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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03 02:32:59
Name 종결자
Subject [일반] 내 20대를 함께한 PGR21, 꿈을 잃은 나의 30대
지금 이 아이디는 제 PGR21 첫번째가 아닙니다.

예전에 언젠가 날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열심히 돈 벌어야 겠다" 마음먹고 PGR21을 끊자해서 자진 탈퇴 이후
어느정도 자리 잡고 중간에 다시 가입을 하고 그 이후 한동안 안들어오다가 지금 글을 남겨봅니다.

첫번째 아이디가 드림씨어터 였는데 https://pgr21.co.kr/?b=8&n=4778 이런글을 남긴 기억이 나네요.
지금보면 웃기는 글이고 별로 힘든것도 없는데  투덜투덜 대는군요.

아무튼 스타에 미쳐있었던 20대 초반부터 20대 중반의 중국 유학 시절까지 정말 미친듯이 PGR21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많은 에이스 글들을 보며 울고 웃고
스타1 프로게이머들 보며 정말 성공하길 바라고 응원하고

스타1이 블리자드 때문에 갑자기 막을 내리고 스타2로 전향될쯤
스타1을 지키기 위해 많은 분들과 논쟁을 했던게 제 마지막 기억인것 같습니다.

스타1 관련 직업을 갖고 싶기도 했었고 평소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라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꿈을 갖고 살던 저 였는데..

집안 형편에 이끌려 어쩔수 없이 꿈보다는 돈을 먼저 선택하는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 보니 남들이 보기에 성공했다라고 말할 만큼의 위치에 오른것 같습니다.

지금 하는 사업이 꾸준히 잘 되는편이라 매달 꾸준히 벌이가 있고
지방이긴 하지만 40평대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제 드림카였던 오픈카를 소유하고 있고
모델같은 예비 와이프도 있고
아이폰6도 어제 샀으니 이제 더이상 갖고 싶은게 없네요.


근데....

근데....저런거 다 가져도 인생이 허무해 집니다.

목표를 잃은것 같기도 하고요.

꿈 없이 돈만 바라고 오다보니 사실 돈 벌어서 쓸곳도 없는데 벌어서 뭐하나 싶은 생각입니다.
당장 내년에 결혼 할텐데 결혼하고 나면 애 키우고 사는게 내 인생인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앞으로 남은 생이 더 많을텐데 그 삶동안 뭐하나.. 싶구요.

내가 꿈꾸던 삶은 이게 아닌데
내가 하고싶은걸 하고 사는게 내가 그리던 인생이였는데

지금 제 인생은 제가 그리던 인생궤도에서 많이 벗어난 느낌입니다.

차라리 돈을 좀 못 벌더라도 꿈을 쫒아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다못해 그와 관련된 직업이라도요.

그래서인지 지금 롤 프로게이머들이 부럽기만 하고
야구선수들이 부럽고
음악하는 친구들이 부럽습니다.

최근 김성근 감독 다큐를  보고 있는데
가정에는 참 못된 아버지이지만.. 제가 그리던 삶을 사신 분 중 한분이시네요.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것에 미쳐서 살고 싶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죠.

하루를 살더라도 그렇게 사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참 멋지지 않나요.
무사들이 자기는 전장에서 죽고싶다고 하는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제 꿈을 찾아야겠지요.

제 인생을 걸고 올인 할수있는 있는 그런 무언가가 무엇인지 매일 고민합니다만
그걸 찾기가 쉽지만은 않네요.

내가 좋아하는것과 내가 잘하는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는걸 알기에
그 교집합에 해당하는것이 제 인생을 걸만하다고 봐서 일까요?
나이먹을수록 도전보다는  안전해지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예전 같으면 좋아하는것이 곧 제 꿈이였을텐데 말이죠.


30대엔 이런 글을 쓰지만
40대엔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궁금하네요.

요새 극심한 불경기지만 모두 파이팅해서 모두 잘되길 바랍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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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로 루시루플
14/11/03 02:37
수정 아이콘
제가 가진 고민이랑 똑같으시네요. 전 취준생이지만 고민은 똑같아요. 이대로 어떻게든 취업해서 30넘어 결혼하고 애낳고 그렇게 살아가는게 행복인가?
결국 내 자신은 없고 그렇게 살아가는게 인생이라면 참 재미없지 않을까? 전 취준생이지만 전공에 뜻이 안맞아 어디로 취업할지도 고민이거든요. 그냥 제 자신이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어하는지도 이젠 잘 모르겠습니다.
종결자
14/11/03 02:40
수정 아이콘
클로로 루시루플님은 돈을 쫒는 삶은 살지 않길 바래봅니다.

돈은 금방이지만 인생은 길더군요.
클로로 루시루플
14/11/03 02:49
수정 아이콘
아버지가 가구 가게를 하시는데 2개를 하세요. 뭐 물론 은행의 힘을 좀 빌리긴 했지만 워낙 잘되는 가게라서 기대가 커요. 그래서 부모님께서 취업하지말고 바로 가게 이으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버지 은퇴하기전에 밑에서 교육받고 너가 이어라라고 하는데 좀 고민되요. 무난하게만 되면 돈 걱정도 안하고 괜찮긴한데 이대로 제 꿈도 못펼쳐보고 평생을 가게에서만 있어야된다는게...
14/11/03 05:18
수정 아이콘
돈이 없으면 인생도 없죠.
당장 오늘 저녁에 뭐 먹어야하지 고민하는데 꿈을 찾는게 무슨 소용인가요.
王天君
14/11/03 07:58
수정 아이콘
저도. 게다가 조직생활에 굉장한 회의를 가지고 있는( 물론 강요되는 자리에서는 딸랑딸랑도 잘하고 모범적인 노예의 태도를 잘 보여드립니다만) 터라 회사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있습니다. 쓰잘데기 없는 막노동으로 인생 허비도 제법 했는데, 돈만 좇으면서 생존에 의미를 부여하는 삶은 저한테는 너무 고통스럽더군요.
서린언니
14/11/03 02:57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
그저 애니가 좋아서 일본에 오고 좋은 작품에도 참여해보고 현실에 좌절하기도 하고
7년정도 있었는데 이제 부모님 곁에서 조용히 그림이나 그려볼랍니다.
알카드
14/11/03 03:19
수정 아이콘
하고 싶은 데로 살았다가 경제적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와 글쓴분 같은 경우를 비교해보면 그래도 후자가 앞으로 삶을 재계획하는 데에 있어서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요?
NeverEverGiveUP
14/11/03 03:30
수정 아이콘
명상을 추천해 드립니다.
14/11/03 04:41
수정 아이콘
스타1이 없었을 때 스타1이란 게임에 그리도 뜨거운 애정을 쏟을지 모르셨던 것처럼 애가 생기면 그게 삶의 의미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건조한 얘기지만 인간의 희노애락은 대부분 정해진 길, 정해진 감각 속에서 피어 오르는 것 같아요.

본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현실을 긍정하시고 사랑하신 뒤 또 다른 꿈을 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을 이뤄내신 것도 작성자 님의 실력 아니었나요. 흔한 말이지만 잡지 못한 물고기가 항상 커보인다 했습니다. 꿈을 찾는 제2의 도전을 너무 이상화 하지 마시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현실과 조화를 이루면서 꽃피우시면 좋겠습니다.
리플 중에 불쾌한 부분이 혹여 있었다면 미리 사과 드리겠습니다. 좋은 결과 있길 기원합니다.
근성러너
14/11/03 08:34
수정 아이콘
좋은 덧글감사합니다
말하는대로
14/11/03 08:36
수정 아이콘
윗분이 써주신 내용이지만 뭔가 하나 선택을 하고 달려온 인생이나, 선택을 하지 못하고 그냥저냥 보낸 인생이나 후회는 없을수가 없지요.
저는 글쓴님만큼의 사회적 성공은 아니어도 꾸준히 잘되는 장사와 학업을 동시에 붙잡고 가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가게에서 약 6년 반정도 가까이 같이 장사하면서 3억대 되던 빚을 거의 다 갚고 제 개인 재산도 어느정도 만들어놨고, 12년까지 돈만 빡세게 벌다가 공부할 기회가 찾아와서 공부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돈을 버는 분야와 학업을 하는 분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정말 다르더군요.(실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영학과입니다.)
돈을 부족함 없이 버는데에서 오는 정신적 공허함을 대충은 알것 같습니다. 저도 비슷한 이유로 12년부터 사이버대를 다니기 시작한 것이었으니까요.
뭐라도 배워보시는 건 어떨까요. 배우기 어렵고 써먹기 어려운걸 배우기보다는 내가 안했던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인생은 뭔가 빈 것 같고 부족한 것 같고 그래요.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윗분들 말씀처럼 일단 현실에 만족할 요소를 찾아서 '내 인생은 충분히 좋은거야' 라는 부분을 인정하고 뭔가 변화를 줘보는게 어떨까요. 전 제 경험도 있고 하니 배우는걸 추천합니다.
파란코사슴
14/11/03 09:24
수정 아이콘
저는 남들이 좋다는 대학 남들이 좋다는 학과 졸업해서 남들이 좋다는 진로를 선택한 20대 후반인데요. 내 인생에 내 것인 것 같은 것도 없고 본업이 즐거운 적도 없어서 불행합니다. 행복이란 무엇을 이룬다고 얻어지는건 아니라는 것만 매일 확인합니다. 그래서 매일이 슬프고 시무룩하네요. ㅠ.ㅠ
동네형
14/11/03 10:35
수정 아이콘
갖고 싶은걸 모두 가지신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원하는건 거의다 갖추셨으니 그정도면 망한 삶은 아니지 않나 싶어요 흐흐
레이스티븐슨
14/11/03 10:42
수정 아이콘
저는 없는적성 만들어서 만족하고 맞는거라며 스스로 생각하면서 일하는중인데 잘 모르겠네요 크크
꿈이니 뭐니 적성이니 요원하게 생각했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적이 없어서

글쓴분처럼 경제적 상황이 풀리면 저도 그때가서 방황하련지 어쩔지는 모르겠네요
주변에 평생교육원 같은곳에서 간단한 자격증 코스 이수하는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스포츠마사지도 좋고 그림그리기도 좋으니 한번 해보시는게 어떨까합니다
wish buRn
14/11/03 11:59
수정 아이콘
남에게 피해주지않고 합법적으로 정당하게 잘산다면 배부른 돼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14/11/03 13:04
수정 아이콘
윗분처럼 학문적 배움으로 공허를 채우거나, 돈에 여유가 있으시면 봉사활동이나 기부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프로게임단과 연을 만들고 싶으시면, 이성은 감독의 팀처럼 힘들게 노력하는 팀에 약간의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Tyler Durden
14/11/03 13:29
수정 아이콘
라스에서 이른나이에 다 이뤘다고 꿈이 없다고 울던 유세윤이 생각나네요..
SNL에서도 매번 행복을 뭐라고 생각하냐고 게스트한테 묻던데 말이죠.
첨엔 뭐지? 컨셉인가 생각했는데, 이해하지 못할 공허감이나 현자타임?이 있나 보더군요.
행복이 뭐 멀리서만 있는게 아닙니다.
물질적 부족함이 없으시니 꿈을 찾고 이루는데도 비교적 쉬울거라 봅니다.
14/11/03 14:34
수정 아이콘
꿈은 대게 어떤 종착점이 되어버리게 마련이고 그런것 보다는 내 인생 모두 바쳐서 뭔가를 지향하는 사명 같은게 있어야 행복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그런것이 있고 매우 행복합니다.

그리고 돈은 인생에 있어서 hygiene factor일 뿐입니다.
없으면 불행하지만 충분히 있다고 행복한것은 아니죠.
우주모함
14/11/03 15:19
수정 아이콘
꿈이니 뭐니 어쩌고해도 돈이 중요하긴 합니다.
가장 중요해요. 돈이면 안되는게 없죠.
하얀마녀
14/11/03 17:09
수정 아이콘
일단 하고있는걸 다 관둬야 내가 뭘 하고싶은지 알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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