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4월 2일.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육군 7사단 소속 모 부대 폐 유류고에서 한 군인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는 좌우 가슴에 한 발씩, 그리고 오른쪽 눈썹 부위 이마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군 헌병대는 이후 '사망자가 M-16 소총을 이용하여 좌우 가슴에 스스로 한 발씩 방아쇠를 당겼고 그래도 죽지 않자 3번째 방아쇠를 자신의 이마에 쏴서 자살했다'고 했다. 사망한 군인의 이름은 허원근, 당시 22살의 일병이었다.]

아무말 대잔치를 넘어서 이 정도면 천하제일 아무말대회 나가도 충분히 우승권 아닐까 싶은데요.

1. M-16을 자기 가슴에 쏘려면 각이 안나옴.
2. 무리한 자세로 하면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자살하는 사람은 없음.
3. 그냥 어쩐지 그러고 싶었다 해도 한 발이면 충분히 무력화 되는데 세 발씩 쏘는건 불가능.
4. 군에서 뮤턴트나 수퍼 솔저 실험을 당해서 그게 가능했다 해도 여기까지 오면 너무나 희박한 확률이므로 비합리적인 결론.

일반적으로 소총으로 자살했다면 입천장부터 뒷목을 뚫었을 것입니다. 이런건 의문사라 할 수 없죠. 그냥 범인이 의문인 사건인거지.
군 헌병대와 국방부에 금치산자만 있는게 아니라면 이 결론을 납득하는 사람이 있는게 이상한데 이게 왜 의문사로 남아있을까요?
타살로 잠정결론을 내리고 범인을 못찾았다고 하는게 맞지 이게 왜 자살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2심에서 다시 자살로 판결한 강민구 판사(현 부산지방법원장)는 이 판결을 아주 당당하게 자랑하고 있는데, 만약 군 헌병대가
저런 아무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살일거라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조사가 부족해서 범인을 못찾았다고 결론내렸겠죠.

'권위있는 기관이 제시한 사인'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어처구니 없는 결론이라도 재판부가 존중을 해야만 한다는게 문제입니다.
상식이나 과학이나 확률보다 권위자의 아무말이 우위에 있는겁니다. 그런데 그 권위는 상실되지도 의심받지도 않아요.

강민구 판사란 분 대법관 후보가 될 정도로 잘나가는 법관인 것 같은데 이름 기억해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