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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12 03:02:54
Name SKY92
Subject [일반] 야구에, 특히 LG에 빠졌던 2014년도...
사실 한국프로야구를 2008년부터(국가대항전따지면 06 WBC부터) 드문드문 봐오긴 했지만 대부분 포스트시즌 위주였고 정규시즌은 가끔씩 아버지가 LG 경기 응원하실때나 어머니가 넥센 경기 응원하실때만 봤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저는 그 두팀도 괜찮았지만 롯데를 좀더 응원했었는데....(뭐 LG를 완전히 응원하기 시작한 지금에도 롯데는 별로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가 더 응원하는 팀과 붙지만 않으면 롯데를 응원하는 편이고.)

그러다가 작년 막판 아버지의 설득도 있었지만 LG가 드라마를 쓰면서 2위로 진출하게 되자 LG에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고, 13년 포스트시즌에서 비록 LG는 아쉬운 결과를 냈지만 준플옵,플옵,코시 매경기 박터지는 승부가 펼쳐져서 야구자체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연락이 끊겼다 작년 말부터 다시 연결된 제 친구가 삼성과 한화팬이라(저랑 같이 청주에 사는 그 친구 내년에는 김성근 감독님의 부임으로 한화쪽이 퍼스트가 될것 같네요 크크. 저도 고향과 감독님때문에 한화를 세컨으로 할거고요.) 자연스럽게 야구 얘기를 할 기회도 더 많아지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비 더 레전드라는 타자 맞추기 이벤트로 인해 정규시즌 매경기를 대부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LG가 죽을 쒔던 시즌 초반에도 그 비 더 레전드 이벤트를 낙으로 버텼던 기억이 나네요. 4억의 상금을 주기 위한 이벤트였지만 그 덕분에 다른팀들에서 잘나가는 타자들을 많이 알게되었고(특히 서교수님 크크), 그 타자들이 그날 상대할 투수들을 나름 알아보면서 어느 투수가 잘 나가는지 어느 투수가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은지, 특정 타자랑 특정 투수의 상성은 어떤지 등등을 알게되었습니다. 자연스레 한국프로야구계의 많은 선수들에 대해 알게되어 재미가 더해지더군요.

재미를 쌓아가던 도중 8월에 마침 제 고향 청주에서 한화vs삼성 2연전을 한다길래 평소 한화에도 관심이 많았던지라 고민없이 보러가기로 마음을 먹었고, 제 생애 첫 야구 직관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첫날은 한화가 1위팀의 벽을 실감하며 삼성의 화력쇼에 처참하게 깨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뜨지않고 응원하시는 한화팬분들의 뜨거운 열기에 감동받았고, 경기중 비도 중간중간 쏟아졌던 다음날에 아스트랄한 똥줄승부끝에 연장 끝내기 홈런으로 이기는걸 보고 '이게 바로 직관의 맛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직관의 맛에 빠져든 저는 원래부터 부모님과 서울을 이런저런 일로 자주 들락날락했었기에 '내친김에 잠실도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고, 8월의 어느날 처음으로 잠실 LG 경기를 직관했습니다. 청주구장의 열기도 뜨거웠지만 잠실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더군요... 아마 SK랑의 경기였을텐데 그날 비록 LG가 무기력하게 무너지긴 했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라뱅이 대타로 들어올때의 잠실 LG팬들의 응원에 느낀 전율은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 뒤로 직관갔던 많은경기들도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주로 LG 경기를 보러다녔는데 처음으로 아버지랑 단 둘이 같이 보러간 야구경기인 8월말 LGvs두산 잠실 더비에서 부진하던 류제국선수가 완벽투로 두산을 꽁꽁 묶어버리고 LG팬들에게 기립박수 받았던 경기, 바로 다음주에(그때는 어머니랑 함께했습니다. 유니폼과 유광잠바를 샀던것도 그날이었을겁니다. 그 시기에는 4강이 간당간당했던 상황이라 10월 말까지 유광잠바를 입고 다닐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 두산에게 다 잡았던 승기를 9회초 김현수선수에게 동점포를 얻어맞아 잃어버려 연장으로 끌려들어가 접전끝에 무승부로 끝났던 경기. 간신히 올라온 준플레이오프에서 메가트윈스포로 대승했던 1,4차전. (개인적으로 4차전 잠실을 가득메웠을때도 그렇지만 1차전 마산원정에서 NC팬분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은 화력을 보인 LG팬분들이 매우 기억에 남습니다. 마산을 가본것도 그때가 처음이었고요.) 선발 매치업상 암담했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상대 에이스 벤헤켄을 넘은 신정락의 호투. 그리고 분에 넘칠정도로 행복한 시즌을 보냈지만 그래도 탈락의 아픔을 당해야했기에 슬펐던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올해 제 직관 경기들에서 최고라고 꼽을 수 있는 경기는 아마 이 2경기일겁니다. 하나는 LG 경기는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같이 보러간(대회 전과 대회 후 여러 논란이 많아 안타까웠지만)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 대만전. 짜릿한 승부끝에 9개팀 팬분들이 하나되어 환호했던 그 순간... 어쩌면 다시는 한국에서 야구 국가대항전이 열리지 않을지도 모르기에 더 기억에 남을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제 생일인 한글날 온 가족과 함께했던 기아와의 경기. LG의 정규시즌 홈 마지막 경기였던데다 SK와의 4강싸움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때였기에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경기였는데 6:0으로 밀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동점을 만들어 연장에서 끝내기 승부로 뒤집었죠. 지금도 그때 현장에서 불렀던 승리의 노래 영상을 자주 돌려보곤 합니다. 힘든일이 있으면 그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힘을 얻을려고 할 정도로 평생 잊지 못할 경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올해 많은 경기를 보러다녔고 어제 드디어 올해 제 야구직관이(그리고 프로야구 2014시즌이) 끝났습니다. 비록 LG 경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넥센팬인 어머니와 함께 한국시리즈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갔는데, 잠실을 가득 메워 열심히 응원하는 두 팀팬들을 보면서 매우 부러웠습니다. 어머니가 응원하는 넥센이 크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웠지만,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룬 삼성을 보면서 축하하지 않을수 없더군요. 끝나고 성대하게 열리는 불꽃놀이를 보면서 이렇게 한 시즌이 끝나는구나 하는 쓸쓸함을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수많은 변화가 있을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기도 했습니다.

벌써부터 잠실을 가득채운 LG팬들의 함성이 그리워지네요..... 내년에는 LG뿐만 아니라 제 고향과 연관있는 한화도 잘해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2015시즌 첫 목표는 김성근감독님 유니폼을 지르는것일듯요 크크

우승한 삼성을 비롯한 9개팀 선수단분들 올해 정말 수고하셨고, 내년 시작되는 10개팀 리그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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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둑
14/11/12 08:06
수정 아이콘
저도 한글날 홈마지막경기가 최고의 직관경기 중 하나입니다. 봄바람이 불어올때쯤이면 야구장 갈 생각에 설레이겠죠!!
14/11/12 08:44
수정 아이콘
비더레전드는 신의한수인듯. 많은 팬들을 유입시키는 요인이 되지않았나 싶네요.
손나이쁜손나은
14/11/12 09:09
수정 아이콘
승리의 함성을 다같이 외쳐라 LG의 승리를 위하여~~
감전주의
14/11/12 11:30
수정 아이콘
오~오~오~오오
14/11/12 17:26
수정 아이콘
무!적!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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