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2/28 10:43:38
Name 잉여잉여열매
Subject [일반] 타코야끼 (2)
타코야끼 (1)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63776


------------------------------------------------------



약속한 날이 다가왔고 우리는 중학교 근처 분식집에서 만났다.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본 친구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한 10명에서 12명이 모였던 것 같다. 물론 나와 그 친구를 포함해서.

“오랜만이다”

“니는 내가 문자하라카이 연락없다가 이런거 하니까 하나”

“그럼 니가 먼저 하면 되지”

“내가 왜?”

“카면 나는 왜?”

우린 별것도 아닌 일로 투닥거렸지만 그게 또 싫지만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분식집에서 마무리를 하고 노래방으로 갔었다.
반장이었던 친구는 사람이 많으니 방을 두 개로 나누고 왔다 갔다 하면서 놀자고 제안했다. 물론(?) 그 친구와는 다른 방에 들어갔다.

한 30분쯤 지났나? 그 친구와 가장 친했던 친구(그 당시 여자 부반장이었다.)가 슬며시 내 옆에 와 밖에서 잠깐 할 얘기가 있다며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화장실을 갔다 온다며 밖으로 나갔고 몇 분 뒤 부반장도 따라 나왔다.

“야 니 여친 있는거 맞나?”

“어”

“어?”

“어”

“와?”

“아... 그게....”

“와 뭔일인데?”

“걔가 니 좋아한다고. 오늘.... 카니깐 오늘 걔가 니한테 고백할려고 했다고”

“?”

“진짜 몰랐나? 니 좋아하는지?”

“어 몰랐지. 내가 그걸 우에 아노. 캄 가는?”

“노래방에 얼마 안 있다가 바로 집에 갔다.”

“어?”

“암튼 아... 니는 진짜... 니가 연락해보든지 알아서 해라.”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멍하니 서있었다.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나는 친구들에게 인사도 없이 그냥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갔다.






내가 그녀를 만났던 건 고등학교를 진학한지 얼마 지나지 않을 때였다. 음, 그러니깐 첫사랑이었다.
집근처 학원에 그 사람이 처음 상담 받으러 온 날 학원을 들어가는 길에 언뜻 상담실에 봤던 그 사람은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
가장 흰 피부를 가졌었다. 지금도 내 이상형이 피부가 흰 사람인 건 그 사람 때문이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눈이 정말 컸었다.
사람 눈이 이렇게 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컸다. 굳이 연예인으로 비교하자면 임성언을 좀 닮았었던 것 같다.

더욱 궁금해진 나는 창문 틈으로 몰래 훔쳐보는 순간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쪽팔림은 나의 몫이겠구나 생각했지만 놀라거나 경멸의 표정을 지을 것 같은 반응과는 다르게 옅게 미소를 띄웠다.
이 후, 나는 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주위를 맴돌았고 나름 전략을 세운답시고 그 사람의 친구들도 하나 둘 포섭하기 시작했었다.
다행히 내 친구의 동생이 그 사람과 친했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되었던 것 같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기 시작하던 4월 봄날,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그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야, 어딘데?”

“네? 집에 가는 길이지”

“맞나? 오빠야 카면 집에 가지 말고 빨리 가한테 고백해라. 지금 학원 앞에 있다”

“갑자기 뭔 소리고?”

“아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해 줄테니까 일단 고백해라. 알았제?”

“그게 뭔 말이고 일단 알았다 끊어 바라”

뭔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냐고 타박했지만, 이미 손발은 차가워지기 시작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가는 길이 왜 그렇게 가깝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학원 앞으로 왔을 때 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이 서있었다.

“늦었는데 집에 안가고 여서 뭐하노?”

“그러는 오빠는요?”

“네? 그게......”

“?????”

뭔가 자기는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쳐다 보는게 왜 그렇게 얄미웠는지 모르겠다.
속으론 이미 ‘그래 웃지마라 가시나야!’를 외치고 있지만 내 대답은 정말 엉뚱하게 튀어나와버렸다.

“카니깐...음... 니 친구가 지금 고백해라 카든데?”

“네?”

“가가 니한테 지금 고백하면 된다 카드라”

“그게 뭔 소리에요. 크크크크크”

“아, 그니깐 그게 아니고, 니 좋다고”

정말 지금 생각해도 이불킥 할 만큼 이상한 고백이었지만 그 사람은 별다른 말없이 처음 만났을 때 봤던 그 미소를 다시 보여주며
내 손을 잡았다. 심장이 터져 죽는다는 게 어떤 말인지 그 때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그 사람과 ‘첫’이성교제를 시작하게 되었다.





“야 니 여자친구 생겼나?”

“어, 근데 니가 그걸 우에 알았노?”

“싸이월드 일촌평에 누가 하트 붙어져 있길래 설마해가 물어본거지”

반창회에 나온 한 친구가 입에 떡볶이도 다 씹지 않은 채 불쑥 던진 그 말은 일순간의 공기의 흐름을 나에게 집중시켰다.
‘예쁘냐, 어디 학교냐, 어디 사느냐, 니가 여자친구를 사귀다니 신기하다'느니 여러 반응을 쏟아내는 와중에,
유달리 다른 온도차를 가진 두 사람이 보였다. 내 짝꿍과 부반장이었다.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대충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왜 그 친구가 그런 표정이었는지, 왜 부반장이 날 노려봤는지.
머릿속은 복잡했다. 진짜 내가 눈치가 없던 거였는지, 말을 안하는데 어떻게 아냐고 하며 자기합리화도 해봤다.
한편으론 차라리 끝까지 몰랐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해보고, 그 사실을 말해준 부반장을 원망하기도 해봤다.
그런 잡념들이 떠돌던 와중에 버스는 점점 그 친구가 내리던 정류장에 다달었었다.

[야, 할 얘기 있으니깐 정류장으로 나온나]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유리한
16/02/28 10:51
수정 아이콘
이거 참.. 어느쪽으로도 해로운 글이군요 크크
16/02/28 10:56
수정 아이콘
여봐라 이 사람을 끌어다 매우 쳐라!
둘이 연결됐어도 부들부들할판에 첫사랑 고백을 저렇게 하고도 되다니 ... 진리의 될놈될이군요 ㅠㅠ
해먹이필요해
16/02/28 13:01
수정 아이콘
어윽 기분 좋은 주말에 갑자기 시린 이 느낌은..
WhenyouRome....
16/02/28 13:24
수정 아이콘
아 이런 연재글 읽을때마다 제 이야기도 함 써보고싶네요....무튼 참 좋은 시절입니다 크크크
16/02/28 13:43
수정 아이콘
1편 볼때 했던 말을 취소하고싶네요
이 글은 해로운 글입니다 부들부들...
16/02/28 15:49
수정 아이콘
절단신공이라니..
오마이러블리걸즈
16/02/28 16:21
수정 아이콘
죽창 죽창이 필요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350 [일반] [야구] 김현수가 윤석민처럼 마이너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 추가사항 [79] 삭제됨9691 16/03/30 9691 1
64349 [일반] 철도망으로 보는 우크라이나 [16] 이치죠 호타루8114 16/03/30 8114 11
64347 [일반] 기재부 장관 "저출산 대책 효과없어, 이민정책을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182] 군디츠마라13153 16/03/29 13153 2
64346 [일반] CGV 메뚜기족 단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69] 카스트로폴리스21091 16/03/29 21091 1
64345 [일반] 왜 프랑스에서는 일요일 영업이 논쟁 거리가 될까? [23] santacroce10787 16/03/29 10787 22
64343 [일반] 카이로행 이집트항공 여객기 공중납치돼 [35] 어리버리9104 16/03/29 9104 0
64342 [일반] 미국 4.9% 실업률의 이면: 점점 사라지는 9 to 5 일자리 그리고 유럽의 고민 [37] santacroce10470 16/03/29 10470 41
64341 [일반] 제2의 고난의 행군 [5] 토다기4990 16/03/29 4990 0
64340 [일반] 그냥 요즘 음악 듣는 이야기(스포티파이,EDM...) [11] 삭제됨3834 16/03/29 3834 1
64339 [일반] 설리 인스타, 결국 논란으로 [239] 시린비19867 16/03/29 19867 1
64338 [일반] 9.11테러, 히어로 무비 그리고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35] 마스터충달7400 16/03/29 7400 8
64337 [일반] 주말에 고시엔 다녀온 이야기 [22] 최유형5530 16/03/29 5530 10
64336 [일반] 세월호 2차 청문회 2일차 서울시청 9층에서 합니다. [5] 물리쟁이3310 16/03/29 3310 12
64335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31 (6. 세 개의 발) [30] 글곰4306 16/03/29 4306 51
64334 [일반] [프로듀스 101] 남은 22명의 전투력 및 기타 이야기 [107] Leeka9938 16/03/29 9938 3
64333 [일반] 아베총리와 폴크루그먼의 담화 요약 [23] 콩콩지7008 16/03/29 7008 12
64332 [일반] [3.28]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박병호 1타점 적시타) [1] 김치찌개4593 16/03/29 4593 0
64330 [일반] 우리는 지구를 파괴할 수 있나?... [29] Neanderthal8098 16/03/28 8098 15
64329 [일반] 로스쿨 입시 비리, 전수조사 착수+사회지도층 자녀 비율 공개 검토, 교육부 사실 무근 [32] 어둠의노사모5491 16/03/28 5491 4
64328 [일반] [스포주의] 꿈보다 해몽 슈퍼맨v배트맨 [3] 삼비운3825 16/03/28 3825 0
64327 [일반] [야구] 2016년 삼성라이온즈 뎁스표 [35] classic6107 16/03/28 6107 19
64326 [일반] "지하철서 화장 그만"…'파우더룸' 만든다 [47] 토다기9017 16/03/28 9017 0
64325 비밀글입니다 Jace T MndSclptr4932 16/03/28 4932 2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