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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1/31 22:49:42
Name tjsrnjsdlf
Subject [일반] 연휴기간동안 뒤늦게 곡성을 봤습니다.(스포 있음)
갑자기 영화감상문들이 몇개 올라오길래 저도 좀 삘을 받아서 적어봅니다. 이후 문장은 편의상 평어로 적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태생적으로 겁이 많은데다가, 남의 손에 이끌려 몇번 본 공포영화들이
죄다 스토리라곤 전혀 없고 그냥 찌르고 베고 썰고 하는 영화들 뿐이라 공포영화를 포르노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곡성이 개봉했을땐 정말 고민 많이 했다. 나 역시 한국인 특유의 대세추종(...) 성향이 있어 소위 대세
영화는 왠만해선 보는 편인데, 하필 대세영화가 공포영화였기 때문이다. 결국 차일피일 미루다 놓치고 말았다.
그때의 아쉬움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연휴기간에 곡성을 집에서 VOD로 보자고 동생이 말했을 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본래 보기로 한 영화는 따로 있었는데, 보기 직전에 갑자기 곡성에 서로 꽂혔고 결국 한번은 봐야할 영화란 생각이 들어 곡성을 보게 되었다.

스토리적인 면을 우선 살펴보면, 곡성에게 내가 느낀 감상은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오컬트+스릴러 영화에 가까웠다.
특히 오컬트적 비중이 2나 3이면 스릴러 비중이 7~8은 된다고 느꼈을 정도였는데, 이는 작중 나오는 일본인이
진짜 악역인지 아닌지, 황정민의 굿이 효진이와 일본인중 어디를 타겟팅하는 것인지등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극에 달했다.
정말 뜬금없지만, 내가 황정민이 악역이 아닌가 처음 의심하기 시작한 장면은 1000만원을 내라는(...) 장면이었던것 같다.
또 작중 인간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일본인과 무명(천우희)이 나올때마다 극도로 고조되는 긴장감은 호러 영화들에서
연쇄살인범이나 괴물이 나올때 느껴지는 긴장감과는 미묘하게 차이가 있엇다. 이런 스릴러 영화스러운 모습은
내가 곡성을 보면서 지속적으로 감탄하게 만들었는데, 이 부분은 공포영화에 대한 나의 편견(무작정 썰고 베고 무쌍~)에 기인하는
부분이 있을것이다. 그외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나오는 개그요소도 괜찮았다. 벌점이 두려워 직접 쓸수가
없으나 곽도원이 친구들에게 같이 일본인을 패죽이러 가자고 했을때 친구가 썼던 '엄x'표현에서 난 육성으로 터졌던 기억이 난다.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영화보다는 나 자신에게 있었는데, 아무래도 공포영화는 물론 기독교적 요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영화의 핵심 요소들 일부를 영화를 보면서는 이해를 못해서 그 긴장구도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부분이 가장 심했던게
마지막 일본인과 이삼의 대치구도에서 이삼이 왜 멘붕하고 가만히 서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성경 구절, 손바닥 상처의 의미등을
몰라서 왜 이삼이 낫으로 덤빌 생각은 안하고 멘붕해서 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낫들고 악마를 쳐죽이겠다고 온 놈이 겁먹고
멘붕한줄 알고있었다.

배우들을 살펴보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3인은 곽도원, 쿠니무라준, 김환희(아역)이었다. 곽도원의 경우 주로 악역을
맡은 인상이 있었고, 특히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최민식 후드려 팰때의 모습이 너무 인상깊어서 그 뒤로도 뭔가 배를 통해
부패를 드러내고 얼굴로 악당의 포스를 보여주는 부패한 악역 전문 배우로 느껴왔는데, 곡성에선 좀 겁이 많고 무능하면서 집에선
엄청 큰소리치면서도 딸은 지극히 사랑하는 소시민적 모습을 너무 잘 보여줬다. 특히 마지막 씬에서 죽어가면서 내가 다 해결할게
하면서 우는 순간엔 나도 모르게 결말이 왜 이러냐고 감독을 욕하게 만들었다. 쿠니무라준은 중간의 도주씬에서의 약자같은(...) 모습과
마지막 씬에서 느낀 포스가 워낙 엄청났다. 특히 '바로 나다' 하는 순간엔 온 소름이 다 돋았다.

가장 무서웠던건 일본인이나 무명, 혹은 시체들이 아니고 솔직히 아역 효진이였다. 앞부분에서 그 순둥하고 귀여우면서도 살짝 까진게
귀여운 시골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던 아이가 난데없이 폭주를 시작할땐... 나도 곽도원처럼 넋나간 표정으로 보고있었다. 현실이야
악령은 없겠지만 나중에 내 딸이 사춘기 제대로 와서 나한테 저럴지 모른다 생각하니까 차라리 요괴랑 싸우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 감상을 끝내고서 느꼈던 부분은 한국 영화가 진짜 수준이 높은것 같다 하는 감탄, 그리고 영화 자체로서 충분한것 같은데
나홍진 감독이 괜히 몇줄 인터뷰를 하면서 상상의 폭을 제한한건 아닌가 하는 살짝의 아쉬움, 내 딸이 나중에 저러면 어떡하지 하는
근본적 두려움(...)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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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로드
17/01/31 23:10
수정 아이콘
작년에 제일 재밌게 본 영화네요.
동네꼬마
17/01/31 23:38
수정 아이콘
무려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제주도 극장에서 스포 피하기 위해 찾아본 영화입니다.
여행하는 내내 이곳 저곳에 올라온 리뷰들을 보며 우와 이렇기도 하구나 하면서 찾아본 기억이 나네요..
보면서도 계속 긴장하면서 봤고, 영화 끝난뒤까지 그 무서운 감정이 남아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저는 원래 본 영화를 또 집에서 보는걸 즐기는데, 유독 이 영화만은 혼자서 다시 보기는 좀 꺼려지더라구요,
보다가 잠들면 악몽을 꾸게 될 것 만 같은 그런 느낌?
tjsrnjsdlf
17/01/31 23:44
수정 아이콘
저도 이런 영화는 혼자보는 일은 없을것 같네요. 사실 동생이랑 보면서도 매우 무서웠습니다 ㅠㅠ
유스티스
17/01/31 23:52
수정 아이콘
스포없이 처음 혼자 볼 때와 한번 보고 스윗박스에서 느긋하게 꽁냥거리며 볼 때와 몰입감이 너무 달라서 딱 곡성같은 느낌의 영화가 나올거 같다 싶으면 무조건 혼자 최대한 시야 다 채우는 앞자리에서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작년 제 선택 중에 칭찬하고픈 순간으로 손에 꼽습니다.
이쥴레이
17/02/01 00:12
수정 아이콘
낚시질에 참 잘 걸렸죠. 마지막 갈등..... 요소는 정말 제 인생 영화중 제가 곽도원이 되어 무엇을 선택해야되나..라고 숨쉬는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저도 뭐가 맞는거야.. 뭘 선택해야되지.. 믿어야 되나 말아야되나... 제가 곽도원이 되어버렸죠.

관객에게 아주 감정이입을 잘 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16년 본 영화중 첫손가락 영화라고 하고 싶네요.
미친 영화였습니다. 저에게는...
tjsrnjsdlf
17/02/01 00:16
수정 아이콘
진짜 지금 생각해도... 제가 곽도원이어도 들어갔을것 같습니다. 솔직히 귀신인거 알았으면 못믿죠. 그래도 살아있는 인간인 황정민을 믿고 말지... 더군다나 무명 말 들었어도 가족들은 죄다 죽었죠. 본인만 안죽었을 뿐...
17/02/01 00:18
수정 아이콘
이리끼워도 말이 맞고 저리끼워도 말이 맞으니.
수많은 해설서들을 낳은 훌륭한 낚시 영화죠.
영화관 개봉 첫날에 예매해서 (영화의 대한 정보 없이) 몰입과 숨죽임 속의 긴 영상이 끝나고 나니 엔딩 크레딧만 멍하니 봤던 기억이 나네요. 와 미쳤다 이 영화 속으로 외치며 나만 이 영화 볼수 없다고 좀 보라고 동네방네 떠들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별로 좋은 평가들은 안해서 시무룩...
tjsrnjsdlf
17/02/01 02:08
수정 아이콘
그야말로 끝없이 해석본이 나오더라구요. 다만 개인적으론 개연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의외로 몇개 없다고 느끼긴 했습니다. 특히 감독이 몇가지를 직접 말하는 바람에 상당수 시나리오는 의미가 없어졌고... 지나치게 세부적인걸로 나누는경우를 제외하고 큰 틀로만 분류하면 한 2개정도만 남은것 같더군요. 가장 많은 사람이 떠올릴 무당+일본인 악역 and 무명 선(혹은 중립)역설, 일본인의 성흔과 마지막 대사의 기독교적 맥락을 고려해서 일본인 선(혹은 중립)역설(이 설에선 무명을 일종의 대립하는 지역신 개념으로 보더군요.).
라이징썬더
17/02/01 00:24
수정 아이콘
곡성이나 올드보이 같은 한국영화들이 많아졌음 좋겠죠. 요즘 나오는 소위 대작급 한국영화들은 지나치게 진부해져 가는 감이 있어요.
17/02/01 00:57
수정 아이콘
공포영화가 아니죠
탐나는도다
17/02/01 05:44
수정 아이콘
정말 훌륭한 영화에요
근데 진짜 감독 인터뷰로 좀 망쳤어요
해석이 분분해서 더 재밌는 영화인데
맞다 아니다를 감독 입을 통하게 되서 너무 아쉬웠어요
tjsrnjsdlf
17/02/01 11:28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ㅠㅠ... 감독 인터뷰만 아니면 가능한 해석본이 한 5개도 넘게 나왔던것 같은데 감독이 인터뷰로 마지막 씬에 대한 해석, 곽도원이 집에 돌아가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해석 등을 정해버리니까 남은 해석은 그냥 2개가 된거 같아요.
블루씨마
17/02/01 08:41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2016년 최고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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