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11/16 21:45:20
Name 두괴즐
File #1 KakaoTalk_20141114_143624172.jpg (58.2 KB), Download : 62
Subject [일반] [후기] 포항YMCA 인문학강좌: "뒤르켐의 <자살론> 읽기" 강사: 천선영 (11/13 목)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포항YMCA에서 청년Y독서교실이 진행되고 있있습니다. 기회가 닿는 선에서 전문가를 모셔와 인문학 특강도 듣고 있지요. 그래서 어제는 <죽음을 살다>의 저자이신 천선영 교수님을 모시고, 뒤르켐의 '자살론'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뒤르켐은 사회학계에서 사도 바울 같은 존재입니다. 사도 바울이 초기 기독교의 초석을 세운 것처럼, 뒤르켐도 사회학의 초석을 세운 학자이지요. <자살론>은 그의 대표적인 저서이고, 자살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 연구로 평가받습니다.

뒤르켐 이전에는 자살을 병리학적(정신병)인 측면이나 기후, 인종적 차원에서 논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뒤르켐은 자살을 사회적 사실로 규정하면서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살펴볼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는 사회의 통합의 정도에 따라 자살률에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각종 통계를 통해 증명하는 작업을 했지요.

근대가 도래하하면서 전통과 종교 혹은 거대 이데올로기, 국가를 통한 통합의 강도가 약화되었습니다. 그만큼 개인은 자유로워졌지만, 강력한 구속력의 상실은 불안을 야기하게 됩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강해지죠. 뒤르켐은 그러한 사회적 변모 속에서 자살을 주목했습니다. 즉, 개인의 행위와 사회적 상황은 별개일 수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지금은 자살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명명하기도 하곤하지만, 뒤르켐의 시대(19세기 후반~20세기 초)만해도 이러한 주장은 매우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어제의 특강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지점은 천선영 교수님의 자살에 대한 규정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사회(하나의 주체로 가정 한)가 진정한 의미에서 자살을 통제하고 있다기 보단, 그저 자살을 방지하고 있는 것처럼 기만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국가는 자살 예방을 위한 센터도 만들고 캠페인도 하고 연구용역도 운영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살 방지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근원적으로 인간이 자살하는 이유는 삶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의지가 없어지기 때문인 건데, 사회는 그 근본 문제는 외면하고 몇 몇 프로젝트만 수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감이 되는 말이고, 자살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그 사회가 개인들에게 삶의 열의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겠지요.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사람이 자살할리는 만무하니까요. 그리고 교수님은 자살이 실은 매우 주체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고 하면서 자살을 윤리적인 차원에서 단순화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셨습니다. 그 역시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이 되면 주체적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구분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살의 근본적인 처방을 위한 사회의 끊임없는 변혁이 필요한 것과 더불어, 그로부터 이탈되는 개인도 살펴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체적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이 비주체적으로 자살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처방을 생각하면서도, 당장 갈급한 위험에 놓여있는 사람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어제 강의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사회의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하나의 방책은 같이 책을 읽고 수다를 떨며, 글도 써보는 일을 지속하는 것일 겁니다. 왜 내가 불안한지, 마지 못해 살게 된 건지, 우울의 유혹이나 무기력한 생각이 드는건지 등을 독서를 통해 대답을 찾아보고 모임을 통해 나눠보며 힘을 얻어 보는 것이죠. 그 과정 속에서 품고 있던 의문을 논리적으로 정리해보고 세계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자신을 성찰의 길로 이끌어 보는 것입니다. 그러한 산책을 위한,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두괴즐
14/11/16 21:46
수정 아이콘
기승전광고입니다. 제가 간사 최일섭이구요. 포항이나 인근에 사시는 분들 있으면, 우리 모임에 초대도 하고 싶고 해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노틸러스
14/11/16 21:49
수정 아이콘
광고의 선이 애매합니다. 삭제처리할 수도 있구요. 계속해서 강좌후기 등을 올려주시는 건 상관 없을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두괴즐
14/11/16 22:07
수정 아이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삭제하셔도 됩니다. 사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올린 것이었거든요. 사이트 운영하신다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ohmylove
14/11/16 22:11
수정 아이콘
'그러한 산책을 위한,' 부분에서 글이 끊기는데요?
두괴즐
14/11/16 22:12
수정 아이콘
아, 밑에는 광고성 멘트가 있어서 삭제가 되었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4/11/17 13:26
수정 아이콘
뒤르켐이 나름 파운딩파더 양반중 하나인데(콩트같은 유적도 있지만, 마르크스, 베버, 뒤르켐에서 시작한다고 보니...), 주저번역이 최근에서야 이루어지고
안읽히는건 마찮가지라는 안타까운 사실이 ㅠㅠ
(종교사회학 쪽이랑도 연관되는 분입죠, 다만 주저도 안읽고 연구자도 적어서..., 맑스나 베버라고 딱히 주저읽기나 연구를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자살론도 다시 본다고 사긴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안보고 있네요.
두괴즐
14/11/17 15:34
수정 아이콘
저는 대학원 시절에 한 번 읽었는데, 요즘 시민들이랑 같이 다시 읽어보려고 사람들 모으고 있답니다. 전공자들도 잘 안 읽는데 시민들과 읽으려는 것은 상당히 무리수 같긴 한데, 일단 시도는 해보려고요. 소독용 에탄올님이 포항지역에 계시면 같이 읽어도 좋을텐데, 다른 지역이겠죠?
소독용 에탄올
14/11/17 16:43
수정 아이콘
상대적으로 조그마한 한국이지만 대각선으로 거진 반대편 즈음인지라...
좋은 시간 되시길 기원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5062 [일반] [야구] 오늘은 9개구단 20인 보호명단 제출일입니다. [51] Sheldon Cooper8953 14/11/24 8953 0
54954 [일반] 1억 8천 전세 사기를 당했습니다. [106] 김조사랑18130 14/11/17 18130 17
54932 [일반] [후기] 포항YMCA 인문학강좌: "뒤르켐의 <자살론> 읽기" 강사: 천선영 (11/13 목) [8] 두괴즐2846 14/11/16 2846 0
54813 [일반] [늦은 공지] 함께하는 한숲 기부금 전달 및 기부금 영수증 교부 안내 [25] canoppy5225 14/11/10 5225 28
54748 [일반] [뉴스타파] 조세피난처로 간 국민연금 [25] 린세6116 14/11/07 6116 3
54747 [일반] 펩은 뮌헨을 망치고 있는가. [118] Spike Spiegel11977 14/11/06 11977 5
54723 [일반] 아주 괜찮은 앱(안드로이드)이 있어 추천합니다 [17] 바위처럼8698 14/11/05 8698 18
54560 [일반] 맨유 vs 첼시 MOTD + 슈마이켈 칼럼 [32] 티티4561 14/10/28 4561 1
54519 [일반] [스포주의] WWE 헬 인 어 셀 2014 최종 확정 대진표 [10] SHIELD5331 14/10/26 5331 1
54429 [일반] [배구] 파란이 일어난 결과, OK저축은행 vs 삼성화재 [52] 여섯넷백6667 14/10/21 6667 0
54383 [일반] [야구] 각팀 감독후보에 대한 단상 [43] 미움의제국7182 14/10/19 7182 0
54330 [일반] [해축]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퍼거슨 감독 [6] 티티6206 14/10/16 6206 12
54236 [일반] [해외 축구] 리버풀 잡담 [52] 아우구스투스7257 14/10/10 7257 3
54126 [일반] 슬램덩크로 AG멤버를 짜보자! [34] 김종광5040 14/10/04 5040 0
54101 [일반] [K리그] 우승, 스플릿, 강등, 승격 [19] 잠잘까3783 14/10/02 3783 12
53964 [일반] 왜 오늘날 혁명이 불가능한가에 대하여 [35] Dj KOZE7645 14/09/25 7645 13
53703 [일반] [스포츠] [고전] 2002 부산 아시안 게임 농구 결승 [19] 2막3장5358 14/09/09 5358 0
53586 [일반] 과연 이전 한국 농구 선수들은 세계대회에서 얼마나 활약했는가 [27] 드라고나6672 14/09/02 6672 2
53548 [일반] 직장인의 한 부류_인간사시미 [20] 캡슐유산균9227 14/08/31 9227 3
53457 [일반] 콜럼버스의 달걀. [181] 네오9149 14/08/26 9149 8
53250 [일반] [스포주의] WWE 섬머슬램 2014 최종 확정 대진표 [9] 갓영호5037 14/08/16 5037 0
53238 [일반] [K리그 클래식] 누가 이길까? 포항 VS 전북 [16] 잠잘까3541 14/08/16 3541 11
53207 [일반] 우산..얼마나 자주 잃어버리시나요? [39] 부끄러운줄알아야지6575 14/08/14 6575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