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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25 22:23:31
Name 좋아요
Subject [일반] 아주 편협한 아이돌 덕질론
1. 아이돌이란 이를테면 프린세스 메이커의 프린세스와 같다. 동경의 대상일수도, 연애의 대상일수도 있지만 덕질하는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아이돌이란 '특별할 것 없는 내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을 성장시키기로 마음 먹을 정도'의 매력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우리 덕질러는 몸으로 낳고 키우는 자식을 갖기전에 지갑&영업으로 키우는 [내새끼]를 먼저 갖는다.

2. 적어도, 아이돌의 외모란 높낮이 말고 하나 더의 개념이 존재한다. 바로 '선택받을 수 있는'이라는 개념이다. 아이돌은 객관적으로 그렇게 빛나는 미모는 아니더라도 선택받을 수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빛나는데 선택받는 경우, 객관적으로 빛나지만 선택받지 못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빛나지도 못하고 선택도 못받는 경우 이 네가지 다. 물론 이것은 대체로 매우 유동적이다.

3. 뭐라고 딱 잘라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아이돌에게 있어 '귀여움'이라는 것은 정의고 선이며 절대법칙이다. 아이돌이라면 무슨 형태로든 어떤 캐릭터로든, 어떤 컨셉으로든 귀여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콩깍지가 장착되고난 후에는 숨쉬는 것도 귀여워 보이는데, 만약 당신이 그렇다면 이미 당신은 훌륭한 덕질러인 것이며 무슨 짓을 해도 많은 덕들이 귀여워하는 아이돌은 성공한 아이돌이라고 부를 수 있다.

4. 사실 아이돌에게 예쁨,잘생김이란 '예쁠 때 예쁘기 위해' 필요한 것일 뿐이다. 대체로 원래 예뻐야 '예쁠 때 예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예뻐야할 때 예쁠 수만 있다면, 사실 그렇게까지 '통상버전에서' 예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그만큼 예뻐야할 때 아주 응축해서 예쁨을 폭발시켜야한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한껏 풀어져있는 모습을 공개했을 때 '그래도 예뻐요!'라는 반응보다 '아 크크크 우리 XX 몬생겨따'라는 반응이 더 우월하다.

5. 같은 맥락으로, 춤잘추고 노래잘하는 등의 스펙이라는 것은 외모마냥 '입구'의 기능도 하긴 하지만 장기적인 덕질에서 보았을 때 '우리가수의 예쁨,멋짐.귀여움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덕후의 욕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6. 아이돌 멤버의 매력이라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얼마나 매력적인 빈틈'을 만드냐의 문제이다. 빈틈을 보이지 않는 아이돌에게 강제로 비집고 들어오는 덕후란 존재하지 않으며 빈틈이 '매력적이지 않은' 아이돌에게 다가오는 덕후 역시 아주 극히 적다.

7. 덕후에게 '이상형'의 아이돌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형대로 덕질하라는 법은 절대로 없다. 아이돌 덕질에 '덕통사고'라는 단어가 생긴게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내 이상형이라 덕통사고 당하는 것이 아니라 실상 덕통사고 당하게 만든 녀석이 내 이상형인 것에 가깝다.

8. 세상에 덕후의 입맛을 100% 만족시키는 내가수 기획사는 절대로 없다. 한 50%만 만족시킬 수 있어도 아주 훌륭한 회사다.
연예기획사라는 것은 아이돌 덕후에게 욕을 먹기 위해 태어난 개념이다.

9. 초중기 아이돌 팬덤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덕후에게 안전하고 재밌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다. 안전함이라는 것은 팀원의 케미스트리와 연애 문제를 말하고, 재미는 캐릭터와 멤버/조합 관계도 같은 것을 말한다. 이 두가지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아이돌그룹은 팬덤이 그렇게까지 크기 힘들다.

10. 좋은 컨셉, 좋은 노래란 대외적으로는 '머글들(=일반인)에게 영업하기 좋은 컨셉과 노래'를 말하며, 대내적으로는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의욕이 최대한 천천히 깎이게 만드는' 컨셉과 노래를 말한다.

11.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돌그룹에 있어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바로 '호구'다. 아이돌그룹 캐릭터관계도의 완성은 궁극적으로 호구캐릭터에 의해 완성된다. 재밌고 매력적인 호구가 있으면, 캐릭터간 조합을 만들기도 쉽고, 리얼리티를 찍을 때 방향 설정하기도 쉽다. 물론 이는 '안전한 세계'가 구축되었을 때를 전제로 한다. 호구인 캐릭터가 나대다가 응징까지 당하는 타입이라면 더할나위 없다. 대체로, 팀내 연장자가 호구일수록 재밌다.

12. 아이돌과 덕후의 관계도 어쨌건 사람의 관계인지라, 적절히 '반응'해주는 아이돌한테 덕후는 끌리게 된다. 세상은 그걸 조련이라고 부른다.

13. 아이돌은 진심으로 착하다면 그것이 마모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하고, 가식으로 착하다면 그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 정교하게 잘만들어진 가식은 진심보다 아름답다. 어쨌거나 천연으로든 가공으로든 착한 아이돌은 무조건 옳다.

14. 이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뜨는 아이돌'은 정해져있다. '그런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따로 있는 것 마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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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진
16/02/25 22:38
수정 아이콘
기승전 팔자 소관....
ll Apink ll
16/02/25 22:48
수정 아이콘
2번의 '선택받을 수 있는'의 개념이 궁금하네요. 문맥상 그 앞에 '대중의'가 생략되어 있는거 같고, 소위 말하는 '덕후들에게 먹히는 얼굴상' 같은 뜻인듯 한데..

구구절절 와닿네요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덕질이지 싶은데 색다른 좋은 경험 해보는거 같습니다 흐흐
좋아요
16/02/25 22:50
수정 아이콘
대충 말씀하신 것과 비슷합니다. 요는 예쁜 아이돌하고 인기 있는 아이돌은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거죠-_-a.
ll Apink ll
16/02/25 22:52
수정 아이콘
하하하 '야 넌 이쁜 애들 놔두고 왜 XX 같은 애를 왜 좋아하냐?'에 대한 대답이군요...
헤글러
16/02/25 23:25
수정 아이콘
역시 외모도 실력도 거들 뿐인 거죠. 꽤나 많이 거들어주지만 결정적인 무언가 하나로 뒤집을 수 있다고 해야 하나..

그 무언가를 구체화할 수 없다는 게 참 이 바닥의 재밌는 점이지 않나 싶어요. 어떻게 보면 힘든 점이기도 하고..
Undertaker
16/02/26 00:23
수정 아이콘
옆동네 akb48총선만 봐도 아이돌에게 외모는 일정이상 넘어가면 매력or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에빙구
16/02/26 00:47
수정 아이콘
제가 그 기준으로 봐서 그렇겠지만 에이핑크(그중에서도 보미)가 저 기준을 거의 다 충족하네요.
이치죠 호타루
16/02/26 01:19
수정 아이콘
이건 키워드만 살짝 바꾸면 거의 모든 덕질에서의 일반론에 해당되는 수준이지 싶네요(...) 덕분에 껄껄 웃으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정리되어 있네요.
오마이러블리걸즈
16/02/26 01:58
수정 아이콘
공감되는 부분이 꽤 있네요 크크크
16/02/26 03:52
수정 아이콘
그런점에서 아이돌 전문가인 좋아요님의 프로듀스101 11픽은 어떤가요!?
세인트
16/02/26 10:18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kr/?b=8&n=60738

말씀대로 덕통사고는 제 취향이나 의사랑 상관없이 훅 치고 들어오더군요.
그 이후로도 꾸준히 팬(...이지만 막 여기저기 뽐내거나 팬까페 가입한다거나 하지는 못하고 조용히 음원이랑 앨범만 사는 정도?)질을 하고 있는데,
정말로 애들이 잘 커서 1위도 하고 이런 거 보니 막 감개무량하고 그렇더군요 ㅠㅠ
우리는 하나의 빛
16/02/26 11:14
수정 아이콘
2D 아이돌도 본문의 조건이라면 충족하고있다고 생각합니닷!
다른 분들에 비해 늦게 접한 사람에 속해서 별로 덕질이라 할 것도 없기는 하지만..
활동의 종료를 앞둔 시기가 다가올수록 점점 아쉬움을 느낍니다. (같은 아이돌의 팬인 다른 분들께서도 그렇겠지만요.)
opxdwwnoaqewu
16/02/26 13:40
수정 아이콘
본문이 정답이라면
문제는
왜 시스타는? 이 되겠읍니다
좋아요
16/02/26 14:51
수정 아이콘
씨스타는 팬덤이 형성되어햘 시점에서 일진돌 논란이 너무 길게갔죠. 거의 이쪽 커뮤니티에서는 티아라 화영사건 즈음까지 가서야 완전비스무리하게 털고 나온 느낌이랄까. 여러모로 '안전한 세계'의 구축이 많이 늦었습니다. 노래도 대체로 팬덤형성형 노래라기보단 대중적인 반응에 민감한 곡들이었고 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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