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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19 05:57:10
Name 라라 안티포바
Subject [일반] [바둑] 라라의 바둑이야기 25 - 삼성화재배 16강, 8강 리뷰 등.
[1]
안녕하세요~자게엔 바둑이야기만, 겜게엔 워3 이야기만 쓰는 비주류 아웃사이더 취미를 지닌 라라안티포바입니다.
삼성화재배 8강이 끝나고 글을 쓰려 했는데, 차일피일 늦어져 살짝 늦어진 시기에 글을 씁니다.
이번엔 지난번에 말씀드린대로 한달보다는 간격을 앞당겨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 조금 이른 시점에 쓰게 되었습니다.

[2]
지난번 이야기 마지막을 기억하시나요?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54139 이 글 [13]에서 이어집니다.
하이원리조트배 준결승전 이야기였죠. 신예 이동훈 선수가 10번기를 승리한 이세돌 선수를 상대로 준결승 3번기에서 2:0으로 완파하고
결승전에 진출, 박창명 선수의 물가정보배 준우승, 나현 선수의 물가정보배 우승 등 신예의 바람을 만들고 있는 타이밍이었죠.
다른 대진은 박영훈 vs 박정환. 누구나 박정환 선수의 우세를 점쳤는데, 1국은 소신산다운 박영훈 선수의 역전의 반집승. 2국은 분노한 박정환 선수의 대승으로 불계승.
3국이 글을 쓴 다음날쯤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박영훈 선수의 반집승.
반집, 대패, 반집...삼성화재배 결승전 이세돌 vs 구리와 똑같은 패턴이었습니다. 이렇게 박영훈 선수가 하이원리조트배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하이원리조트배 결승전 대진은 박영훈 vs 이동훈 으로 신구대결이 되었습니다.

[3]
신구대결과 함께, 10월 랭킹은 폭풍전야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바로 박정환 선수의 랭킹점수 급락과 1위 수성의 위기, 그리고 국내기전 무관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죠.

박정환 선수는 지난 9월보다 89점이나 추락합니다. 한국바둑랭킹 역사상 만점을 돌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이었던 지난달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죠.
현재 세계기전은 작년과는 다르게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박정환 선수. 하지만 국내기전에서는 예상외의 광탈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은 4강에서 2:1로 떨어졌으니, 박영훈 선수에게 진 것이 의외일 수는 있어도 광탈이라 볼 수는 없죠. 하지만...
렛츠런 파크배 32강에서 김형우 선수에게 탈락
물가정보배 8강에서 이창호 선수에게 탈락
박카스배 천원전 16강에서 나현 선수에게 탈락

게다가 올해 초 맥심배커피배, KBS 바둑왕전에서 이세돌 선수에게 모두 2:0으로 준우승을 했으니
어...국내기전 중에 제가 모르는 다른 기전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면, 올해 박정환 선수의 국내기전 무관은 사실이 되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박정환 선수의 약세가 일방적인 것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하이랭커들이 현재 국내기전에서 죽을 쑤고 있습니다. 김지석 선수도 소폭이나마 랭킹점수가 하락했고, 10번기를 승리한 이세돌 선수도 광탈이 잦아 거의 제자리 걸음이죠.
뭐 국내기전이 신예들의 무대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허리층에 있던 신예들이 성장하는 좋은 결과로 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리고 팬 입장에서도 국내용보다는 국제용(?)이 훨씬 좋죠. 국제대회에서는 확실히 하이랭커들이 클래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현재 세계기전에서 아주 좋은 모습 보여주고 있는 박정환 선수는 작년보다 훨씬 믿음직스럽습니다.

[4]
삼성화재배 16강전이 치뤄지기 얼마 전, 중국 갑조리그에서는 초대박 매치업이 성사되었습니다. 한중랭킹 1위의 매치업, 박정환 vs 스웨의 주장전이었죠. 이세돌 vs 구리의 매치업이 임진록이라고 한다면, 이 매치업은 리쌍록에 비할 수 있겠습니다. 결과는...



초반부터 불꽃 접전이 일어났고, 결국 사생결단을 낸 좌하귀에서의 전투에서 박정환 선수가 대승! 무려 128수만에 박정환 선수가 중국 1위의 스웨 선수를 힘으로 찍어누르며 대승을 거둡니다.

바둑갤러리 ee님께서 갑조리그 관련 자료들을 많이 올려주셔서, 잠깐 갑조리그에 대해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예전에 제가 한번 올리기도 했지만, 갑조리그는 다음과 같은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용병으로 고용된 한국 선수들은, 철저히 실적제로 갑니다. 패배시 수당이 없고, 승리시 승리수당을 받습니다.
박정환, 김지석, 이세돌 등 우리나라의 일류 기사들은 약 1500~1800만원의 승리수당을 가져간다고 합니다.

저번에 바둑TV에서 김성룡 해설이 언급한 바에 의하면, 중국에선 선수들 갑조리그 연봉은 공개하지 않고, 언론도 이를 캐묻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기사들은 외국 선수들이고, 외국 언론에 공개되는 것이기에 예외적으로 공개되는 사안이죠.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기사들 수당이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계속 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번 커제선수의 바이링배 결승 진출 등, 계속해서 자국 선수들이 계속 세계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게되고, 한국기사들을 대체할 일류기사들이 많아지면 한국 기사들의 중국리그에서의 입지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 염려하더군요.

딴소리로 잠깐 샜는데, 현재 갑조리그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롄 후덜덜...압도적이죠. 사실 멤버가 압도적입니다. 한국랭킹1위&후지쯔배 우승자 박정환, 삼성화재배 우승자 탕웨이싱, 몽백합배 우승자 미위팅에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커제까지...뭐 그냥 드림팀입니다. 이 멤버로는 제가 감독을 맡아도 1위할 수 있을듯 합니다...-_-;;
2위인 충칭 팀은 전통의 강호로, 충칭이 고향인 구리 선수가 주장입니다. 최근에는 대박 신예기사인 양딩신 선수가 구리 선수를 대신해 주장전에 자주 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외의 팀은 저도 갑조리그에 대해 딱히 잘 아는 것은 아니라, 이 이상 소개드릴 수가 없군요...^^;;

주요 한국기사들의 올해 갑조리그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역시 박정환 선수는 한국랭킹 1위 다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단 다롄같이 쟁쟁한 선수들 많은 팀에서 이렇게 많이 출전하고, 그 중에서도 주장전을 많이 나간다는 것이 그만큼 감독의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참고로 갑조리그는 4전 중 속기전, 주장전이 각각 1국씩 있습니다. 보통 주장전은 스타 프로리그 에이스결정전과 같은 대진이 자주 나옵니다.

김지석, 이세돌 선수도 박정환 선수정도의 출전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준수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고 최철한 선수는 최근의 부진이 눈에 보이는 성적입니다. 한편 나현 선수의 상승세는 물가정보배 우승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5전이 모두 주장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죠. 사실 상하이에 나현 선수 이상으로 주장전을 믿고 맡길 기사도 딱히 없어보이긴 합니다만...
정작 한국 바둑리그에서는 나현 선수의 활약을 지켜본 정관장 김영삼 감독이 과감히 1지명으로 기용했지만, 한동안 부담을 겪어서인지 연패를 하며 기대에 전혀 못 미치는 상황이 이어졌던 기억이 나는군요.

[5]
어쨌거나 이번달 삼성화재배 16강, 8강은 박정환 선수에게도 아주 중요한 기점이 되었습니다.
현재 김지석 선수와 점수차는 겨우 21점이니, 만약 김지석 선수가 4강 진출, 박정환 선수가 16강 광탈을 하게되면 1위가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게다가 이번달에 있을 농심배에 박정환은 거의 100% 주장전에 나올테니, 이번달에 나올 일은 없을것이고, 현재 국내기전을 모두 탈락한 박정환 선수에게 있어 이번 삼성화재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

일단 삼성화재배 16강 대진을 다시 보도록 하죠.

한국 7명, 중국 8명에 일본 1명으로 사실상 한중전 반반 정도의 싸움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루이나이웨이 선수를 상대하는 김지석 선수, 무라카와 선수를 상대하는 탕웨이싱 선수는 거진 해보나마나한 승부라고 한다면
나머지 한중전 6전에서 얼마나 자국 선수들을 진출시키느냐가 삼성화재배 16강 한중전의 대결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엔 삼성화재배 불판을 올리지 않았는데,
바둑TV 인터넷 LIVE영상이 유료화되면서 TV를 보며 불판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소 아쉽지만 그냥 TV를 보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보자...하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번 삼성화재배 16강전은 아침 9시에 시작, 바둑TV 중계는 3시에 하더군요.
9시에 시작, 제한시간 2시간짜리 바둑이니 대부분 3시면 결과가 다 나옵니다...평소엔 1시에 하더니 뭐지? 이래놓고 생중계라니?
하면서 화를 냈는데, 알고보니 삼성화재배 주최사 중 하나가 KBS라 오후 1시에 KBS에서 3시까지 생중계를 했다고 합니다.
이번엔 중국이 아닌, 삼성화재 유성 연수원에서 치뤄져서 흔히 말하는 복기맨들에 의한 수순중계가 아닌 선수들의 자세와 표정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8강은 뒤늦게 알고 KBS 본방사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나서 KBS 중계라면 불판 열었을텐데 하고 뒤늦게 생각을...
다음 삼성화재배 4강전은 매치업도 좋으니, 별다른 일이 없다면 불판을 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6]
불판 얘기하다 조금 샜군요. 예상대로 김지석, 탕웨이싱 선수는 각각 루이나이웨이, 무라카와 선수에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박정환 선수도 옌환 선수를 상대로 가볍게 승리합니다. 좌상귀 흑은 살고, 우상귀와 우하귀에 흑의 엄청난 땅이 보이는군요.


10번기를 승리하고, 10번기의 승자로서 이번 삼성화재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세돌 선수도 158수만에 손쉽게 승리합니다.

그 밖에 강동윤 선수도 렌샤오 선수에게 승리했으나, 강승민, 조한승 선수는 각각 룽이, 저우루이양 선수에게 패배하며 한중전은 4:3.
마지막 대결은 스웨 vs 김승재 선수의 대국이었습니다. 스웨 선수가 중반에 거의 잡았는데, 김승재 선수의 막판 흔들기로 극미세한 반집승부로 가는 상황이었죠.



보시면 우변 반패가 승부수가 되는 상황. 흑은 미리 양선수 팻감을 사용합니다. 박정상 해설은 흑이 팻감이 하나 부족해서 백반집이지 않을까 싶었었는데...


스웨 선수의 묘수가 등장합니다. 이쪽 교환을 미리 해서 흑이 한 팻감을 벌어버렸습니다. 결국 팻감 하나 차이로 스웨 선수의 극적인 반집승...
김승재 선수가 생각보다 잘 해주었긴 한데, 스웨 선수를 떨어뜨릴 기회를 이렇게 놓쳐버리니 한국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쉬울 따름입니다.


여튼 반집승으로 기적적으로 생환한 스웨선수까지 마지막으로 합류, 삼성화재배 8강은 4:4 한중전으로 결정되었습니다.

[7]
삼성화재배 8강 대진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박정환 vs 저우루이양
김지석 vs 룽이
이세돌 vs 스웨
강동윤 vs 탕웨이싱

일단 8강 멤버가 최근 대진 중에는 가장 호화판입니다. 한국은 랭킹 1~4위의 극 정예멤버입니다. 박정환+김지석+이세돌 트로이카에, 최근 슬럼프를 벗어나고 기세를 타 랭킹 4위를 탈환한 강동윤 선수까지.
중국도 비교적 낯선 룽이 선수를 제외하면, 중국랭킹 1위 스웨, 랭킹 2위 저우루이양, 디펜딩 챔피언 탕웨이싱까지.
또한 한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긍정적인 대진이 나왔습니다.

일단 저우루이양은 최근 중국에서 기세가 아주 좋습니다. 또한 저우루이양 선수는 중국에서는 국내용이다, 한국에서는 한국팀이다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한국 선수들에게 약했던 기사였는데, 32강에서 강승민 선수에게, 16강에서 조한승 선수에게 승리하면서 8강에 진출했습니다.
또한 박정환 vs 저우루이양 상대전적이 7:1인데, 저우루이양 선수의 1승이 바로 작년 백령배였고, 백령배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한국 선수였던 박정환 선수가 탈락하면서 저우루이양 선수가 백령배 우승을 차지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만약 작년대로의 시나리오라면, 저우루이양 선수가 박정환 선수를 상대로 승리하고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겠죠. 게다가 저우루이양 선수는 최근 중국랭킹 4위에서 2위로 상승,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선수였습니다.

김지석 선수는 정말 황금의 대진운입니다. 16강 루이나이웨이, 8강 룽이는 거의 삼성화재에서 김지석 선수 우승을 위해 대진표를 조작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천운대진입니다. 그러나 이번 백령배에서 추쥔 선수에게 탈락한 것을 보면 방심할 수는 없고, 김지석 선수가 이런 대진으로도 떨어지면 정말 세계대회 무관에서 벗어날 수 없겠구나 싶은 대진이기도 합니다.

이세돌 vs 스웨는 마치 과거의 전신 vs 현재의 전신의 싸움이랄까요. 현재 중반 전투가 가장 강력한 기사로 손꼽히는 스웨 선수이지만, 상대전적 4:2, 또한 올해 갑조리그에서도 명국을 선보이며 승리한 이세돌 선수의 모습에 '스웨를 상대로는 박정환보다는 이세돌' 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이세돌 선수는 현재 국내기전, 세계기전 안가리고 거의 대부분의 기전에서 탈락했으며, 10번기 승리의 기세를 이어 삼성화재배에 올인한 모습이라 많이 기대가 되는 상황.

강동윤 vs 탕웨이싱의 대진은 분명 흥미롭기는 합니다만, 이렇다할 스토리가 있는 대진은 아니군요...;; 포장하지 못해 강동윤 선수에게 어쩐지 죄송스럽네요. ㅠㅠ

[8]
8강도 속속들이 결과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먼저 김지석 선수는 룽이 선수에게 가뿐히 승리.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대진으로도 4강 진출을 못하면 김지석 선수는 정말 영원히 세계기전 무관으로 남을 것 같았거든요.

한편, 저우루이양 선수는 박정환 선수에게 또 패배하면서, 역시 한국팀답게, 언제 한국선수에게 져야 한국 팬들이 가장 기뻐하는지를 알고 있는 선수임을 증명하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삼성화재배 16강, 8강에서 유일하게 바둑머니를 베팅한 것이 저우루이양 선수의 대국이었는데, 모두 정확히 맞춰서 1.4배 2번 먹었네요.

강동윤 vs 탕웨이싱의 대결은 탕웨이싱 선수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이번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스웨 선수의 대국이 가장 마지막까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하변 백 대마는 완생, 중앙 흑 대마를 노리는 백 이세돌 선수. 주변에 백 두터움을 믿고, 가장 강수로 패를 걸며 잡으러 갑니다.
그러나 자체팻감이 많아 쉽지 않고, 패가 계속될수록 이세돌 선수가 계속 손해를 봅니다. 결국 스웨 선수가 패를 이겨 흑이 살아나고, 오히려 포위하고 있던 백이 위기에 처합니다. 결국 백의 두터움은 오히려 곤마가 되어...


중앙이 역으로 초토화가 되면서 패배. 스웨 선수가 이세돌 선수를 힘으로 제압하면서 4강에 진출합니다.
아...이세돌 ㅠ.ㅠ 너무 아쉽네요.

[9]
이렇게 해서, 삼성화재배 8강전은 한중 2:2로 무승부, 4강전에서 다시 2:2 한중전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8강이 호화판이었던 만큼, 4강은 초호화판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랭킹 1위, 2위의 원투펀치 박정환, 김지석. 중국은 랭킹 1위 스웨, 디펜딩 챔피언 탕웨이싱. 4강 대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지석 vs 스웨, 박정환 vs 탕웨이싱

한국랭킹 2위 vs 중국랭킹 1위의 대결. 상대전적은 2:1로 스웨 선수가 우위에 있으나, 올해 갑조리그에서는 김지석 선수가 승리하였고, 1번은 2009년 대국이라 큰 의미가 없는 전적입니다. 그런데, 이정도 랭킹에 있는 선수들이 의외로 거의 만나지 않았군요. 세계기전에서 광탈하기 바빴던 김지석 선수의 국내용 시절의 흑역사가 보이는듯한 상대전적입니다...ㅠㅠ
김승재 선수에게 반집 승, 그리고 구 전신이었던 이세돌 선수를 힘싸움에서 제압하고 올라온 스웨 선수. 스웨 선수는 다른 대부분 중국 선수들과는 달리, 과감한 승부수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다른 중국 선수들은 이창호 선수의 기풍대로 안정적이며 정수 위주로 두는 경향이 있죠. 천야오예, 저우루이양, 판팅위 등등...그러한 착수가, 비세에서 과감히 승부수를 띄우는 전투적인 한국 기사들에게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웨 선수는 전투를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난 수읽기로 과감히 맞서면서 승리하는 타입입니다.
예전에 구리 선수가 '이세돌 선수는 중반 13단이다' 라고 했는데, 스웨 선수는 11단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까 언급했듯 갑조리그에서 박정환 선수가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적도 있고, 압도적 포스가 있는 선수는 아니나 '그래도 현재 중반이 가장 강한 기사를 꼽아본다면' 저는 스웨 선수를 꼽고 싶습니다.
그만큼 김지석 선수가 고전할 것으로 보이구요. 누가 승리하건 3국까지 갈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게 2:1 스웨 선수의 승리를 점쳐봅니다만, 김지석 선수가 이길 확률도 그렇게까지 낮다곤 볼 수 없는 대진입니다.

박정환 vs 탕웨이싱은 상대전적 2:0으로 박정환 선수가 우위에 있고, 모두 올해 만난 대진입니다. 최근 기세나 세계기전 성적 등을 고려하면 박정환 선수가 이길것이 유력해보이나, 박정환 선수가 4강, 결승 등 큰 무대로 갈수록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 작년에 거의 무명이었던 탕웨이싱 선수가 4강에서 스웨, 결승에서 이세돌 선수에게 승리하며 삼성화재배 우승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마냥 낙관할 수도 없습니다.

박정환 선수가 자잘한 무대에서는 아주 안정감있고 무난하게 승리하는데 비해, 큰 무대에서 계속 패배해 큰 무대에 강한 이세돌 선수와 비교해서 승부사로서의 멘탈, 마음가짐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데...막상 커제 선수와의 4강전 패배 이후 패배요인을 물으니 '내 실력이 부족한 것 같다' 고 담담하게 대답한 것을 보면, 멘탈도 굉장히 모범적인데 조금 의문이더군요.

뜬금없지만, 박정환 선수와 이세돌 선수의 캐릭터를 비교하자면 이렇습니다. 박정환 선수는 어떻게보면 아주 모범적인 소년만화 주인공 스타일입니다. 착실하게 훈련해서 강해지고, 정공법을 선호하는. 쓰고 보니 모범적인 소년만화 주인공보다는 나루토의 록리같은 느낌이로군요. 이세돌 선수는, '악역보다 더 악역같은 주인공'같은 타입으로, 투패전설 아카기의 아카기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10번기와 같이 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승부사로서 지지 않는다' '10번기에서 명국을 만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오로지 이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이 대국은 누가 이겨도 2:0으로 의외로 싱겁게 결판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대국은 박정환 선수쪽으로 무게추가 좀 더 기우는군요.

탕웨이싱 선수가 작년 삼성화재배 우승한 이후, 국가대표 전력분석 담당관이 된 김성룡 해설이 중국 인맥을 통해 '탕웨이싱 선수에 대한 자룔르 달라' 고 했는데, 중국 담당자가 하는 말이 '우리도 삼성화재배 이전까지 이 선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자료가 없다' 는 대답이 나왔다고 합니다...-_-;; 그만큼 순식간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선수죠.

참고로 탕웨이싱 선수는 비매너로 말이 많습니다. 거의 눕다시피한 자세에, 트림도 거리낌없이 내뱉어 다른 선수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10]
사실 4명 중 누가 진출해도 이변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대진입니다. 일단 4강 진출한 선수들 평균 자국랭킹이 3위가 안됩니다.
스웨 1위, 박정환 1위, 김지석 2위, 탕웨이싱 7위로 도합 11위, 평균 3.75위...게다가 랭킹이 가장 낮은 탕웨이싱 선수는 디펜딩 챔피언이구요.
박정환 vs 김지석의 한국이 가장 즐거운 대진이 될 수도, 스웨 vs 탕웨이싱의 중국이 즐거운 대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예상한대로라면, 박정환 vs 스웨의 한중랭킹 1위의 빅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겠군요. 사실 삼성화재배가 연말이 치뤄져 한해를 마무리하는 기전임을 감안하면, 이 매치업이 가장 흥미진진할 듯 싶습니다.

[11]
오늘은 내용이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삼성화재배 대진이 너무 화려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말이 중언부언 길어진 감이 있었습니다.

이후 대국 일정을 잠깐 소개해드리자면,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농심배가 중국 베이징에서 펼쳐집니다.
삼성화재배는 약 보름 후인 11월 5일~11월 7일까지 3일간 3번기로 치뤄지며,
11월 17일, 19일에 LG배 8강, 4강이 치뤄집니다.
다음 글은 삼성화재배 4강 종료 후일수도 있고, LG배 종료 후일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건데, 진짜 10번기가 양이 엄청 많았구나 싶네요. 텀이 짧은 것도 있지만, 10번기가 끝나니까 뭐랄까 양이 확 줄었습니다.
아무래도 10번기는 대국 시간이 길다보니 방송시간도 길고, 3인 해설 체제다보니 그만큼 방송 중 나오는 썰도 길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여튼 11월에 다음 글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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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9 06:49
수정 아이콘
매번 즐겁게 읽는데 처음 댓글 답니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조합면에선 박정상-김성룡-김지명 세분 해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김성룡위원과 박정상위원이 서로 롤을 존중해줘서 듣기 편하더군요. 긴 대국이지만 재밌게 볼 수 도 있고.. 재미와 내용면에서 참 좋아합니다. 유창혁 해설도 좋아하지만, 긴 대국 특성상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더라구요
소신있는팔랑귀
14/10/19 09:20
수정 아이콘
최고의 조합이죠. 일단 두 해설이 수면제해설이 아닌데다가 시너지도 괜찮고요. 저도 가장 좋아하는 조합입니다. 크크
눈뜬세르피코
14/10/19 10:35
수정 아이콘
닉네임과 딱 맞는 리플이 크크
소신있는팔랑귀
14/10/19 09:29
수정 아이콘
갑조리그 경기는 스웨의 좌변에서의 착각이 워낙 커서 박정환9단이 쉽게 승리를 가져간 걸로 아는데, 사실 보면서도 아슬아슬한 수상전 형태라 불안불안해 하면서 본 기억이 나네요. 박정환 9단이 스웨에게 약한 편이기도 하고요. 이번 갑조리그를 기점으로 스웨를 확실하게 극복하기를 바랍니다.

이번 삼성화재배는 역시 이세돌의 패배가 아프네요. 박정상 9단이 유리하다고 말한 지 불과 몇 분만에 승부가 뒤집어 지는데 참 허탈하더라고요. ㅠㅠ
그래도 4강에서 2:2, 탕웨이싱이 전기 우승자이긴 하지만, 4강에서 최약체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박정환 9단이 상대전적도 2:0으로 앞서고요. 박정환 9단은 무난히 결승 진출할 것 같긴 한데, 백령배의 아픔이 떠올라서 확신은 또 못하겠네요;;;;

김지석 9단은 정말 처음으로 세계대회 우승할 기회를 잡았는데, 이번엔 정말 우승하긴 해야 합니다. 우승하면 랭킹 1등도 먹을 수 있을텐데 말이죠. 어제 강동윤 9단과의 바둑리그도 그렇고, 김지석 9단은 정말 강하긴 한데 중반 수읽기 실력에 비해 착각이 너무 자주 발생하는 게 정말 문제네요. 착각만 줄이면 더 강한 기사가 될 수 있을텐데....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어쨌든 올해는 한국이 세계대회 꼭 우승해야 합니다. 올해는요!

그리고 이번 농심배는 멤버가 괜찮아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 단체전에서 강했던 모습을 계속 이어나가길 바라봅니다. 타도중국!! 크크
14/10/19 10:2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강동윤 선수가 사고칠줄 알았는데 디펜딩 챔피언의 벽을 넘지 못한게 너무 아쉽네요 .
만약 스웨가 삼성화재배도 우승하면 확실히 남들보다 한 발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라 주목되는 대회입니다.
눈뜬세르피코
14/10/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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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많지 않다뇨. 엄청 충실한데요 흐흐.
잘봤습니다. 박정환 파이팅.
14/10/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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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기사 팬인데, 어제 강동윤 기사에게 통한의 역전패 당하는거보고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번 세계기전에선 꼭 우승해서 1위한번 가봤으면...
도뿔이
14/10/1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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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잘 모르지만 갑조리그 성적에서 중국의 장웨이제 선수가 눈에 띄네요
소속팀인 산둥도 그저그런(?) 중상위권 팀인거 같고 딱히 개별 성적이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닌거 같은데
한국 기사 상대로 3승 무패, 부진하다는 최철한 기사에게의 승리야 그렇다치지만
2패씩밖에 기록하지 않고 있는 박정환, 이세돌기사에게 모두 승리했네요
어떤 선수인지 궁긍합니다.
소신있는팔랑귀
14/10/1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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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엘지배라는 세계대회에서 이창호9단을 이기고(몇 년만에 우승할 기회였었는데요ㅠㅠ) 우승을 했던 기사인데요. 그 후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다가 올해 다시 성적을 내기 시작한 기사입니다.
레모네이드
14/10/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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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자료이긴 하지만, http://contrite.tistory.com/entry/주요-强豪들-상대전적 에 의하면 장웨이제는 한-중 각각 상위12명에게 승률 6할이상
거두고 있는 선수입니다. 이 선수보다 더 높은 승률을 거두고 있는 선수는, 박정환,김지석,커제,스웨 정도 밖에 없습니다. 강동윤선수가 비슷하고요.
갑조리그에서 커제의 연승기록도 장웨이제에게 저지당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삼성화재배예선에서 강동윤선수가 장웨이제를 꺽은 건 굉장한 쾌거였고, 이번 강동윤에게 많은 기대를 걸게 만들었는데, 아쉽게도 탕웨이싱에게 패하고 말았네요.
레모네이드
14/10/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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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백령배에서 패퇴하긴 했지만 박정환, 김지석의 투톱은 세계최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3개의 세계대회 모두 생존한 선수는 박정환,김지석이
유이하고요. 그런 점에서 박정환, 김지석의 결승대결을 예상합니다. 비록 어제 강동윤에게 패배하여 제 티머니를 날리게만들었지만, 이세돌을 3vs0으로 완패시킨 김지석의 전투력이야 말로 최강이라기 믿기 때문에, 아무리 스웨라고 하더라도 김지석이 질 꺼 같지 않습니다.
터치터치
14/10/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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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정말 감사하고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추천 한방 드립니다.
여성가족부
14/10/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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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읽기를 0-100까지라고 치면 박,김,이의 수읽기를 비교할때 나오는 소리가 항상 97수준까지는 압도적인 속도로 김지석 9단이 빠르며 그 수준에서는 착각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의문입니다. 어제 바둑리그의 역전패는 분명 98.99를 못읽어서 나온 착각은 아니거든요. 박정상 해설이 지적한 수였고, 송태곤 해설의 말에 따르면 신예? 김민수초단한테 질때도 착각수를 두었다고 하니 좀 걱정이 됩니다.
14/10/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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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0번기에서 승리한 후 이세돌 선수의 행보가 궁금했는데, 유리한 판을 압살하려다가 노련한 스웨에게 당한 느낌이네요. 세돌 선수 다시 활약하길 바랍니다. 아들도 한명 더 낳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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