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10/13 17:14:32
Name CoMbI COLa
Subject [일반] 예비군과 담배
어제 하반기 향방작계를 다녀왔습니다. 올해 훈련은 끝이지만, 아직 5년차라 내년이 남았다는게 귀찮기만 합니다. 저도 친구들처럼 1년 먼저 가서 올해 6년차였으면 좋으련만...어쨌든 각설하고, 올해 상반기(4월)에 갔을 때랑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더군요. 하나는 이제 훈련비(식비) 6000원을 식권 지급이 아닌 현금 지급으로 회귀했다는 것, 또 하는 바로 [담배수거 & 동대장의 허가(통제)하에만 흡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비흡연자라 휴대폰만 반납해서 몰랐는데(심지어 저한테는 물어보지도 않았..) 인도인접시에 담배를 수거했다고 합니다. 흡연시에 동대본부에 와서 가져가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웃긴건 저렇게 말해놓고 실제로 흡연이 허용된 것은 훈련시간 동안 딱 1번이었습니다. 13:00~19:00 6시간짜리 작계훈련이었는데, 15:00에 작계지 출발 전에 딱 1번 동대장이 주민센터 앞에서 집합하기 전에 흡연하라고 말하고 18:30에 퇴소할 때까지 흡연하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14:00에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동대장이 흡연하시면 안 됩니다. 당당히 말하고 나갔고, 15:30~17:30에 작계지(공원)에서 교대로 임무수행할 때도 화장실은 자유롭게(훈련장소에서 2분거리, 병사가 흡연하는지 감시함) 가도 되지만 흡연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사실 3~4시간 금연하는게 인권운운 하면서 문제삼을 일은 아니긴 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예비군 규정에 흡연관련한 통제는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훈련[상황]에 따라 동대장 권한으로 흡연을 통제할 수는 있겠죠. 네, 그 [상황]이 바로 동대장이 제시한 근거였습니다.

보통 작계훈련은 주민센터나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집결합니다. 주민센터는 당연히 해당 동의 주거지 근처에 위치하고 있고, 학교는 아직 어린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이 곳에서의 흡연은 상당한 제약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걸 동대에서 동대장이 제한하고 통제한다? 그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초,중,고 선생님들 중 흡연자는 교감,교장의 허락을 받고 흡연을 한다거나, 주민센터 직원들이 동장의 허락을 받는다던가 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흡연구역에서 혹은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인적이 뜸한 곳에서 흡연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 것이죠.

동대장이 제시한 근거는 이렇습니다. 지난 달 훈련 중에 주민센터 앞 주차장에서 흡연을 했던 예비군에게 주변에 사는 주민이 담배연기 때문에 민원을 제기했고, 해당 예비군에게 과태료 30만원을 물게 했다. 작계지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이라서 (원래는 특정 건물인데 주변에 사람들의 통행도 많고 공간이 협소해서 근처 공원에서 훈련 받음) 전 구역 금연구역이기 때문에 흡연할 수 없다.

이 근거가 웃긴게 위에서 언급한 15:00에 부여한 흡연시간에 동대장이 지정한 흡연장소는 나무들이 있어 사람들 눈에 잘 안 띄는 "주민센터 앞 주차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눈에 잘 띄는 다른 장소들보다 주택가에 가깝고 인도와도 가까운 곳이었죠. 그리고 작계지인 공원은 본래가 금연구역인 것은 맞지만, 공원내에 공연을 하는 극장이 있고, 극장에 딸린 주자창이 하나, 공영주차장이 또 하나, 그리고 지하철 역(10m이내에서만 금연구역)이 존재합니다. 과연 이 장소들 중에서 흡연이 가능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을까요? 거리상으로도 화장실보다 조금 먼 3~4분 거리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통제를 정당화 하기 위해서 앞서 교육시간에 자신은 예비군들이 피해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억울한 사람(나는 스마트폰, 담배 반납했는데 다른 사람은 틈틈이 휴대폰 쓰고 흡연하더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 등을 강조하면서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달라고 자기는 합리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은 사람들이 민원을 예비군에게 직접 하는게 아니라 주민센터나 동대로 하기 때문에 그런 민원제기가 두려워서 시행하는 방침이라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자신은 인격자인 것처럼 말하는게 참 그렇더군요.

사람들이 피해 받지 않게 행동자체를 제한하고 통제하고 감시한다던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불공평함을 없애기 위해 모두가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게 요 근래 무슨무슨정부와 무슨무슨법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비정상일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몽유도원
16/10/13 17:23
수정 아이콘
사람모이면 화장실을 설치하듯이 사람모이는곳에(특히 남성이 주로 모이는 이런경우) 흡연장도 설치해줘야죠. 세금은 세금대로 삥뜯고 뭐하는짓인지 ㅡㅡ
마스터충달
16/10/13 17:40
수정 아이콘
이거죠. 근본적으로 흡연장 설치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 맞습니다.
軽巡神通
16/10/13 17:26
수정 아이콘
담배랑 흡연자들 정말 싫어하지만
저건 아니죠
모여라 맛동산
16/10/13 17:52
수정 아이콘
일본은 흡연실 예쁘게 만들어서 잘만 쓰던데...
무한방법
16/10/13 17:53
수정 아이콘
민원이무서운 동대장에게는 똑같이 민원을넣어줘야죠
동대장한테 담배까지통제할수있는 권한은 없거든요
다리기
16/10/13 18:11
수정 아이콘
담뱃값이 올라서 불만이 아니라 흡연자한테 뜯어가는 것의 일부나마 써서 흡연부스라도 만들겠다는 그런 의지조차도 없는 게 문젭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세금을 더 걷는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왜 하나 했더니 금연권장이니 흡연시설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지표명이었더군요 크크크
16/10/13 19:30
수정 아이콘
좀 특이한 곳이네요

저희는 같은시간대 훈련에서 한 세번은 줬었는데...
애식대장
16/10/13 19:41
수정 아이콘
상근 나왔는데 선배님들 이랑 뒷산 오를때

다들 하나씩 물고 산 타셧는데 빡빡하네요
16/10/13 21:05
수정 아이콘
국가가 공인해준 합법적 마약을 통해서 많은 흡연자들은 이미 중독에 빠지게 하고
금연율을 최소화 하는 내에서의 가격 인상을 통해서 최대의 세수효과를 누리고
그 걷어진 세금을 흡연자를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하는게 전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담배 판매율 떨어질까봐 담배에 혐오사진을 넣는다던가 하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
국민건강 운운하는게,, 흡연자들이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것 같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4488 [일반] 수면장애 극복기 [31] VrynsProgidy8924 17/11/07 8924 4
74134 [일반] 북한 멸망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 높은게 친중 위성국 아닐까요? [57] HJose12480 17/10/09 12480 0
73752 [일반]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 문제가 나왔군요 (수정) [54] 사자포월9083 17/09/14 9083 6
73654 [일반] 저의 근무환경. 다른분들은 근무환경이 어떻게 되시나요? [78] aRashi10038 17/09/08 10038 5
73653 [일반] [밀리터리] 퇴출될지도 모르는 K1A [89] kapH15118 17/09/08 15118 20
73404 [일반] [뉴스 모음] 박근혜 정부 백서 발간 외 [22] The xian10729 17/08/23 10729 51
73377 [일반] 청년경찰 감상평 - 그냥 오락영화 [10] 유유히6785 17/08/20 6785 0
72846 [일반] 원전 실업자의 관점 [123] 메피스토13927 17/07/14 13927 68
71614 [일반] 제가 겪은 편의점 진상 손님 [28] 이연희13913 17/04/29 13913 7
71297 [일반] 노예자랑 말고...[꿀단지 자랑] [175] Janzisuka20343 17/03/31 20343 2
69533 [일반] 러일전쟁 - 제독의 결단 [18] 눈시H7547 16/12/21 7547 7
69529 [일반] 선거벽보를 통해 알 수 있는 선거 메시지의 역사 [13] 이순신정네거리5891 16/12/20 5891 9
69394 [일반] 예비군 훈련장 폭발사고는 인재로 밝혀졌습니다. [53] 삭제됨13124 16/12/13 13124 1
68000 [일반] 비를 맞으며 걷는 낙타 - 아버지에 대하여 [5] Vivims4006 16/10/16 4006 14
67953 [일반] 예비군과 담배 [9] CoMbI COLa6057 16/10/13 6057 0
67465 [일반] 행복한 군인들, 이정현 의원의 군 방문.jpg [87] 아리마스14806 16/09/07 14806 11
67302 [일반] 청일전쟁 - 완. 새야 새야 파랑새야 [19] 눈시7229 16/08/29 7229 12
66964 [일반] 예비군 다녀와서 좀 억울했던 썰 [267] 정신차려블쟈야14570 16/08/14 14570 18
66615 [일반] [짤평] <인천상륙작전> - 예비군 교육자료가 또? [143] 마스터충달9253 16/07/27 9253 21
65209 [일반] 마지막 학생예비군의 추억. [7] 헥스밤5279 16/05/16 5279 8
65122 [일반] 라이터를 켜라 (2002) _ 어느 예비군의 편지 [24] 리니시아6209 16/05/12 6209 3
65116 [일반] 일베가 또 광화문에 모일 예정인가보네요. [76] 릴리스9868 16/05/11 9868 2
64995 [일반] 민방위, 너 그리워 질지도 모르겠구나. [43] 착한 외계인6328 16/05/04 6328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