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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6/17 22:54:05
Name RedSkai
Subject [일반] 결국 제가 잘못한건가요
#0.
퇴사를 고민중이라고 했었지요. 그리고 조금은 나아졌다고도 했었지요.

하지만 변한 건 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머리를 식혀보려고 리스크를 무릅쓰고 2주간 용인으로 교육을 갔다 오기도 해봤고, '될대로 되라'라고 생각하면서 막 일을 처리해보기도 했습니다. 근데, 똑같더군요.


#1.
황금연휴 직전, 작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명백히 제가 잘못한 사고이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사람들끼리 잘 논의하고 넘어가면 별일 아닐 수 있는 그런 사고입니다. 계장님은 도대체 왜 그랬냐며 저를 나무랐고, 저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지요. 하ㅡ 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일을 만드는 것 같아 고개를 들 면목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가 있던 그 날 오후 늦게, 저는 계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이번달 말까지만 일하고 그만두겠습니다."
"어? 갑자기 왜?"
"못하겠습니다. 저는 여기 있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다른 대안이 있나요? 나가서 뭘 해야할 지 생각 해놓은 게 있나요?"
"아뇨. 없습니다."
"그럼 그 생각은 좀 거둬 들이세요."
"못 있겠습니다."
"우리 과가 너무 힘든 곳이라서 그래요. 지금 구청 업무가 처음이라 그럴건데, 다른 부서로 옮기기만 해도 많이 나아질겁니다. 황금연휴도 있으니까 쉬면서 생각해봐요."
(많은 대화들이 있었지만 이것밖에 기억이 안나네요.)

근데 그런다고 그 마음이 쉽게 거둬집니까. 다음날, 저는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일신상의 사유로 2016년 5월 31일부로 직을 면하고자 하오니, 선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거는 연휴 끝나고 이야기하기로 한 것 아니었나?"

계장님은 그런 말씀을 하시고는 과장님께 조용히 사직서를 보여드렸습니다. 그걸 본 과장님은 고이 접어 당신의 서랍에 넣어두시며 말씀하십니다.

"이거는 정기 인사때까지 내가 갖고 있으마. 나는 듣지 않은 걸로 하겠다."

그리고는 저를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가셨지요.

"박 주사. 어제 너희 계장한테서 이야기는 대충 들었어. 듣고 깜짝 놀랐어. 조금만 버텨보자. 야, 우리 이 고비만 넘어보자. 이 고비만 넘어보면 너 나한테 고맙다고 큰절 하게 될거야. 이 사람아, 니 지금 나가면 굶어 죽어 임마. 그러니 조금만 버텨보자. 응?"

"...... 하... 네... 알겠습니다."

그 뒤로도 주무계 차석님도 저를 데리고 나가 1시간 이상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면서 '구청 오고 이 부서가 처음이어서 그렇다. 여기서 한 바퀴 돌고 다른부서 가면 그 때는 또 다르게 느껴질거다'라고 해주셨습니다. 모두에게 죄송하면서도 또 감사했습니다. 또 저는 빚을 졌고,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2.
황금연휴 4일 내내 푹 쉬어보고, 이리저리 많은 생각을 해봤지만 변한 건 없었습니다.

"이번에 사고 친 거 보셨잖아요. 토요일에 진로센터 탐방가는 거 동향보고도 잊어버리고 못 챙겼어요. 이런 놈이 여기 왜 있습니까?"
"그건 과장님과 이야기해서 해결 됐잖아요! 그리고 동향보고는 별 일 없이 넘어갔잖아요! 왜 자꾸 속으로 붙잡고 있나?"

꾸역꾸역... 이 말이 맞겠네요. 그야말로 '꾸역꾸역' 다녔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이 더 커져서 그런걸까요. 일을 하다가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이따금씩 그랬지만, 사직서 사태 이후로 더욱 더 심해졌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본인 스스로에게 하는거라고 해도, 직장에서 어른들 앞에서 화를 내면 안된다는 건 철칙처럼 여기고 지내왔는데, 스스로에게 세운 그 원칙조차도 무너진 채 점점 더 나락으로 빠지고 있었습니다. 일하다가 잘 안풀릴 때, 툭하면 씩씩거리면서 흡연실로 나가고, 부들부들하고, 밤에는 잠을 못자고 3-4시까지 뒤척이다 겨우 일어나 택시 타고 출근하는 짓을 한 달이나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 대직자도 엄청 고생했습니다. 자기가 할 일이 아닌데도 꾸역꾸역 도와주고, 짜증 한 번 안내고 묵묵하게 도와주었습니다. (제 자리 주변 사람들도 짜증 내는 거에 한 번도 대꾸 안하고 묵묵히 가만히 있기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죄송하네요.) 미안해서 밥이라도 사주려고 했는데, 이 친구도 저에게 단단히 질려버렸는지 괜찮다는 이야기만 계속 하더군요. 그런 와중에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하고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는데......


#3.
육아휴직에 대한 인력보충은 결정되지 않았고, 정기인사까지는 1달 이상이 남고, 업무분장은 제대로 정해지지 않아 우선 제가 인계를 받기로 하고 인계서를 보여주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이 친구 업무가 너무 적습니다? 톺아보니 보조금 교부/정산 업무가 90% 이상입니다?

"이게 다가?"
"어? 어, 어... 이게 다다."

'어라 이상하다. 이게 아닌데... 이거보다 더 있을건데...'

우선 그렇게 받고 주말에 지난 11개월간의 일들을 돌아봤습니다. 처음 업무 분장과 예산서를 보고 '내가 너무 일이 적나'라고 생각했던 일, 업무 지침서를 보면서 '내 업무는 종류가 되게 많네?'라고 생각했던 일, 3월에 대직자가 '나는 바쁠때와 한량할 때가 어느 정도 구분이 됐는데 니는 항상 바빠 보이고 조급해보여서 내가 신경 쓰였어. 힘들면 나한테 조금은 나눠 줘'라고 했던 일......

업무 분장을 할 때부터 두 사람간의 밸런스가 안맞아도 너무 안맞았던겁니다. 이 친구는 시설 1곳의 운영에 대해서만 개입하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운영비 및 사업에 대한 교부/정산 및 행사 동향 파악 등에 주력했던거고 (이외에도 각종 회의 개최도 있지만 그건 매번 하는 것도 아니고 1년에 1-2번이라...) 저는 그 이외의 모든 업무를 다 하고 있었던겁니다. -_-;;;


#4.
제 업무가 아무리 많아도 참아보려고 했습니다. 대부분 사회복지과 업무가 과다를 넘어서 '폭발'수준이고, 다른 업무를 보시는 분들도 나만큼 일이 많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 사실을 알기 불과 며칠전에도 잠이 너무 안와서 계장님께 '일이 아무리 많아도 좋은데, 잠이라도 편하게 자고 싶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만...

애초부터 제 업무는 '물리적으로 최대한 쥐어짜도 펑크가 날 수밖에 없는'것이었습니다. 다른 업무를 다 빼고 외부 협력에만 국한해도, (비유를 들자면) 라이엇/OGN/KeSPA의 3자 협의체에서 발생하는 업무만 신경쓰면 되는 대직자에 비해, 3자 협의체 이외에 모든 관계사(문체부/게임단/선수/기자단/팬 커뮤니티/해외협력사/스폰서)들을 신경써야 하는 자리였던 겁니다.

황당함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그 동안 받았던 설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며 또 밤새도록 울었습니다.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기안을 이리 만들어보고 저리 만들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라는 비아냥에 가까운 지적을 들었을 때도,
이거 하면 저거 안한다고, 저거 하면 그거 안한다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욕을 먹을 때도,
보조금 정산 때문에 계산기 두드리다가 다른 거 안했다고 혼나서 정산을 처음부터 다시 하던 때도,
단속 나갔다 새벽 2-3시까지 혼자 서류와 결과 보고서를 정리하고,
그 피곤한 시간에도 배가 고파 퇴근길에 맥도날드에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 햄버거를 씹던 때도

'조금만 해보자' '조금만 버텨보자'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그 시간들이 결국은 무엇 때문이었으며,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망가뜨려가며, 심지어는 할머니까지 쓰러지게 만들어가며 발버둥쳤는지 몰라 울고 또 울고 또 울었습니다.


#5.
지난 수요일에 계장님께 이 사항들을 모두 말씀드렸습니다. 계장님도 이제는 질려버렸는지 '1월 정기인사 때 업무분장 관련해서 바꿀거 없냐고 할 때는 왜 아무말이 없었어요?'라는 황당한 말씀만 하시더군요. 저도 불과 며칠 전에서야 알았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말에 울컥해 '이거 안하면 저거 안한다고 욕 먹고, 저거 안하면 그거 안한다고 욕 먹고, 그거 하면 요거 안한다고 욕 먹을 때, 스스로에게 얼마나 비참했는지 아십니까'라고 했더니 ... '내가 좀... 미안하네'라는 지독히 건조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업무 밀린 거 저에게 주고 휴가 좀 갔다 오세요'라는 말과 함께요.

그러면 뭐합니까. 다음날이 되니, 휴가 갔다오라는 전날의 조언은 당연히 잊으시고 '이건 왜 안하냐, 저건 왜 안하냐'고 뭐라 하시는데요. 과장님께 어떻게 말씀을 드렸는지, 과장님조차 이제는 저를 무미건조하게 대하시네요.

하...

결국 제가 잘못한건가요. 이 모든일의 잘못이 모두 저에게 있는건가요. 제가 비록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을지언정, 저한테 지시하신 일은 '알겠습니다' 하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쥐어짜내고 있었는데요. 이제서야 말한 게 잘못일까요, 내 잘못이 아니라는 투로 말한 게 잘못일까요.


#6.
처음 사회복지과에 발령된 것을 알고 '헉' 소리가 나왔다가도 이내 안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청소년 업무를 맡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습니다. 스물한 살 때 청소년인권행동에서 활동하던 친구들과 알게 되면서 청소년 정책이나 인권, 참정권 문제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고, 주변에 청소년지도사도 더러 있었고, 그래서 다른 사회복지 업무에 비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려운 청소년 시기를 보냈던터라, 비슷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을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도 주고 싶었고,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방송통신대에 입학해서 청소년지도사 자격증도 따보려고 했습니다. 그 마음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했고, 법령이나 지침이 어렵고 눈에 잘 안들어와도 읽고 또 읽고 계속 읽으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 노력했습니다.

외부 업무를 진행하면서 만난 많은 관계자들 또한 저에게 힘이 됐습니다. "주무관님 같이 유해환경 정화활동에 열정적으로 나서시는 공무원 처음 봤습니다. 다른 분들은 사실 저희에게 다 맡기는 경향이 있었거든요"라며 칭찬해주시던 어느 청소년 단체장님, "주사님, 올해도 저희랑 같이 일하시죠? 인사이동 때 다른 데 안가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씀을 해주시던 활동센터 대리님, "주사님 대단하십니다. 자기 일도 아닌데 관할구역에서 행사 한다고 나오셔요"라며 면목이 없다던 청소년쉼터 소장님, "쌤 같이 셀카 찍어요~"라며 행사 때 저에게 애살맞게 앵겨붙던 청소년참여위원회 아이들까지... 참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근데 너무 힘듭니다. 아무리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도, 아무리 정신 차리려 노력해도, 아무리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해도 너무 힘듭니다. 이미 사직서 사태와 분장으로 인한 '항명'으로 단단히 찍힌 것 같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취감은 안나고,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고....




어떡하죠 저? 결국 제가 잘못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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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모어
16/06/17 23:04
수정 아이콘
저번에도 쓰신 글을 읽었습니다. 일단 이러저러 마음 고생하시는 것에 대해 위로와 격려의 말을 드리고 싶네요. 세세한 사정까지는 제가 다 알 도리가 없으므로, 가타부타 말씀은 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글을 읽고나서 제가 느낀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편'을 가르세요. 직장에서 정치질 하라 뭐 이런 의미는 아닙니다. 그럴 수 있는 분도 아닌 것 같구요. 편을 가르라는 말의 핵심은 정서적으로 기대고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주위 사람들 몇몇을 남기고 나머지 사람들은 직장 동료건 어디 옆 기업 바이어건 '경계'하고 친밀도 등급을 낮추셨으면 한다는 겁니다. 주위에 있는 오래도록 알고 지낸 절친, 가족, 애인 등을 제외하고는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너무 믿지 마세요. 그들 말 하나하나 곧이곧대로 듣지 마셨으면 합니다. 나 자신에 대한 결정들은 본인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내려야 합니다. 인간은 그래요. 원래 이기적으로 타고난 거에요. 이건 인간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게 본성같은 겁니다..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딱히 없어요. 이 모든 사태가 글쓴 분 잘못은 절대 아닙니다. 예전에 저는 '착한 사람'들을 비판하고, 악독해지라고 다그쳤지만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착하면 살아갈 수 없는 지금 세태가 잘못인거지요.
영원한초보
16/06/17 23:11
수정 아이콘
사회복지과 일이 너무 많고 사람 모자란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어마어마한 양인가 보네요
해결책 제시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버틸 수 있는 일 양 커트라인 정해 놓으시고 다른 일들은 책임지지 않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 일은 본인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시고 일 만들고 배정하는 사람 책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원래 그게 맞는 거고요.
it's the kick
16/06/17 23:15
수정 아이콘
사직서 수리 안하면 출근 안하겠다고 하세요..
사실상 사직서 낸 시점부터 업무분장을 다시 하거나 태도가 바뀌거나 하지 않는걸 보니 저 사람들은 작성자분의 마지막 남은 등골을 다 빨아먹고 버릴 생각인것 같아요. 도중에 업무분장하면 자기들이 귀찮으니까 저러는 거죠.
작성자분도 때마침 호구같은 태도를 보여주셔서 "쟤한텐 그래도 되" 마인드를 심어주신것 같기도 하고요.
16/06/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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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청소년 복지과가 퇴직율이 굉장히 높지요. 개인 차원에서야 적당히 영악하게 행동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지 싶습니다.
흑설탕
16/06/17 23:15
수정 아이콘
적당한 선을 그으라는 윗분의 말에 공감합니다. 거기에 덧붙여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그 안에서 무리가 가지 않도록 페이스 조절을 하기를 권해드립니다. 한계이상의 일들을 하면 기계가 마모되듯이 사람도 마모됩니다. 그게 신체장기가 되던지, 마음이 되던지간에요. 그리고 언젠가는 부러지는 거지요.
광개토태왕
16/06/17 23:16
수정 아이콘
사회복지사는 이래서 하면 안됩니다.......
너무 열악해요.....
IRENE_ADLER.
16/06/17 23:18
수정 아이콘
네 잘못하셨어요. 너무 많은 짐을 지려고 하는 거 잘못이에요.

이쪽 일이 그래요. 대민 업무 열심히 하는 거 좋은데 대민 업무라는 게 열심히 하면 결국 민원이 많아지는 거라서 보고할 게 많아지고 신경쓸 게 많아지는데 이걸 조직에서는 싫어하잖아요. 한편으로 조직 업무라는 건 분장되어 있어서 서로 각자 알아서 하는 식이라 조직 내에서 업무 펑크내거나 업무를 다른 사람한테 넘기고 그러면 민폐 취급하고.

안타깝지만 사회복지직렬 분들이 하나같이 겪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사회복지 측면에서 열일하면 공무원의 측면에서 펑크나고 공무원의 측면에서 열일하면 사회복지 측면이 느슨해지는데 이러면 내가 왜 여기있나 싶고. 본인이 살려면 절충하는 방안을 고민하셔야 될 것 같네요.
[NOH]ChrisPaul-NO.3
16/06/17 23:28
수정 아이콘
저도 일 많다고 소문난 직렬에서 근무하는데요. 업무분장 이야기가 어찌 제 얘기 같은지요. 요새 느끼는 거지만 공무원 사회가 특히 보수적이고 오너가 없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 낼 지 모르는 사람은 더 갈구는 경향이 있죠. 저도 이때껏 시키면 시키는대로 한다고 소화불량에 만성두통까지 얻었답니다. 6개월동안 회사적응을 핑계로 업무분장 하나도 안 주는 여직원 놔두고 저한테 휴직자 업무를 준다길래 공식적인 자리에서 안된다고 강하게 어필했더니 니가 그러면 되냐고 면박을 주더군요.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공직사회가 더 그래요.
마늘간장치킨
16/06/17 23:31
수정 아이콘
작성자님이 직업이 걸린 일이고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본인께서 확고하게 '퇴사'의 의지가 있으시다면 퇴사관련 규정부터 찾아서 본인에게 규정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하지마세요 인수인계만 하시구요
글만봐서는 부서장이나 과장급이 99퍼센트 잘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부서원을 컨트롤하고 업무분담을 시켜야 하는건 그들이니까요
작성자님이 업무량이 많아 벅차게 일하는걸 눈에 보였다면(새벽까지 야근하고있으면 못봤다고는 못하겠죠 그동안 몇번 상담도 했고)
업무량이 적어보이는 직원을 찾아서 업무분담을 시켜야 했습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퇴사'의지가 분명히 서셨다면 냉정하게 규정 선에서 업무를 하지마시고 작성자님의 업무를 다른분들에게 이양하세요
그전에 인수인계자가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안되면 뭐 어쩔수 없죠 그사람들 사정이고
흑설탕
16/06/17 23:3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론 적당히 뻔뻔해지고, 적당히 무능해지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판단의 기준을 자신으로 옮기셨으면 합니다.
이글의 제목과 내용에 나와있듯이, 글쓴이님의 상황에 대한 판단과 처분을 타인에게 미루고 있지요.
조언을 구하고 듣는 건 좋은 습관이지만, 결국 글쓴이님의 삶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님이 직접 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저 상황에서 직장상사도, 동료도 결국은 타인인데 님을 특별히 생각해 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분명히 구분하고 행동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도망가지마
16/06/17 23:40
수정 아이콘
혼자 쌓아두고 혼자 터트리는 스타일 같으시네요. 이러면 매니저 입장에서도 답이 없습니다.
위에서 동향파악을 못했다고 자책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니까 감정적으로 이해하고 그러는거지 외국인 매니저였으면 ?!?!? 했을 겁니다.

회사 생활하면서, 조직 생활하면서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들이랑 상담하다보면 지쳐요.
왜냐면 이야기가 빙글 빙글 돌거든요. 자신을 괴롭게 하는 요소들을 적어놓고 같이 이야기 하다보면 A->B->C->A 로 계속 돌아요.
A가 힘들면 B를 해결하면 어떻냐? B를 해결하려면 C를 해결해야 한다. C를 해결하려면 A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으로요.
왜 이렇게 되냐면 인생과 업무에서 우선순위가 없어요. 우선순위가 없으니까 당장 눈 앞에 있는 A->B같은 관계에서만 매달리며 계속 쳇바퀴 돌게 되는 겁니다. A와 B, C가 메뷔우스로 얽혀있으면 자신의 능력을 파악해서 적당한 선에서 끊어야죠.
인간인 이상 죽음보다 우선순위가 높은건 없을 거잖아요?

계장님이 일이 많아서 휴가 갔다 오라고 했으면 다녀오세요. 지쳤으면 휴가 다녀와야죠. 분명 일이 이렇게 많은데 미안해서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 일 펑크내고 휴가 다녀오는게 사표쓰는 것보다 조직 입장에선 백배 낫습니다. 일 못하는 못난이로 취급받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무턱대고 폭탄 터트리고 그만 두는 사람보다 백배 나아요.
오리엔탈파닭
16/06/17 23:56
수정 아이콘
매니저 입장에서 답이 없으면 안될 것 같은데요. 이분의 불만은 과다한 업무량인데 그동안은 이게 [본래] 업무량이 많은 거고, 그걸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서 처리를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책을 했던 거죠. 그런데 사실은 단순히 업무분장이 지나치게 불균형했기 때문임을 발견했고, 이건 매니저의 책임이죠. 그런거 하라고 있는 직책 아닙니까?
그리고 휴가도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는게, 휴가 다녀오는건 좋은데 그 이후는요? 업무분장에 변경이 없으면 다시 같은 상황에 봉착할텐데요.
잘몰라요
16/06/18 00:23
수정 아이콘
갑자기 뭔소린지 모르겠네요. 작성자 분은 이미 여러 방식으로 고충을 이야기 하고 충분히 최선을 다하신거 같은데요? 여기서 무엇을 더 이야기 해야하는 거죠? 그리고 매니저라면 응당 자기가 속한 그룹이나 팀의 상황을 파악하고 말이 없더라도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 봐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조직 현장의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가 누구든 그 책임은 매니저가 지는겁니다.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 이런 상황 잘 알고있다는 듯이 작성자를 타박하는 글이 달리니 흥분하게 되네요...
Aneurysm
16/06/18 00:47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이나, 도망가지마님의 의견도
글쓴분을 많이 생각해서 적으신것 같습니다.
글쓴분 성격을 꽤나 고려해서 적은면도
보이구요.
그저 단순히 타박하고자 적은건 아닌것 같네요.

글쓴분이 마음이 여리고, 다른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꽤 많아보이는데다가
어떤 완벽주의적? 기질 같은게 있으신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치만 그로 인해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는것 같아서
그런점들을 좀 버리는게 좋지 않나
하는 의미도 있는것 같습니다.
16/06/18 13:54
수정 아이콘
저도 이분 말에 공감 가네요.
특히 중간에 화나서 한달동안 잠 못자고... 이부분은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인생에서 우선순위 1번으로 고려할 것이 건강입니다. 도대체 뭐가 중요해서 그 상황을 방치한거죠.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지시면 한번씩 배짱 부리면서 큰소리라도 치고 그래야 합니다. 야근 문제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회사가 어쩌다 급할때면 야근 할수는 있지만 그걸 쉽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난 8시간 안자면 심장마비 걸리는 체질이다' 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세요. 회사분들 잘못이 없다는게 아니라 글쓴분 삶이 망가지는게 안타까워서 하는 소리입니다.
글로만 보면 이미 동료들과의 관계는 돌이킬수 없어 보이고 회사는 나와야 될것 같습니다.
제 어머
16/06/17 23:40
수정 아이콘
멍청하고 나쁜 사람들이네요. 저번 글도, 이번 글도 가슴이 아픕니다.
여러 회원분들께서 좋은 조언을 해주셨으니 마음 단단히 먹고 본인에게 좋은 방향을 잘 잡으시길 바랍니다..
시드마이어
16/06/17 23:46
수정 아이콘
먼저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글의 마지막에 잘못한게 있냐고 물으셨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도리어 속한 곳이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과도한 업무를 글쓴이 분에게만 맡기고 탓만하는 무능한 리더 아래서 열심히 일한게 죄라면 죄지요. 아니면 꾀 안부리고 하는 일 한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 되겠네요.

물론 나간다고 해서 더 행복한 세상이 펼쳐지고, 제대로된 상사를 만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글을 통해 느끼기엔 함께 가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기보단 앞으로 삶을 고민해보시는게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16/06/17 23:49
수정 아이콘
일을 잘하면 일이 많아집니다.
잘하던 사람이 실수하면 눈치를 줍니다.
뻔하죠
16/06/17 23:56
수정 아이콘
저번글을 안봐서 자세한 상황은 파악이 안되지만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죠... 과중한 업무...
나만 힘들수 밖에 없었던 업무분담...

첫번째는 제가 능력을 인정받아서 결국 그 설움을 이겨내고 술자리에서 그때 왜 그랬냐며 되물을 정도까지 갔었습니다만 결국 개인상의 이유로 퇴사했고

두번째는 결국 제가 못버티고 나왔어요...
누군가에게 하소연 해봤자 결국 실제로 도움준
동료들은 없죠... 내 일이 아니고 잘못하단 자신에게 불똥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여튼 전 두가지 경험 다 해봤는데 나오려면 좀 일찍 나올걸 하는 후회를 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고생했어도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나만 호구란걸 알았기 때문이죠

여튼 마음 잘 추스리시고 잘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잘몰라요
16/06/18 00:10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이 추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럴때는 정말 남들이 생각지도 못할정도로 펑하고 터트려보는것도 좋습니다. 사람관계 따져가며, 업무 따져가며 스트레스 받지만 사실 그 일 왜합니까? 사람관계 왜 신경씁니까? 행복하려고 하는거 아닌가요? 하고 싶은말. 하고 싶은 행동. 누가 뭐라하든 말든 다 한번 해보세요. 업무분장이 개떡같다. 큰소리로 외쳐요. 내용 정리해서 위에 투고도 한번 해보고. 빌어먹을 계장 과장 면상에다 욕한번 크게 해주고. 혹시라도 관련해서 병원 상담받은거 있으면 증빙자료 모아서 고소도 해보세요. 세상 참 좁은거 같지만. 넓게 보면 세상 참 넓습니다. 거기 아니어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어요. 주변을 신경쓰지 마세요. 오히려 조금이라도 마음의 한을 남기고 가면 어딜 가든 작성자님을 쫒아다니고 괴롭힐 겁니다. 마음속이 텅비어서 아무것도 안 남을때까지 하고싶은거 할 수 있는거 다 하세요.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작성자님이 누구시건 그런 대접받을 이유 없고. 힘들어야 할 이유 없습니다.
Aneurysm
16/06/18 00:37
수정 아이콘
리플들 하나하나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글쓴분 성향상 쉽지 않겠지만,
지금 조직이 처한 상황 걍 다 무시하고,
휴가든 퇴사든 똑부러지게 진행하는게
좋아 보입니다.
뉴스를 보면 사회복지사분들의 자살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던데, 이러다 정말
큰일날것 같습니다.
빠른 시일내에
마침표는 아니더라도, 쉼표라도 찍어서
자신 스스로 찬찬히 거울을 보는,
또한 조직에 있어서도 글쓴분에 대해
조금더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보는게 어떨까 싶네요.
Lionel Messi
16/06/18 00:50
수정 아이콘
휴직도 괜찮고 병가도 괜찮으니 일단 쉬시고 퇴사는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열심히 공부하셔서 공무원 되셧으니 좀 아깝자나요 ㅠㅠ
상자하나
16/06/18 00:57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너무 착하고 책임감이 많아서 그래요.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6/06/18 01:28
수정 아이콘
잘못하신 거 없습니다. 원래 세상이 잘못한 거 없는 사람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하고 그런 거에요.
그리고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게 본인의 약함 때문이거나 자학하는 성향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원래 그 일이 힘든 일이에요.
감히 힘내시란 말씀은 못드리지만, 그래도 거기까지 가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 시간 땀들을 한 순간의 욱함으로 날려버리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넷상에서나마 힘듦을 숨김없이 모두 토로하시고 덜을 수 있는 울분을 다 털어버리세요. 정신과 치료도 꼭 꾸준히 받으시고요.
i_terran
16/06/18 02:26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보수주의자가 되었다고 글을 썼다가 보신주의자라고 정정받은 사람입니다.)
맞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보신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보신주의자가 이기주의자는 아닙니다.
이기주의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죠.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절대로 남은 글쓴님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살아보면 알겠지만, 누구 잘못이라고 정해진 건 없어요. 다들 자기 지키기 위해서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할 뿐입니다.
인간조직이 대단하지 않습니다. 합당하게 일이 분배돼서 굴러갈 수 있도록 그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같은 회사라도 어디는 죽어나고 어디는 놀판나고 그럴거예요.
님에게 잘못을 전가한 분들도 대단한 인간이 아닙니다. 원래 사람이 그런 수준밖에 안됩니다.
어떤 방법으로 스스로를 지켜야 할지,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사람마다 방법이 다 다르죠.
지직지직
16/06/18 02:54
수정 아이콘
몸을 지키는 선에서 하셔야됩니다.. 스트레스 지속적으로 받으면 해마가 쪼그라들어요. 기억력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버티시는 건가요?
정신적인 문제는 병식이 제대로 안되서 해결하기 까다로워요. 지금 내리시는 판단이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잠깐 떨어져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실 것 같아요.
제 어머
16/06/18 06:41
수정 아이콘
업무 분장도 재조정이나 해결을 보든
글쓴분의 건강을 위해서든
직업을 유지하든
병가를 어떻게든 내시고 쭉 쉬시는거 밖에 안보이네요. 어떻게든 입원하셔야할거 같네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들어주는 관리자라..
살려야한다
16/06/18 07:04
수정 아이콘
아니요, RedSkai님은 아무 잘못 없어요.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배고픈유학생
16/06/18 07:40
수정 아이콘
서둘러 퇴사를 하고 다른 직업을 찾는게 본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다른 직종을 구하시는건 어떨런지요.
다람쥐룰루
16/06/18 08:04
수정 아이콘
남에게 대한 베려는 남이 나에게 공짜로 해주는것보다 내가 직접 남에게서 받아내는 경우가 더 많죠... 물론 그사람은 저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며 자기만족을 하고있구요
직종의 문제라기 보다는 선을 명확하게 긋고 그 선 안에서 행동하시는게 좋을듯 하네요 남들이 보기에도 그 선이 명확해지면 선을 함부로 넘는일이 없어집니다.
파랑니
16/06/18 08:55
수정 아이콘
조직생활하다보면
열심히하는 것과 인정받는 것은 별개인 경우가 많아요.
선을 긋는게 중요합니다.
하지 않아도 될만한 일들은 과감히 포기하세요.
주위에보면 하는 일은 별거없는데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의 방식도 좀 배우시구요.
무무무무무무
16/06/18 08:57
수정 아이콘
그래서 자리 옮기면 등록대장부터 훑는거죠. 일의 대략을 파악하는 것도 있지만 원래는 지금 하는 일이 원래 누구업무였는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저도 부서만 바꾸면 훨씬 나아질거라고 생각해서 인사날 때까지 버텨보셨으면 하는데 정 사직하실거면 인사팀 가서 얘기하세요.
당연히 지금 있는 부서에서야 이미 결원까지 있는데 정기인사때까지 가서 인사발령하고 싶어할거라 계장 과장하고 얘기해봤자 답 안나옵니다.
16/06/18 10:07
수정 아이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딱 3가지..

모든 일을 본인이 책임지려 하지 마세요.
고생하셨습니다.
힘내세요.
Artificial
16/06/18 11:41
수정 아이콘
글을 읽는 내내 숨이 턱턱 막혀오네요.
님 잘못 아닙니다.
잘하고 있어요.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나쁘고 무책임한거지.
적당히 무책임해지세요.
책임을 넘는 책임을 씌우는걸 다 충족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퇴사는 하지 마세요. 저놈들이 이기는 겁니다.
얻을게 없어요. 그냥 무책임해지세요. 힘내시길
순례자
16/06/18 17:16
수정 아이콘
몇번 이야기 나눴었죠? 님 이번에 쓴 글을 읽고난 제 생각은, 이제 돌이키기엔 좀 어렵지 않나 입니다.
전환의 계기가 없다면, 님을 위해서 그만두는게 좋은것 같습니다.
일도 먹고 살려고 하는건데, 생명을 깎아가며 할 필요가 있을까요.
세츠나
16/06/19 13:33
수정 아이콘
남을 엿먹이지 못하시는 분이네요. 아는 사람도 비슷한 타입이라 고민하는걸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는데 그건 '잘못'이 맞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잘못이요. 현실 직업이란게 스타크래프트처럼 일꾼은 열심히 자원만 캐다가 오더 들어오면 정찰하거나 수리허면 되는게아닌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아니 캐던 자원은 마저 캤어야지?' 아니면 '원래 하던 만큼은 아니라도 절반쯤은 해놓을 수 있지 않았어?' 하는 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그러면 '저는 그런 오더 들은적 없는데요? 제가 지금 정식으로 문책당하는 상황인가요?' 정도는 말할 수 있는 담력이 있어야 됩니다.

물론 실제로 말하는가, 수위 조절을 어느 정도로 해야되는가는 상황에 따릅니다. 아예 쌍욕하고 막나가는 것도 내가 조절해서 안하는거지 겁이 나서 못하는건 아니어야 됩니다. 걔네는 님 못죽여요. 무슨 조폭도 아닌데 뭘 겁내시는건지 모르겠네요.

내가 진짜 내가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참는건지, 남의 잘못이면 남하고 싸우고 다퉈야할 수도 있으니까 그게 겁이 나서 다 내 잘못으로 치부하고 내가 해결하려고 노력하는건지 자기 마음을 잘 살펴보세요. 다른 사람의 업무가 알고보니 원래 자신보다 작았다? 얼마든지 의심할 수 있었고 확인해보거나 물어보는게 가능했으리라 보입니다. 알게되는게 겁나서 피했던건 아닌가요? 알면 해결해야되니까요. 지금도 차라리 알기 싫었다고 생각하고 계신건 아닙니까? 저는 지인의 케이스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라 님의 상황과는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현실을 도피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언젠가는 싸워야됩니다. 아니면 영원히 도망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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