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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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03 18:12:50
Name 참새
File #1 참새.jpg (27.7 KB), Download : 54
Subject [일반] 피밍아웃.


유치원,국/초등학교,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정말 좋아하는 선생님이 딱 한분 계신다.
고등학교1,2,3학년 물리 선생님이였고 미혼의 20대 후반 남자 선생님이였다.
한손에는 항상 노트북을, 그리고 한 손에는 항상 노오란색 PVC 파이프를 들고다니셨다.아 물론 PVC 파이프는 체벌용이였다.
이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넘치는 카리스마에 수업분위기도 좋았으며 잘 가르쳤고 이동식 수업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과목특성상 과학실에서 수업을 많이 했는데 그때 참 재미있는 실험을 많이 했다. 성욕이 왕성한 남학생 한명을 화장실로 보내 정자를 구해와 직접 관찰하는 실험부터 물리와는 상관없는 해부 실험,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를 실제로 거꾸로 틀어서 내 피가 모자라를 직접 들려주시고 그리고 가끔은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 사이트 그리고 좋은 웹사이트 같은걸 추천해주셨다.

2002,3,4년은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좋아했던 시기이고, 야자가 11시에 끝나고 수학과외를 12시부터새벽2시반까지 하고 집에 3시에 돌아와 잠을 포기하고 스타 한두판 하고 자서 다시 아침6시에 등교한 또라이 같은 생활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임요환선수가 페러독스라는 맵에서 도진광 선수를 사실상 은퇴시키는 경기를 하기도 했고, 야자를 다 빼먹고 맞을 각오로 집에와서 임진록을 각 잡고 시청하는데 3연벙에 뻥 쪄서 그거 보고 다시 학교에 야자하러 왔던 기억이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아무튼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좋아하던 시기에 "미혼" "20대 후반 남자" 이 두 조건을 만족하는 남자 물리 선생님도 역시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좋아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물리선생님은 가끔 큰 프로젝트로 노트북 화면을 띄우시고 자신의 즐겨찾기를 보여주면서 이 사이트를 이런이런 사이트라 참고하면 좋고 이런 사이트는 이러이러해서 참 좋다. 라고 부연설명 하시면서 자신의 즐겨찾기를 자랑이라도 하듯 보여주셨다. 그리고 수 많은 인디음악과 락 음악,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따로 집 컴퓨터를 서버로 만들어 24시간 음악방송 한다며  윈앰프로 어떻게 어떻게 하면 들을 수 있으니 듣고 싶은 사람은 이 주소로 오면 들을 수 있다고 하시며 설명해주셨다. 남자, 그리고 컴퓨터를 좋아하는 나에겐 참 매력적이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선생님이였다.

2002년 고1, 과학실에서  물리수업이 예정보다 10분정도 일찍 끝나고 프로젝트로 화면을 띄우고 즐겨찾기를 보여주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 난 분명히 기억한다. 본인이 운영하는 개인사이트가 2개 있는데, 하나는 인디음악관련 음악사이트고 하나는 스타크래프트 관련 사이트라는것. 한참 시력이 좋지 못하고 안경을 끼지 않는 시기에 교실 조명마저 켜 있어서 사이트 주소 제목은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한건 사이트 주소에 P,R,1,2이 들어가있다는것이였다. 그리고 그 사이트가 어떤 사이트인지 나중에 한참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렇게 나의 은밀한 PGR21 생활은 시작되었고 학교 컴퓨터 시간에 선생님 몰래 피지알을 하고 주변 친구들은 그게 무슨 사이트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 당시에 자게에 올라온 글이 음악관련 글이라 친구들은 단순히 음악관련 사이트인줄 알았다. 사실 무슨 사이트 하나 가지고 그렇게 숨기고 남에게 들키면 큰일날 일인것 처럼 굴었을까 생각해보니, 성격이 내성적이고 내 속마음을 남에게 들키는걸 싫어하는 성격이였고, 다만 그게 온라인이라면 내 속마음을 마음대로 털어놓을 수 있었기 때문에 겉과 속이 다른 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더 필사적으로 주변에게 PGR21 생활을 숨기려고 했던것 같다.

2000년 초중반에는 피지알이 참 느렸었다. 페이지 클릭하고 10초~20초정도 기달려야 뜨는 시기도 있었으며 몇달동안 피지알이 닫혀서 접속이 안되는 시기도 있었다.2002,2006년 월드컵을 월드컵 게시판에서 눈팅하면서 지내다 2007년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사실 2007년에 입대하면서 가장 걱정이 됐던건 피지알을 할 수 없었던것이였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사람이 물리선생님이였던 기억이 났었고, 그래서 운영진중에 있지 않을까 싶어서 쪽지를 보냈던 기억도 있다.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항즐님이였는지 호미님이였는지 아무튼 돌아오는 답변은 그런 신상정보가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는것.분명 학교에서 봤던 사이트 인터페이스랑 매우 흡사했는데 말이다. P,R,1,2 이 숫자를 보니 Protoss12,Protoss21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과가 어떻게 됐던 피지알을 알게 됐다는게 이득이 아니겠는가.

2008년에 일병을 달고 처음으로 사이버 지식방이라는곳을 가봤다. 그 당시 신병 하나가 들어왔는데 뇌쪽으로 질환이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오랬동안 뛰거나 혈압이 오르는 일을 하면 픽 하고 쓰러지곤 했다. 어떻게 군대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행정병으로 빠져서 대기상태에 있는 가운대 끌고가서 같이 컴퓨터를 했다. 그 녀석은 토레스의 광팬이였다. 그 녀석이 알싸(ilovesoccer)에서 토레스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여주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데, 칭찬을 하건 말건 난 관심없었다. 옆에서 신나게 알트탭 하면서 은밀한 피지알 생활을 즐기고 있었을 뿐. 다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 녀석의 건강상태가 걱정되기도 한다.

평생 나의 가슴속에 품고 지낼것만 같았던 나의 피지알 생활이 끝이난 일이 있었다. 옆 소대에 있던 동기녀석이 있다. 그 녀석은 7월16일 군번이고 난 30일 군번이였다. 주말에 사이버 지식방에 가서 피지알을 하고 있는데 옆에 동기녀석이 바나나 우유 하나 먹으라고 주고 옆 자리에 앉았다. 바나나 우유를 받아들고 " 어 고마워 잘 먹을께" 하는 순간 그 녀석의 흔들리는 눈빛과 나를 처다보는 눈빛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건낸 한 마디. " 어? 너 피지알 하냐?" 사실 난 그게 뭐야? 라고 대답해야 하지만 아...아니..라고 대답했다. 바보.

그 사건이 있고나서 난 피지알을 바로 탈퇴했다. 나의 뽀얗고 하얀 속살을 남에게 다 보여준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기 녀석은 그 당시 네임드와 어그로꾼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그에 대해서 나와 심층토론을 했다. 물론 그 녀석이 언급한 닉네임에 내 닉네임도 포함됐다. 참 가슴 떨리고 짜릿한 순간이였지만 한편으로 더 이상  군대에서 피지알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슬프고 불편하고 화가 났다.

일병 정기휴가를 동기녀석과 같이 가던 날 문득 머리속에 어떻게 하면 그 녀석에게 복수아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하다 복귀날 피시방비와 음료수값 내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짧은 휴가가 끝나고 피시방에서 동기녀석을 만났다. 부대 앞 피시방이 그 당시에 1시간에 2500원이나 하는 바가지였다. 복귀시간전 초조한 마음으로 피시방에서 대기하던 동기에게 스타크래프트 내기를 제안했다. 그 녀석은 평소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한 아이였다. 매우 강한 자신감으로 내기를 받아들였고, 난 그 녀석을 3:0으로 이기며 피시방와 음료수값 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전역한지 벌써 6년이나 지났고 예비군도 올해 6년차다. 2008년과는 다르게 이제 길을 다니면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주변에는 밥 벌어먹기 바쁜 사람들이라 남이 뭘 하는지 신경쓰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다시 피지알 생활을 할 수 있을것 같다. 다만 무섭다. 내가 피지알을 한다는걸 아는 유일한 사람, 만기전역한 울산에 사는 김모병장 그 사람이 무섭다. 나의 비밀을 알고 있을테니..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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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therangel
15/04/03 18:29
수정 아이콘
그래서, 예전 닉네임이 뭡니까? 흐흐.

울산사는 김병장님, 멋진 물리쌤 피지알 하시면 인증 부탁드립니다.
15/04/03 18:30
수정 아이콘
지인 컴터 화면에 pgr이 켜져 있을 때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아뒤가 뭐일까? 단순 눈팅족일까 아님 설마 네임드?
공허의지팡이
15/04/03 18:31
수정 아이콘
아 저도 친한 형이 pgr글보고 저 아니냐고 물어봤을 때 옷벗고 길거리 나간 느낌이었습니다.
그 후로 간간히 술안주로 써먹고 계시죠.
15/04/03 18:37
수정 아이콘
그 물리선생님이 피쟐 만든분일수도있겠네요 닉네임 pgr21님!!
이명박
15/04/03 19:01
수정 아이콘
이미 빠져나갈수가없음...........ㅜㅜ..
큰곰웅끄
15/04/03 19:43
수정 아이콘
PGR 이 숨겨야할 부끄러운 사이트인가요? (진지)
王天君
15/04/03 19:55
수정 아이콘
그 마음 알죠. 가끔 글 올릴 때마다 야 너 피지알에 뭐 올렸냐? 하고 까톡 오면 좀 때리고 싶음.....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탈퇴를 해야 했다라, 누구지.....
순규하라민아쑥
15/04/03 20:55
수정 아이콘
닉네임이 뭐냐 물으면 할 말이 없어지는 1인
마스터충달
15/04/03 21:06
수정 아이콘
전 아이디가 곧 이름인 셈이라;;;
멸치대왕
15/04/03 21:30
수정 아이콘
전 친척을 피지알에서 봤다능...
15/04/03 21:45
수정 아이콘
저도 지인이 PGR보고있는걸 뒤에서 봤는데

왜인진 모르겠는데 "어 나도 피지알 하는데!" 하고 얘기할 수가 없었어요..
스테비아
15/04/03 22:07
수정 아이콘
저는 날잡아서 제가 쓴 글과 댓글의 모든 흑역사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지인들을 피지알로 인도했지요 크크크
15/04/03 23:3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글잼있네여 크크크크크크크 저는 조용히생활헤서 알려줘도상괸럾지만 네임드면 좀 크크크트
스타트
15/04/04 01:56
수정 아이콘
전 주변에 피지알하는거 아는 사람 두명있네요 크크 고등학교 후배 한명이랑 스2 동아리 한명.. 그리고 지나가다? 본건 아니고 대학 4학년때 교양 수업 듣는데 옆자리 앉은 새내기 아이가 핸드폰으로 피지알하는거 보고 피밍아웃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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