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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04 15:54:10
Name 테바트론
Subject [일반] 누군가 게임을 한다는 건, 다른 누군가에겐 어떤 의미인가
자게 첫글로 인사드립니다. 데탑이 글쓰기엔 훨씬 편하지만, 지금 마음이 많이 답답해서 모바일로라도 글을 써 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게임에서 2년째 몸 담고 있는 길드가 있습니다. 큰 규모도 아니고, 알고 지내게 된 시간도 짧은 편이 아닌지라 서로 이름이 어떻고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공부를 하는지도 대충은 알고 있는 사이들입니다. 직접 만나 얘기들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물론 있었지요. 저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여건상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란 어려웠습니다. 사는 지역들이 다르기도 하거니와, 비슷한 연배끼리 모였다지만 개인적인 상황들이 다 다르니까요.

그러다 최근에 기회가 왔습니다.

서울에 사는 세 명이 시간을 맞춰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잡았고, 서울까지 그리 힘들지 않게 왕래할 수 있는 제가 한 사람 끼어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대면은 처음이었으니까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술 몇 모금이 들어가자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습니다.

네. 그냥 평범한 지인들끼리의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분위기가 좀 달아오른 탓인지, 한 명이 주량을 초과해서 과음을 해서 인사불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저보다 술 못 마시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술자리에서 꽐라가 되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는 것은 생전 처음이라 좀 많이 당황하긴 했지만, 멀쩡한 정신 가진 사람이 혼자가 아니었으니 어찌어찌 수습해서 데리고 나올 수 있었구요. 다른 분들이 택시를 잡는 동안 전 막차 시간 때문에 그 아이를 택시 태우는 건 보지 못하고 귀가해야 했습니다.

택시도 태웠고 차 번호와 기사님 연락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계속 신경이 쓰여서 가는 길에 본인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제가 자리를 뜰 때까지 전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거든요. 계속 통화가 안 되다가 멀쩡한 목소리 하나가 전화를 받습니다. 얘가 벌써 깼나 싶었는데, 언니 되시는 분이었습니다. 흥분된 목소리로 얘가 뭘 얼마나 마셨길래 토 범벅이 되어서 집에 왔느냐고 설명을 요구하시길래, 모여서 식사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저희가 자제시켰어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거듭 말씀드렸습니다.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냐고 물어보시길래, 아무 일도 없었다고 계속 말씀드렸구요.

그렇게 통화가 끝나려나 싶다가, 갑자기 질문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무슨 모임이었어요?"

갑자기 말문이 턱 하고 막힙니다. 일단 저도 집에는 고등학교 동창들 만나러 간다는 식으로 얼버무려 놓고 나온 상태인데다가, 인사불성이 된 그 아이도 집에서 게임하는 것을 가족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과 모임이라고 핑계를 대고 나왔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취해버린 멍청한 머가리는 당황해서 그걸 떠올리지 못하고, 결국 길드 모임이었다고 사실대로 이실직고 하고 맙니다.

"아..XXXX요..?...아 그러니까 동호회 같은 거죠?
게임이라니..하하하..."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소리를 끝으로 통화가 끊겼습니다. 지금까지의 일을 그저 재미진 해프닝으로만 여겼는데, 이젠 공황 상태가 되고 맙니다. 멍텅구리, 등신, 천치같은 놈, 상황을 다 알고 있었는데도 그걸 센스있게 대처를 못 해서 괜히 무리해서 시간 내어 나온 녀석이 꾸중 듣게 생겼구나. 언니분이 당사자 편이라면 부모님께는 적당히 넘길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알기로 언니분 역시 그 녀석이랑 성향이 많이 달랐습니다. 집에 도착하고 자리에 누워서도, 머리는 지끈지끈하고 몸은 노곤한데 잠을 도저히 잘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녀석과 연락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핸드폰을 던져 부숴버리셔서 PC카톡으로 연락하고 있답니다. 세상에 게임하는 사람들을 왜 만나냐고 노발대발하셨고 크게 ...혼났다고 합니다.

무리해서 겜 하려고 하지 말고, 앞으론 가족 약속 우선하고, 술 항상 자제하도록 하라고 한 다음 가만히 생각을 해 봤습니다.

생각할수록, 납득이, 안, 갑니다.

술에 인사불성이 된 건 그 아이입니다. 저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최대한 상황을 수습해서 무사히 돌려보내려고 애를 썼습니다. 택시에서 김치전을 부쳤다고 하니 과히 멀쩡한 모습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전화도 상황을 끝까지 확인하려고 걸었습니다. 인사 받으려고 뒷수습한 건 절대 아니고 그럴 수도 없지만, 언니분이랑 통화하는 내내 수고하셨다거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누구라도 가족 중 누군가가 그 꼴로 밤늦게 들어오면 난리가 날 겁니다. 당황 많이 하셨겠죠.

그런데, 왜 사람을 벌레 대하듯 대하십니까?

말씀하신 대로 그저 동호회 모임입니다. 어디 교도소나 인간 폐기장에서 기어 나온 사람들이 아니라, 게임이 취미인 평범한 일반인들이 모여서 회포를 풀었을 뿐입니다. 왜 걱정돼서 전화한 사람에게 비웃음을 흘리면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으며, 왜 게임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이유로 핸드폰을 집어던져 박살을 내면서까지 성인인 자녀를 혼냅니까?

아니 애초에, 저나 그 녀석이나, 게임 길드 모임이 아니라, 다른 모임이라고 가족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면서 몰래몰래 나와야 하는 겁니까? 왜 만나지 말아야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벌벌 떨면서 다녀야 되는 겁니까?

뭐가 어때서요?

저는 게임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을 많이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계속되는 대화 시도로 많이 부드러워지신 편이지만, 여전히 넷 상의 인맥은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계십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부모님과의 갈등 상황이 되면 또 게임 때문에 트집 잡히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의식이 있는 편입니다. 대화 중에 해소되는 것이 대부분이긴 하지만요. 녀석도 비슷한 상황일지 모르고, 그래서 혼나게 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저것 하나만 이야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모를 일이지요.  하지만 그 나머지 이유들이 핸드폰이 박살까지 나야 할 이유라고 한다면...글쎄요.

그래요. 모를 일입니다. 제가 그 녀석 상황을 어찌 다 알겠습니까. 하지만 일련의 상황을 제가 겪으면서 이런 생각들이 자꾸 떠오르게 되어, 지금 미칠 지경입니다.

저분들이 사람한테 무례하게 굴면서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저들이 정말 옳기 때문이 아닐까. 게임은, 한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개발할 자원과 시간을 빨아들여 그 기회를 빼앗고 무가치한 사람을 만들어 버리는 마귀의 컨텐츠일 뿐이고, 저들은 가족을 그것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당연한 행동을 한 것이며, 저를 포함한 우리 길드원들은 마귀의 유혹에 빠져 다른 이들을 타락시키려는 인간 쓰레기들이 아닐까.

너무 극단적인가요?

솔직히, 너무 지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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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스
15/10/04 15:57
수정 아이콘
술자리에서 몇십 몇백 쓰는건 사나이의 기상이면서, 게임아이템 5천원 지르는건 (심지어 게임을 [[돈주고]] 구매하는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면 어디부터 대꾸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테바트론
15/10/04 22:03
수정 아이콘
사실 그 정도까지 인식 차이가 나면 서로를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15/10/04 16:00
수정 아이콘
애초에 이해하려고 노력도 안해봤다고 생각됩니다..
불륜이나 살인 자살은 우습게 나오는 소설들은 청소년 추천도서에 들어가면서
왜 게임은 악의 축이고 책은 안읽는다고 화내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테바트론
15/10/04 22:05
수정 아이콘
왜 그럴까요...컨텐츠의 몰입도? 현장감? 체험?
정확한 기준이 대체 뭘까요. 게임이 다른 매체보다 유해한 요소를 더 통제하기 힘든 컨텐츠일까요?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15/10/04 23:21
수정 아이콘
정작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게임이 어떤 건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나쁜 사상을 전파하는 책이 있다면 보통 그 책을 쓴 사람을 문제삼을텐데 게임은 오히려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을 욕하죠. 게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화하길 바랍니다...
15/10/04 16:04
수정 아이콘
세상에나. 게임하는 사람들 좀 만났다고 핸드폰을 던져 부숴버리다니... 그 분이 불쌍해지네요.
테바트론
15/10/04 22:07
수정 아이콘
저도 그 정도일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괜찮다고는 하는데 음...
해원맥
15/10/04 16:04
수정 아이콘
화나시는거 당연하고 이해가갑니다.
그.. 그저 이 상황을 (?)
다만 자녀분을 걱정하시는 부모님이
뭔가 화를 낼 핀트를 괜히 만만한 게임으로 잡으신게 아닌가.. 하고 머리를 식히시는게 어떨지요

그나저나 글쓴분도 답답하시겠지만 길드원분도 상당히 답답하시겠군요
테바트론
15/10/04 22:08
수정 아이콘
저도 그냥 그렇다고 생각해버리고 싶지만, 역시 피해의식이 큰지 쉽지가 않네요. 이상합니다 하하
15/10/04 16:30
수정 아이콘
저같은경우는 대학교 입학당시부터 현재까지 제일 친하게 지내는 놈들이 어쩌다가 고등학교 친구놈이 소개시켜준 팀랭놈들입니다. 밖에서 만나서 술도 마시고, 생각지도 못한 엠티도 다녔네요.
그런데 정작 부모님께 친한친구 만나러 간다하면 어디 친구냐, 대학교 다닐때 만난친구다 하면 당연히 같은 대학 친구라고 생각하시더라구요.
솔직하게 애들이 게임을 못해서(?) 그렇지 사람도 좋고 학점은 많이 날렸지만 덕분에 대학다니면서 롤챔스 결승도 보러다니고 재밌게 보낼 수 있었던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그런데 제 동생이 술먹느라 밤늦게 오는건 그러려니 하시면서 제가 보이스키고 친구랑 늦게까지 게임하는건 안좋게 보시는게 저로썬 아직 잘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제가 밤늦게까지 게임하는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시대가 아직도 게임을 정상적인 취미로 인정해주지않는 그런세대가 많아 그런것이려니... 하고 살고 있습니다.
전 아직도 주변에 항상 하는 말이, "나는 내 나이 60을 먹던 70을 먹던 평생 게임하고 만화책 보고 살거다."입니다.
남의 취미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네요. 같이 힘내죠
테바트론
15/10/04 22:1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데 힘씩이나 내야 한다는게 부조리하다고 느껴지지만, 감수해야겠죠
마스터충달
15/10/04 16:40
수정 아이콘
축구 야구는 보면서 롤챔 보면 이상한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죠.
전 그냥 덜 문명화 되었다고 봅니다.

이런 저도 구시대 사람이 되버린 건지 아프리카에 별풍 몇백만원씩 터뜨리는 게 이해가 안 되긴합니다.
(근데 그렇게 별풍 쏘시는 분들이 저보다 연장자일게 뻔하다는 게 함정;;;)
그렇다고 그들을 조소하거나 비난하진 않아요;;;
테바트론
15/10/04 22:15
수정 아이콘
낯선 요소에 대해 생기는 저항감을 혐오로 바꾸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든 것 같습니다.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정신 놓는 순간 그렇게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던 행동들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렵네요.
마스터충달
15/10/04 22:23
수정 아이콘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다가 저렇게 되버린 모습을 깨달을땐 참;; 근데 못 깨닫는 것 보단 낫겠죠.
15/10/04 16:57
수정 아이콘
어디까지나 주변 사람들을 보고 가지는 주관적 견해이긴 하지만, 게임 사이트나 주변에 게임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게임에 과몰입해서 다른 것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고 당연히 아는것도 없어서 다른 주제로는 이야기할게 별로 없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물론 저자신이 게임을 좋아라하는 게이머이기도 하고 따라서 제 주변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취미활동을 즐기는 사람보다는 많지만요. 아마 게임 하는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런 과몰입한 사람들에게서 '과몰입한 사람이 문제' 가 아닌 '과몰입하도록 만드는 게임이 문제' 라고 생각하는게 아닐까요. 다른 취미생활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특이하다 정도로 넘어가는 반면에 유독 게임에 대해서는 게임이 문제라서 그렇다 그러므로 게임은 별로다 라고 이어지는 논리를 가지신 분들이 많은듯...
테바트론
15/10/04 22:22
수정 아이콘
그런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취미들의 과몰입이라고 하면 당장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지만, 게임 과몰입이라고 하면 거북목에 안 감은 머리, 관리 안 된 체형, 쌓여 있는 주전부리와 쓰레기들 등의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혐오감을 손쉽게 발생시키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그런 스테레오타입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고착되게 되었을까요?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프네요...
자바초코칩
15/10/05 01:30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의견에 공감합니다.
바람모리
15/10/04 17:03
수정 아이콘
저는 나아중에 손자를 이기는게 목표입니다?
혹은 애들싸움에 불려나가서 캐리해준다거나..
울 할아버지 다이아임 하고 자랑당하고 싶지만 거긴 지금도 못가본 곳이니 힘들겠네요.
아 결혼부터 해야하니 손자만드는게 더 힘드려나..
테바트론
15/10/04 22:25
수정 아이콘
여러 세대가 같은 놀이를 공유한다는 건 정말 꿈 같은 일이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그게 가능할지는 회의적이지만...
15/10/04 17:03
수정 아이콘
전 그냥 그런 사람들이 무식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잘못했단 건 아니고 일종의 시대적 한계? 인거죠.
테바트론
15/10/04 22:27
수정 아이콘
악의가 없는 행동들이 모여서 악의를 만들어내는 상황이 싫습니다. 화까지 내 가면서 싸울 일이 아닌데...
성동구
15/10/04 17:16
수정 아이콘
와우에서 만나서 결혼한 사람도 있는데....
테바트론
15/10/04 22:30
수정 아이콘
넷상에서 이루어지는 인연들이 더 이상 특별한 케이스가 아님에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그만큼 현상과 인식이 불일치하고 있다는 거겠죠.
종이사진
15/10/04 17:22
수정 아이콘
저는 넷상에서 만나 결혼을 한지라...(;-_-)>

본문 내용으로는 여성분께서 과음을 한 것이 문제일뿐, 주변 상황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테바트론
15/10/04 22:58
수정 아이콘
저도 별 문제 없다고 느꼈는데...누군가에게는 일어나선 안 될 일처럼 여겨지나 봅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요
15/10/04 17:47
수정 아이콘
우리 세대가 기성세대가 될 때 쯤이면 많은 것들이 좀 나아져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취미생활에 대해서는요..
15/10/04 17:49
수정 아이콘
추가로 저는 직업상 게임을 많이 해야하는 편이고..쉬는
날이면 카페에 앉아 게임을 하면서 이것저것 게임에 대해 살펴보고 적어두기도 하는데

뭔가 모를 불편한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크크크
테바트론
15/10/04 22:34
수정 아이콘
카페가 도서관도 아닌데 말이지요.
솔직한 얘기로 저도 비슷한 상황을 목격하고 곧바로 거부감을 느꼈습니다만, 조금 생각해 보고 나서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제 안에서도 고정관념이 깊이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15/10/04 17:52
수정 아이콘
아 근데 저도 그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프에선 통성명하고 실명으로 호칭했으면 좋겠습니다.

오프에서까지 아이디로 서로를 호칭하는건 좀 오그리토그리 하더군요 크크크
눈뜬세르피코
15/10/04 20:36
수정 아이콘
본문에 어울리진 않지만...
길드원 아버지(?) 장례식에 간 '저승사자님' 개그가 떠오르네요.
테바트론
15/10/04 22:37
수정 아이콘
실명들 어차피 다 아니까 부르려고 노력들은 했습니다만...가끔씩 흠칫흠칫 크크
재밌더라구요
바위처럼
15/10/04 17:52
수정 아이콘
뭐, 그런 가족도 있죠. 사실 언론 학교 온갖군데서 게임과 만화에 원죄를 부여하고 가정-교육-사회의 실패를 전부 게임에 전가하는 상황에서 저런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대단한 셈이고요.
테바트론
15/10/04 22:43
수정 아이콘
모든 교육의 실패에 대한 필요조건 중 하나를, 게임이나 만화 등에 노출시키는 것 자체로 퉁치려는 듯한 인상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알파스
15/10/04 18:17
수정 아이콘
저는 솔직히 게임 정말 좋아합니다.
근데 주말에 하루종일 게임만 하면 사실 스스로도 쪽팔립니다. 부모님이 보면 되게 창피하면서 '내가 이 나이 먹고 이게 뭐하는거지?' 하고 자책까지 하구요.
그래서 온라인 게임을 하더라도 친한 사람을 만들어본적이 없네요. 온라인상으로도 현실 친구 아니면 친추 한적도 없구요
솔직히 쪽팔려요. 오락으로 누구랑 친구 먹는다는것이....
그래서 저 가족들의 반응이 이해는 되네요. 저는 게임을 정말 좋아하지만...
네스퀵초코맛
15/10/04 21:43
수정 아이콘
주말마다 같이 배타는 낚시꾼들이나 전국의 산들을 돌아다니는 동호회분들이 '이 나이 먹도록'이란 생각은 안하잖아요. 쪽팔려 하실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헤칼트
15/10/04 19:37
수정 아이콘
저는 넷상 인맥에 대해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1.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게임이나 카페 활동을 하는 사람이 위험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2. 그런데 사실 나도 게임이나 카페 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거다.
3. 그럼 나도 이상한 사람인가?
4. 넷 활동을 어머니 아버지께는 이상해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곳에는 수많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
이러니까 납득하시더라고요.
테바트론
15/10/04 22:49
수정 아이콘
오...먹힐 만한 논리 같은데요. 한번 말씀드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모니터 너머의 사람들이라고 특별히 비정상의 비율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죠.
다크템플러
15/10/04 20:27
수정 아이콘
제 꿈은 제 세대가 노인이 되었을때 바둑판 장기판 대신 PC가 깔리는겁니다. 노인정에서 스타1 1:1, 팀플. 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크크 물론 그땐 가상현실게임이 나올것같지만요.
테바트론
15/10/04 22:53
수정 아이콘
키보드, 마우스, 패드로 게임하면서
가상현실 게임하는 어린 것들한테 꼰대질하는 상황이...

...역시 와서는 안 되겠죠ㅠ
나이먹고 동년배들끼리 게임하면 재밌을것 같네요
눈뜬세르피코
15/10/04 20:33
수정 아이콘
저도 일주일에 3-4일씩 스타리그 보러다니는 과정에서 지인이 많았었는데(지금은 다 끊겼지만) 어머니가 게임 친구들이라며 참 싫어하시더군요.
눈뜬세르피코
15/10/04 20:34
수정 아이콘
아, 논외로 4글자면 마비노기인가요? 그냥 궁금해서요;;
테바트론
15/10/04 23:00
수정 아이콘
채팅하기 참 좋은 게임이죠
15/10/04 21:30
수정 아이콘
꽤 많이 개방적인 친한 여자 동생이 단톡방에서 롤얘기를 하니 덕후같다며 놀리더라고요. 내가 아는 남자의 가장 건전한 취미가 게임이라고 말한 기억이 나네요.
테바트론
15/10/04 22:45
수정 아이콘
롤도 덕후 같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군요...
사실 게임 중에서 남성들 한정으로는 메인스트림에 가깝게 올라와 있는 여가 활동이 롤 아니었나요? 신기하네요.
청보랏빛 영혼 s
15/10/04 22:14
수정 아이콘
완전 대박 공감글이네요 게임하는게 뭐 어때서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저도 직업상 여자들만 많은 직장이라 신입으로 입사했을때는 취미가 뭐냐고하면 영화보기나 독서라고 했습니다
거짓말아닌 거짓말이죠 제일 좋아하는 취미를 두고 다른 대답을 하는 겁니다 평범하고 선배들한테 이해받을수 있는거
하지만 지금은 안그래요 제 위보다 아래가 많거든요
당당하게 롤챔결승간다고 휴가도 내고 그게 얼마나 재밌는지 말합니다
물론 제가 카톡프사를 롤챔 결승 세트로올렸더니 콘서트갔다왔냐고 물어보는 위에는 그냥 끄덕끄덕 하지만요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이래서 PGR을 못끊어요 여기만큼 공감대 찬곳이 없으니까요
힘내세요 아니 같이 힘내요///
테바트론
15/10/04 23:02
수정 아이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15/10/04 22:24
수정 아이콘
지금 게임을 한창 즐기고 있는 세대의 부모님들은, 자식들보다 먹고 사는 데 더 큰 걱정을 하며 살아왔고 팔자 고칠 수 있는 것(이를테면 공부) 이외의 모든 취미생활을 그 부모들에게 지탄 받으며 자랐죠. (게임, 아니 그 시절 기준으론 오락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네요. 연예인 따라다니기 등등) 게임을 건전한 취미로써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자식을 낳아서, 그 자식들이 장성할 때 쯤은 되야 대중적 인식이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돈 써가며 게임 즐기는 대학생이지만, 게임에 돈 쓰는 걸 이해 못하는 친구들 보면 참 답답합니다. 자기들은 요트며 자전거며 오토바이며 엄청나게 돈 써대면서 말이죠.
알파스
15/10/04 22:54
수정 아이콘
아마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같을거 같아요.
15/10/04 23:07
수정 아이콘
하... 맞네요.
15/10/04 23:24
수정 아이콘
세월이 지나도 뭔가 바뀔거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사실상 노예나 다름 없는 상태라 개인 시간을 거의 낼 수 없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건 집 안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자기 눈앞에 보이는 자식이 공부 안하고 딴거 하고 있으면 싫어할 사람이 많으니...
사회의 주류층을 이루는 세대가 싫어하는 문화라면 결코 대세가 될 수 없죠. 그리고 여성들의 경우 나이불문하고 게임을 정말 싫어하는 분이 많기 때문에 이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거 같네요.
서낙도
15/10/05 15:54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 스트레스 해소로 게임을 무척 많이 하고 있긴 한데...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나쁜 쪽으로 넘버 2라고 봅니다.
넘버 1은 먹는 것 (폭식/술) . 넘버 2가 게임.

세상에 수 많은 취미 중에 지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것이 게임인 것 같아요.
회사일 스트레스 좀 줄어들면 지금 하는 게임도 끊으려고 하는데 끊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5/10/05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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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부모님에게는 게임하는 걸 쉬고있다고 둘러 이야기합니다. 같이 사는것도 아니고 따로 살고있는데도 말이죠. 아직도 부모 세대에서의 게임은 자신들의 학창시절 당구장도 인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경우를 보나 주변 경우를 보면 개임을 취미로 즐긴다기 보다는 일상의 어떤일보다도 강하게 몰입하다보니 본분을 망각하는 일이 잦죠. 이런 것 때문에 아직까지 인식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일하면서 드는 생각은 여가시간에 게임을 하면 업무에 지장이 생기더라고요. 일단 야근이 밥막듯이 있으니.. 그리고 뒤쳐진다는 느낌도 많이 받고요. 업무가 업무로 끝나야 여가가 있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전보다 인식이 많이 바뀐건 맞지만 스스로도 아직 복잡함을 많이 느끼고 있네요. 어쩌면 글 쓰신분과 크게 다르지 않는 고민을 여태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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