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 초부터 두 세달에 한 번씩, 힘들다는 투의 글을 몇 번 남긴 적이 있었지요. 업무의 폭증, 상사와의 갈등, 거기에 가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인생 최악의 나날들을 보냈고, 그 하소연을 여기에 뿌리기도 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해치우지 못한 일에 대한 징계는 사실상 확정이고 (원래 오늘 시 감사관실과 대화(?)를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1월 중으로 밀림. 징계 수위는 훈계~견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바닥을 친 것 같습니다.
#2.
동에 내려오고도 몇 달은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상황이었습니다. 똑같이 일 처리는 제대로 안되고, 전임 부서에서는 메신저로 '왜 이거 안했냐, 저거 안했냐'라는 메세지로 하루 종일 갈궈댔고, 저는 거기에 해명하기에 급급했지요. 자연스레, 현재 해야할 일은 밀리기 시작했고요.
매일 우울한 날이 계속됐고, 가끔은, 자취방 샤워기 호스로 목을 매버리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다가도, 드라마를 보면서 갑자기 왈칵 해서 밤새도록 펑펑 운 적도 많았고, 업무 때문에 본청에 출입할 일이 있어서 가면 본청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가 내 목을 조르는 듯한 환각에 빠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언제부턴가 저 자신도 모르게 컨디션이 올라오기 시작했네요.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자면, '사과머리' 때문은 아닙니다 크크크크) (참조 :
https://pgr21.co.kr/?b=8&n=67978)
뭔가 활기가 띄기 시작했고, 뭔가 힘이 나기 시작했고, 뭔가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떤 분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제가 어깨에 너무 힘을 주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나에게 주어진 '사명감' 따위 집어치우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어진 일을 해치우기 시작하니, 그 때서야,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분들 -특히 사무장님-의 도움도 컸구요)
#3.
지난 3년 동안, 줄곧 '일'만 생각했는데 이제 좀 바꾸려고 시도중입니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의 사진반을 등록해서 다음주부터 다닐 예정이고, 얼마 전에는 운전면허도 땄습니다 (드디어!!!!) 곧 오너 드라이버도 될거구요. 운동은 원체 움직이는 걸 귀찮아해서 앞으로도 할 가능성이 안보이지만, 이제는 '살기 위해' 해보려고 합니다. 주말 아침에 태화강 산책도 해보고, 혼자서 연극도 보고 싶고,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기도 해요.
24시간 뒤에는 서른이 됩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열병을 지독하게 앓은 것 같습니다. 열병을 앓은 대가는 혹독하지만, 그 혹독함도 추억이 되리라는, 다소 투박한 상상으로 20대의 마지막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4.
'사과머리'와는 어떻게 됐냐구요?
그 뒤로 아무일 없었어요. 그냥 제가 표현을 안했고...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억센(?) 친구이기도 했고...
그냥,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하려 합니다. 크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