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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17 00:06:42
Name 두괴즐
Subject [일반] [음악] 독보적인 천재 아티스트 서태지 vs 외국의 음악을 베껴오기 급급한 표절꾼
[음악] 독보적인 천재 아티스트 서태지 vs 외국의 음악을 베껴오기 급급한 표절꾼



*


서태지를 바라보는 극단적인 두 프레임이 있습니다. 하나는 '독보적인 천재 아티스트 서태지'이고, 또하나는 '외국의 음악을 베껴오기 급급한 표절꾼'이죠. 그를 향한 찬양과 저주를 보고 있노라면 '뭐 그럴 것까지야'라는 심정이 들곤 합니다.


물론 두 관점은 모두 다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습니다. 분명히 서태지는 스스로 새로운 장르를 창안할 정도로 유니크하진 않습니다. 기껏해야 세계의 음악적 흐름에 발 맞추고자 애쓰는 정도이고, 그 추세의 앞쪽 그룹에 들어가려고 용쓰는 수준입니다. 서태지의 대부분의 곡들이 레퍼런스의 흔적들을 담고 있죠. 최근의 곡들만 해도 '소격동'은 CHVRCHES이 언급되고 있고, 오늘 공개된 'Christmalo.win'도 Aphex Twin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외국 음악 밀수꾼'이라거나 '표절꾼'으로 규정하는 건 무리라고 봅니다. 단지 외국장르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밀수꾼으로 폄하하는 건 오히려 서태지에 대한 과도한 기대라고 봐야죠. 그런 기준이라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뮤지션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그냥 밀수꾼이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음악씬에서 나름 창의적인 음악을 한다고 평가받는 로로스도 Sigur Ros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이장혁도 The Smith가 생각나죠. 올해 특별히 주목받은 하임도 마찬가지고요. 음악 시장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음악의 가치적인 차원에서 세계 흐름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죠.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서태지에게 들이밀어야 하는 잣대는 그의 차용이 얼마나 훌륭히 재해석되어 결과물을 냈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서태지가 매우 유니크한 뮤지션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는 독보적이라고 봅니다. 그가 선구적으로 외국 장르를 소화한 측면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먼저 시도한 다른 국내 아티스트보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기도 했다고 봅니다. 


손쉽게 폄화되어 온 것과는 달리 서태지의 장르 소화력은 상당히 좋습니다. 신곡인 'Christmalo.win'만 하더라도 만만한 곡이 아닙니다. 곡의 구조가 상당히 변칙적이죠. 서태지를 비판하는 리스너들은 그런 구조적 실험을 하는 많은 뮤지션들이 외국에 있다고 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본다면 많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서태지의 이번 컴백과 더불어 가장 많이 호출된 CHVRCHES를 보면 오히려 곡의 구조는 단순하죠. 서태지의 경우가 더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서태지의 멜로디 메이킹 덕분에 귀에 꽤나 잘 걸리죠. 난해한 듯 하지만, 마냥 실험적이기고 어렵지만은 않죠. 그래서 정형성을 탈피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대중적 파급력도 획득하는 것이고요.



*


사실 1992년에 데뷔한 가수(시나위 시절을 제외한다면)가 2014년에도 이렇게 핫하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직도 서태지'라는 점에서 우리 음악계의 궁핍을 보는 것도 같고요. 서태지 이후 제2의 서태지라는 칭호를 받던 여러 뮤지션들은 어디론가 다들 사라졌는데, 오리지널은 여전하니까요. 물론 기본적으로는 서태지의 역량이겠고요.



-------------------


그럼, 최첨단 뽕짝노래이자 김장권장 캠페인 곡인 'Christmalo.win'를 들어보고, 구조를 잠깐 보시죠.




==========================================

z 전주 - 삑뽁삑뽁


a

긴장해 다들

긴장해 다들

그리곤 better not cry

널 위한 기적이

어여 오길 이 마을에


b1

넌 이제 모두 조심해 보는 게 좋아

(Just like a butterfly to check and verify)

왜냐하면 산타가 곧 오거든


내가 값진걸 베풀지 너희에게

(오늘 딱 하루의 꿈 Like a TV Show)

아님 말지 뭐 싹 다 뺏겨


c 후렴

애꿎은 마녀를 포획한

새빨간 크리스마스 와인

(Too Legit but in a Tricky way)

울지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아직 산타를 믿니 자 Trick or Treat)


z 간주 - 삑뽁삑뽁


b2

나 역시 몸만 커진 채

산타가 되었어

(Just like a butterfly to check and verify)

이것 봐 이젠 내 뱃살도 기름지지


이젠 내가 너의 편이 되어 줄게

(꿈깨 오늘 딱 하루의 꿈 Like a TV Show)

잔말들 말고 그냥 처 웃어


c 후렴


d 브릿지1

밤새 고민한

새롭게 만든 정책 어때

겁도 주고 선물도 줄게

온정을 원한 세상에


e 브릿지2 (랩)

요람부터 무덤까지

From the Cradle to Grave

난 안락함의 Slave But

달콤한 케익

난 불순한 스펙이래

리스트에서 제외

He's Checking it double

You Better not cry


z' 간주


a

긴장해 다들

긴장해 다들

그리곤 better not cry

널 위한 기적이

어여 오길 이 마을에

=======================================


일반적인 가요는,


z(전주) - a1(1절) - b(후렴) - (간주) - a2(2절) - b(후렴) - c브릿지 - b(후렴) - z(후주)


처럼 1, 2절이 대칭이고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곡 말미에 브릿지와 함께 후렴을 한번 더 반복합니다.

(이때, 마지막에 전조를 하는 경우도 꽤나 있구요.)

매우 대칭적인 구조입니다.


반면 크리스말로윈의 구성을 보면,


z - a - b1 - c - z - b2 - c - d - e - z' - a 


심지어 도입부의 전주(z)와 마무리의 후주(z')가 상당히 다르죠.

대칭을 의도적으로 깨트린 셈입니다.

브릿지를 d와 e로 이중으로 넣은것도 특이합니다.



물론 이러한 구성적 실험은 서태지가 종종 해왔고, 8집에서 전면화 된 편이죠.

예를 들어 8집의 'Coma'를 보면 곡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z - a1 - b - c - d - a'2 - b - z


여기서도 곡 중간 브릿지가 두 개로 들어와있고 (c, d) 특이하게 2절(a'2)의 길이가 1절(a1)의 절반입니다.

무난하게 흘러가는 곡 같지만, 분석해보면 독특한 지점들이 보이죠. 



=====================================

z 전주


a1

오랜 시간이 지나가버렸지

어떻게 난 아무런 기억들이 나질 않는 걸까

수 많던 저 인파들 속에서

본 적 없는 저 낯선 풍경이 나를 노려 보네


b 후렴

높게 올려 쌓은 담 이 단절 속의 난

나의 꿈에 거짓을 고한 이후

그 향긋했던 약속의 이 도피처로 돌아온 나는

단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는걸


c 브릿지1

그 누구도 I Can't Keep Going

아무튼 난 저 인파에..


d 브릿지2

저 인파 속에 난 어째서

다시 상처를 입을까

You See The Lie?

눈을 감은 채 무리 속을 다'홀로 걷고 있어

아무튼 난 저 인파에..


a'2

무력함 저 TV가 내게 약속할 때

어차피 난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그저 웃지


b 후렴

높게 올려 쌓은 담 이 단절 속의 난

나의 꿈에 거짓을 고한 이후

그 향긋했던 약속의 이 도피처로 돌아온 나는

단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는걸


z 후주

==================================


곡의 구조 분석은 Rock Chicken의 드릴마스터님의 작업입니다(http://cafe.daum.net/RAMC/8t1g/8704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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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ndris
14/10/17 00:10
수정 아이콘
수입업자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어야 성공하는거지 아무거나 수입한다고 팔리는건 아닐테니까요. 그것도 서태지처럼 판을 쓸어담았다면...
두괴즐
14/10/17 00:28
수정 아이콘
그렇죠. 서태지가 6집 <울트라맨이야>로 컴백했을 때, 인디씬의 밴드들이 서태지 화형식을 했죠. 물론 그들이 먼저 어렵게 하드코어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서태지가 선구적으로 처음 선보인 것 처럼 여론을 타서 화가 났을 겁니다. 그래도 솔직히 그 때 인디씬의 음악과 서태지의 6집은 퀄의 차이가 한참 났죠. 저는 서태지와 아이들 때는 어렸을 때여서 그를 잘 몰랐는데, 6집 때 처음으로 그의 음악을 진지하게 들었거든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하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앨범이겠지만, 적어도 국내씬에서는 정말 독보적이었죠. 서태지가 그 정도는 됩니다.
리멤버노루시안
14/10/17 00:14
수정 아이콘
팬들도 '독보적이다', '천재다'라고 안하지 않나요? 자꾸 이런 수식어를 붙이니까 반작용이 생기는거죠.
실력보다 당시에 자신이 하고픈 음악을 하려 했던 용기나 (국내에서) 새로움을 추구했던 태도, 당대의 주류와는 다른 길을 걸었던 모습 같은 것들이 인기를 얻게 했던 거지, 내가 최고, 나만이 최고, 나만이 음악을 함, 이런 식으로 꾸미지도 않았고, 팬들도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제목이 참 아쉽네요. 싸움 붙이기 딱 좋게 써놓으셔서.
두괴즐
14/10/17 00:23
수정 아이콘
제가 서태지 팬덤에 들어가 있다가 안티 비슷하게 몰려서 추방된 경험이 있어서 그쪽 분위기를 조금은 압니다. 물론 그런 광신자들이 주류는 아니겠지만, 여론몰이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 때 저는 서태지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그의 행운이나 세계음악 흐름 속에서의 그의 위치 등을 말했던 건데, 정말 심하게 욕을 먹었거든요. 예전에는 그래서 서태지 광신자들이랑 많이 다퉜습니다. 정말 말도 안 통하고 답답한 적이 많았죠. 강등까지 당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에는 서태지를 너무 안일하게 까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긴 합니다.
리멤버노루시안
14/10/17 00:26
수정 아이콘
쓸데없이 걱정하느라 좋은 글에 뻘 댓글을 달았네요.
들으면서도 곡전개가 참 특이하다 했는데, 이렇게 정리해 주시니 좋네요.
그림속동화
14/10/17 00:18
수정 아이콘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확실히 8집까지는 외국 레퍼런스와
비슷한 흐름의 가수나 노래를 사람들이 쉽게
찾았고 비교가 가능했고 서태지의 재해석한
노래들을 듣는 재미도 있었는데
9집자체는비슷한 레퍼런스의 곡을 찾기가 힘
드네요 이제는 어느정도 유니크함도 갖추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본문과 같이 선구자는 아니지만 작곡과
자기에 맞게 곡을 재생성하는 센스는 정말
엄청난거 같습니다. 크리스말로윈은 유니크함도 이제 보여주는거 같고요 모아이 이후 5년 기달린거
같은데 정말 크리스말로윈은 최고네요
계속 듣고있습니다 뮤비때는 음향이 별로였는데
이어폰끼고 음원으로 들으니 너무 좋네요
하루 종일 듣고 있습니다. 나머지 곡들도
빨리 들어보고 싶네요
두괴즐
14/10/17 09:04
수정 아이콘
저는 8집부터 그랬던 것 같요. 장르적으로 아주 유니크하진 않아도 '변칙적인 곡의 구조+사운드의 면밀함+수려한 멜로디+리프의 활용' 뭐 그런 밸런스를 유지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전형적으로 들리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인 감각도 놓치지 않고 있죠. 제가 선호하는 방법론인데, 좋은 것 같아요.
스웨이드
14/10/17 00:21
수정 아이콘
확실히 서태지 노래는 보컬백킹이 있는 이어폰으로 들어주는게 제맛이죠 안그래도 묻혀있는 보컬을 아예 그냥 파묻어버려.....
두괴즐
14/10/17 09:04
수정 아이콘
저도 서태지 음악들을 때는 각잡고 장비 활용하면서 듣습니다 :)
바카스
14/10/17 00:32
수정 아이콘
그냥 노래 자체가 한번 듣고나서 또 안 듣고 싶어져요. 화장지웠어, 틈, 손대지마만 듣고 있네요.
두괴즐
14/10/17 09:29
수정 아이콘
네. 취향은 확실히 타요. 저도 '틈'같은 곡을 좋아하긴 한데, 이렇게 독특한 음악도 좋아해요.
민간인
14/10/17 00:32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두괴즐
14/10/17 09:30
수정 아이콘
넵. 꾸벅.
드라고나
14/10/17 00:32
수정 아이콘
크리스말로윈을 이 게시물로 처음 들었는데 최소한 서태지 솔로 활동으로 나온 노래 중에선 제일 맘에 듭니다. 뽕짝이란 말이 나오길래 어떤 노래인가 했는데 8비트 음원 스타일의 사운드를 섞은 거군요.

JDK밴드나 SST 밴드나 준타타 같은 게임음악 집단들이 16비트 게임기 시절 라이브 무대에서 여러 음원의 신디사이저 음향과 함께 하는 밴드 음악을 들려준 것도 생각나고, 묘하게 저한테는 좋은 쪽으로 익숙하면서 복잡조화란 느낌입니다. 애들립 같은 FM음원 시절 음악들도 생각나고.
두괴즐
14/10/17 09:34
수정 아이콘
80, 90대 때의 사운드가 미묘하게 섞여있죠. 그래서 저도 최첨단 뽕짝이라고 명명했고요 :)

저는 게임음악 집단의 음악은 잘 모르는데, 이 곡이 다채로운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도 흥미롭네요.
ArcanumToss
14/10/17 00:33
수정 아이콘
글을 읽다가 드릴마스터님인 줄 알았습니다. ^^
서태지가 대단한 점은 한 가지 장르에만 매달려 있지 않다는 거죠.
계속 다른 장르로 옮겨가고 그 장르를 정말 잘 소화해 낸다는 것, 완성도 또한 높다는 것, 그리고 실험성과 대중성을 모두 확보한 곡을 만들어 내는 영민함이라고 봅니다.
학자와 같이 생각하고 농부와 같이 말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 서태지가 음악을 통해 딱 그렇게 하고 있죠.

그리고 저는 크리스말로윈은 처음 듣는 순간 정말 너무 좋아서 서태지에게 고마웠습니다.
지금도 귀가 호강하고 있네요.
두괴즐
14/10/17 09:40
수정 아이콘
그냥 글을 쓰다가, 드릴마스터님의 구조분석이 있어서 뒤에 첨부했어요 :)

끊임없는 장르 널뛰기(?)가 실은 대단히 리스크가 높은 방식인데, 서태지는 나름 잘 해나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선호하는 음악이 실험성과 대중성의 절묘한 조화인데, 서태지는 그걸 그럭저럭 해내는 것 같고요.
저는 애니멀크랙티브보다 라디오헤드를 더 선호하거든요. 몇몇 리스너들은 라디오헤드를 남들이 다 해놓은 실험의 결과믈을 훔쳐오는 밴드로 규정하곤 하는데, 실험성과 대중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같이 잡는건 어려운 일이죠. 그 토끼가 덜 유니크할 순 있겠지만요.
장가가야지
14/10/17 00:37
수정 아이콘
서태지는 자신의 입으로 해외뮤지션들에 비해 노력을 미친듯이 해도 부족하다고 했는데
언론탓이겠죠
팬들도 챈재 아티스트 라는 이야기는 별로 안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 수입업자 건 아니건 음반만 꾸준히 내주었으면 합니다
크리스말로윈은 시간 날때마다 하루종일 듣고 있습니다~
14/10/17 00:39
수정 아이콘
크리스말로윈에서 에이펙스 트윈을 떠올리는건 약간 비약이 아닐까요 ... 저 역시 서태지(나 김석중이)가 IDM쪽을 즐겨 듣는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긴 하고 그런 곡이 정규 앨범에 실릴 가능성을 높게 치긴 합니다만, 이 곡은 아무래도 좀 거리가 있죠. 재료 몇 가지가 비슷하긴 하지만 크리스말로윈에는 안 들어간 재료를 찾기 힘들 정도라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두괴즐
14/10/17 09:51
수정 아이콘
제가 떠올렸던 건 최첨단 뽕삘 때문이었어요. 에이펙스 트윈의 '4'가 떠올랐거든요(http://youtu.be/y8YGRvnvENU).
근데 이건 저만 아니라 네이버 블로거 '지니'님도 그렇게 생각했더라고요. 사실 더 정확히 이야기 하면, 서태지 노래 듣고 어? 에이펙스 트윈에 이런 느낌 있었는데 였고, 찾다보니 지니의 포스팅이 보이더군요(http://blog.naver.com/afx1979/220152351380). 제가 생각했던 곡이 바로 '4'였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베겨왔다는 둥 그런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다른 곡이죠. sl.님 말씀대로 재료 중 하나로 봐도 될 듯해요.
포포탄
14/10/17 00:42
수정 아이콘
다음카페에서도 비슷한 분석글은 본 적이 있는데 재밌게 읽었네요.
크리스말로윈을 듣고 Aphex Twin을 떠올린다는건 마치 이루마를 듣고 베토벤이 떠오른다정도의 비유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만큼 리얼일렉사운드가 기존음악에도 많이 차용되었고 따라서 그 '특별함'을 '특별한 소스'라던가 '특별한 레퍼런스'에서 찾는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서까들은 이걸 이해를 못하니 애초에 대화가 안되구요.
진정한 서태지의 진가는 특별한걸 쉽게 풀려는 노력에서 묻어나온다고 보는데, 이 지점에서 말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쉽게 풀려니 외국 장르를 접했던 기존의 리스너들은 이미 있던 소스들 조합한 수준이라고 느끼고, 외국 장르를 다양하게 접하지 못하는 리스너들은 복잡하고 산만하다, 시끄럽다 등의 감상을 내뱉을 수 밖에 없죠. 팬이 아닌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리스닝을 포기하고, 결국 극렬 서빠들만 남아서 적응하고 서태지의 진가를 알아차리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적응하면 어디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음악을 찾기가 힘들어요. 워낙 개성이 강한 음악이라...
그래서 서태지의 앨범이 가면 갈수록 멜로디가 동요수준으로 단순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태지 나름의 타협적인 지점이 이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스스로도 크리스말로윈이 대중적이다라고 하는 것 보면 대중과의 타협점을 단순한 멜로디에서 찾는 것 같아요.
서태지 솔로 활동간 사운드 소스는 새로운 것을 계속 찾으려 했고, 이번 곡에서는 어느정도 성공한 듯 보입니다. 그리고 비교적 대중성에서 적은 비율을 차지하고 티도 별로 안나는 곳에서 자신의 색을 담아내구요. 서태지식 변주는 솔로 데뷔 이후 꾸준히 시도되었고 7집부터 그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죠.
이 것들이 조합이 되니, 새로운 사운드를 쉽게 질리지 않는 구조로 만드는 곡이 되고, 그 결과물이 이번 곡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기존 k-pop과는 여전히 구성에 있어 차이점이 많아서 익숙치않다는 단점때문에 금방 사그라들겠지만요.

종합해보면 빠와 까들이 '좋다'라고 하는데 있어서 '어떤 부분이 좋은거냐?'에 대한 시각차가 이런 논란을 꾸준히 불러일으키지 않나 싶네요. 양상은 다양했지만 6집때부터 서태지 음악에 대한 논란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6집때 서태지를 깠던 대다수 인디레이블들은 '돈만 있으면 저정도 음악은 한다'라는 시각에서 깠고, 그 '돈'이라는 것은 결국 '다양한 소스'를 말하는 것이거든요. 외국음악 리스너들도 그 '소스'에 있어서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별거 없다'고 느끼는 것이구요. 전의 논쟁에서도 말했지만, 서태지 음빠들이 좋아하는 지점은 소화력인데 말이죠.

이번 크리스말로윈에서는 여성 팬들이 많이 떨어져나가서인지는 몰라도 비교적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아서 재미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자꾸 오가다보면 팬들이 뭘 좋아하는지, 안티들이 무엇때문에 평가절하하는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서태지를 평가하는 언어들은 그동안 빠든 까든 전부 수사적 표현에 머물러 있어와서 그 이름값에 비해 냉철한 분석이 부족했어요.

그리고 여담으로 크리스말로윈을 듣다가 8집을 들으니 8집 노래가 느리고 촘촘하지 못하게 들리는 효과가... 그만큼 진일보 했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표절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8집 9집 표절제기는 정말 의외로 서태지 관련 페이지들에서 먼저 제기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안티들이 눈팅하다가 퍼가서 맥락 짜르고 표절제기를 하구요. 이번 서태지 음악이 외국의 어느 누구와 비슷하다, 혹은 어떤 장르의 특성을 채용한 것이다라고 팬들끼리 공유하면 그걸 가져다가 표절시비를 만드는 것이지요. 얼빠도 물론 많지만 서태지 팬들도 음악적 깊이는 상당하죠. 당장 팬질하는 그 대상이 음악을 잡식하는 스타일인데요.
두괴즐
14/10/17 16:46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카스가 아유무
14/10/17 00:42
수정 아이콘
팬이지만 하신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 해요. 서태지의 노래들이 처음이다 이렇게 생각 안하고, 이미 같은 장르로 알려진 노래들도 많구요.
저역시나 이미 있던 장르의 곡이지만 한국에 맞게 그리고 사태지 본인에게 맞게 곡을 바꾸는데는 멋들어진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구요.
무조건 표절이라고 이야기 하는 그런 말들이 많은데 논리적으로 이야기 하기는 힘들 것 같고 그런 경우가 많네요.
자곡동
14/10/17 00:45
수정 아이콘
저도 이번 서태지노래 정말 좋은거같아요
이름값제대로 한 노래인듯
그랜드
14/10/17 00:46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
안자 이라라
14/10/17 01:22
수정 아이콘
곡 구조 분석은 제 시각에선 조금 웃기긴 하네요.
굳이 저렇게까지 해서 이것 봐 실험적이고 독창적이다!를 보여주고 싶은 건지..
흔한 팝송들이 저런 복잡한 구성을 안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잖아요.
저것보다 복잡한 곡 찾자면 또 한도 끝도 없고요.
포포탄
14/10/17 01:26
수정 아이콘
"왜 이런 구성을 했나"를 보여주려 하는거죠. 구조의 특이함 자체로 이걸 실험적이다 독창적이다를 설명하려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구성해서 지루하게 들릴 수 있는 것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나(만들려고 했냐)를 설명하려 하는겁니다. 서태지 곡 대부분 역시 구성을 저리 복잡하게 한 곡은 몇 곡 안되죠. 말씀하신대로 복잡한 구성을 안하는 이유를 이해하고있고, 복잡한 구성이 필요할 때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려 하는 것이죠.
안자 이라라
14/10/17 01:48
수정 아이콘
네 어떤 말씀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근데 이제야 곡을 들어봤는데 구성이 전혀 복잡하지 않았다는 게 또 반전 포인트네요;
전주와 후주가 다르다고 '심지어'를 붙여가며 대칭을 의도적으로 깼다느니 하는 건 조금 거창한 수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브릿지가 두 개라는 것도 안느껴지더라고요. 전 오히려 후렴의 reprise에 가깝다고 봅니다.
포포탄
14/10/17 01:51
수정 아이콘
그렇긴하죠. 아무래도 음원공개 1시간만에 저런 분석글을 쓰려니 조금만 달라도 그 부분이 신박하게 느껴져서 저런 표현을 사용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두괴즐
14/10/17 09:42
수정 아이콘
사실 그렇긴 해요. 동의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건 서태지의 밸런스 감각이기도 하겠죠. 솔직히 서태지의 강점은 실험성이 아니라 대중적 감각이니까요. 그는 실험가라기 보단 대중음악가라고 봐야죠.
고스트
14/10/17 01:45
수정 아이콘
서태지의 전성기를 지나서 서태지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레퍼런스를 잘 따는 뮤지션 이런 느낌인데. 그 시대를 동시에 향유하신분들은 서태지에 대한 호감이 엄청나더군요.
두괴즐
14/10/17 16:45
수정 아이콘
저는 오히려 6집 이후에 서태지를 알게 된 경우인데, 확실히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국내에서만큼은 서태지만한 뮤지션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물론 다른 좋은 아티스트들도 있지만, 서태지만큼 대중성과 실험성/파격성을 적절히 안배하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애패는 엄마
14/10/1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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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안한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많긴 하죠. 엠팍에서도 저번주까지만 해도 서태지로 논쟁이 엄청 일어난지라. 저번에만 해도 어떤 분이 작곡가로서 서태지 곡 분석으로 엄청나다라고 썼다가 털리기도 했고 조용필보다 더 대단하다고 쓰기도 하고. 물론 서태지는 좋게 봅니다만은 그런 여론은 여전히 안 익숙해서

사실 서태지에 대해 관점이 갈리는 건 다양한 장르의 소화 때문이 아닌가라고도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아무래도 현재 대중 음악에서는 후발 주자인지라 세계의 추세를 가져오는 건 당연하게 어쩔 수 없는 거죠. 보통은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나라 특징의 장르적 방법론/문법을 추가시켜나가거든요. 카피->소화->변형/특징화 구현의 과정을 거치죠. 힙합을 예를 들면 서태지가 랩뮤직의 상업적 성공을 보여주고 듀스가 거의 효시를 열고 드렁큰 타이거가 정말 제대로 된 미국 힙합을 보여주었고 주석을 비롯한 마스터플랜에서 변형화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가리온, 버벌진트, 피타입에 이어서 한국어 라임이 구성되고 특징화가 자리잡기 시작되었죠. 하드코어쪽도 그전에 힙포켓, 서울마더스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서태지가 소위 하이브리드 하드코어를 보여줄 시기에도 이미 닥터코어 911, 청년단체들이 하고 있었죠.  그 뒤로 이러한 계보는 쭉 이어지고 두괴쥴님이 앞서 동시대의 밴드들보다 뛰어난 소화력과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것에 동의합니다만 문제는 이것이 서태지에서만 그쳤다는 거죠. 그들이 만들어가는 장르적 계보는 다르게 이어졌고 뭐 중간에 시도했돈 모던락도 마찬가지고

서태지에 대한 평이 갖는 장점과 단점이 그래서 같은 지점에 발생한다고 봐요. 외국 음악을 외국에 비해서는 딱히 뛰어나지 않더라도 동시대 국내 다른 뮤지션보다 완성도 있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뮤지션인데 이 뜻은 반대로 한 음악 장르가 우리나라에 점점 뿌리내는데 있어서 장시간에 걸쳐 기여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죠. 카피에서 특징적 변형까지 이어지는 것은 결코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 작업이고 결국 이러한 부분은 장르에 대한 천작으로 이루어지니깐요. 그리고 사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뮤지션보다는 한 장르를 구축한 뮤지션이 평가하기 용이하고 높아지긴 하니깐요. (뭐든지 예술 분야는 시작하고 만들어가는 사람이 갑이죠) 또한 국내에서 힙합, 하드코어, 모던락, idm까지 폭넓게 보여준 사실 서태지의 음악적 계보를 분류하는 건 참 어렵죠. 오히려 서태지와 아이들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건 댄스뮤직 아이돌이긴 하니깐요. 그리고 외국에 비해 특징적이진 않고 국내 뮤지션에 비해 소화 완성도가 높다는 이야기는 반대로 굳이 서태지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도 되니깐요. 차라리 그러면 외국 음악에 영향을 받는게 나을테니.

어떻게 보면 퀸이랑 꽤 닮아있다는 생각도 자주합니다. 오히려 음악 외적인 작업 방식, 활동방식?에 영향은 엄청나고 대중적 성공도 엄청나고 그리고 다양하게 완성도 높게 소화했지만 좀 아쉬운 부분들도 상당 부분 존재하고 장르 구축 따지기가 애매하고 그렇다고 앞서 나갔느냐 하기에도 어렵고 그 뒤로서도 영향 받은 계보 따지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평하기도 갈릴 수밖에 없고
두괴즐
14/10/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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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합니다. 서태지의 강박적일 정도의 장르 변용은 물론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음악 취향 때문이겠지만, 계보상 애매함이 있죠. 그래도 그런 한계는 비단 서태지 뿐만은 아닌 것 같아요. 하드코어든 핌프락이든 이모코어든 너무 쉽게 한물갔고, 세계적인 흐름 자체가 급변하니까요. 전통적인 장르들의 기반은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의 한계같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한물간 장르가 되었어도 외국에는 여전히 메탈, 하드코어, 이모코어 하는 밴드들이 있죠. 하지만 우리는 그런 장르를 계속 고수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기도 하고, 듣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렇죠.

저도 괜한 부심이 있어서 피치포크를 중심으로 외국 웹진들이 호평하는 음악들은 많이 들어보는 편입니다. 놀랍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고, 정말 반가운 뮤지션들을 알게 되기도 하고요. 올해는 특히 St. Vincent를 무척 많이 들었죠. 그럼에도 결국 가장 많이 듣게 되는 건 결국 국내음악이더라고요.
김연아
14/10/17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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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경우 일단 멜로디 감각이 탁월하며 화음 조성도 뛰어나죠. 거기에 리듬 감각도 갖췄으니 곡 쓰는 사람으로써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장르를 지속적으로 바꿔도 계속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죠.
더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런 부분에서 뛰어난게 아니라 그냥 들어도 서태지적인 색깔을 분명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르를 계속 갈아타도 분명한 자기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리고 장르가 바뀌는 탓에 자기 복제의 함정이라는 비판을 절묘하게 피해가기도 합니다.
아주 특출난 몇몇 뮤지션을 제외하면 독창적으로 장르를 개척하는 인물은 거의 없는 셈이어서, 저같은 경우 얼마나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좋은 음악을 만드느냐에 초점을 가지는데, 서태지는 그 쪽으로 분명히 뛰어난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아직 소격동과 크리스말로윈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맘에 들지 않습니다.
서태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을 별로 느끼지 못하겠어요.
두괴즐
14/10/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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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감상은 주관적인 것 같아요. 저는 '소격동'이랑 '크리스말로원'듣고는 제가 기대했던 장르가 아니어서 실망했는데, 역시 서태지스럽네 라는 인상은 바로 받았거든요. 물론 정규앨범을 다 들어보면 좀 더 명확해지겠지만요.
14/10/17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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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앨범마다 자기 스타일을 확고하게 가지고 트렌드에 맞춰 진화하는게 아니라 트렌드를 따라 (그것도 상당히 늦게) 장르를 바꾸니
자기 커리어를 그 장르에 쏟고 장인이 된 해외아티스트들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는건 사실이죠.
그렇기에 한국 뮤지션으로 볼땐 훌륭하지만 세계의 잣대로 볼땐 글쎄요.
두괴즐
14/10/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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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죠. 그래도 저는 트렌드에 좀 쳐진다고 해서 그게 그리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그만큼 신선함은 덜하겠지만, 고민의 흔적들은 추가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그 분야의 장인이라도 사실 대부분은 초기작들이 좋은 경우가 많죠.

물론 서태지의 음악이 세계적인 잣대에서 볼 때, 아주 특별한 입지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그러한 평가는 제가 할 수 없는 숙제이고, 저의 평가는 그저 인상비평이니까요.
14/10/1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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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수입업자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중음악계 오버그라운드에서 이정도로 고민하고 이정도 작업물 내놓는 사람이 서태지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수많은 자가복제와 후크송과 외모 팔아먹는 것들로만 가득한 곳에서요.

전 세계적으로 볼때야 별로 유니크한 뮤지션이 아니라지만, 우리 나라 안에서 그래도 저렇게 자극을 주는 사운드를 뽑아내는걸 보면 인물은 인물이다 싶습니다. 사실 편하게 돈벌려면 이런거 안하고 서태지와 아이들 자기복제만 해도 팔리거든요.

요즘 서태지씨 옛날 곡들을 듣는데, 요새 나오는 곡들 중에 하여가, 시대유감, 발해를 꿈꾸며, 교실이데아.. 이런 곡들하고 견줘 볼 수 있는 곡들이 그리 많지가 않네요.
HOOK간다.
14/10/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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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대유감 같은 곡 이젠 안들려주려나...
기대에는 못미친 감이 있어요..
눈뜬세르피코
14/10/1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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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화형식은 뭐 장르적 문제가 크지만... 답십리안을 축으로 한 서태지 밴드의 반향도 컸죠. 윗 리플에도 있지만 당시 한국에서 이 장르를 가장 선구자적으로 하던 밴드 중 하나가 닥터코어911인데, 탑은 그 리더격이었으니;;
두괴즐
14/10/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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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제가 알기로는 서태지는 어차피 일정 시기만 짧게 활동하니깐 그것을 위한 임시계약을 제안했고, 탑이 거기에 응했죠. 근데 그 과정에서 밴드 내적인 갈등이 심각해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다른 멤버들은 탑을 돈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식으로 매도하고, 탑은 거기에 시니컬하게 대응하고. 저도 제 친구가 닥코팬이라 같이 1집 즐겨듣고 서태지 나온다고 했을 때 같이 까고 그랬는데, 6집듣고 함께 놀랬죠. 아, 서태지는 서태지구나 하고. 옛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DenebKaitos
14/10/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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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이지만 Coma 의 기타사운드는 정말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네요
레지엔
14/10/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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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수입상이고, 이제는 딱히 선두에 서 있지 않지만 자기 소화는 여전히 괜찮아서 팬덤을 가질만하고.. 그 정도라고 봅니다.
화잇밀크러버
14/10/1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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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러니 저러니해도 전 그저 좋습니다. 하하.
어떤 장르를 해도 자기 개성이 남아있는데 그 개성이 제 취향이니 좋아할 수 밖에 없네요.
14/10/1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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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수입상이라면 왜 남들은 그렇게 못할까요? 어마어마한 돈벌이가 되는데..서태지를 좋아하지는 않아도 그가 대단하다고는 느낍니다
AspenShaker
14/10/17 08:36
수정 아이콘
그렇죠, 수입상은 외국에 있는걸 있는그대로 갖다 파는거고, 그안에서 자기만의 재해석을 토대로 꾸준한 결과물을 내었으니 10년넘게
해먹는(?)거죠 / 그걸 못하는 다른 가수들은 내수용만 팔거나 금방쓰고 버리는 1회용만 팔거나 그렇게 되겠죠
제정신인가.
14/10/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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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이런 음악을 시도하는 음악인들이 누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선뜻 생각이 나지 않는걸 보면 이 자체로 서태지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삼색이
14/10/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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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뽕짝뽕짝 김장해 이래서 뭐지 이랬는데 계속 듣기엔 참 좋네요 들으면 들을수록 괜찮은거같아요
드러나다
14/10/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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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최고급 수입상이죠. 영혼없이 수입하는 모습도 안보이구요. 가사와 멜로디와 믹싱만 봐도 영혼없이 베껴서 판 낸다는 소리는 못하죠.
서태지에게 혁명가라는 이름표같은게 붙어있어서 그런가 싶습니다. 이게 뭐야 전설적 뮤지션이라면서 유행타는거 베껴서 파는거 밖에 못하네? 같은 느낌?
근데 그건 서태지 본인이 남들과의 차별화지점을 한발 앞선 장르의 시도로 지속적으로 해 온지라.. 그게 그사람 스타일이에요. 예전에는 이게 혁명소릴 들을 법한데 이제와서는 원죄가 되었네요.
등짝에칼빵
14/10/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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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상이란 말 정말 기분 나쁘고 더러운 단어라 생각합니다.
비하적 의도가 넘치도록 다분한.
어쩌란 건지 모르겠어요. 듣도 보도 못한 장르를 만들어서 세계를 들썩하게 해놔야 한단 말인지;

주관적인 스타일이란 것 빼고 어떤 가수가 얼마나 신선하고 새로운 음악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들 논리로라면 다들 수입상일뿐.
열혈오타쿠
14/10/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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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를 깔수있는 두가지가 해외레퍼런스다 노래못한다 거든요..

그런말하는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독창적인 음악을 듣고 사는지 궁금함=_=

아프리카 민요라도 듣고다니나..
등짝에칼빵
14/10/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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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래 못한다고 까는 것도 웃긴 게,
서태지가 남의 노래 리메이크나 모창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본인의 노래만 부르는데, 굳이 노래를 '못한다' 란 표현을 서슴없이 하는 건지..
보컬로써 역량이 부족하다라면 몰라도 자기 노래 잘 부르고 있는데 노래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진짜 짜증나더군요.

또 이런 글 쓰면 서태지부심 부린다고 까이고..

생각해보니 내가 까이느니 서태지가 까이는 게 더 낫긴 하네요. 크크킄
흑태자
14/10/1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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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 최소 장사익씨
롤하는철이
14/10/17 10:31
수정 아이콘
와.. 코마 오랜만에 들으니까 최고네요. 글도 영상도 감사합니다.
명탐정코난
14/10/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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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거에 비하면 이상하리만큼 이번 앨범음악은 한번듣고 안듣게 되내요
Judas Pain
14/10/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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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헤비급 음악 매니아⇒ 헤비메탈 전위의 소년 베이시스트⇒ 락큰롤 랩댄서⇒혁명가⇒ 문화대통령⇒수입상

서태지의 족적은 창작자와 수용자가 겪은 한국대중음악사 장르 문제의 족적과 거의 겹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서태지의 욕망은 세계대중음악덕후로서 지금 자기 귀를 간지럽히는 가장 신선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직접 재현하고 싶다에 가깝지 싶습니다. 그는 완성도에 천착하지 않는 아마추어리즘을 거부하지만 장르 완성도에 대한 그의 집착은 프로페셔널이나 아티스틱하다기 보다는 매니아..덕후적인 성격이 있어요.

자국 리스너 몰래 한물간 해외음악의 열화된 표절을 일삼았던 한국대중음악 오버그라운드씬의 감각과 성실성과 수용폭과 상업성이 일개 음악 덕후(의 기질을 지닌 언더연주자)의 수준보다 떨어졌다는 한국대중음악사의 맥락에서 서태지는 전설이되(진짜로 기성세대는 X구렸고 아이들이 뛰어남), 음악창작적 측면에서는 한국대중음악 생산자 중에 그의 계승자가 없어요. 외려 계승자는 슈퍼헤비리스너로서의 음악매니아들과 아이돌 사업전략에서의 기획사들이 아닐까 싶죠.

서태지의 모든 음악엔 이건 그사람 노래라고 판별할 수 있는 서태지 냄새가 나기 때문에 수입상이란 말은 멸칭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서태지라는 외딴 섬이었고 앞으로도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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