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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27 09:42:10
Name 글곰
Subject [일반] 奇談 - 아홉번째 기이한 이야기 (5)
  저는 저 자신의 의도가 글에 반영되지 않는 게 제 글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사실 이건 그냥 글솜씨가 떨어진다는 이야기인데요. 구체적으로는 '무섭게 쓰려고 했지만 두근거리지 않고' '야하게 쓰려고 했지만 꼴릿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제 피지알러 한 분이 제 글이 무섭다고 댓글을 달아주셨더라고요.
조금은 기뻤습니다. 흐흐.

ps. 야한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ps2. 이번화는 분량 조금 더 늘렸습니다. 대신 내일이나 모레는 못 올릴 것 같습니다. 미리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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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무당이 문을 열고 먼저 옆방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뒤를 따랐다. 방금 전에 있었던 방과는 정반대로, 그 방은 색색가지 원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방 맞은편에는 벽을 가득 메울 만한 큼지막한 삼단 탁자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칼이며 창 따위부터 시작해 금박을 입힌 불상이나 검은 색 향로 등 별의별 물건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사방의 벽에는 여러 가지 색실과 다양한 색의 천들이 드리워져 있었고 큼지막한 부적도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방의 왼쪽에는 역시나 전통적인 형태의 창이 나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큼지막한 목재 옷장이 놓여 있었다. 옆에 놓인 옷걸이에는 방울이나 염주, 막대기 같은 낯선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그런 번잡한 배치에도 불구하고 방의 넓이가 어지간한 집의 거실 이상으로 큰 탓에 전혀 좁아 보이지 않았다.

  큰무당은 방의 한가운데에 놓인 파란색 방석을 가리켰다. 남자는 머뭇거리며 방석에 앉았다.

  “좀 아프더라도 참게나.”

  별일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한마디 던진 큰무당이 탁자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뭔가를 집어 들더니 남자에게 등을 돌린 채 입 속으로 무언가를 웅얼거렸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왠지 모르게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는 느낌이었다. 무언가 한참을 중얼거리던 큰무당이 갑작스럽게 남자에게로 몸을 돌렸다.

  “이놈!”

  큰무당이 냅다 호통을 내질렀다. 순간 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은 고통이 예고도 없이 남자를 엄습했다. 남자는 큭 신음소리를 내며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눈물이 갑작스레 쏟아지며 시야가 흐려지고 귀에서 이명이 울렸다. 그러나 큰무당의 목소리만은 이상할 정도로 귀에 또렷하게 들려왔다.

  “생과 사가 유별한데 어찌 애꿎은 사람에게 씌어 있는 게냐. 썩 나가지 못할까!”

  순간 남자는 흡사 얼음물에 던져진 듯, 온몸에 소름이 좍 돋으며 순식간에 몸이 굳어버렸다.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손가락 끝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남자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입이 열렸다. 새된 목소리가 그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왜!

  강렬한 냉기가 남자의 목에서 발가락 끝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꿈에서 들은 목소리였다. 꿈에 나타난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다시 찢어지는 듯 고막을 찔렀다.

  죽여버릴 거야! 다 죽여버릴 거야!





  “자아. 어디 한번 돈을 확인해 볼까요?”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비비는 모습을 여자는 증오스럽게 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빙남은 가방 속을 확인하며 태평스럽게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어라? 네 개뿐인데.”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여자를 보며 느릿하게 말했다.

  “이거 이야기가 다른데요. 분명히 삼천이라고 했는데 왜 이천뿐이죠?”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중요한 시점이었다. 그녀는 온종일 거울을 보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연습했다. 대사에서부터 눈짓, 손짓, 목소리에 묻어나는 미묘한 뉘앙스까지. 이제 그 연습의 결과가 어떠할지 확인해야 했다.

  그녀가 말했다.  

  “사, 삼천은 무리야. 내가 구할 수 있는 건 그거뿐이야.”

  “흐응. 뭔가 착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나는 흥정 따윈 할 생각이......”

  “그 대신에......”

  그녀가 재빨리 말을 끊었다. 서빙남이 의아한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날 마음대로 해도....... 좋아.”

  “......음?”

  여자의 말에 담긴 뉘앙스를 간파한 남자의 시선이 슬쩍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그녀는 일부러 몸을 살짝 움직여 파인 가슴이 잘 보이도록 했다. 몸매와 특히 가슴이 유독 강조되는, 일부러 입고 온 옷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있었다. 서빙남이 혀를 내밀어 윗입술을 핥았다. 여자는 며칠 전 위에 올라타서 헐떡이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자 등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털끝만큼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은 채 그녀는 다시 은밀하게 말했다.

  “내가 잘 해줄 테니까.......”

  그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나 음습한 성욕이 이미 그를 덮치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다시 한 번 더 입술을 핥았다.

  “천만 원어치를 하려면 한두 번으로는 안 될 텐데.......”

  “얼마든지....... 괜찮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역겨워서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적어도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가방 속에 챙겨온 수면제를 타서 저 남자에게 먹이고, 그리고 그 부적을 베개 속에 집어넣은 후 남자가 그 위에서 잠들게 할 때까지는. 그 부적이 무슨 부적인지 그녀는 몰랐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걸 그녀는 절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했다.

  서빙남이 입가로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그럼 일단 어떻게 잘 해 주는 건지 확인해 볼까요? 지금 당장.”

  “조, 좋아.”

  그녀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목구멍을 넘어올 것 같은 구역질을 억지로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뒤에 모텔이 있어.”





  “이승에 네가 있을 곳은 없다. 차사들이 너를 데리러 올 게다. 강림도령이 네 이름을 부르고, 해원맥이 두 다리를 잡고, 이덕춘이 두 팔을 잡고 너를 저승으로 잡아간다. 일직차사가 하늘의 명을 받아 너를 잡으러 오고 월직차사가 땅의 명을 받아 너를 잡으러 오니 네가 감히 어디에 있을 게냐!”

  어느 사이엔가 큰무당의 손에는 번뜩이는 칼이 들려 있었다. 큰무당은 칼로 남자를 겨누며 끊임없이 말을 쏟아냈다. 말소리는 크고 우렁찼고 걸걸하여 마치 덩치 큰 남자가 외치는 듯했다. 남자는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비명 소리를 들었다. 꿈속의 그 여자가 남자의 목을 빌려 끔찍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남자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군악대 일개 대대가 심벌즈를 들고 그의 귀 옆에서 한꺼번에 두들겨 대는 것만 같았다.

  “객지에서 죽은 넋은 객사차사가 데려가고, 나무에 매달려 죽은 넋은 의사차사가 데려가고, 바위에 맞아 죽은 넋은 탄석차사가 데려가고, 불에 타 죽은 넋은 화덕차사가 데려가고, 우물에서 죽은 넋은 단물차사가 데려가고, 바다에서 죽은 넋은 용궁차사가 데려가고, 목욕하다 죽은 넋은 엄사차사가 데려간다. 이제 다들 온다. 다들 너를 데려가러 온다!”

  안 와! 아무도 안 와! 난 못 가!

  남자의 목에서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귓가에 울리는 소리는 더욱 커져서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아니, 이제는 숫제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포를 쏘고 폭탄을 터트리고 총을 쏴 갈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 견디지 남자는 머리를 움켜쥔 채 바닥을 구르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그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입에서는 침이 한꺼번에 질질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무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남자의 귀를 파고들었다.

  “썩 나오거라!”

  강렬한 고통이 다시 남자를 엄습했다. 남자는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다시금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큰무당이 남자에게 성큼 다가왔다. 발버둥을 치는 남자의 멱살을 잡은 큰무당이 놀랍게도 대뜸 한 손만으로 남자의 몸을 일으켜 새웠다. 그리고 반대쪽 손에 들린 칼로 남자를 가리키며 크게 고함을 내질렀다. 순간 남자의 눈앞에서 번개가 치고 귓가에서 천둥이 울렸다. 폭풍이 몰아치면서 돌과 우박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남자는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하고 말았다.
  




  여자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맥을 놓고 주저앉고 말았다. 서빙남은 나체로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의 머리 아래에는 베개가 있었고, 그 안에는 남편이 준 부적이 들어 있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려서 다행이었다. 들어오자마자 무작정 덤벼드는 그 남자를 대강 상대해 주다 일단 씻고 오라며 억지로 욕실로 밀어 넣은 후, 그가 샤워기를 틀어놓은 동안 여자는 급히 핸드백에서 부적과 수면제를 꺼냈다. 부적은 대충 베갯잇 속에 우겨넣고 가루를 낸 수면제는 냉장고에 든 음료수 뚜껑을 딴 후 급히 쏟아 부어 흔들었다. 주변에 떨어진 가루를 대강 손으로 훔친 후 생수는 재빨리 소파 아래에 감추었다. 다른 음료는 몰라도 생수에 수면제를 타면 분명히 들킬 것 같아 임시방편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냉장고 문을 닫고 있는데 서빙남이 욕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급했는지 몸의 물도 제대로 닦지 않은 채였다. 여자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남자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여자에게 덤벼들었다. 여자는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기분으로 남자의 몸을 애무했다. 흥분이 극에 달한 서빙남이 지리멸렬한 말을 지껄여 대며 등 뒤에서 마구잡이로 허리를 움직여 대는 동안 여자는 침대보에 입을 묻은 채 소리 없이 헛구역질을 했다.

  마침내 서빙남이 나가떨어져 나가자 여자는 냉장고에서 자연스럽게 음료를 꺼내어 뚜껑을 열고 내밀었다. 욕심을 가득 채운 눈을 게슴츠레 뜬 채 그녀의 몸을 핥듯이 쳐다보던 그가 음료를 받아들더니 투덜거리듯 말했다.

  “뭐야. 생수는 없나?”

  어느새 그나마 존대조차도 하고 있지 않는 서빙남이었다. 여자는 흠칫했지만 최대한 긴장하지 않으려 애쓰며 대답했다.

  “생수가 없더라고.”

  “나 원.”

  서빙남이 투덜거리면서도 아무런 의심 없이 음료수를 받아들고 몇 모금 마셨다. 그러더니 곧 인상을 찡그렸다.

  “뭔 맛이 이래.”

  “거, 건강에 좋은 건가 보지.”

  여자는 엉겁결에 변명하듯 대답했다. 마침 맞춤하게도 생전 처음 보는 그 음료는 건강차 운운하는 상표를 붙이고 있었다. 남자는 목이 말랐는지 다시 몇 모금을 더 마신 후 침대 옆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여자는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

  “어디 가?”

  “씻으려고.......”

  “얼른 씻고 와. 이따가 내가 다시 죽여줄 테니까.”

  남자의 저질스러운 웃음소리가 그녀의 뒤통수를 두드렸다. 여자는 대답 없이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강하게 틀었다. 강한 물줄기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그녀의 온몸을 두들겼다.

  “썅.......”

  앙다문 입술 사이로 욕설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싸구려 액체비누를 손에 잔뜩 덜어 온 몸을 씻기 시작했다. 물줄기 속에서 소리 죽여 흐느끼며 그녀는 오래도록 정성들여 깨끗하게 몸을 씻었다. 그리고 마침내 조심스레 욕실 밖으로 나오자 남자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알몸으로 벽에 등을 기댄 채 천천히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오래도록 그 자세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점점 어둠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알몸으로 한참 동안 멍하니 주저앉아 있던 그녀가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 한낮에 들어왔으니 거의 서너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대체 얼마 동안이나 자면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으나 그렇다고 남편에게 전화해서 물어볼 일도 아니었다.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옷가지를 그러모아 천천히 입기 시작했다. 그 때 잠들어 있던 서빙남이 갑자기 신음소리를 냈다.

  “으....... 으윽.”

  여자는 옷을 입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나 남자는 눈을 뜨지 못한 채 몸만 뒤척이고 있었다. 단속적으로 신음소리를 내는 품이 꼭 어디가 아픈 사람 같았다. 그녀는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 잽싸게 마저 옷을 입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가슴이 파인 윗옷이 몹시도 신경 쓰였지만 어차피 다른 옷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옷매무새를 정돈한 후 핸드백을 들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바로 그 때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서빙남이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 위에서 발버둥을 쳤다. 그 순간 여자는 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귀를 막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녀는 힐을 신고 계단을 두 칸 세 칸씩 마구 내려닫았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지만 용케 중심을 잡은 그녀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모텔 밖으로 뛰쳐나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그녀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남편은 저녁에 돌아오자마자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시킨 대로 했어?”

  “했어요.”

  “그래? 좋아. 그럼 그 남자가 어떻게 했지?”

  여자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여자는 몸이 저절로 떨리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자다가 비명을 질렀어요.”

  남편의 미간이 좁아지며 입술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좋아.”

  고개를 끄덕인 남편이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여자는 잠시 주저하다 물었다.

  “그 부적, 대체 뭐예요?”

  남편이 어깨너머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입술꼬리가 약간 더 올라갔다. 그는 놀랍게도 두어 번 웃음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입을 다물게 하는 방법이지. 영원히.”

  남편은 웃음소리를 남긴 채 자신의 방문 너머로 사라졌다. 문이 닫힌 뒤에도 그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한참 동안 굳어 있었다.

  놀랍게도 한동안 서빙남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의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온 것은 거의 보름 가까이나 지난 후였다. 전화번호를 확인한 그녀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당장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도망칠 곳은 없었고, 전화벨은 끈질기게 울렸다. 마침내 그녀는 자신의 사형집행장에 걸어 들어가는 심정으로 휴대폰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뜻밖에도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힌 낯선 남자는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려주었다.

  “예. 병원에 한동안 입원해 있다 돌아가셨는데 병원 측에서도 증세를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아마 무슨 희귀병이 아닌가 하던데....... 아무튼 연고자를 찾고 있는 중인데, 유류품을 살펴보다 보니 한 보름 전부터 통화를 몇 번 하셨기에 혹시 잘 아는 분인가 싶어서 확인 차 전화를 드린 겁니다.”

  죽었다니.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서빙남은 이미 죽어 병원 시체보관소에서 냉동되어 있었다. 사인은 원인미상의 병이었다. 경찰도 난처한지 휴대폰에 남아있는 번호로 마구 전화를 걸어대는 모양이었다.

  침착해야 해. 그녀는 속으로 세 번 되뇐 후 입을 열었다.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제게 작업을 걸어오더라고요. 유부녀라고 거절했는데도 계속 연락을 해오는 바람에 저도 난처하던 차였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제가 전화해 다시는 이런 전화 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이야기한 적도 있습니다.”

  “아 그래요?”

  경찰이 실망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혹시 그 남자를 만나본 적이 있느냐, 어디 아팠던 것 같은데 알고 있었느냐 등 두어 가지를 형식적으로 물어보더니 끊으려 했다. 그녀가 황급히 말했다.

  “저, 저어 잠깐만요.”

  “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구태여 이런 걸 물어보아서 의심을 살 필요가 있을까? 아니 의심을 살 리 없다. 그녀가 뭘 어떻게 한 건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녀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어, 그 분이 제 이름을 뭐라고 저장해 놓았나요?”

  “아. 그거......”

  경찰이 희한하게도 망설이는 듯 말을 흐렸다. 여자는 잠자코 기다렸다. 경찰이 잠시 후 포기한 듯 말했다.

  “죄송스럽지만 그게 그러니까, ‘멍청한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정중하게 인사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통화가 끊어지자마자 휴대전화를 침대로 냅다 내던졌다. 이불 위에서 한 차례 튕긴 휴대전화가 침대 아래로 처량하게 굴러 떨어졌다. 여자는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다. 발작적으로 나오는 웃음은 숨이 막힐 지경이 될 때까지 한참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마침내 겨우 웃음을 멈춘 그녀가 중얼거렸다.    

  “잘 뒈졌다, 개새끼야.”

  오 년 전, 그녀가 서른네 살이었을 때의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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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4/08/27 09:50
수정 아이콘
잘 읽고 있습니다~
데오늬
14/08/27 09:52
수정 아이콘
재미있어요. 잘 읽고 있습니다
14/08/27 09:58
수정 아이콘
워어어어 얼른 다음편 올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목화씨내놔
14/08/27 10:18
수정 아이콘
3편부터 보고 있는데요. 흥미진진하네요. 크크크
14/08/27 10:43
수정 아이콘
절묘한 절단.,.... 전 부터 느꼈지만 글을 쫄깃하게 잘 쓰시는것 같아요 크크크
illmatic
14/08/27 10:44
수정 아이콘
잘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종된 바리를 찾습니다... 엉엉..
14/08/27 11:02
수정 아이콘
이번 글은 꽤나 야하게 읽힙니다!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껀후이
14/08/28 10:54
수정 아이콘
읽고 싶지만 완결되면 읽으려고 꾹 참습니다...크크
이번 편은 몇회쯤에서 마무리되나요?^^
14/08/28 11:21
수정 아이콘
두 화 남았습니다.
.....아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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