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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5/26 10:23:28
Name [NC]...TesTER
Subject [일반] [세상읽기]2008_0526
[테스터의 세상읽기]2008_0526

이 세상엔 수많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또한 수많은 정보도 생겨나고 소멸되죠. 우리 앞에는 너무나 많은 일과 정보들이 있어, 그것을 모두 수용하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가끔 한번 정도는 생각하고 싶은 일들, 같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아주 편하게... 이 세상읽기는 정답이 없습니다. 또한 누구의 말도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바쁘시더라도 한번 쯤은 생각해 볼 만하다는 것. 이것으로 족합니다.


1.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될 듯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 되면서 이로 인한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식경제부는 이미 올해 안 전기요금 인상을 밝혔는데요, 이를 시작으로 도시가스, 버스요금 등 다른 에너지 관련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가스 같은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 한차례도 요금을 조정하지 못해 인상압력이 커지고 있다는데요, 가스공사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 수입가격이 올라 비용상승 압박이 만만하지 않지만 정부의 물가억제정책 기조 때문에 두 달에 한번 조정하도록 돼 있는 산업용, 가정용 가스공급 가격을 4개월째 인상하지 못했다” 고 말했습니다.

또한 경유값도 크게 올라 버스업계도 타격이 심한데요, 통상 30% 선이었던 버스 운행비 중 연료 비중이 38% 선까지 올라가, 매달 55억여 원(국내 최대 버스회사 기준)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를 거의 포기하고 있는데요,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지하철, 시내버스, 철도, 고속버스 등의 요금이 하반기부터 줄줄이 인상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예견된 물가상승의 스타트는 공공요금 인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식료품 인상과 서비스 인상도 어느 정도 예상되는데요,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세금정책 또한 조만간 인상될 것으로 보여 내수경기는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이것 말고 더 오를 꺼 있나요?


2. 뻘소리

지난 주말

‘지난 주말’ 많은 일이 있었다. 어쩌면 큰 일이기도 한데, 이 일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구분이 명확해진다. 설사 알고 있더라도 그 의미와 해석은 상반된다.

정부는 명확하고 엄정한 법의 잣대를 대야 할 곳에는 안 대면서 너무 지나칠 정도로 법의 잣대를 대고 있다. (물론 법치국가에서 법의 잣대를 좀 엉성하게 대 달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오히려 법을 아는 자가 경제력을 바탕으로 악용하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궤변으로 평등의 법칙을 깨 나간다.

‘지난 주말’ 일은 어찌 보면 시발점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분노를 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애써 모른척하고 오도(誤導)하며 무관심해 간다.

사실 정치적으로 ‘지난 주말’에 했던 몫을 해야 할 사람들도 지금은 도대체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자체 정비 때문인지 그저 말 뿐이다. 그들은 ‘지난 주말’의 일을 이용하기 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답답할 뿐이다.

‘지난 주말’ 일에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순수한 그들의 일을 악용하려는 집단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토대로 악용하려는 집단은 ‘지난 주말’의 순수함을 회색시키려 한다. 그 집단이 어떤 목적으로, 어떤 의미로 그런 행동을 보이는 건진 모르겠지만 ‘지난 주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들을 조심해야 하고, 혼동되어 그들에게 동조되어도 안될 것이다.

솔직히 앞으로가 두렵다.

‘지난 주말’의 일이 되풀이 되고 또는 더 심화될수록 두려움이 다가온다.

이렇게 말 뿐이 나 자신에 대해 너무 두렵다.




3. 인재를 죽이는 상사의 말 한마디

LG경제연구원이 어제 ‘인재를 죽이는 말 한마디’라는 보고서를 냈는데요, 이 보고서에서 대표적인 말로

“이것밖에 안 되나, OO 씨에게 맡길걸, 그랬군. 당신은 그래서 안 돼”

라고 합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기업이 힘들게 뽑은 신입사원과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가 정작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은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고 오히려 죽이는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위의 말처럼 인재를 죽이는 것은 보통 ‘기(氣)’를 죽이는 상사의 말이 많습니다. “이것밖에 안 되느냐”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잘해야 본전’이라는 심리 때문에 조직이 원하는 성과를 내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요즘 ‘긍정의 ‘힘’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인재육성을 위해 “이건 잘 했네”라는 긍정적인 말을 먼저 하고 보완할 부분을 이야기하면 인재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말합니다. 결국 리더가 부하직원의 장점보다는 단점에만 주목한다면 인재육성은 실패하고 동기부여 또한 제공하지 못해 결국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왜 OO 씨 처럼 못하나? OO 씨에게 맡길걸”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

”당신은 정보력이나 논리력이 좋고, OO 씨는 분석력이 뛰어나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어떨까요?

훌륭한 리더쉽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4. Fallen Road

매주 월요일에는 윤여광님이 집필하신 판타지 소설 ‘Fallen Road’를 주 1회 연재합니다. 연재를 허락해주신 윤여광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세부설정 사항 다시보기

▶1장 1회 다시보기

▶1장 2회 다시보기


1장 3회. –빼앗긴 보물에 마녀는 운다-

#1-3
인케이닝의 아침은 쌀쌀했다. 사계의 시작을 알리는 따스한 봄기운이 가득했던 산의 진입로와는 달리 유나의 집 앞마당에서 보이는 그것의 풍경과 공기는 흡사 겨울이라고 믿어도 될 만큼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 레더 아머leather amor를 벗은 채 얇은 셔츠만 입고 나서기엔 몸이 으스스 떨리는 게 이대로 아침 수련을 행하기엔 몸이 거부하는 기운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장비를 갖춘 채로 나오기엔 아직 덜 깬 잠이 나를 그대로 서 있게 만들었다. 어차피 움직이다 보면 몸은 뜨거워질 것이다.

“핫! 흐얍!”

나는 아직 기본 수련이 더 필요하다. 아크와 같이 실전에서 진검으로 승부를 겨뤄본 경험이 전혀 없고 그렇다고 몬스터를 맞닥뜨린 적도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초짜 중의 초짜인 셈이다. 그런 나에게 복잡한 검무나 요령은 사치다. 검을 두 손으로 잡고 정면으로 반듯하게 잡은 다음 단조로운 내려치기 동작을 시작으로 3가지에서 4가지 정도의 기본적인 움직임만을 연습한다. 그것이 지금 나에게 제일 필요한 훈련인 것이다. 다만 알고는 있다고 해도 그것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닌 게 사실이며 가끔 지루한 마음에 눈으로 보고 외워둔 응용 동작을 따라할 때도 있지만 이내 손에서 헛도는 검을 느끼며 그만두자고 뇌까리는 게 다반사다.

“정면 찌르기! 으랴!”

손목에 힘을 풀고 손아귀에 힘을 꽉 준 채 검이 수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힘을 유지하며 정면으로 곧게 내지른다. 오른발을 앞으로 한 발짝 내딛으며 앞으로 나가는 간격을 짧게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길어질수록 공격이 실패했을 때 방어로 전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틈이 늘어난다. 생존율이 낮아진다는 이야기다.

“내려치기!”

찌르기와는 다르게 아귀에 힘을 풀고 손목에 힘을 조절해 잡고 있는 자세 그대로 검을 머리 위로 올려 그대로 곧게 내려친다. 이것은 정면의 상대를 베는 공격으로도 나를 찔러 들어오는 상대의 검을 정확하고 적절한 힘으로 아래로 내려쳐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동시에 튀어 오르는 검을 손목의 힘으로 바로 잡아 바로 반격에 나설 수 있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공격이자 수비이다. 단 나와 같은 초짜의 경우엔 방어보단 단편적인 공격의 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대의 검을 눈을 감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고 그 궤도를 가늠하는 것은 어느 정도 실전 경험이 없는 이에겐 응용하기 힘든 기술이다.

“부지런하시군요.”

등 뒤에서 유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련을 멈추고 뒤돌아보니 그녀는 내 기합 소리에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닌데 깨어났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옷은 잘 챙겨 입어 서로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근데 저 대책 없이 하늘로 솟구치는 검은 머리카락들 좀 어떻게 해주셨으면 하는데…….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이른 아침부터 소란을…….”
“아니에요. 검사의 아침은 그날 하루 일과에 있어 가장 소중한 시간이 라죠. 마법사의 메모라이즈memorize가 아침에 이뤄지는 것처럼 검사 분들은 그날 하루의 준비를 아침에 모두 끝마친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나에게 있어 아침은 유나의 말대로 검사의 전투 준비와 같은 상급의 기술 수련과는 거리가 조금 있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다음 단계로의 성장을 위한 준비이며 습관을 들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어제 저녁 식사는 참으로 훌륭했습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요 며칠 사이 지나친 어느 마을의 식당보다 뛰어났습니다. 요리를 참 잘하시네요.”
“호홋. 이른 아침에 잠을 깨운 걸 칭찬으로 대신 사과하시는 건가요. 과찬이세요.”

이 사람 가끔 빙 돌려 하는 말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게 있단 말이야…….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아침에 마을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전 준비해야 할 것이 있어서 항상 이 시간에 일어나는 편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준비요?”
“예. 이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떠나신다.....?”

유나는 약간 당황한 듯한 내 얼굴을 보며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마당 아래 비탈길을 따라 보이는 마을을 바라봤다. 아직은 인기척이 없는 조용히 잠든 마을. 인케이닝의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이 작은 마을을 바라보며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변화를 거부한 채 엘카이지elkaige께서 내려주신 시간을 영위하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것들에 대한 죄…….”

뭐? 아침부터 못 알아듣는 말로 사람 약 올리기야?

“이곳은 죄인의 마을입니다.”

그냥 포기할까. 알아들으려 애쓰기…….

“나는 엘카이지의 품에선 당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 죄인의 마을에선 그들과 단 한 치도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

나도 모르게 한 순간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 상쾌하지만 겨울 마냥 차가운 아침을 수련을 위해 맞이하고 있는 것이지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들으려 일어난 게 아니랍니다 유나여.

“나는 이 산의....죄인들의 마녀입니다.”

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죽 풀어가는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기 그지없었다. 이 쯤 되니 나는 잡고 있던 검을 내려놓고 그녀의 옆에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보기 좋게 저녁 식사에 잠자리까지 제공받은 마당에 알아듣기 힘들다는 이유로 집주인의 이야기를 외면하기엔 내 양심의 깊이는 다행히 그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
“유나! 뭐하니. 손님이다!”
“네에! 어서 오세요! 몇 분이셔요? 2분이요? 말은 제가 맡아드리겠습니다. 엄마아 두 분이야! 식사 침실 화장실 목욕 어느 쪽이 제일 급하세요?”

칼리스의 여름으로 넘어가는 고개는 참 바쁘다. 곧 열릴 개블리 길드의 검투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수도를 방문하는 수많은 검사들이 가장 짧은 경로를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넘게 되는 산 인케이닝의 단 하나의 마을이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여관은 항상 가득차기 마련이었고 여관방이 다 찬다 하더라도 민박 시설 역시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밀려드는 검사들에게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아이코, 얘 너는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유나는 방금 들어간 손님에게 건네받은 고삐를 쥐어 잡고 거칠게 숨을 내쉬는 쾌속의 종족에게 어차피 알아들을 순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너 자꾸 그러면 밥 안준다!”

먹이를 주지 않겠다는 유나의 당찬 협박에도 불구하고 두 마리의 말은 여전히 유나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반항하고 있었다. 이럴 때 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중얼거리는 유나의 여린 손목을 이번엔 말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잡아챈다.

“이리 줘. 여전히 말 다루는 건 꽝이구나.”
“어? 아 고마워 오빠.”
“뭘. 얼른 들어가서 아주머니 도와드려. 홀 안이 꽉 찼더라 야.”
“으응. 고마워 히히.”

유나는 짧게 인사하고 대신 말을 인도하는 그를 등지고 곧바로 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의 말대로 홀 안은 땀 냄새 가득한 검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친 언사로 주문을 재촉하는 이를 달래는 일이 유나가 홀에 들어서서 하게 된 첫 일이었다. 19세의 여리고 아름다운 소녀가 방긋 웃는 얼굴로 미안하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애교 섞인 눈웃음을 보내자 그들도 결국은 남자인지라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선 말을 잘 못 다루고 주방에서는 사고 치기 일쑤인 유나도 쓸모가 있는 셈이었다. 혈기가 가득하다 못해 터져 나올 것 같은 홀 안을 유나는 자신의 미소로 간신히 잠재우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도록 그들의 소란은 계속 됐지만 계속해서 마신 맥주와 배불리 먹은 음식 덕에 검사들은 하나 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유나는 빈 테이블의 의자를 빼 앉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걷어내면서 큰 한숨을 내쉬었다.

“휘유. 힘들어라.”
“힘들지? 그래도 네 덕분에 아주머니가 홀 밖으로 나와야 할 일은 없잖아. 잘해주고 있어.”
“어? 오빠.”

그녀에게서 말을 건네받고 능숙한 인도로 말들을 조용히 끌고 갔던 그가 유나의 옆에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이제 오늘 하루도 끝나가는 분위기네.”
“응. 이제 거의 끝이야. 조금만 있으면 다들 자겠지 뭐.”
“그래. 그래. 고생이 많다.”

그는 대견하다는 듯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녀는 부끄럽지만 기분 좋다는 듯 지긋이 눈을 감고 그의 손길을 느끼려했다. 거칠게 튼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유난히 고운 독서가의 손. 유나는 그런 그의 손길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그녀의 머리를 만져주길 기대하고 있었으나 그 바람은 곧 깨져버리고 말았다.

“넥슨Nexon. 가야지. 아직 여기 있었네.”
“어. 위븐Weaven. 갈게. 유나 난 이만 가볼게. 어머님 도와서 마무리 잘 하고. 내일 또 보자.”
“으응…….오빠야!”

유나는 손을 거두고 여관 문 앞에 서 있는 다른 여인에게 걸어가는 넥슨을 불러 세웠다.

“응? 왜 그러니?”
“아……. 아니야. 잘 자.”
“하하. 그래. 너도 좋은 꿈꾸렴.”

넥슨은 기분 좋게 인사말을 남긴 채 그대로 여관을 나가버렸다. 그가 걸어간 자리에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에 유나는 머리맡에서 내려오는 그의 향을 쫓아 눈을 감고 따라 걸었다.

“아야!”

바보같이 눈을 감고 걷다 빈 테이블에 옆구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유나는 기분 좋은 상상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맡고 싶은데. 조금 더 생각하고 싶은데. 유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주방으로 들어가 행주더미를 들고 나와 빈 테이블을 닦으며 그 날 하루를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었다. 차분히 행주를 놀리던 유나는 차마 자신이 앉아 있던 그 테이블은 아직 닦아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제일 나중에 하기로 마음먹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그와 단 둘이 마주했던 자리. 유나는 그 흔적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관하고 싶었다.

여관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유나의 집. 주방에서 온갖 요리에 잡일에 지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돌아오는 길은 야속할 만큼 멀었다. 그러나 갱도에서 조금이라도 더 집이 가까웠으면 했던 아버지의 고집 때문에 밀집된 마을 주택가에서 조금은 동 떨어진 그 언덕으로 옮겨 올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유나는 넥슨의 집으로 놀러가기도 힘들다며 투덜댔지만 그걸 들어줄 아버지가 아니었다.

“다녀왔습니다.”

힘들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 왼편에 놓인 소파에 누워있다 시피 한 아버지가 눈에 들어온다. 땀 냄새가 가득하고 옷과 얼굴엔 탄가루가 묻어 거뭇거뭇하다. 유나는 미간을 조금 찡그리며 넥슨의 모습과 아버지를 비교했다. 비교가 될 리가 없다. 그녀는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넥슨의 모습을 닮아주기를 바랐다. 참으로 헛된 꿈이었다는 것은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잘게요.”

씻지도 않고 잘 거냐는 어머니의 핀잔을 뒤로 하고 유나는 들은 체 만 체 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램프를 켜지 않아 컴컴한 어둠 속에서 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책받이 위에 놓인 무언가를 잡아 펼친다. 희미한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는 일그러진 형체의 문자에 손을 대며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캐치 파이어.”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방 안에 놓여진 2개의 램프에 동시에 불이 붙는다. 실용 마법. 유나는 항상 이 방법으로 방 안의 불을 켰다.

“라아. 라이라아. 차가운 그 공기 손안에 잡으며어. 라아. 라아.”

유나는 자신이 만들어낸 어설픈 멜로디를 입 안 가득 흥얼거리며 방바닥 한 가운데 조금 들려있는 판자를 들어낸다. 그녀가 부모 몰래 숨겨둔 보물. 넥슨에게서 어렵사리 구한 초보 마법 입문서였다. [알기 쉽게 설명된 모리스와 크로튼이 쓴 초보자를 위한 실용마법 입문서] 쓸데없이 길게 작자를 수식하고 있는 익숙한 문구의 녹색 표지의 책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어야 했다. 그렇다. 그랬어야 했다.

“아빠!”

유나는 몰래 숨겨둔 그 자리에 자신의 보물이 없다는 것을 알곤 그대로 문을 열어 크게 소리쳤다. 누가 그 보물을 가져갔는지에 대한 확신이 담긴 목소리였다.

“왜. 이 녀석아.”
“아빠가 내 책 치웠지. 또 태웠어요? 대체 왜…….”
“너 이 녀석 대체 언제까지 엘카이지의 추종자들이나 읽어대는 미개한 책만 쳐다보고 있을 거냐!”
“미…….미개하다니! 아빠!”
“우린 그런 부자연스러운 힘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오만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적어도 이 인케이닝의 광부들은 내 손으로 얻은 것만을 소유하고 내 눈으로 본 것만을 믿고 내 귀로 들은 것만을 기록했다. 너는 내 딸이니 이 산의 규칙을 따라야해!”
“왜요! 내가 그 책을 본다고 해서 이 산의 규칙을 깨는 것도 아니잖아요!”

유나는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사실 넥슨에게서 마법 입문서를 선물 받은 것은 이번에 처음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것을 받을 때 마다 방 안에 몰래 숨겨뒀으나 어떻게 알아낸 영문인지 아버지 아니면 어머니에 의해 꼭 그것이 발각되어 버려지거나 태워지거나 했기 때문에 그녀가 선물을 완전히 읽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산의 규칙이 뭔데요! 왜 이런 답답한 산골 마을에 사는 것도 모자라서 내 자유마저 구속하려고 하시는 건데요!”
“구속이라니! 이 녀석아! 말조심해라. 우리 같은 광부들에게 산은 절대적이야. 바깥 녀석들이 섬기는 엘카이지 나부랭이와 같은 존재라고! 아무리 내 딸이라도 신을 모독하는 말은 용서할 수 없어.”
“모독…….제가 언제…….”
“마법은 마나. 마나는 곧 조화다. 우리는 산에서 태어나서 산을 바라보며 살고 산에서 죽는다. 다른 어떤 것과도 어울릴 필요도 여유도 없어. 우리의 신은 인케이닝 단 하나이고 마나는 우리에게 다수의 신과 조화될 것을 강요하지. 그게 바로 우리의 신에 대한 모독이라는 게야!”
“아빠!”
“듣기 싫다! 네게 그 책을 가져다 준 것도 어차피 넥슨인지 뭔지 하는 계집애 마냥 약해빠진 그 책벌레 나부랭이겠지. 내 내일 그 녀석을 혼쭐을 내줄 거야. 여보. 그 녀석 아직도 우리 가게에서 얼쩡거리나?”
“오늘은 못 봤어요.”

유나는 불길이 넥슨에게까지 미치자 아까 잠시간의 만남을 어머니가 보지 못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잃어버린 책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더 할 말 없으니 들어가라. 그리고 한 번만 더 이 따위 책을 네 방에서 찾게 하지 말거라. 네게 더 이상 실망하고 싶지 않구나.”

유나는 뭐라고 더 반박할 여유도 없이 그대로 등을 돌려 방으로 들어왔다.

“흐흑…….히끅…….히끅…….크히이잉…….”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유나는 또 다시 보물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서러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다만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은 그 눈물이 단순히 책을 잃어버려서 인지 아니면 내일 아침 아버지의 매서운 주먹에 턱이 돌아갈지도 모를 넥슨을 걱정해서인지 하는 것이었다. 혹은 아버지의 억지스러운 주장에 넥슨이 다시는 자신을 보지 않겠다고 할까봐 일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 잠이 든 유나는 어느 새 다 읽지 못했던 다음 페이지의 내용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석화harden into stone. 그녀는 그것을 배워 아버지의 몹쓸 주장에 마법도 쓸모가 있다고 일격을 가할 생각이었다.
(계속)



5. 오결디(오늘의 결정적 한마디)

나 만지고 있어?

만원 지하철은 늘 고통이다. 샐러리맨들에게 이미 익숙해졌고, 출근 시간의 고통은 이제 무덤덤해진다. 일명 지옥철이라 불리는 출근길 지하철 안은 침묵, 잡음, 더위 등으로 늘 답답하고 끈적거린다.

한 커플이 있다. 2년 차 정도 되 보이는 이 커플은 그 상황 속에서도 몸이 한 개처럼 꼭 붙어 있다. 남자는 여자의 허리를 감싸고 만원 속 지하철에서 혹시 있을 불청객의 손을 방어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갈수록 지하철 안은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 그 커플의 몸은 더욱더 밀착 되며 하나의 몸이 되어간다.

“자기야,, 몸이 더 마른 것 같아. 허리가 개미허리네.”

“아닌데, 요즘 살 좀 찐거야”

그러면서 허리를 감싸던 남자의 손은 아래로 슬며시 내려간다.

“자기 힙은 너무 탱탱해. 정말 자기의 매력의 본산(本山)이야”

여자는 가벼운 웃음을 내민다.

“자기 오늘은 내가 만져도 아무 말도 안 하네?”







“나 만지고 있어?”


6. 오늘의 솨진

”환희(歡喜), 그리고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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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26 10:27
수정 아이콘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여자예비역
08/05/26 10:36
수정 아이콘
오결디 후덜덜... 여자분 누굴 만지고 있던거니..;;
낭만토스
08/05/26 10:38
수정 아이콘
여자예비역님// 흠...전 남자가 딴 여자를 만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_-;;
compromise
08/05/26 10:43
수정 아이콘
첼시 안습....

잘 보고 갑니다.
Who am I?
08/05/26 10:48
수정 아이콘
민중은 어리석고 순수합니다.
이용당하기 쉽지만, 이용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것이 민중이 가진 본질적인 힘이라고 봅니다.

이용당하는 것이 걱정되고 두려워서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 보다는
이용당하더라도- 행동하고 움직이는게 옳지 않을까요.

저역시 그렇게 하고 있진 못합니다만...서글프죠.

아아...모르겠습니다. 종국에 어쩌면 더 절망하게 될지도...그게 제일 두렵습니다.
DuomoFirenze
08/05/26 11:08
수정 아이콘
저만 모르고 있나요?? 지난주말??
Zakk Wylde
08/05/26 11:19
수정 아이콘
남자가 다른 사람의 신체의 일부를 만지고 있는게 맞는것 같은데요~크큭
첼시가 안습이긴 하지만 더 안습은 그랜트 감독..;;

내 월급보다 물가가 더 오르면 난 어쩌라고~!!!!
08/05/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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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세금이 더 오를데라
그냥 국세랑 지방세를 만져주면은 되죠..
종부세 내리는 대신....
수급자들의 주민세 면제를 없애고 면허세를 상승시키고
그러면은 서민들의 부담은 더 늘어나겠지요..
땅을 사랑하는 정부께서 토지세를 엄청 올릴리는 없을테니깐요~!
아..영업용 차량의 자동차세를 대폭 상승 시켜도 되겠네요...한 2배정도^^
08/05/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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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야 하는 것이 딱 한가지 더 있죠 ...

그건 바로 ...

제 월급 ...ㅜ_ㅜ

왜 월급은 올리기가 이렇게 힘든지 ....
Who am I?
08/05/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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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izo님// ....한방짜리 부가세를 잊으시면 섭섭해요.
08/05/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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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er님// 제 학점... !
08/05/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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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아파서 누워있었는데 무슨일이 있었던 거죠?
08/05/26 11:56
수정 아이콘
Who am I?님// 빙...빙고-_-)b
용호동갈매기
08/05/2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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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터님 항상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미남자군
08/05/26 13:54
수정 아이콘
SaiNT님// 학점은 별로 신경 안써도 되지 않나요? 그냥 장학금 받을 정도만 하고 놀면 될 것 같은데... (농담입니다... 굽신~)
오소리감투
08/05/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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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세력이 있다는 말은 조중동과 뉴라이트가 애용하고 있죠..
반미, 반이명박 세력이 집회를 선동하고 있다나 뭐라나..
이젠 좌파라고 이념선동하는 게 통하지 않으니 그런 식으로 말을 둘러대더군요..
08/05/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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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근데 지난 주말에 무슨일이?...
도시의미학
08/05/26 23:33
수정 아이콘
제 월급도 좀 ㅠ_ㅠ..


그나저나, 부산은 이미 지하철 2구간 값이 1300원이나 하는데 여기서 더 오르기에는 좀 흠좀무네요-_-;;;;;;
08/05/2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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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세요 지난주말 밤새 촛불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이있었습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문제가 되고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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