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의 요지는 'America first', 'Buy American, hire American'으로 요약되는데

IMF 직후 금모으기 운동이나 바이코리아가 연상되더군요.

정말 흥미로운 일은 취임식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SNS 및 언론을 통해 오바마 취임식 당시 인파와 트럼프 인파를 비교하는 사진들이 떠돌아다니기 시작했거든요.

여기서 비교한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취임식 인파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애초에 조건(날씨, 요일)도 다르고 취임식에 누가 더 많이 오고 적게 오고가 대통령의 능력과 큰 상관이 있을 리가 만무하죠.

또 한 가지 사실은 워싱턴 DC는 굉장히 친민주당, 그리고 그보다 반트럼프적 도시입니다. 

DC주민들 사이에서 지난 대선에 힐러리는 91%, 트럼프는 4% 득표했거든요.

참고로 비교하자면 2012년에는 오바마 91% 롬니 7%

2008년에는 오바마 93% 매케인 7%였습니다.

그리고 전체 득표수에서 트럼프가 졌다는 점들을 고려하면 오바마 취임식보다 사람이 적게 올 것이 당연히 예측되는 상황이었고

그게 딱히 문제될 이유는 없습니다.

또 한가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들이 정확히 언제 찍혔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트럼프 취임식 당시 최대 인파는 사진보다 많을 수도 있고 바닥을 흰색으로 깔면서 공백이 유난히 눈에 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뭐 어찌 되었든 간에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바마에 비해) 인기 없는 트럼프'에 대해 논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 SNS를 통해서 저 비교 사진들은 제법 많이 퍼졌습니다.

여기까지는 뭐 일반적인 사건의 흐름이겠죠?

그런데 다음날 트럼프가 CIA를 방문해서 직원들 상대로 언론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일이 이상해집니다.

기자들을 "지구 상에서 가장 부정한(dishonest) 사람들"이라고 지칭하고 본인 취임식에 백만명, 백오십만명 정도 참석했으며

워싱턴 모뉴먼트까지 행렬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요.

뭐 여기까지도 역시 '평범한 트럼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합니다. 같은날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처음으로 공개적인 행사를 진행했는데

4분 동안 언론을 열심히 까고 질문도 받지 않은채 퇴장해버립니다.

두 가지를 비판했는데 하나는 타임지 기자 한 명이 트위터로 '트럼프가 마틴루터킹 흉상을 치워버렸다'라고 얘기했고

이게 3백여 번 트윗되었는데 한 두 시간 이내에 본인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사과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관련 기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요.

이 사건에 대해서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판합니다.

뭐 무책임한 행동은 맞지만 백악관 대변인이 직접 공개적으로 망신을 줄만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아합니다.

그리고 취임식 인원에 대해서 열심히 쉴드를 치는데 

공식적인 인원수 집계는 되지 않는다고 언급을 합니다.

그리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This is the largest audience to ever witness the inauguration period, both in person and around the globe

직접 온 취임식 관객도 전세계적으로 시청한 인원수도 역대 최고입니다. 확실합니다."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합니다.

(30초 전에 공식적인 인원수 집계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한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겠죠)

그리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CIA를 방문했더니 흥분한 400여명의 CIA 직원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입장했습니다.

천여명의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길 희망했고 이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직원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너무나도 기뻐했습니다. (...)

직원들은 마지막에 5분간 기립박수를 쳤습니다"라고 추가하는데

북조선방송이 떠오르는 것은 저만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당연히 이 대변인의 행동은 빠르게 이슈가 되었습니다.

사진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8년전 오바마 취임식에 인원이 더 많았다는 것은 명백하게 사실로 보이고

미국 내 시청률도 마찬가지로 8년전 오바마 취임식이 더 높았다는 자료가 있거든요.

대변인 본인이 언급한 팩트들 (바닥에 커버를 깐 것이 처음이다, 지역 전체에 자력계를 사용했다, 2009년 오바마 취임식에 비해 지하철 사용 인원수가 더 많았다)

등이 다 틀렸다는 사실이 하나 둘씩 알려지기 시작했죠.

자 드디어 마지막 하이라이트입니다.

백악관 선임고문인 캘리언 콘웨이가 NBC와의 인터뷰에서 왜 대변인이 첫 공식 행사에서 거짓말을 퍼트렸냐는 질문에

'지나치게 오버하지 마세요. 거짓말이라고 얘기하는데 백악관 대변인은 그저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을 제공했을 뿐입니다'라는

오케이 싱크빅스러운 답변을 해냅니다.

2분경 비디오를 보면 기자가 빵터져서 당황하는게 들립니다.

아 그렇습니다. 세상에 거짓말이 어딨습니까. 다 대안적 사실일 뿐이죠.

덕분에 인터넷은 alternative xxx 드립이 난무하기 시작합니다.

Alternative facts. 

스티븐 콜베어가 truthiness를 사전에 등록시킨 이후 최고의 신조어가 나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