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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04 15:23:22
Name 종이사진
File #1 150721.jpg (635.2 KB), Download : 60
Subject [일반] [집밥] 나폴리탄 - 집에서 먹는 비빔밥같은 파스타.





열살 남짓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모님은 일터에 가시고 집에 남은 동생과 나는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그때 방송에서 나왔던 음식은 스파게티였다(파스타도 아니고).
90년대 초반이었으니 고작 이태리 국수에 불과한 스파게티는 우리 남매에게 미지의 음식이었다.
얼핏보니 토마토 소스가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케찹 비슷한 그 무엇이겠거니 했다.

마침 동생도 먹어보고 싶다길래 부엌에서 비슷한 재료들을 찾아보았다.
면은 가는 것보다 살짝 굵어보였으니 국수는 탈락, 라면의 면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 밖에 이런저런 채소도 들어가는 것 같은데, 냉장고에 남은 라면의 건더기 스프를 이용하기로 결정.
끓는 물에 라면과 건더기 스프를 넣고 삶은 다음, 적당히 익었을때 물은 버리고 면을 후라이 팬에 넣었다.
거기에 케찹을 넣고 대강 볶았더니 어린 눈에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우리 남매는 매우 만족하면서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폴리탄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정작 나폴리에는 없다는, 나폴리탄은 마치 집에서 먹는 비밤밥같은 음식이다.
전주 비빔밥이니, 해주 비빔밥이니, 진주 골동반이니 비빔밥의 종류도 많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비빔밥은 냉장고에 남아있는 반찬들을 그러모아 한끼 해결하는 음식이다.
나폴리탄 또한 그렇다. 집에 있는 면(요즘은 스파게티면이 저렴하다), 집에 있는 케찹과 토마토 소스(고추장은 안될까), 양파와 마늘.
여기에 냉장고의 버섯이나 가공육(소세지나 햄, 베이컨은 고급!)을 넣어 만드는 음식이다.


후라이팬에 식용류를 넣어 달군 다음 썰어놓은 양파와 마늘을 볶는다.
팬의 재료에서 향이 나면 냉장고에 시들어가는 채소는 아무거나 넣는다. 개인적으론 깻잎을 추천한다.
추가로 가공육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넣는다. 냉장고에 삼겹살 따위가 남을 리는 없지 않은가.
여기에 케첩과 토마토 소스, 혹은 굴소스나 기타 등등 넣어 대충 볶아 맛을 봐서 간을 조절한다.

물은 넉넉히 준비하여 소금을 한줌 넣는다. 스파게티에 간이 되질 않으면 의외로 소스와 겉도는 느낌이 든다.
끓는 물에 스파게티 면을 넣고 7~8분 정도 삶는다. 양은 먹는 인원이나 식성에 따라 조절하자.
포장지에는 10분이상 삶는 것으로 나오겠지만 여열로 충분히 익기 마련이며 나중에 소스와 볶을 때도 익는다.

그렇게 삶은 스파게티 면을 소스가 담긴 팬에 넣고 볶는다.
잊지말자, 소스가 면을 기다리는 것은 괜찮아도 면이 소스를 기다리면 안된다.
그렇게 완성된 나폴리탄을 팬 째 식탁에 올려놓고 둘러앉아 덜어가며 먹어도 좋지만,
혼자라면 이쁘게 접시에 담아 된장질을 해도 괜찮다.


나는 아내가 만들어줘서 더 맛있었다.
역시 음식은 남(...?!)이 만들어줘야 맛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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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푼 카스텔
15/08/04 15:44
수정 아이콘
나...나도 이 글 보여주고 와이파이님한테 해달라고 할거야!!
종이사진
15/08/04 15:46
수정 아이콘
저희 아내는 현재 돼지국밥에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Shandris
15/08/04 15:48
수정 아이콘
나폴리탄이 음식 이름이었군요. 괴담 이름인 줄 알았는데...
종이사진
15/08/04 15:54
수정 아이콘
이탈리아인 입장에선 괴식일지도..
전크리넥스만써요
15/08/04 15:50
수정 아이콘
이번 심야식당 극장판에 나왔었죠. 어릴적 경양식 돈가스같은 느낌인거 같더라구요.
종이사진
15/08/04 16:09
수정 아이콘
달걀위에 얹혀 철판에 담겨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더라구요.
스타슈터
15/08/04 15:57
수정 아이콘
기승전 와이프...부들부들
에잇 난 혼자 해먹어도 맛있을거야!
종이사진
15/08/04 16:10
수정 아이콘
혼자 해먹던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어요.
치토스
15/08/04 16:07
수정 아이콘
비쥬얼이 정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비쥬얼이네요.. 양념범벅이 아닌 퍽퍽한듯한..
종이사진
15/08/04 16:12
수정 아이콘
소스는 흥건한 것보다 딱 비빌만큼만...
치토스
15/08/04 17:34
수정 아이콘
네 저는 거의 모든음식을 된걸 좋아해서 흐흐..
정말 맛있어 보이는 파스타네요.
15/08/04 16:07
수정 아이콘
저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한번도 해먹어 본 적은 없는데, 다음에 해먹어봐야 겠네요.
종이사진
15/08/04 16:32
수정 아이콘
뻔한 맛인데, 가끔 생각나요.
만트리안
15/08/04 16:16
수정 아이콘
네 다음 네 다음
종이사진
15/08/04 16:3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만트리안
15/08/04 17:16
수정 아이콘
와이프 파트에서 너무 화가나서 댓글이 그만 크크 부럽습니다!
종이사진
15/08/04 17:25
수정 아이콘
본의아니게 죄송합니다.
만트리안
15/08/04 17:25
수정 아이콘
저의 무례한 첫댓글에도 열심히 대댓글을 달아주시는 모습을 보니 이런 인격자들이 결혼을 하는구나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종이사진
15/08/04 17:33
수정 아이콘
본문이 무례했던 탓이죠.

결혼은...
...
...
...

감사합니다.
15/08/04 16:39
수정 아이콘
편하게 먹는 나폴리탄. 결혼은 하셨는지?
종이사진
15/08/04 17:02
수정 아이콘
예...6년 되었습니...
Jedi Woon
15/08/04 17:00
수정 아이콘
역시 음식은 남이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습니다
종이사진
15/08/04 17:03
수정 아이콘
대신 제 수입을 모조리....ㅜ
15/08/04 17:25
수정 아이콘
비엔나 소세지가 들어가야 완성아닙니까~
도쿄 허름한 파스타집에서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비엔나 소세지와의 궁합이 환상이었습니다.


추가. 폰으로봤더니 잘안보였는데 사진속에
프랑크가 보이네요^^;;
종이사진
15/08/04 17:35
수정 아이콘
비엔나가 없었던 탓에ㅡㅜ...

역시 오리지날(?)은 일본이군요.
핸드레이크
15/08/04 17:53
수정 아이콘
심야식당에서 봤는데 케찹맛만 날거 같아서 안해먹고있는데 맛있나요?쉬워보이더라구요
나폴리탄 유래가 심야식당 1 권에서 나오는데 오늘 봤는데도 기억이잘..그냥 일본인이 만들었단것만..
여담으로 최현석 셰프의 들기름 파스타가 전 요새 입맛에 맞더라구요
종이사진
15/08/04 18:07
수정 아이콘
케첩이 기본이긴 한데 기호에 따라 이런저런 양념을 추가하는 것으로 변화를 줄 수 있어 셰프(?)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합니다.

보통 파스타가 서양 음식이라 올리브 오일이 주로 쓰이지만 들기름을 쓰면 색다른 풍미가 나더군요. 간을 소금대신 간장으로 하거나 바질대신 깻잎이나 차조기를 넣는 등...가능성이 무궁무진 하지요.
15/08/04 18:35
수정 아이콘
일본드라마 같은거 보면 찻집 같은데서 점심 메뉴로 종종 등장하셔서 몬가 싶어서 검색해본적이 있긴 합니다.
H1에서도 꽤나 많이 등장해주셨었고...
맨하탄러브스토리에서도 종종 나왔었고(손님이 자꾸 메뉴에 없는 나폴리탄을 시켜서 투덜대면서 만들어주는 그런 장면 이었던거 같네요)
그래서 저에겐 몬가 전문적 음식점이 아닌 곳에서 식사류를 팔때 흔히 선택되는 메뉴 인듯한 느낌입니다.
종이사진
15/08/04 19:25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조리방법이 단순하다보니 식사메뉴로 넣기 용이한 부분이 있겠죠.
tannenbaum
15/08/04 19:25
수정 아이콘
어디보자.... 냉장고에 양파, 당근, 감자, 대파, 마늘 있으니 파스타나 해봐야겠슴다.
토마토소스는 없고 가게에서 쓰는 치즈, 우유랑 휘핑크림 있으니 까르보나라 겁나 느끼하게 만들어서 소주랑 찹찹해야징
종이사진
15/08/04 19:26
수정 아이콘
만화 <어제 뭐 먹었어?>나 영화 <시월애>가 연상되네요.
15/08/05 04:22
수정 아이콘
몇년 전 파스타 해먹는 것에 완전 빠진적이 있었는데요,
1년 정도 동안 안 넣어본 재료 없이, 안 써본 소스 없이 온갖 짓을 다해본 결과 ... 파스타가 뭐 별건가? 그냥 대충 있는거 넣고 면 삶은거랑 볶으면 되는거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당시 저는 파스타란 볶음밥에 밥 대신 면을 넣는 요리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본문을 보다보니 볶음밥 보다는 비빔밥이 더 맞겠네요.

싸구려 햄과 양파는 집에 항시 구비를 해두고 케찹 고추장 간장 굴소스 김치 피자 시킬때 딸려온 파마산 등등 넣고 먹었어요.

마늘+다진마늘+청양고추+올리브유만 넣고 나름 알리오올리오?라고 해먹었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어요
종이사진
15/08/05 06:48
수정 아이콘
저희집은 애 덕분에 매운 건...ㅠㅜ

그래도 혼자 한끼 해결할때 시도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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