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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1/30 18:33:25
Name snobbism
Subject [일반] 매우 늦은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16 후기 (데이터x스크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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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도심 속 음악 축제'를 표방하며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런 축제들의 시작은, 매년 가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하 GMF)이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 테니스장에서 시작할 때는 장소 섭외도 힘들었고, 주변 아파트에서 시끄럽다고 클레임도 많이 들었다던 페스티벌이
지금은 너무나 거대해져 '도심 속 음악 축제'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GMF에 가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그리고 락페가 다 그렇겠습니다만,
GMF는 GMF만의 묘한 매력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매력들이 사람들을 GMF에 다시 또 다시 가게 합니다.
특유의 파스텔톤 분위기, 다양한 장르와 스테이지 구성 때문에 골라 듣는 재미도 있고, 친절한 민트플레이어(자원봉사자)들,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레이디or가이 선정(이번엔 모델 주우재씨였습니다), 친환경 캠페인 등등...
+ 커플로 넘쳐나는 분위기까지...
    정말 갈 때마다 다음번엔 여자친구 만들어서 와야지! 하고 절로 외치게 됩니다 ㅠㅠ
+ 통계에 의하면 관객 비율이 여:남=7:3입니다. 그런데 이틀 동안 저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2016년의 GMF는 10월 22일부터 23일까지, 올림픽공원에서 열렸습니다. 
그리고 10주년을 맞아서 더욱 색다르고 재미있는 페스티벌이 꾸며졌습니다.
화려한 라인업은 물론이고, 
주최처인 민트페이퍼에서는 GMF 10년의 역사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전광판을 통해 관객들에게 틈틈이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 벅스에서 만드는 음악전문 매거진 '스트림' 창간호가 GMF 10주년 특집이었습니다.
    GMF 자주 가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재미있어요!

2013년에 처음 GMF갔다가 GMF 팬이 되어버린 저는
재작년 연말부터 16년 GMF를 기대하고 있다가, 라인업도 아직 안 떴을 때 블라인드 티켓 2일권을 끊어서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GMF가 끝나자마자 후기를 올리려고 했는데...
페스티벌 끝나고 며칠 지나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는 바람에 쓸 타이밍을 놓쳐버렸습니다. ㅠ...

물론 아직도 TV에서는 답답한 뉴스가 계속해서 들려옵니다.
그렇지만 GMF에 가셨던 분들도, 또 아쉽게 가지 못했던 분들도
좋은 노래와 기억을 공유하면서 다함께 힐링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금에나마 후기 올려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GMF 2016에서 좋았던 무대 6개를 꼽아봤습니다.


6. 안녕하신가영 - 인공위성 (단편집 '인공위성')

(유튜브 김경이님 영상)

GMF 2016에는 네 개의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그 중 올림픽공원 88호수 수변무대에 있는 스테이지가 Loving Forest Garden인데,
스테이지 이름처럼 주로 감성적, 서정적이고 조금은 달달하기도 한 뮤지션들이 주로 이 곳에서 무대를 펼칩니다.
러빙 포레스트 가든의 첫 번째 주자는, 바로 '안녕하신가영' 님이었습니다.
스테이지에 꼭 맞는, 그리고 GMF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가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있을까요?
후렴구에서 눈 감고 bye~ bye~를 같이 반복할 때는 모두 아련한 분위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안녕하신가영님, 싸인 받을 때 가까이에서 봤는데 실물여신입니다. 너무 예쁘시더라구요.


5. 어반 자카파 - 그날에 우리 (1집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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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F 2016 공식홈페이지 사진)

이번 GMF는 민트페이퍼의 여러가지 준비가 돋보인 GMF였습니다.
GOREE라는 LED 손목밴드를 관객들에게 지급했는데요, 
사진처럼 다양한 색의 불빛이 들어오고, 색깔이나 점멸 여부를 개인이 혹은 중앙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도구였습니다.

어반자카파의 준비된 모든 무대가 끝나고 나서, 
조현아님이 "여러분 팔목에 차고 있는 건 뭐죠? 저희도 차고 있는데, 다들 들어볼까요" 라고 말하자 
Mint Breeze Stage가 설치된 88잔디마당에 일제히 수많은 별빛이 생겨났고,
동시에 권순일님이 '그날에 우리' 첫소절을 부르며 앵콜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Baby My Love~  
그때 그 기분을 글로는 전달할 수가 없네요. ㅠㅠ GMF 이틀 동안, 가장 짜릿했던 순간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4. 이한철 - Destiny (불독맨션 1집 'Funk')
(유튜브 yourblur님 영상)

이한철님의 Destiny는 GMF에서 두번째로 많이 불린 노래입니다. (7회, 1위는 페퍼톤스의 New Hippie Generation)
그리고 이한철님은 둘째날 Mint Breeze Stage 첫번째 주자였습니다.

둘째날은 시작할 때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제 기억으론 공연 중간쯤 되자 갑자기 막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민트플레이어분들은 관객들 입을 우비 나르느라 정신이 없고, 관객들도 비 피해서 정신이 없고, 으슬으슬해지고,
우비쓰고 비맞으면서 쏜애플 싸인회 번호표 기다리던 와중에 
Destiny 무대가 시작되자
비고 뭐고, 서있는 사람이건 앉아있던 사람이건, 지나가던 사람이건 다 그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가까이 더 가까이~ Love me! 조금 더 가까이 내게로~"를 따라부르는 모습이 참 즐거웠습니다.
궂은 날씨 따위가 노래를, 사람들을 방해하진 못하더라구요. 


3. 10cm - 스토커 (3집 '3.0')

(유튜브 감귤 Gamgyul님 영상)

10cm는 10주년을 맞은 GMF 무대에서, '발라드 특집'을 준비해왔습니다. 
'십발라'라고 하면서, 발음에 주의해달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크크크

10cm의 사랑노래들(그게 아니고-짝사랑-그리워라-스토커 등등)이 가진 매력은 권정열님의 목소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콜한방님의 표현을 빌려서, (https://pgr21.co.kr/?b=8&n=52833)
"권정열의 보컬에는 깊은 슬픔이 새겨져 있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처연한 노래를 부를 때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고 중용의 자세로 감상하게 되는 힘이 있다.
이 곡은 깊은 감정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자에게 슬픔을 강요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듣는 이들이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이번 GMF에서 '깊은 슬픔에 빠진 스토커'를 듣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이런 스토커도 좋네요.
+ "울지마"라는 응원에 "데이브레이크같은 팀들이 무대에서 우는 거에요"라는 대답은 참 크크크 진짜 10cm스럽습니다.
 

2. 몽니 - 나를 떠나가던 (2집 'This Moment')

(유튜브 EFGH님 영상)

몽니 보컬 김신의님의 가장 큰 힘은 감정표현입니다. 특유의 목소리와 감정표현, 제스처 등이 라이브에서 더 빛을 발하는데요.
라이브에서 슬픈 노래를 보다 더 슬프고 처절하게, 신나는 노래를 보다 더 신나고 흥겹게 들려주는 밴드가 바로 몽니입니다.
  
이 곡은 몽니 노래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데, 단독콘서트가 아닌 락페스티벌에서는 잘 부르지 않더라구요.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애밴드의 최애곡을 거의 맨앞줄에서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 사실 이때 김신의님은 목감기 때문에 컨디션이 별로였습니다. 미친성대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게 아니네요.


1. 언니네이발관 - 혼자 추는 춤 (Single '혼자 추는 춤')

(유튜브 DRUM STUFF님 영상)

이번 GMF에서 제가 가장 기대했고 기대를 150% 충족시켜준 무대, 언니네이발관의 무대, 
그 중에서도 '혼자 추는 춤'이 1위입니다. 

언니네이발관 공연은 처음인데, 이렇게 좋을 줄, 재미있을 줄 몰랐습니다. 
(영상 5분 24초부터) 이석원님의 말처럼, 
누가 누구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받지 않는 세상,
죄 없는 개, 고양이 괴롭히는 사람들 없는 세상,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면 구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있는 세상이 꼭 오길 바랍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 이날 공연에서 6집 올해 나온다고 해서 잔뜩 기대중이었는데, "아직도 안 늦었다. 처음부터 다 다시하자"는 일기는 뭡니까! ㅠㅠ



+ 대부분 좋았지만 그래도 아쉬웠던 점.
이틀동안 돌아보니, 10주년을 맞아서 민트페이퍼에서 엄청나게 공을 들였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굿즈라던지 LED 손목밴드, 라인업 네임밸류 등등...

그렇지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 
즉,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 관객들을 과연 안전하게 수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엔 클럽 미드나잇 선셋 무대 둘째날에 몽니-쏜애플-혁오-브로콜리너마저-넬.. 이라는
헤드라이너급 다섯 팀을 말그대로 때려박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쏜애플 무대 끝나고 싸인받으러 가려고 밖에 나오는데, 사람들 줄 서 있는거 보고 아 다시 못들어가겠구나 싶어서
결국 혁오-브로콜리너마저-넬 무대를 통째로 포기했으니까요.
(예상되었던 바지만) 클럽 미드나잇 선셋에 사람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부상자도 발생했더군요.  

차별화라던지, 다양화라던지 민트페이퍼만의 방식으로 페스티벌 퀄리티를 높여가는 것은 좋은데, 
기본적인 관객 수용 문제에 대해서 다시 깊게 고민해야 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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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30 19:22
수정 아이콘
안니네이발관은 진짜 자리도 없고 통제도 심해서, 쩌 언덕 멀리서 끄트머리만 보이게 봤는데도, 정말 좋았습니다.
끝까지 안부르더니 마지막 앵콜로 단체 떼창하던 '아름다운 것'까지!
물탄와플
17/01/30 21:00
수정 아이콘
가영님 노래 기대하고 들어왔습니다 흐흐
어쩌다보니 작년에는 뷰민라도, GMF도 못간 루저가 되버렸...ㅠㅠ 올해는 둘다 꼭 갑니다..!
17/01/31 00:49
수정 아이콘
CMS 라인업 무리수네요. 그냥 나오지 말고 거기 있으라는... 근데 넬은... 정말 실내 무대가 어울리는 밴드 같습니다.
안녕하신가영
17/01/31 03:29
수정 아이콘
저랑 같네요! 저도 13년부터 매년 얼리버드로 갑니다! 물론 혼자가지만 친구들과 잔디밭에 자리잡고 원하는 가수들 보러 다닙니다 ! 흐흐
너무 좋아요!!
양파냥
17/01/31 07:12
수정 아이콘
원래 예전에는 체육관2개+잔디광장+수변무대 해서 4곳에서 공연했었는데
체육관 하나가 공사중이라 몰아넣다 보니 그런거 같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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