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1/29 19:55:55
Name VKRKO
File #1 파.jpg (39.3 KB), Download : 61
File #2 양파.jpg (136.1 KB), Download : 4
Subject [일반] 파와 양파 이야기





파와 양파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 꽤 가까운 식물들입니다.
각각 학명은 Allium fistulosum과 Allium cepa로, 수선화과의 부추아과에 속하는 식물이라고 하네요.
아무튼 이 두 식물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파는 동양에서만 나고, 양파는 서양에서만 났다는 점입니다.


파의 원산지는 대개 중국 서부로 알려져 있고, 양파의 원산지는 지중해 쪽으로 추정하고 있다네요.
즉, 교류가 활발해지기 이전에는 동양에서는 파만 먹었고, 서양에서는 양파만 먹었던 셈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지만요.


재미있는 것은, 이런 파와 양파의 기묘한 관계가 언어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전술했듯, 동양권에서는 파를 먹고 살다 양파를 접하게 되었고, 서양권에서는 양파를 먹고 살다 파를 접하게 되었죠.
그렇다면 이게 각 나라의 언어에서는 어떤 식으로 나타나게 되었을까요?


우선 동양부터 살펴보죠.
한국과 중국에서는 파는 그냥 파입니다.
한자로는 葱를 쓴다고 하네요.
그럼 양파는 어떻게 이름이 붙었을까요?
서양에서 들어온 파니까 洋자를 붙여줍시다!


일본은 어땠을까요?
파는 네기(ネギ) 라고 부릅니다.
한자로는 똑같이 葱을 쓰고요.
그럼 양파는?
둥근 파니까 타마네기(タマネギ, 玉葱)라고 부르죠!
더불어 이런 작명 방법은 북한이 그대로 따라하고 있습니다.
파는 그냥 파, 양파는 둥근 파.


그러면 서양권에서는 어땠을까요?
영미권에서 양파는 Onion입니다.
오잉? 그런데 파가 전래되었네요.
일단 쓱 보니 초록색입니다.
그럼 Green Onion...


그리고 훑어보니, 저-기 웨일스에서 자라는 부추 비스무리한 리크(leek)랑 닮았네요.
그럼 웨일즈 출신인가?
Walsh Onion!
그리고 여름에 수확하는 양파와는 달리, 파는 봄에 수확합니다.
그렇다면 넌 Spring Onion이로구나!
이런 식으로 파에는 이런저런 이름이 붙게 된거죠.


저 멀리 러시아에서도 이 작명법은 유효합니다.
양파는 лук라고 하는데, 파는 лук-батун라고 한답니다.
중국 양파라는 뜻이라고 하니, 이것 역시 동양에서 서양으로 파가 전래되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옛날에 태어났다면 아마 우리는 양파는 보지도 못하고 열심히 파만 썰어먹고 있었겠죠?
파와 양파를 맘대로 다 먹을 수 있는 현대에 태어나서 참 다행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표절작곡가
17/01/29 20:01
수정 아이콘
독일어로는 앙파는 Zwiebel
파는 Rohrzwiebel 이죠..

츠비벨은 원래 있던거고,
파를 보니 길쭉하게 생겨
로어를 앞에 붙였죠.
17/01/29 20:02
수정 아이콘
오호 독일어에서도 그렇군요!
좋은 정보 제공 감사합니다 요호호호
홍승식
17/01/29 20:10
수정 아이콘
윗글을 먼저보고 이글을 봤는데 똑같은 언어관련 글이 왜 이리 차이가 나는 것인가.
그것도 게임 커뮤니티 회원의 글과 방송국 다큐가.
17/01/29 20:19
수정 아이콘
아, 이름이 붙여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둥근 파라는 뜻으로 타마네기, 혹 다마네기라고 했었군요.
17/01/29 20:31
수정 아이콘
힝 제목이 너무 노잼인가보네요 조회수가 땅을 치네 ㅠㅠ
17/01/29 21:28
수정 아이콘
재미있습니다. 다만... 바로 윗글의 충격이...
花樣年華
17/01/29 20:33
수정 아이콘
백종원씨 생각나네요 크크
나무위키
17/01/29 20:41
수정 아이콘
양파 맛있죠... 생으로 먹어도 구워먹어도 맛있습니다!
파도 참 맛나긴 한데 잘못 조리되면 물컹물컹해져서 식감이 미묘하죠 크크..
아케르나르
17/01/29 20:46
수정 아이콘
양파 싹 틔워서 파 없을 때 파 대신 쓰기도 한다더군요.
eternity..
17/01/29 21:28
수정 아이콘
헐 진짜인가요? 첨 듣는 이야기여서 많이 신기하네요..
아케르나르
17/01/29 21:42
수정 아이콘
그냥 임기응변에 가깝습니다.
Alchemist1
17/01/29 22:05
수정 아이콘
둘 다 요리에 없어서 안되는 재료이고 최근 다시 요리를 시작한 터라 오!!!! 이번엔 어떤 꿀팁이??? 라는 마음에
들어왔는데 논지가 달라서 당황했습니다 크크크크

제 심리상태와는 별개로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곰곰이 다시 읽어보니까 신기하네요
17/01/29 22:51
수정 아이콘
양파 전통 재료인줄 알았어요
와인하우스
17/01/29 23:13
수정 아이콘
양파 좋아 파 싫어
무무무무무무
17/01/30 01:20
수정 아이콘
줄기랑 수염 자른 뿌리 부분을 센불에 빠른시간동안 바짝 익혀서 겉은 바삭 속은 물컹하게 하고 여기에 소금 후추 뿌려주면 파만 있어도 밥먹습니다.
17/01/30 01:58
수정 아이콘
앗 언젠가 써보고 싶던 주제의 글인데
제가 쓰려고 했던 것 보다 훨씬 고퀄이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7/01/30 11:37
수정 아이콘
아마 AMITION님이 쓰셨으면 더 재밌었을 겁니다 흑흑...
저는 어제 이태원 돌아다니다가 파전을 Spring Onion 어쩌구라고 써놓은 걸 보고 궁금해져서 찾아보다 쓴 글이라...
17/01/30 03:23
수정 아이콘
사람 생각 다 거기서 거기네요 크크
잘 읽었습니다
17/01/30 12:17
수정 아이콘
미국에서 살다보니 파를 green onion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scallion으로 적는 경우도 많더군요. 그리고 서양요리에 양파는 필수지만 파는 왠만해서는 거의 안 쓰는 것 같습니다.
17/01/30 17:27
수정 아이콘
한국서는 거의 흰색 양파인데 미국쪽은 보라색 양파를 더 많이 본 것 같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0275 [일반] 매우 늦은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16 후기 (데이터x스크롤 주의) [5] snobbism6832 17/01/30 6832 0
70274 [일반] 문재인의 육아문제에 관한 구체적 정책 발표 [76] ZeroOne9344 17/01/30 9344 7
70273 [일반] 뭔가 금수저틱한 동북아시아 정치 최고지도자들 [1] 블랙번 록5295 17/01/30 5295 1
70272 [일반] 中 국수주의 활개…"마오 비판자 직장 못다니게 압박" [26] 테이스터7053 17/01/30 7053 1
70271 [일반] 고인팔이하는 박사모 [96] ZeroOne10109 17/01/30 10109 0
70270 [일반] 중국과 미국이 돌아가는걸로 보아 이제 개성공단 재개는 물건너간듯하네요. [38] bigname9450 17/01/30 9450 2
70269 [일반] 초반부터 선로를 탈선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98] 밴가드11469 17/01/30 11469 5
70268 [일반] 월드콘의 비밀 [48] 로즈마리11528 17/01/30 11528 75
70266 [일반] 할머니의 손 [9] RedSkai5315 17/01/30 5315 30
70265 [일반] 학력조작하고 노벨상 받은 과학자 [30] 삭제됨13173 17/01/30 13173 13
70264 [일반] 학창시절 절 괴롭히던 학우 소식을 들었습니다. [66] 솔빈19124 17/01/30 19124 15
70262 [일반] 그동안 하고 싶었던 두서 없는 말들 [18] 누구겠소7002 17/01/29 7002 10
70261 [일반] 잊혀진 우리의 역사: 한민족의 조상은 고대 이스라엘 민족!!! [53] KOZE15416 17/01/29 15416 6
70259 [일반] 트럼프의 행정명령. 미국 입국 못하는 7개국 국민들 [80] 어리버리13555 17/01/29 13555 2
70257 [일반] 파와 양파 이야기 [20] VKRKO14327 17/01/29 14327 28
70256 [일반] 메이데이..메이데이..대한민국호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명절의 여론은? [102] Sith Lorder10219 17/01/29 10219 17
70255 [일반] [스포주의] WWE PPV 로얄럼블 2017 최종확정 대진표 [20] SHIELD6592 17/01/29 6592 2
70254 [일반] 바이럴, 매체알바, 정치세력이 인터넷글의 몇%를 점유할까요? [45] i_terran9049 17/01/29 9049 11
70253 [일반] 2017년 이재명 대통령 당선 예측 글 [89] Red_alert11898 17/01/29 11898 3
70251 [일반] 뷰엉이 예찬 - 내 아내를 자랑합니다 (자랑주의) [89] 삭제됨11171 17/01/29 11171 51
70250 [일반] [단편] Diary [2] 에일리4782 17/01/29 4782 3
70249 [일반] 설연휴 가족끼리 운빨X망게임한 이야기(스압) [24] 치열하게9460 17/01/28 9460 13
70248 [일반] KBS 다큐, 멕시코 한류, "고구려 천년의 흔적을 아메리카에서 찾아서" [106] 신불해21026 17/01/28 21026 2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