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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1/29 22:09:04
Name 누구겠소
Subject [일반] 그동안 하고 싶었던 두서 없는 말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사형집행일을 알 수 없는 사형수와 같은 점이 있다.
이런 생각을 깊게 하다보면 너무나도 무서워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최악은 죽음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심이 된다.

목적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은 가끔 삶이 시간때우기 게임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돈을 벌때도 시간은 가고 돈을 쓸때도 시간은 간다.
괴로울때나 즐거울때나 슬플때나 시간은 계속 흐른다. 결국 살아있는 채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살아가기 위한 모든 일들을 한다. 그러다보면 또 시간은 잘 타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나 아닌가 하는 고민은 뒤로 한채 또 한번 안심이 된다. 어찌됐든 종착역을 향해 간다. 그 과정이 즐거운가 아닌가는 전적으로 본인의 마음에 달린 문제다.

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기는 그보다 약간 쉽다.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에,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허무하면서도 가치 있으면서도 엿같은 것이 되기도 한다.

당장 내일 죽을거처럼 살면 몇 달 혹은 몇 년은 행복하고 생활이 유지가 된다. 아마 다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더 보내거나 게임을 좀 더 하거나 뭐 그러겠지. 그런데 그러다 만약 오래 살게되면 문제가 된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히는 것과, 내일 죽을거처럼 오늘을 즐기는 것, 그 양 극단 사이의 어드메에 잘 사는 길은 있을 것이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돈이 아주 많으면서 평생 일을 안해도 되는 극소수는 예외다.

허무한걸 허무하게 느끼면 허무한테 지는거다. 허무한게 왜 나쁘냐. 수 십 분 공들인 그깟 게임의 역전의 짜릿한 순간이나, 해뜨면 사라지는 새벽 이슬같은게 왜 의미가 없냐. 손아귀 사이로 줄줄 새는 모래같은 시간들이나 채워도 채워도 가득차지 않는 욕망이나, 죽어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세계나 모두 허무와 함께하는데. 허무와 친구하고 허무와 손잡고 가슴 한 구석 어딘가 텅 빈 느낌을 맹장처럼 여겨야한다. 때로 거대한 허무가 숨에 가득 차올라서 헐떡거리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짐승같은 구석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사냥감을 쫓는 스트레스와 먹이를 씹을때 입에 고이는 침과 배를 두드리는 포만감에서, 결국 허무를 동반하더라도 아무튼 즐거운건 즐겁다. 감각 만이 허무의 등뒤에 잠시 숨을 수 있다.

죽는게 꿈인 사람의 삶은 어떨까?
하루하루 사는게 꿈에서 멀어져가는 기분일테지
그래도 그는 결국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가 있다.
안 죽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 맛에 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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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9 22:18
수정 아이콘
생은 허무하기에 찬란할 자격이 있죠.
누구겠소
17/01/30 00:49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눈이내리면
17/01/29 23:25
수정 아이콘
'감각 만이 허무의 등뒤에 잠시 숨을 수 있다'
-> 깊이 공감되는 말입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즐거움이든 괴로움이든간에, 감응하는 순간만큼은 허무를 잊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구겠소
17/01/30 00:49
수정 아이콘
공감받으니 좋네요
Dark and Mary(닭한마리)
17/01/30 00:44
수정 아이콘
https://pbs.twimg.com/media/Co1rdJOUAAE1AJx.jpg

요새 이 짤방이 참 와닿더군요..음..
누구겠소
17/01/30 00:5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네요
17/01/30 01:19
수정 아이콘
크킄 이게 진리죠
언어물리
17/01/30 01:56
수정 아이콘
이 세상에 많은 것들은 가치부여하려고 하면 어느 정도는 가치있는 것이고, 허무하다고 생각하면 또 한없이 가치없는 것이더군요. 그냥 이 세상이 돌아가는 그 흐름에 내 몸을 맡기고 가려고요.
누구겠소
17/01/30 08:57
수정 아이콘
기대를 안하면 편하더라구요
프레일레
17/01/30 02:14
수정 아이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책 무의미의 축제
추천합니다
누구겠소
17/01/30 08:58
수정 아이콘
한번 보겠습니다 추천 고맙습니다
동원사랑
17/01/30 06:45
수정 아이콘
허무를 감각을 조작해 초월해보려는게 알콜중독입니다.
감정을 절대화하는 사유전통을 자유주의신학이라고 하는데 히틀러를 메시아로 간주했습니다.

옥성호씨라고 옥한흠목사 아들이있는데 어느날 이런 얘기를 했어요. 성경을 아무리봐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단 말이 없더래요. 딴은 그런게 도움은 도움받을 사람의 처지가 결정하지 스스로 돕는 사람은 도울 필요가 없거든요 침발라놓을 목적이 아니면. 그러나 교회안에 이 것은 성경에도 없는 것이 상식으로 들어와서 제는 하는데 넌 왜 못하냐가 됐어요.

저는 허무하기에 찬란하다는 말을 성경이고 불경이고 꾸란이고 어떤 우주론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누구겠소
17/01/30 08:55
수정 아이콘
히틀러는 메시아와는 거리가 먼 천하의 나쁜놈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콜중독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얘기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술을 정말 좋아하면서 술만 마셔도 생활에 지장없을 정도이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스로 술만 마시는 인생에 죽기 직전까지 만족한다면 중독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그렇지 못합니다만..
Sith Lorder
17/01/30 08:32
수정 아이콘
영화 '트로이'에 이런 명대사가 나옵니다.

신은 인간을 질투하지
인간은 언젠가 죽기 때문이야
인간은 항상 삶의 마지막을 살아
인간은 항상 순간을 살고 있지

이순간의 넌 가장 아름다워
이순간은 너만을 위한 시간이야
왜냐면
이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내가 신보다 더 뛰어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살고 있습니다.흐.
누구겠소
17/01/30 09:02
수정 아이콘
트로이 트로이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아니었나요 크크 어쩐지 로맨틱한 대사가 있네요
17/01/30 09:36
수정 아이콘
세상 권력 재물 모두 바람에 나는 겨와 같다고 하죠.
사람들은 이걸 가지려고 발버둥치지만, 그토록 노력해서 가졌을땐 이미 젊음은 온데간데 없고 죽음을 앞에둔 초라한 늙은이만 거울앞에 있다고요.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는 인간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걸 다 가졌지만, 정작 자신은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가질수 밖에 없는) 죽음을 바라죠.
드라마는 사랑이 답이다라는 결론을 냈지만, 저는 그 사랑이란 감정또한 영원하지 않고 시간속에 묻힌다는걸 깨달아서요...

헛되고 헛되니 모든것이 헛되다. 해아래 하는 모든 일이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
지혜의 왕이라는 솔로몬의 글이죠.
저도 어렸을적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 참 많이했던 기억이 있네요.^^
kiss the tears
17/01/30 11:02
수정 아이콘
십년도 더 전에 친하게 지내던 여자후배가 저한테 그런 걸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 선배 우리가 결국 이별할 걸 알면서 왜 연애를 하는 걸까요?"
" 야~ 우리가 내일 X 눌지 몰라서 오늘 저녁에 밥 먹냐?"

그 이야기를 하고 몇일 후 그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드라마 " 내 이름은 김삼순 " 에서
현빈에서 려원이 그러지요

" 지금은 반짝반짝 빛나보이지만 결국 걔도 그 빛을 잃어버릴꺼야 그래도 그 애한테 갈꺼야?"
" 사람은 누구나 죽을 걸 알면서 살아가잖아"

그 대사를 들으며

' 와 저렇게 멋있게 말할 수도 있는데 나는 겨우 비유한게 "떵" 이라니 '
하면서 좌절을 했었죠.

위에 어떤 사진처럼
' 인생이란 어차피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오늘 하고 싶은대로 해야지 '
이런 생각을 늘 하고 살지만
주변여건에서 그러니까 보통은 가족이지요

그 가족들이 눈에 밟히니 오늘도 참고 어제도 참고 내일도 참고 살아가는 거겠죠

조금씩 우리사회가 우릐 삶의 만족도 그리고 행복지수에 좀 더 신경쓰는 사회가 된다면
지금보단 더 행복할 거 같습니다.
이창섭
17/01/30 14:28
수정 아이콘
아 좋은 글이네요:) 안그래도 왜 우리는 항상 경쟁을 하며 살아가야 하며, 그 경쟁 속에서 나 자신을 드러내 다른 이들을 밟고 뽑혀야 하며, 쉬는 것도 목표를 가지고 쉬어야 하나 뭐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었는데 쓰신 글 덕분에 조금은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은 간만에 카뮈의 이방인을 펼쳐 보아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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