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건 판결문은 9월부터 전합 판결문을 선고 즉시 공개하기로 한 대법원 방침에 따라 지금 즉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scourt.go.kr/sjudge/1442294817650_142657.pdf )
1. 사실관계
① 원고와 피고는 1976. 3. 9.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성년인 자녀 3명을 두고 있다.
② 원고는 2000. 1.경 집을 나와 원고의 딸을 출산한 소외인과 현재까지 동거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는 별거 중에도 원․피고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의 학비를 부담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 피고에게 생활비로 월 100만 원 정도를 지급하였다. 피고는 직업이 없고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월 100만원 정도로 생계를 유지하였으나 이 사건 소 제기 무렵인 2012. 1. 경부터는 원고로부터 생활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③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간 후 혼자서 세 자녀를 양육하였다. 그러나 피고도 별거를 시작한 후에는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혼인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고 명절이나 제사 등의 원고 집안 행사에 참여하거나 원고의 친척들과 교류한 사정이 기록상 나타나 있지 않다.
④ 원고는 당뇨와 고혈압의 질환이 있고 합병증으로 인하여 신장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아니한데, 2011년 말경 피고와 자녀들에게 신장이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가 거절당한 채 소외인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복막투석을 받고 있는 등 소외인의 개호와 협력이 없이는 생활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피고는 원심 변론종결 당시 만 63세가 넘는 고령으로서 위암 수술을 받고 갑상선 약을 복용하고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아니하며 원고와의 혼인관계에 애착을 가지고 혼인을 계속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2. 하급심의 판단: 청구 기각(하급심의 판단 근거는 대법원의 판단에 관해 다루면서 씁니다.)
3. 대법원의 판단: 7 v 6으로 상고 기각
(1) 다수의견 7인: 상고기각(=청구기각의 원심 결론 유지)
1) 종래의 재판상 이혼의 일반법리
(a) 이혼의 두가지 방법
혼인은 이혼에 의하여 해소된다. 부부는 협의에 의하여 이혼할 수 있고(민법 제834조), 부부의 일방은 법률에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840조).
(b) 재판상 이혼의 6가지 사유
민법 제840조는 제1호 내지 제5호에서 재판상 이혼원인이 되는 이혼사유를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와 같이 구체적․개별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외에, 제6호에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이하 ‘제6호 이혼사유’라고 한다)를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c) 소위 '6호 이혼사유'의 일반적 의미
그리고 제6호 이혼사유의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 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하여 왔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결,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7므1690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므2130 판결 등 참조).
(d) 우리나라 재판이혼의 기본성격=유책주의, 이러한 해석은 6호 이혼사유에도 적용되는지(긍정)
대법원은 일찍부터 재판상 이혼원인에 관한 민법 제840조는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다.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도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임을 확인하고 있다(대법원 1965. 9. 21. 선고 65므37 판결, 대법원 1971. 3.23. 선고 71므41 판결, 대법원 1987. 4. 14. 선고 86므28 판결, 대법원 1990. 4. 27. 선고 90므95 판결,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므990 판결 등 참조).
(e) 유책배우자가 '6호 이혼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
상대방 배우자도 이혼의 반소를 제기하고 있는 경우 혹은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비록 혼인의 파탄에 관하여 전적인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라할지라도 이를 인용함이 타당하다(위에서 본 대법원 86므28 판결, 대법원 2009므2130 판결 및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1므177, 184 판결, 대법원 1997. 5. 16. 선고 97므155 판결 등 참조).
2) 유책주의에 대한 비판론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제는 제6호 이혼사유의 해석에 있어서도 본래의 입법취지에 맞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하더라도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판례를 변경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a) 각국의 입법례의 파탄주의화
우리나라와 유사한 법제를 가지고 있는 여러 나라의 입법례가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이미 바뀌었다.
(b) 유책주의의 개인의 존엄, 행복추구권 침해
부부공동생활관계가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혼인은 한낱 형식에 불과할 뿐 이혼은 불가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책배우자라고 하여 혼인관계를 계속 유지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면이 있다.
(c) 구 판례와 현대의 제도의 괴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판례가 형성된 1960년대 중반이나 그 판례가 확립된 1980년대 후반까지는 민법상 재산분할과 면접교섭권 제도가 없었으나 그 후 민법이 개정되어 이혼한 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과 면접교섭권이 부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녀에 대한 양육권, 친권 등도 남녀 간에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보장되기에 이르렀다.
(d) 우리사회의 개인주의화 및 여권 신장
우리 사회가 경제발전과 더불어 가족보다 개인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이혼율이 급증하여 이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크게 변화되었다.
3) 비판론에 대한 검토
(a) 협의이혼 제도의 존재(비판론의 (a), (c)와 관련)
이혼에 관하여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이혼법제는 우리나라와 달리 재판상 이혼만을 인정하고 있을 뿐 협의상 이혼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협의를 통하여 이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2014년 현재 전체 이혼 중 77.7% 정도가 협의상 이혼에 해당하는 실정이다.
이는 곧 유책배우자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이혼할 수 있는 방도가 있음을 뜻하므로,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하여 재판상 이혼원인에 있어서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b) 유책배우자의 상대방 보호제도 미비(비판론의 (a), (b) 와 관련)
파탄주의 입법례를 취하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혼인생활이 파탄되더라도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이혼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일방에게 심히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이혼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이른바 ‘가혹조항’을 두어 파탄주의의 한계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고, 나아가 이혼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이혼 후 부양 제도라든지 보상급부 제도 등 유책배우자에게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는 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그리고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관해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
(c) 간통죄 폐지로 인한 축출이혼의 위험성 증대(비판론의 (b)와 관련)
사실상 중혼에 대한 형벌조항으로 기능하던 간통죄가 2015. 2. 26.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의하여 폐지된 이상 중혼에 대한 형사 제재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법원판례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는 데에는 중혼관계에 처하게 된 법률상 배우자의 축출이혼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는데,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중혼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한다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d) 남녀차별의 잔존(비판론의 (d)와 관련)
가족과 혼인생활에 관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대폭 증가하였더라도 우리 사회가 취업, 임금, 자녀양육 등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4) 소결론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볼 때,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은 그 주장이 들고 있는 여러 논거를 감안하더라도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5) 사안의 해결
원고는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이다.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보아도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거나 원고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조치는 정당하다.
(2) 소수의견 6인: 파기환송(=청구인용 취지)
* 이 소수의견은 그 자체가 독립한 판결문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위 다수의견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으므로 그런 부분들을 생략합니다.
1) '6호 이혼사유'에 관한 종래 대법원 판례의 의미
(a) 축출이혼 방지
대법원이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제한하여 온 것은 혼인의 파탄을 자초한 사람에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혼인관계를 고의로 파기한 불법을 행한 사람에게 이혼청구권을 인정하게 되어 혼인제도가 요구하고 있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배우자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내지는 축출이혼을 시인하는 부당한 결과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위 대법원 71므41 판결, 위 대법원 86므28 판결 등 참조).
(b) 여성배우자 보호
그리고 이혼을 하나의 병리적 현상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와 아울러,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귀책사유 없이 이혼한 여성배우자가 이혼 후에 경제적으로 자립하거나 사회활동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아니한 사정 및 이혼과정에서 재산분할․부양․양육 등에 관하여 불이익을 입지 아니하도록 하는 제도나 절차도 충분하지 아니한 사정을 고려하여,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여성배우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그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2) 종래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a) 이혼소송의 오염
그러나 주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지 아니한 결과, 부부가 서로 승소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귀책사유를 부각시킬 수밖에 없게 됨에 따라, 이혼소송절차에서 부부 쌍방은 혼인생활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대립을 들추어내어 그에 관한 책임공방을 벌이게 되고 아울러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악감정을 쏟아내게 되어 부부관계는 더욱 적대적으로 되고 이혼소송의 심리가 과거의 잘못을 들추어
내는 것에만 집중되는 나머지 이혼 과정에서의 갈등 해소, 이혼 후의 생활이나 자녀의 양육과 복지 등에 관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되는폐단이 있어 왔다.
(b) '유책성' 판단의 어려움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경위는 대체로 복잡․미묘하여 그 책임이 당사자 어느 한쪽에만 있다고 확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또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에게 있다 하더라도 앞에서 본 것처럼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파탄되었다면 부부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혼인의 실체가 객관적으로 소멸하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또한 다수의견도 인정하듯이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의 주된 유책성도 약화될 수 있으며, 파탄 상태의 장기간 지속 원인이나 그 밖의 다른 여러 사정이 변화하면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에 관한 법적․사회적 의의가 현저히 줄고 쌍방의 책임의 경중에 대하여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 역시 곤란하거나 적절하지 아니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위 대법원 2009므2130 판결 참조).
(c) 사회변화 및 제도개선으로 인한 '여성 배우자 보호필요성 저하'
a) 사회변화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 및 개인 중심적인 사회변화와 함께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협의이혼 등에 의한 이혼이 증가함에 따라 혼인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중요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하여 이혼도 가능하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생겼으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여성도 남성에 못지않은 경제적 능력을 갖추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이혼 후 여성의 자립에 관한 사회․경제적 여건이 많이 개선되었다.
b) 91년 민법 개정으로 인한 재산분할제도 및 면접교섭권 도입
그리고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어 1991.1. 1.부터 시행된 민법은 가족생활에서의 남녀평등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헌법 정신을 반영하여 이혼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과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제도 등을 신설하고 자녀에 대한 양육권과 친권도 남녀 사이에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보장하였다.
c) 이혼 재판실무에서의 여성배우자 보호 증진
나아가 실제의 재산분할청구 사건에서 여성배우자에게 인정되는 재산분할 비율이 점차 늘어나 서로 대등한 정도에 이르는 사건도 상당수 있으며, 이혼 재판실무에서도 여성배우자에 대한 보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비록 민법이 이혼 후에는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를 인정하지 아니하지만, 그 대신 이혼 후 부양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법제에서는 대체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민법 제843조, 제806조), 재산분할청구 사건에서는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뿐 아니라 이혼 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등 부양적 요소 등도 함께 고려의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판례(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40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에 따라 실무상 이혼 후의 부양 필요성을 반영하여 재산분할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미 발생한 퇴직연금수급권이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고연금수급권자인 배우자가 매월 수령할 퇴직연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대방 배우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재산분할을 하는 것을 허용함에 따라, 정기적인 재산분할금의 지급을 통한 이혼 후의 생활보장 내지 부양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3) 다수의견의 견해의 문제점
(a) 협의이혼 제도의 존재가 재판이혼에서 파탄주의를 배제할 사유가 되는가?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파탄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는지 등을 판단할 때에 참작하여야 하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의사를 참작하였음에도 부부공동생활관계가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다시 상대방 배우자의 주관적인 의사만을 가지고 형식에 불과한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이혼청구가 불허되어야 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때의 혼인해소 절차를 규정한 재판상 이혼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협의이혼의 경우에는 파탄주의가 허용됨에도 그에 갈음하는 기능을 하는 재판상 이혼에는 파탄주의를 허용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다수의견이 타당하지 아니함을 알 수 있다.
(b) 간통죄 폐지가 이혼제도 운영에 참작되는 것이 적절한가?
간통죄는 과거의 간통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적인 제재인 반면 혼인파탄에 따른 이혼은 혼인의 실체가 소멸함에 따른 장래의 혼인 법률관계의 해소로서 그 제도의 목적과 법적 효과가 다르므로, 간통을 한 유책배우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가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민사상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간통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법률관계를 달리 처우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
4) 소결론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한다.
다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한다면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 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이 부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제6호 이혼사유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5) 사안의 해결
혼인생활의 과정과 파탄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피고의 혼인관계는 파탄되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이 사건 이혼이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지 아니한다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정들도 상당히 나타나 있다.
그뿐 아니라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세월의 경과 등에 따라 원․피고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하여 원고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제6호 이혼사유 및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청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4. 토론거리
이 판결의 의미를 이해함에 있어 무엇보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고
아마도 논박의 여지가 없다고 여겨지는 두 가지 사실을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1) 소위 '6호 이혼사유 판례법리'가 만들어지던 당시에 비해 여성 배우자 보호필요성이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2) 협의이혼 제도는 그 자체로 파탄주의적이고 대부분의 이혼이 협의이혼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미 우리 사회는 어떤 의미에서 '파탄주의적 이혼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점을 고려하고서도 재판이혼제도를 '유책주의'적으로 운영하여야 맞는가, 그렇지 않은가.
그것이야말로 이 판결에서 진정한 쟁점이 되는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아주 논쟁적인 사항은 바로 '간통죄 위헌결정'과의 관련이라고 보입니다.
대법관들끼리도 이 점을 어찌 받아들일지 논쟁이 심했던 것 같은데
아마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여기 피지알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이와 관련된 논쟁은 분명히 '법리적 차원'보다는 더 심원하고 근본적인 차원의 논쟁이 될 것입니다.
인생의 본질, 거기서 결혼이 차지하는 의미, 남녀관계란 어떠해야 하는가 등에 관한 이 논쟁은
어떤 의미에선 진짜로 화해불가능한 대립을 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접으면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논점만 짧게 추려봅니다.
(1) 다수의견 7인: 유책배우자 재판이혼청구 불가(예외 인정)
1) 종래의 재판상 이혼의 일반법리
(a) 이혼의 두가지 방법(협의이혼/재판이혼)
(b) 재판상 이혼의 6가지 사유 및 그 기본성격(=유책주의)
(c) 소위 '6호 이혼사유'를 유책배우자가 주장할 수 있는지(원칙적 부정, 예외적 허용)
2) 유책주의에 대한 비판론
(a) 각국의 입법례의 파탄주의화
(b) 유책주의의 개인의 존엄, 행복추구권 침해
(c) 구 판례와 현대의 제도의 괴리
(d) 우리사회의 개인주의화 및 여권 신장
3) 비판론에 대한 검토
(a) 협의이혼 제도의 존재로 파탄주의 추가도입은 불필요하다.
(b) 유책배우자의 상대방 보호제도가 미비하다.
(c) 간통죄 폐지로 인하여 축출이혼의 위험성이 증대되었다.
(d) 남녀차별은 여전히 잔존한다.
(2) 소수의견 6인: 유책배우자 재판이혼청구 허용(예외 인정)
1) '6호 이혼사유'에 관한 종래 대법원 판례의 의미
(a) 축출이혼 방지
(b) 여성배우자 보호
2) 종래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a) 이혼소송의 오염
(b) '유책성' 판단의 어려움
(c) 사회변화 및 제도개선으로 인한 '여성 배우자 보호필요성 저하'
3) 다수의견의 견해의 문제점
(a) 협의이혼 제도의 존재가 재판이혼에서 파탄주의를 배제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
(b) 간통죄 폐지가 이혼제도 운영에 참작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