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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2/23 01:09:43
Name Marcion
Subject [일반] 헌재, '檢 수사기록 송부요청' 박 대통령 측 이의신청 기각…" 등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22/2016122201555.html


0. 의의

어제 박근혜 탄핵사건 첫 준비절차기일이 열렸습니다.
여기서 헌재는 탄핵사유를 5개로 압축하고, 박 대통령 측에 '세월호 7시간'에 관하여 밝히라고 촉구한 외에
박근혜 대통령 측이 제기한 다음 두 건의 절차문제 관련 신청 건에 관해서도 결정을 내렸습니다.

1) 국회 측의 답변서 공개가 형소법 47조 위반이므로 소송서류 공개를 못하도록 해달라는 소송지휘권행사요청
2) 헌재가 최순실 형사사건 기록을 송부요청함은 헌재법 32조 위반이라는 이의신청

결론적으로 헌재는 1)은 인정, 2)는 기각했습니다.
박 대통령 측이 제기한 두 건의 신청은 대체로 절차진행을 방해하려는 꼼수로 봄이 맞겠지만
암튼 법리적으로는 생각해 볼만한 점이 있습니다.


1. 답변서 공개와 형소법 47조

형소법 47조는 소위 '소송서류 공개금지' 원칙을 정한 규정입니다.
헌재법 40조에 따라 탄핵사건에 관해선 형소법이 적용되므로
위 규정에 따라 탄핵사건 소송서류는 기일 전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한 판결(2006두3049)에서 위 규정의 취지가
1) 소송관계인의 명예훼손 방지 2) 공서양속 위해 방지 3) 재판에 대한 부당한 영향 방지라고 하면서
여기의 '공개금지'란 '일반공개의 금지'라고 밝혔던 바 있습니다.
(즉 이해관계인, 가령 고소인에 대해선 위 규정을 근거로 공개거부하지 못합니다.)
이 중 '공서양속'이란 건 실질적으론 애매한 얘기고
결국은 소송관계인 명예, 사법권의 독립성이 핵심 법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위 규정은 '공공의 이익 기타 필요성'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의 예외사유의 의미에 관해서는 문헌에 거의 논의가 없다시피 합니다.
다만 한 문헌은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을 합니다.(주석 형사소송법 1권 참조)
말하자면 국민의 알 권리>소송관계인 명예, 사법권 독립성의 관계가 인정되면
위 규정의 예외에 따라 소송서류를 공개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소송관계인 명예와 관련해선 소위'공인-공적사안' 법리를 주목할 만 합니다.
헌재와 대법원 모두 명예훼손적 표현행위가 공인, 공적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
그 공공성을 더 크게 인정할 수 있다는 판시를 확립시켰던 바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탄핵사건의 내용은 '공인-공적사안'의 끝판왕 쯤 되는 사안으로서
소송관계인 명예보호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울 필요성은 아주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사법권 독립성과 관련해서는 정보공개법 상 정보비공개사유인 '진행중인 재판관련 정보'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공공기관 보유정보는 모두 공개함을 원칙으로 하되
법 9조 1항이 열거하는 예외사유가 인정될 시 비공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진행 중인 재판관련 정보'는 '재판의 심리 및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보'를 뜻하는데
법원은 그 취지가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 등 국가의 사법작용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재판의 영향을 미칠 정보'의 범위를 좁게 보아 정보공개청구를 인정해준 예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답변서는 탄핵재판의 주요 쟁점과 직결된다는게 명백해보입니다.

말하자면 박근혜 탄핵사건 소송서류가 형소법 47조의 예외에 해당할 수 있는지는 모호한 부분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사건은 명예 보호 필요성은 매우 낮은 건 명백하고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답변서를 공개하면 재판에 영향력(여론)이 미칠 건 맞지만
국민 여론이 탄핵사건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당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므로(이건 보통 형사소송이 아니므로)
결국 이 탄핵사건 소송서류는 형소법 47조의 예외에 해당하여 공개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헌재가 내린 결론도 있을 법한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2. 수사기록 송부요청과 헌재법 32조

헌재법 32조는 헌재가 헌법재판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국가기관 등에 사실조회, 문서송부촉탁을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예외적으로 재판, 소추, 수사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은 송부요구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민소법이나 형소법의 사실조회, 문서송부촉탁 근거규정을 보더라도 저런 예외 규정은 찾아볼 수 없고
(굳이 따지면 민소법과 형소규칙에서 '정당한 사유'라고 하는 더 폭넓은 거부사유를 두고 있긴 하나..)
해외 입법례를 봐도 국가기관의 협력의무를 규정하지 저런 예외 규정을 둔 사례를 찾기 어려우며
문헌 상으로도 이 규정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유력합니다.(가령 주석헌재법 등)

한편 헌재법 40조는 민소법, 형소법, 행소법을 준용하고 있으므로
실상 헌재는 헌재법 40조에 의해 준용되는 형소법 272조(탄핵사건) 내지 민소법 294조(여타 헌법소송)를 통해
위 헌재법 32조 단서를 간단히 우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헌재법 32조는 형소법 272조, 민소법 352조의 특별규정이 아니라는 해석 하에)
실제로 헌재는 이런 해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답변서 공개금지 요청까지는 백번 양보하여 이해할 만한 점이 없지 않았으나
수사기록 송부까지 이의를 제기한 건 정말 재판 지연의도가 뻔히 보이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한편 특검 측도 현재까지 문서송부촉탁에 관해 난색을 표했던 바 있는데 추후 입장표명이 주목됩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곤란한 부분이 없진 않겠으나
결국 현재 가장 중요한 절차는 탄핵사건이라는 점을 보면 되도록 수사기록 송부에 협조적으로 나서는게 맞는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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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3 01:29
수정 아이콘
2번은 마침 오늘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가 언급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건과 통진당 해산 건에서 헌재가 (재판 중인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원본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서 자료 제출을 관철한 전례가 이미 있어서 사문화 됐다고 봐야 한다고.
16/12/23 01:57
수정 아이콘
이미 그런 선례가 있었군요.
헌재는 정당해산사건 진행에 관해서는 헌재법 40조 법문대로 민소법이 적용되고
형소법을 적용해서 절차와 사실인정을 더 빡세게 해야 한다는 통진당 측 주장을 배척했던 바 있는데
그 전제 하에서는 아마 국가기관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은 민소법 규정을 통해 진행됬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 관한 한 민소법과 형소법은 실질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자유의영혼
16/12/23 01:29
수정 아이콘
초유의 사건이다보다 법조문을 찬찬히 뜯어봐야 하는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로군요.
정리 감사합니다.
알테어
16/12/23 01:30
수정 아이콘
5개로 압축?해 달라고 한것에 주목이 되는군요.
헌재는 확실히 빨리 할 의지가 있어 보여서 좋습니다.

헌재도 빨리 끝내고 싶을거에요.
결론은 이미 냈고 어떻게 구실을 잘 만들어 줄까 고민하고 있을겁니다.

되도록 3월전에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Rorschach
16/12/23 01:57
수정 아이콘
2번은 사실 문구만을 봤을 땐 규정상 제출을 하지않아야 하는게 맞다고 보는 입장이긴 한데 이미 두 번의 전례가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이번 사태가 지나고나면 가능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부분 자체를 수정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16/12/23 02:06
수정 아이콘
헌재는 헌재법 32조 단서는 헌재법 32조 본문의 문서송부촉탁에만 적용되고
헌재법 40조를 통해 준용되는 형소법 272조 또는 민소법 294조, 352조에 의한 문서송부촉탁엔 적용 안된다는 식의 해석을 한 것입니다.
이런 해석도 분명 헌재법의 '문구'만으로도 가능한 것이긴 했습니다.

그래서 이 건이 처음 얘기될 때부터 헌재가 이런 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윗 댓글을 보니 진작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네요.
Rorschach
16/12/23 02:30
수정 아이콘
네. 저도 억지를 부린다거나 그런 느낌을 받은건 아니긴해요. 그냥 너무 하고싶은대로 해석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16/12/23 02:37
수정 아이콘
뭐 대법원, 헌재가 자기들 편하자고 민소법 199조, 헌재법 38조를 훈시규정으로 만들어버리는 걸 보면 이런 평을 들어도 싸지요.
16/12/23 02:11
수정 아이콘
결론은 이미 나왔죠
문제는 시기인데 각당의 대선구도가 어느정도 나오면
탄핵심판이 나올것 같습니다
앙겔루스 노부스
16/12/23 03:16
수정 아이콘
솔직한 생각으로 헌재는 사법기관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에 법해석을 갖다 붙이는 기관이란 생각밖에 안들긴 하네요. 아직도 저는 관습헌법 이미지를 지울수가 없기도 허구... 이번 탄핵도 이러는거 보면 인용할 생각은 이미 굳어진거 아닌가 싶긴 헌디, 여태까지 헌재의 성향을 보자면, 이렇게까지 여론이 쏠려있는게 아니라면 저런 결정 안 내릴것 같은 집단이다보니, 그냥 정치적 분위기보고 눈치본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타임트래블
16/12/23 05:30
수정 아이콘
전 1월말에 결론이 날 가능성도 꽤 있다고 봅니다. 법률가라면 임기가 조금 모자라서 이런 역사적 판결에 자기 이름과 법률가로서의 의견을 남길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을 겁니다.
포도씨
16/12/23 09:36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상황에 재판관에 압력따위야 말도 안되고 보수, 진보떠나 모두가 알고있는 결론인데 부결가능성은 제로라고 보면 역사적인 첫 탄핵심판 인용에 이름남기는건 진짜 욕심날것 같아요.
언덕길
16/12/23 11:17
수정 아이콘
+1 제생각에도 설 전후로 결판날것 같습니다
포메라니안
16/12/23 22:45
수정 아이콘
뒤로 토스할 것 같았는데.. 댓글 보니 말씀하신게 맞겠군요.
도들도들
16/12/23 08:03
수정 아이콘
검찰수사기록이 빨리 넘어와야 탄핵심판도 속도가 붙지요. 기사를 증거로 재판할 수는 없잖아요.
클레멘티아
16/12/23 08:26
수정 아이콘
헌법 재판소란 이름이 무색하게 헌법을 자기 손으로 사문화 하다니요..
이럴려고 헌법 재판소를 최후에 결정짓으라고 두는게 아닌데..
츠라빈스카야
16/12/23 11:51
수정 아이콘
일단 헌법재판소법이지 헌법을 사문화한것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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