 시작해 계속해서 딸의 과거 모습을 되돌아가면서 회상하는 느낌으로 가다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식으로 뒤통수 때릴 것 같습니다. 원작의 순서를 그대로 가져오긴 했지만 그게 제일 나아요.
17/02/05 02:23
위에서도 한 얘기지만 극의 비중이 딸에서 히어로 놀음으로 옮겨갔을 때부터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죠. 발상이 곧 구조가 되고 그것이 곧 형식이 되어가는 원작의 트릭과 그것의 카타르시스에 비교해봤을 때 솔직히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발상은 발상대로 따로 놀아서 모순이 생기고, 모순이 생겨도 헐리우드의 유아적 상상력으로 대충 넘겨버리고, 해서 극의 형식은 구태한 형식과 문법에 편하게 기대버리고...
17/02/05 02:54
연출, 카메라, 편집 등을 구분짓고 싶지는 않지만 구체적으로 이 영화가 선택한 방식중에 가장 맘에안드는 것을 꼽아보면 숨막힐듯한 기술적인 카메라워크가 최최악이였습니다. 전지적시선을 표현한것인지 전혀 공감되지 않고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영화내에 운동성을 활용한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없고 촬영조차 sf식. 그래서 인지 편집도 최악을 달립니다. 감각적 표현 없이, 시작부터 음악으로 분위기 잡고 오직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한 기계적 샷이 연속해서 나오는데 바이럴 광고 보는줄 알았습니다. 정보전달을 위해 선택한 방식 조차 형식적이여서 캐릭터에 대한 접근자체를 막아버립니다. 세련되지도 않아요. 돈냄새도 이런 돈냄새가 없네요. 모든곳에 자신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었던 드니빌뇌브는 연출적으로 다른 감독들과 다른 무엇도, 심지어 헐리웃 감독들과 돈벌이 경쟁을 위한 무엇도 보여준게 없네요. 미니멀한 미장센이 어쩌구 저쩌구 거장흉내 안내면 좋겠어요.
17/02/05 09:43
어제 아내, 딸하고 같이 봤는데 2017년 첫 영화가 닦이영화가 아니었다는데 크게 만족하고 나왔습니다...흐흐...--;;
17/02/05 10:59
사실 유아적<->난해함이 크게 상치되진 않긴 합니다. 스폰지밥을 진지하게 보려고하면 그보다 난해한게 없거든요. 그냥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향 차이인거 같습니다.
17/02/05 12:20
그게 반대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통하죠. 일반인에겐 제대로 그 의미나 느낌을 전달 못했으니 난해한 거고, 매니아한텐 만듦새가 시원찮고 상상력이 빈곤하니 유아적인 거고...
호평들이 의아할뿐인 범작이라고 봅니다. 유일하게 영화 속에서 와닿는 부분은 소설 속 내용 그대로 가져온, 각색도 영화적 연출도 의미없는 미래엿보기 뿐이라니...실망스러울수밖에요.
17/02/05 16:17
이런 표현 좋아하지 않지만 소위 '설명충'들이 이렇게 많은 영화를 난해하다는 건 그냥 신기한 감상이고..
영화의 후진 부분은 친절함이나 난해함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17/02/05 16:28
저도 난해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으니 하는 말이죠.
그걸 '그냥 신기한 감상' 취급하는 건 좀 보기 안 좋네요. 본문을 보고 '그냥 신기한 감상'이라 그러면 기분이 어떠시겠습니까?
17/02/05 16:34
이렇게까지 설명충으로 점철되어있고 갈등구조와 해결이 단순한 영화를 난해하다고 하는 것에 적절하고 비공격적으로 표현할 말로 '신기한'을 꼽았는데 이게 그렇게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무엇이 좋을까요? 부적절한 감상? 저도 남의 감상 그 자체를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했는지 궁금하네요.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하여 질문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본문을 보고 저한테 신기한 감상이다 해도 제 기분은 괜찮습니다.
17/02/05 16:46
남의 감상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시다면서 이 작품을 난해하게 바라보는 걸 비난하려니 저런 표현이 나오시는 거죠. 아무리 하시려는 말씀이 온당하다해도 남의 평가에 신기하다고 말하는 건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실상 "너 이상하다."라는 표현에 다름없으니까요. 이 작품을 난해하게 바라보는 것이 틀린 것이라는 판단부터 버리세요. 감상을 풀어내는 논리는 틀릴 수 있을지언정 사람이 느끼는 바에 틀린 것이 존재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17/02/05 16:53
전 어떤 감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신기하다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이 작품을 난해하게 볼 수야 있죠. 단지 영화가 의도했던 바와 영화에서 나타났던 바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감상방법일 뿐이고요. 이걸 배척할 이유는 없습니다. 굳이 다른 영화의 예시를 든다면, 위플래시를 보고 교육자의 참모습을 그려낸 영화라는 감상들이 있었죠. 정말 엄청난 오독에 가까운 이런 감상들의 느낌도 물론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커뮤니티에서 공개적으로 발화했을 때 작가적 의도와 너무 반대로 읽은 당신의 감상은 이상하거나 신기하다는 소리조차도 '공격적'이라서 하지말아야 하고, 그게 '버려야 할 생각'이라고 주장하시는 거야 말로 진정으로 공격적인 태도라고 봅니다.
17/02/05 17:14
님. 아무리 손가락이 이뻐도 중지를 세우고 있으면 욕이 됩니다. 표현이 완곡하고 부드러워봤자 "너 이상하다."라는 모욕적 내용을 담고 있으면 듣는 사람이 불쾌한 법입니다.
정말 오독하고 있다고 보신다면 오독이라는 논리를 설명해야죠. "너 신기하다. 이상하다."라는 워딩을 써봤자 싸우자는 말 밖에 안 됩니다. 더 좋은 방법은 그냥 그들만의 감상이라 넘어가는 겁니다. 상대의 감상이 나의 감상을 부정하지도 않는데 굳이 비비고 싸울 필요 없죠. 처음에 어떻게 표현해야 되냐고 물으셨죠? 그냥 "난해한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작품의 문제점은 난해함이나 유치함과는 별도 입니다."라고 그들에 대한 가치판단을 안 하셨음 됩니다. 전 나와 다른 감상은 다 그럴만 하다고 넘어갑니다. 때로는 그렇게 느끼는 이유를 대신 분석해보기도 해요. 그러다 논리 전개나 근거에 문제가 있으면 지적하지, 그 감상 자체가 잘못이라고, 신기하다고 하진 않습니다.
17/02/05 17:22
처음에는 충달님의 의견에 공감했지만 갈수록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서 벗어나는데 이 정도라면 저는 충달님의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커뮤니티에 자신의 감상을 발화한다는 것은 그것을 바탕으로 의견을 교류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감상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의 존재가능성에 대한 해결방법이 '그냥 넘어가는 것'이라니 황당하지 않나요? 물론 제가 난해하다는 것이 신기한 감상이라는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엄밀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제가 난해하다는 감상을 한 사람한테 직접 발화하는 것도 아니고 제3자의 전언에 대해서 말하는 중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난해하지 않음을 이미 이해하고있기에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없음을 전제할 수 있었고요. 이걸 난해하게 보았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감상을 존중하기 위해 나타나지도 않은 불특정 다수의 오독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것이 아니면 '신기하다'라는 완곡한 모욕은 있어서는 안될 공격적 태도였으며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고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라니... 전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충달님의 다른 감상을 접하는 태도는 잘 알겠습니다.
17/02/05 17:45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감상 자체는 어떻게 나와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 근거를 비판할 순 있지만, 근거를 두고 설명하는 사람은 인터넷에 별로 없지요. 그러니 그저 그러려니 합니다.
저는 개연성도 없고, 연기도 엉망에, 연출도 구린 어떤 작품을 "쓰레기"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들에게 정말 몰매를 맞았죠. 그 이후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불쾌하게 할 만한 워딩은 자제했습니다. 이후에 비평은 관객이 느낀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영화와 관객 사이의 마담뚜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옳은 감상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관객이 원하는 수많은 옳은 감상이 존재하는 셈이죠. 이후에는 어떤 감상도 옳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들이 맞네 틀리네 하는 것 보다 좋은 작품을 알기 쉽게 분석하고 설명하는 게 훨씬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평가를 보고 넌 맞어, 넌 틀려, 이런 행동은 그만 두었습니다. 완곡하게나마 타인을 "영알못" 취급하는 것도 자제하고 있고요.
17/02/05 18:27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무한한 세계를 통해 희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제약하고 제한하는 영화들에 대한 피로감과 아쉬움은 말할 수 없죠.
그래서 타인의 감상에 대해 깊히 파고들어서 진솔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로 어떤 '크랙'처럼 사용한게 아니였다면 신기하다는 표현이 기분나쁠 수 있고 필요한 말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선명한 거리감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신기하다'는 표현이 나오기도 하고 어떤 공격적 의도도 없을 수 있지만, 같은 영화를 보았다는 경험이 우리를 묶어준 경험이기에 이 감상 차이에 대한 신기함은 양쪽 모두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순간에는 말할 수 없는것에 대한 막연한 인지로 그냥 침묵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있는것을 고민해보는 이 정성스러운 글에 추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신기하다는 표현은 감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제 3자의 전언에 대한 표현이였고, 도덕적으로 따질 수 있는 표현도 아니지만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표현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마스터충달님이 이 영화에 대한 평을 이전 글을 통해서 보여줬고 본인이 밝혔듯이 중도적 입장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실관계가 때로는 큰 입장차이를 만들기도 하는듯 합니다. 합의할 수 없는 원댓글에 대한 질문을 감독에게 돌려보면,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하는데 관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는 너무나 가치있는 질문이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태도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느껴지는것은 구태한 형식에 기대는 어떤 고민도 하지 않은듯한 불성실함이 느껴지기에 이 감독에게 그런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하면 천만관객을 유치할까를 고민하는 사업가적 고민밖에는 안될것 같네요.
17/02/05 18:23
제가 유아적이라고 한 건 영화의 상상력에 고대 서정시적 특징 혹은 개화기 서사적 특징(작위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자아=세계 수준에서 상상력이 발휘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만.. 위에서 어떤 분이 미국 포르노라고 했던 지적과 근본은 같은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화자의 존재.. 영화로 치면 시선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는 건데, 문제는 그 존재감이라는 게 실은 자위적인 상상력(어쩌면 위에서 몇몇 분들이 해주신 표현대로 가족주의 신파가 될 수도 있고 미국 포르노 또는 과학 포르노가 될 수도 있는..)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제가 쓴 표현도 언급하셔서 작게나마 해명해봅니다..
17/02/05 18:33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창작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한 쪽에선 유치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쪽에선 어렵다고 불만이고, 그러니 참 갑갑하겠다 싶어 남긴 말이었습니다.
아래 어떤 분 말씀따라 그런 세속적 전개조차 없었다면 지금만큼 흥행할 순 없을거라 봅니다. 그 세속적 전개 속에서도 깊은 철학적 사색을 읽어내는 사람도 있고요. 그렇다고 영화가 다소 띄엄띄엄 넘어간 면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죠. 저는 영화를 좋게 봅니다만, Samothrace님의 말씀이 납득이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17/02/05 18:42
덧붙이자면 시선의 존재감(작위적인 상상력)은 큰데 대중적인 감성을 찍은 만큼 정작 감독의 목소리는 작았죠. 괜히 게으른 각색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흥행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만.. 물론 거기에 대해서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비평이라는 것도 감독을 비난하는 일은 아니죠.
여담이지만 저도 재밌게는 봤습니다.
17/02/05 18:54
근데 솔직히 비난..까지는 아니더라도 솔직히 좀 미워하는 마음은 생기더군요. 나으 당신 인생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야으으.. 까고 말해서 너무 원작과 비교해서 말한 면도 있습니다. 원작 위주의 감상은 별로 안 좋아해서 상실의 시대 영화판도 꽤나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죠..
17/02/05 19:22
원작과 비교하면 내용의 부실함은 필연적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게 소설과 영화의 차이이기도 하고요. 대신 비주얼과 음악은 건졌으니 영화도 영화만의 매력은 있는 셈이죠.
17/02/05 11:49
분명한건 글쓴이가 원하는대로 영화만들었으면 흥행참패라는것이죠. 당신인생의이야기를 몇번이고 읽었지만 네인생의이야기는 영화화할만한 작품이 결코 아닙니다
글쓴이말대로 식상한 전개 곧 대중적인 전개방식을 도입했음에도 관객들 대부분은 졸린 영화 수면제영화라고 혹평하는데 글쓴이가 원하는대로 만들어졌으면 이 영화 만들지도 못했을겁니다. 투자자가 안나와서. SF다보니 제작비도 꽤 많이 들어갔을텐데
17/02/05 12:39
확실한거는 위의 평대로 모든것을 설명하려고 만들었다면 영화의 완성도와 흥행은 물건너갔다는거에 동의합니다.
앞으로도 SF마니아에게 만족할만한 SF영화는 흥행하기 힘들어서 없다시피 할텐데요..
17/02/05 13:02
저도 원작빠고 테드 창의 모든 소설 수십번 읽었습니다만 이 영화는 최근 몇년간 본 영화중에 최고일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피지알에 이상하게 이 영화 혹평들이 많은데 바빠서 일일이 반론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이 영화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한표 행사해 봅니다.
17/02/05 13:08
지금 확인해보니 샹 장군(각본 확인해보니 chairman of People's Liberation Army니까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이네요.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을 제너럴 샹이라고 호명하는 것은 너무 무성의한 거 아닌지...이름도 Shang인데 이거 Shanghai라서 Shang인 거 아닌가 몰라요...-_-;)이 루이스에게 귀속말로 알려주는 아내의 유언은 "In war, there are no winners, only widows."라고 합니다. 손발이 퇴갤...빌뇌브가 멘트 짜라고 시켜서 각본가가 몇 주 동안 고민해서 작성했다고 하는데, 최종 편집본에서는 빌뇌브가 제외했다고 하네요. 아마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불만족스러운 멘트였던 듯..
17/02/05 14:40
최종편집에서 빌뇌브가 제외한 건 자막 부분이 아니었을까요. 자막만 안 나왔을 뿐, 샹 장군에게 루이스가 마지막 통화할 때 중국어로 얘기할 때 들리지 않나요? 물론 자막을 제외했든 그 부분을 아예 뺐든 중요한 건 미래 기억을 가져와서 막았다는 거지, 그 (유언)내용이 아니라 판단해서 그랬던 거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후반부는 지나치게 감상적이긴 합니다...)
17/02/05 23:52
도대체 중국이 어쩌고 하는 그 맥락은 왜 집어넣은건지 모르겠더군요.. 그것 때문에 순식간에 값싼 영화가 되었죠. 모성애 코드 자체는 원작에서도 충분히 나왔던 터라 뭐...
17/02/06 12:17
일단 지적하신 히어로물같은 서사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노잼이었습니다. 페르마의 원리를 들어낸 목적이 유잼을 위해서라면 처참한 결과라고 느꼈네요. 근데 일견 이 감독은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보이기도 해요. 결정론적 우주같은 주제보다는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더 관심이 있어보였거든요. 루이스가 이안에게 미래를 안다면 미래를 바꿀 선택을 하겠느냐? 라고 했던가.. 이 대사를 봐도 결정론적 우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없다는걸 알수있고요. 원작을 알고 좋아하던 분들에게는 불만족스러울수밖에 없는 각색이지만 영화 자체로는 나름의 의미를 지니지 않나 마 그렇게 생각합니다.
17/02/07 18:49
참고로 제 개인평을 남기기 전에, 누군가가 어떠한 접근법으로 컨텐츠를 소비하고
감상하였는가에 대해 매우 관대한 편을 미리 밝힙니다. 그 누구던 자신이 소비한 행위에 대해 가볍든 진중하든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음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따라서 제가 고무적으로 접근한 작품의 가치를 폄하당하거나 외면하려는 반응을 목격 하더라도, 그 자체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려하지 않습니다. 그것 역시 소비자의 고유한 스텐스니까요. 게다가 저와 전혀 반대 방향의 접근법을 제시하는 상대의 에티튜드가 존중받아 마땅하면 그것 역시 작품을 향유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전 글쓴분의 리뷰를 매우 흥미있게 보았고 전반적으로 많은 부분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 뒤의 댓글 양상은 다소 아쉽네요. 전반적으로 작품에 접근하는 올곧은 태도가 타인의 다양한 반응에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된 느낌입니다. 화두가 된 본 영화와 원작과의 거리는 '컨택트'라는 개봉명과 원작명 'arrival'의 사이만큼 떨어져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 역시도 원작이 훨씬 좋았습니다. 댓글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원작 자체가 영상화하기에 너무나 리스크가 큰 작품이지요. 분량부터가 단편이고, 언어학과 물리학같은 여러 전문적인 소재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고, 소설이라는 매개- 즉, '텍스트' 속성이 주는 시제 변경과 단어의 제약 등을 통해 작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테마를 더욱 빛나보이게 하는 작품이다보니, 장편 영화로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었습니다. 영화가 원작의 가장 큰 메리트를 세련되지 못하고, 다소 편협한 방향으로 퉁 친친 각색이라는 점에서 동의합니다. '시나리오'라는 텍스트 자체로 놓고보자면 합격점을 줄 수 있는 결과물은 결코 아니지요. 하지만 드뇌 빌뇌브는 아쉬운 각색을 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원작과는 차별화 두려는 시도를 합니다. 이를 절대 게으른 접근이라고만 폄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고로, '원작을 뛰어넘었다, 원작의 아성을 잘 따라갔다' 수준까지는 절대 아니지만, '원작을 이 이상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정도는 된다고 봅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 보면, 감독이 어떤 부분을 고민했고 타협했는지가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원작의 전문적인 접근법을 고스란히 담기에, 투자사나 관객이 기대하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고, 단편 이야기 구조를 장편 네러티브로 재구축할 때 발생하는 필연적인 한계 또한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 모든 리스크를 묵묵히 끌고가는 감독의 뚝심에는 경의를 표할 정도 였습니다. 탄탄한 연출과 인상적인 음악, 배우들의 호연은 원작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물론 클라이막스의 작위적인 갈등구조는 헐리우드식 시네마틱 모멘트로 넘어가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엔딩에서의 연출점과 정서는 원작 이상으로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장르적으로 타협을 할 거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정도의 인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기위해 원작 개정판을 구입하고, 백과사전에서 전문용어를 검색해가며 원작을 읽은 저로써는 두 작품 모두 다른 의미에서의 충족을 얻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쁩니다. 비록 여러가지 다른 방향의 반응들이 나오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듯, 이 또한 작품을 향유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니까요.
17/02/11 08:12
어제 이 영화를 처음 접했고, 쉬이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있어 자게를 검색하다보니 이 글에 들어왔습니다. 본문과 다른 분들의 댓글을 보니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만, 그래요, 님이 말한 [신기한 사람]이 바로 저였군요?
갈등 구조와 해결이 단순한 영화라는 언급에서 이 글에 대한 님의 자신감을 한참 넘어선 오만이 느껴집니다. (이래서 선행학습이 중요한 거군요) 님에게 신기하다는 표현이 그냥 쿨하게 넘어갈 수 있는 범주의 표현일지언정 타인에게는 모욕과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쉽습니다. 어쨌거나 글이란, 누구의 말처럼 돌고돌아 더욱 날카로운 칼이 되어 돌아와 훗날 자기 자신의 가슴을 찌를 수도 있습니다. 업무상 원고 기획과 교정, 검수할 일이 많은데 제 아무리 엉터리 원고가 날아와도, 원고를 준 사람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감히 신기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뭔가 깊이 생각할 이유가 없어요.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할 것이 거의 분명하거든요. 특히나 님의 경우 원작에 대한 지식이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얄밉군요. 저도 언제고 소설 원작의 SF 영화가 개봉하면 냉큼 달려가 감상한 다음 원작과의 실랄한 비교 분석, 각종 현학적 표현과 쿨내 진동하는 감상을 통해 저의 고상한 식견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아, 감상문 자체는 잘 읽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음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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