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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05 01:43
쇼생크탈출 많이 봤지만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은 없었네요. 그건 그렇고 이 글을 보니 다시 보고 싶어졌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이 생생해서 안 보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언젠가 케이블에서 해주면 또 보고 있을 것 같기는 하네요. 찾아보니 해외에서도 이런 논쟁이 있기는 했네요. 대부분 안 했다는 답변이 대부분이고 책을 읽어보면 아니라는 말이 나온 다는 답변도 있군요. 앤디 듀프레인이 실제로 살인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 글 본문과 비슷하게 분석을 길게 해놓은 글이 있고 흔한 지식인 질문처럼 쓴 글도 있네요. 저는 분위기도 그렇고 안 했다는 쪽으로 생각합니다만 다큐멘터리에서 사형 집행 대상자들이 나는 무죄인데 누명을 썼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하는 걸 보고 나니 그런 식의 캐릭터 설정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 분위기가 워낙 그것과 거리가 멀어서 그렇게 생각이 되지 않긴 하지만요.
14/08/05 02:14
뭐 어디까지나 떡밥 투여..랄까요. 저도 딱히 제 생각만이 정답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의 경우 읽어보질 않아서 뭐라 말을 못하겠는데, 어차피 레드가 화자인 경우라 큰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3인칭 시점에서 이뤄지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요.
14/08/05 01:49
재심을 한다치면..새로 발견된 증거인 윌리암스의 진술은 전문증거라 진범?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증거능력도 없고..듀프레인의 제자여서 증명력도 없었겠죠.
14/08/05 02:15
뭐 듀프레인은 은행가이고 법률가가 아니니...
저런 경우가 닥치면 재심을 요구하는게 당연하지만, 하필 무죄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그 재심 청구 밖에 없다는 점에서 영화 내적으로 증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4/08/05 02:34
아 저는 영화설정의 객관적 내용만으로는 듀프레인이 무죄라 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입니다.
다만 뭐 스토리 설정상으로는 무죄라 설정하고 쓰여졌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유죄판결을 받은 수형자 입장에서 재심을 청구하는 것 외에 무죄를 증명하려는 노력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듀프레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그냥 평범한 사람들도 교도소 안에 오래 있으면 재심제도 같은 법률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게 됩니다. (형사사건 할 일없는 로펌 변호사들보다 잘알껄요..크크크) 그 안에서는 어차피 할 일 없으니까 되도 않는 주장들로 재심하겠다고 관계자들을 괴롭히면서 사니까요.
14/08/05 02:36
두 번째 단락 부분은 제가 잘 몰랐던 부분이네요. 본문에 이 내용에 의하면 저의 잘못된 추론이 있습니다. 일단 그대로 둬야겠어요.
저도 사악군님의 의견은 잘 이해했고 부연 설명하려던 것이었는데... 어쨌거나 망한 주장 OTL
14/08/05 12:50
진범이 윌리암스에게만 얘기하진 않았을듯합니다 캐릭터가 떠벌이로 나온걸로기록하는데 함께수감된 동료들에게 많이 떠벌였을것 같습니다
앤디와 전혀관계없는 수감자의 증언도 증거가 안될까요? 다른수감자의 증언이있으면 재수사도 할수있을거고 그기간에 진범이 그지방에 갔었는지 정도는 알아낼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14/08/05 01:56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앤디 듀프레인이 진범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듀프레인이 진범이었다면 윌리엄스가 죄수에게 들었다는 디테일한 증언과, 그걸 듣고 몸도 제대로 가두지 못할 정도로 동요하던 듀프레인의 모습을 설명할 수가 없지요. 무엇보다 듀프레인이 진범이라는 전제로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끼 수준의 3류 반전극으로 원작을 망친 영화가 되는게 아닐까 싶네요. (강우석님아...)
그와는 별론으로 듀프레인이 무죄라고 단정했을 때 흥미를 끄는 점은, 검사와 판사는 주어진 증거와 정황을 토대로 합리적인 추론과 판단을 했음에도 오심을 하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만약 피지알러 여러분이 판사였다면 모든 증거들이 듀프레인이 진범임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셨을 것 같나요? 형량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저 역시 듀프레인의 냉혹함에 치를 떨었을 것이고 주어진 증거에 따라 충실히 유죄를 선고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흉악범이었던 듀프레인은 운이 좋게도 두 번의 종신형을 선고받았기에 비록 우연의 일치일지라도 자신의 인생을 반전시킬 기회를 잡은 것이지, 사형을 언도받은 받았다면 영화는 3분의 짤막한 러닝타임을 기록하고 권선징악의 정의로운 교훈을 남기며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다 하더라도 차후에 진실이 밝혀지면 복권과 명예회복에 더해 금전적인 보상이나마 이루어집니다만(그것이 충분한가는 논외로 치더라도), 죽은 사람은 무고가 밝혀져도 보상을 누릴 수 있는 어떤 여지도 없지요. 그래서 저는 사형제가 존치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14/08/05 02:20
증언이 디테일하다고는 하지만, 듀프레인 사건 정도면 신문에 실릴 것이고, 신문에서 충분히 캐치할 수 있는 내용들이죠.
전 감독이 듀프레인이 진범이라는 전제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듀프레인을 무죄라고 보이려는 노력을 크게 하지 않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 영화는 진실을 얻기 위해 싸우는 영화가 아니죠. 자유를 얻기 위해 싸우는 영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이 왜곡된 댓가를 보상받는다는 것을 진실에 대한 증거가 아닌 영화의 연출로 관객들에게 심어줍니다. 이게 글에서 언급한 바대로 쇼생크 탈출의 대단한 점이고, 또한 얄팍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4/08/05 03:33
무죄로 보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건 극의 중 후반부까지만 입니다. 윌리엄스의 증언을 통해서, 앤디의 반응을 통해서, 무엇보다 생생하게 그려진 진범의 독백을 통해서 감독은 그때까지 모호한 태도로 숨겨온 유무죄 여부에 대해 앤디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고, 그 어떤 이견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편집으로 장난질하여 관객을 기만한 전력이 있는 감독도 아니지요.
진실보다 자유에 포인트를 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진실을 중 후반까지 모호하게 남겨뒀기에 관객이 앤디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감독이 자유에 대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었죠. 앤디가 아내를 사살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됐다면, 아니면 진범의 존재를 밝히고 영화를 시작했다면, 앤디가 겪는 고초에 고소함과 통렬함을 느끼느라, 혹은 억울하게 고생하는 앤디에게 연민을 느끼느라, 다소 억지스러워보이는 자유에 대한 앤디와 레드의 언쟁까지 삽입하며 자유를 강조하고자 했던 감독의 노고와 결과물은 다소 희석됐을 겁니다. 본문처럼 신창원의 탈출을 그리는 영화도 분명 재미는 있겠죠. 그런데 창밖에 뜬 달을 보며 자유를 갈망하는 신창원의 모습에 관객이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까요? 탈출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앤디의 탈출에 느꼈던 환희보다는 도주에 성공한 추격자 지영민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그 감정에 가까울 겁니다. 그와는 반대로 앤디의 무고는 앤디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그의 탈옥에 당위를 부여해주고, 그가 그 동안 받았던 부당한 처우에 대해 반감과 분노를 느끼게 해주며, 결국 앤디에 대한 깊은 감정이입을 이끌어내어 탈출의 순간과 결말의 만남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합니다.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하기에는 진실여부가 영화에 기능하는 부분이 분명히 크죠.
14/08/05 10:37
관객인 제가 윌리암스의 증언과 앤디의 반응, 진범의 독뱁을 믿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냉정하게 보면 결국 한 죄수가 다른 죄수에게 들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저는 여전히 심정적인 동조 외에 뚜렷한 증거를 감독이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통틀어 윌리암스의 증언 외에는 듀프레인의 무죄를 입증할 다른 증거가 없고, 어떠한 상징도 보이지 않죠.
저는 누명을 벗는게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한 적은 없습니다. 이야기의 기본틀을 이야기 한 거고, 그게 빠져도 재미는 있을 거라고 한 것 뿐이지요. 다만 그릇된 진실에서 벗어나는 감동적인 측면은 연출로써 극복했다고 생각합니다. 쇼생크 탈출이 더 훌륭한 작품이 되려면 듀프레인이 무죄라는 증거나 상징을 어딘가에 잘 숨겨두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14/08/05 02:35
그리고 듀프레인이 진범이라면 듀프레인과 생활을 같이한 윌리엄스의 진술은.. 아무리 디테일해봤자 의미가 없죠.
듀프레인이 가르쳐줄 수 있는 내용인 거니까..
14/08/05 03:34
윌리암스의 증언이 듀프레인의 무죄를 증명해줄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때까지 알 수 없었던 앤디의 유무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감독이 관객에게 내려준다는 의미였습니다.
14/08/05 02:00
일단은 법적으론 유죄죠. 판결이 그리났으니까요. 뭐 이거야 말장난이고, 그의 유/무죄와 상관없이 소장에게 빅엿을 선사한다는 점만으로도 통쾌합니다.
이러한 무용담도 좋지만, 저에게 쇼생크는 자유가 인간에게 어떤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대척점은 교도소나 소장이 아니라 브룩스와 레드구요. 자유에 대한 감독의 묘사는 정말 너무너무 휼륭했습니다. 청각적으로는 '편지의 이중창', 시각적으론 앤디가 탈출후 만세를 부르는 모습으로, 심지어 영화로는 전달하기 힘든 촉각의 영역을 지후와타네오의 모래사장을 상징으로 전달하죠. 쓰다보니 리뷰처럼 돼버렸는데;; 망작리뷰로 손상입은 멘탈을 명작의 추억으로 힐링하는 것 같아 얘기를 늘어놔 버렸습니다 ㅜㅜ 뭐 결론적으론 그의 유무죄는 재미와 상관없다는 것입니다.흐흐
14/08/05 02:26
흐흐흐. 중요한 포인트를 집어주셨는데, 기본 골격은 듀프레인의 무용담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거대담론은 '자유'죠. 위 답글에도 언급했지만, 쇼생크 탈출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영화입니다. 그러다보니 부족한 진실에 대한 증거를 연출과 연기로 충당했다고 생각해요. 언급은 안 했는데, 윌리암스가 얘기해줄 때 팀 로빈슨의 연기를 보면 저절로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 믿게 마련이죠. 그리고 충달님께서 빠뜨리신 걸로 미각이 있죠. 하들리에게 동생의 유산을 텍스프리로 상속받게 해주면서 받은 댓가는 바로 맥주입니다. 맥주가 마시고 싶네요.
14/08/05 02:50
아 미각도 있었네요. 역시 맥주는 자유의 음료였군요.
영화라는 매체가 서술보다는 이미지와 상징으로 표현하는 장르이니 진실에 대한 증거를 연출과 연기로 충당한 점은 상당히 영화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게 명작이죠. ㅠ,ㅠ
14/08/05 10:12
네. 사실 잠이 안 와 떡밥투여한 글인데...
영화적으로 대단하죠. 정말 대단한 연출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 논점은 간단해요. 제가 무슨 쇼생크 탈출을 까려고 쓴 글도 아니고 재미로 쓴 글인데...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증거들은, 냉정하게 볼 때 듀프레인의 무죄에 대한 의심을 100% 풀 만큼 친절하지 않다. 근데 각색, 연출, 연기로 감동을 이끌어냈다. 영화적으로 볼 때 재밌는 부분이고, 또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정도입니다.
14/08/05 02:03
음 저도 몇번을 보면서도 이런생각을 해본적은 없는데 재밌네요.
법쪽에 지식이 거의 없는데 궁금한게 듀프레인이 유죄판결을 받을 증거도 부족하지 않았나요? 살인을 저지를 동기나 기타 정황들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긴 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데 저런 판결이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흐
14/08/05 02:27
미국법에 능통하신 분이 나오셔야... 쿨럭...
오히려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흉기도 발견이 안 됐는데 내가 어찌 유죄냐고 듀프레인은 왜 우기지 않았을까요.....
14/08/05 02:03
제일 중요한 건 작가의 설정이겠죠. 우리가 아무리 유죄라고 한들 작가가 무죄라고 하면 작품내 법적 판단과 상관없이 실체적 진실은 무죄인 겁니다. 그런데 작가가 분명히 밝히지 않았거나 열린 상태로 놔두었다면 해석하기 나름이겠죠.
이 글을 읽고 잠깐 생각해봤는데 만약 앤디가 유죄라면, 윌리엄스가 자신의 범행을 떠벌였을 때 왜 소장한테 간절히 재심을 청구했는지 설명해야합니다. 그땐 진짜 무죄인 것처럼 보이거든요. 만약 앤디가 유죄라면 앤디의 행동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내를 죽이고 감옥에 간 앤디가 탈옥을 결심했을때 탈옥의 완성은 단순히 감옥 밖을 나가는 게 아닌거죠. 완전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앤디 듀플레인이라는 한 인간으로부터의 탈옥, 자유를 쟁취하는 것이라면 윌리엄스는 방해꾼입니다. 윌리암스의 허풍이 퍼지고 혹시나 재심이 이뤄진다면, 만약 재심의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사건이었으니 지금처럼 순조롭게 소장의 돈을 빼돌리고 새로운 삶을 산다는 탈옥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재심은 재심대로 실패하고 탈옥계획도 완전히 망가지죠. 소장이 더이상 그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구요. 그렇다면 앤디 입장에서도 윌리암스는 제거해야될 대상입니다. 그래서 소장에게 마치 진짜 재심을 통해 나갈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처럼 읍소한 다음 소장이 윌리암스를 제거하거나 입을 막을 정도의 조치를 취할 것을 바랬을지도 모릅니다.
14/08/05 02:33
사실 작가의 설정이 가장 중요하긴 하죠. 근데, 전 작가가 명쾌하게 밝혔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어차피 작가의 생각은 작품 안에서 밝히는 것이고. 그리고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쇼생크 탈출의 포인트는 유무죄를 가르는게 아니었으니까요.
두번째 단락의 이야기 역시 흥미롭군요. 역시 떡밥이 투하되면 이야기는 마구 확산이 됩니다. 전 듀프레인의 행동이 일종의 액션이었다고 봐요. 그가 어떠한 계획을 세웠든지 간에 교도소의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이었습니다. 듀프레인은 그렇게 떠날 수 밖에 없었다는 정당성을 그들에게 심어준 거죠.
14/08/05 02:48
이 글을 보니 정말 영화를 보면서 차라리 듀프레인이 정말 살인을 한걸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네요. 그는 분명 살해의 동기가 있었고, 탈옥 전에 이미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으니까요. 작중에도 자기가 아내를 죽인 죄값을 치룬거 같다고 한 다음에 탈옥을 하든가 아마 그렇게 기억합니다. 뭐랄까...내가 죄를 지은건 맞지만 죄값은 내가 생각하는만큼 치루겠다는 범죄자랄까...뭔가 재밌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
14/08/05 02:59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하지만 저도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님이 쓰신 이유 때문에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에서도 앤디가 유죄일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지요. 물론 소설은 전지적 시점이 아닌 레드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정확한 진상은 알 수 없는게 사실이지만 유죄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부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쁜 놈이 성공하는 이야기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바람핀 아내와 정부를 살해한 주인공이라면,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법의 심판을 받고 감옥에 갖힌거라면 독자나 관객들이 열성을 다해 탈출을 응원하지 못했을 겁니다. 어렵게 획득한 자유의 가치도 의미가 퇴색하게 되고요.
앤디가 누명을 벗으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윌리엄스의 사건이 그것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윌리엄스가 나타나기 전에 누명을 벗기 위해 앤디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실상 없습니다. 모든 증거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태이고 재판 당시에는 제3의 인물(실제 범인)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앤디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사건 당일에 근처에 있긴 했지만 실제로는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 밖에 없죠. 그리고 감옥에서는 탄원서를 올리는 것 말고 할 게 없는데 앤디 같은 똑똑한 사람이 새로운 증거도 없이 탄원서만으로 재판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믿었을까요? 도서실 예산 신청처럼 수십년 편지를 보낸다고 바뀔 수 있는게 아니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앤디처럼 똑똑한 사람이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려고 했다면 이렇게 허술하게 범죄를 저지르고 증거를 자신에게 불리하도록 늘어놓지 않았을 겁니다. 최대한 양보를 하자면 앤디 말대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즉,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정도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겠죠. 이 영화가 진실을 얻기 위해 싸우는게 아니라 자유를 얻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말씀은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연출을 통해 진실을 충당하려고 했다는 말씀(그러니 얄팍하다)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영화는 새장에 갖혀있을 수 없는 사람이 자유를 획득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모든 관심이 있습니다. (앤디가 무죄라는) 진실이 함께 같이 밝혀진다면, 즉 누명을 벗는 과정까지 다뤘다면 앤디가 탈옥을 통하여 자유를 획득하는 장면과 그 노력들은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 감동도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탈옥의 결심은 당연히 암석망치를 갖게 된 시점부터 한게 맞고요, 레드는 윌리엄스의 죽음을 계기로 앤디가 탈옥을 결심했다고 생각한게 아니라 (나중에 오해로 드러났지만) 희망을 잃은 앤디가 자살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윌리엄스의 죽음은 단지 앤디에게 탈출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겠다는 결심만 굳히게 된거고요.
14/08/05 10:06
레드가 탈옥 과정을 설명하는 나레이션 중, 아마 윌리암스가 죽었을 때 탈옥을 결심하게 된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앤디가 누명을 벗으려는 노력은 사악군님의 댓글에서 달았듯이 제가 여러모로 사족을 단 것 같으니 잊어주세요. 영화화 되는 순간 원작의 의미는 떠난다고 봐도 되는 거니, 그냥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영화와 원작이 다른 영화는 차고 넘치니까요. 뭐 디테일한 측면에서 다른 부분도 많구요. 저의 글은 듀프레인이 유죄냐 무죄냐를 따지자는게 아니라 듀프레인이 무죄라는 확신을 하기에 영화 내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윌리암스의 증언 딱 하나지요. 것도 죄수가 다른 죄수의 말을 빌은. 이것 외에는 다른 증거가 영화를 통틀어 전무합니다. 하다못해 어떤 상징이라도 찾지를 못하겠어요. 제가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그래서 감독은 연출의 힘을 빌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원작과 달리 윌리암스를 이감이 아닌 살인으로 처리했을 때, 감독 스스로가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죄수의 독백을 넣고, 윌리암스를 죽여서 이 증언에 대한 의심의 여지를 봉쇄한 거죠. 사실 광역어그로를 끌었지만, 감독은 무죄의 가정 하에 극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감독이 생각하기에도 영화 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듀프레인의 무죄의 증거는 부족했고, 그래서 일련의 흐름과 연출, 각색 등을 총동원하여 메꾼 거죠. 그 지점이 영화적으로 대단한 거고, 그래서 반면에 얄팍한 면이 있다는 겁니다.
14/08/05 10:39
감독은 그야말로 영화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각본도 원한다면 바꿀 수 있고요. 무죄의 증거를 보여주고 싶었다면 극중에 만들어 넣어버리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건 못한게 아니라 안한거죠. 그게 주제에서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만약 그 증거를 직접적으로 보여줬다면 극적인 재미가 훨씬 줄어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초반 법정 장면에서부터 증거를 다 까고 비극의 주인공으로 놓고 시작했다면 동정심 때문에 관객들이 앤디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알아가고 감정이 이입되는 과정이 힘을 잃고 말았겠죠. 이것이 오히려 더 알팍한 연출이 되지 않았을까요?
14/08/05 10:45
초반부터 증거 다 까라고 한 적은 없는데요. 영화를 만드는 건 감독 마음이죠. 그리고 그걸 해석하는 건 관객 마음이구요. 제가 감독의 의도대로 해석해줄 필요도 없구요. 듀프레인이 무죄임을 영화가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주장을 하는 방법은 그 근거들을 보여주는 겁니다. 단순해요.
윌리암스의 증언과 죄수의 독백이 있다지만, 듀프레인에게 무죄 선고를 내리는 장면은 소장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순간이지요. 근데 이건 결국 관객과 캐릭터의 심정적 동조입니다. 그리고 연출이 가미된 부분이구요.
14/08/05 11:02
심정적 동조만으로도 관객들이 앤디의 자유를 응원할 충분한 동력이 되니까 그런 식의 연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앤디가 무죄라는 확실한 근거가 제시됐다면 앤디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방법으로 탈옥을 선택하지 않고 그 증거를 밝히는 것에 매달렸을 겁니다. 윌리엄스 때 처럼요. 그러면 지금의 쇼생크 탈출은 없었겠죠. 아니면 그 근거를 관객들만 확실히 알고 앤디는 모르고 있다는 식으로 연출했다면 관객들이 그 근거가 밝혀지는 것(혹은 밝혀지길 바라는 것)에 집착하느라 탈출 과정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을테고 탈출의 감동도 줄어들었을 것 같습니다.
14/08/05 06:19
같은 영화를 이렇게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군요. 그 부분은 확실히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저는 앤디가 무죄임을 명백히 관객이 알아차릴 수 있게 완전 투명하게 전달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영화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서 이때까지 거의 20번은 넘게 본거 같은데, 그냥 이런 식으로는 단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앤디는 그냥 무죄라는 걸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앤디가 진실한 무죄임을 보이는 장치는 여러번이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앤디 본인이 자신은 무죄인데 당했다고 말하는 그 부분이야말로 감독이 명백히 앤디의 억울함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생각합니다. 앤디가 범인으로 지목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황증거가 모두 앤디가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죠. 거꾸로 말하면 애초에 앤디가 무죄인 '증거' 는 부족할 수 밖에 없죠. 반증의 요소가 나오지 않으면 그는 범인으로 지목되는. 그 부족하지만 희귀한 증거(진범의 존재)를 복역 중에 찾은 셈이구요. 사실 유죄의 증거도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으나, 배심원제이기 때문에 그런 불리한 정황증거만으로도 충분히 살인범으로 유죄가 될 수 있었던 셈이죠. 근데 뭐 이건 미국이어서 그렇다고는 생각 안합니다.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도 억울한 살인판결이 여러번 있었죠. 앤디는 본인의 무죄를 입증할 기회를 접하고 나서는 미친듯이 달려들죠. 그를 위해 소장에게 대들기 까지 하면서 독방에 엄청나게 긴 기간에 갖혀지내죠. 독방에 무려 두달이나요. 그만큼 반항했다는 이야기도 되죠. 영화에서 앤디가 이 무죄입증 기회를 잡으려고 했던 것은 너무 잘 전달이 되는되요. 한편 그 기간동안 앤디는 감옥안에서 본인이 얼마나 철저하게 약자의 입장인지도 알게되죠. 언제 맞아죽을지 모르는 곳에서 무죄를 정당한 방법으로 입증하려 드는 건 빨리 자기를 죽여달라고 하는 것 밖엔 되지 않지요. 또한 소장은 그거 별로 기대하지 말라면서 법적인 문제도 곁들여 설득시키려 하잖아요. 그러나 앤디는 도서관 건립 포기하지 않듯이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 했고, 소장은 앤디의 그런 집요한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단념시키려 독방도 가두고 협박도 하고, 토미도 죽여버렸죠. 모든 것이 다 무산된 뒤에 레드랑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도 앤디가 '일에 미쳐서 아내를 외롭게 놔뒀죠. 아내는 어쩌면 내가 죽였을지도 몰라요.' '나쁜 남편일지는 몰라도 네가 방아쇠를 당기진 않았지' '맞아요 다른 사람이 방아쇠를 당겼죠'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죠. 탈옥을 확실하게 결심하는 중요한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들이죠. 이런 일련의 장면을 보면서 알수 있는 건, 앤디가 본인의 무죄를 입증하기가 거의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감옥생활을 감내했을 뿐, 그것만으로 당연히 본인이 감옥생활을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은게 아니죠. 그 안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발버둥을 친 것 뿐입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가면서 말이죠. 그리고 탈옥 이야기를 해보면, 탈옥을 19년동안 준비했으나 실제 결심은 무죄를 증명하는게 완전히 좌절된 뒤에 하게되죠. 그 전에는 땅굴을 파기는 파되 마음의 결심은 하지 않았습니다. 탈옥의 준비를 서서히 한것은, 정상적으로 애초에 자신의 무죄가 증명되기 힘든 상황에 평생 억울한 옥살이를 하기는 당연히 싫었기 때문이겠죠. 그러니 우연히 발견된 탈옥의 확률을 높이려고 준비를 해왔던 것일테고요. 거기에 정말로 평생을 있어도 내 무죄는 입증될수가 없구나, 라고 확실히 증명이 되자 바로 탈옥을 결심하게 된 거죠. 물론 땅굴 그 자체를 파는데도 그만한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유죄인 사람이라도 앤디만큼 똑똑하고 기회를 잡았다면 당연히 탈옥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죠. 그러나 영화에서 앤디는 토미가 등장하기 전까지 자신의 무죄는 증명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아내를 죽인 범인에 대한 실마리가 1%도 없었던 상황이라는 걸 말이죠. 그래서 애초에 탈옥을 준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망설이는 시점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후 재심에 대한 가능성이 날아가고, 소장과 교도관이 자신에게 하는 비열한 행동을 보면서 그 곳은 더이상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이게 제 감상인데, 이런 감상이 저 혼자만의 감상이라기 보다는 대부분의 관객이 받아들이는 영화의 줄거리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감독이 전달하려고 하는 부분 말이죠.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억울한 한 죄수가 자유를 되찾는 것이지, 그저 그런 살인자가 자유를 되찾는게 아니지요. 그래서 앤디가 어떻게 억울하게 당한건지를 중반부 가서 밝혀준거구요. 영화 중반 이전까지 거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건, 일종의 영화의 기법이라고 봅니다. 전반부는 앤디가 교도소를 어떻게 변화시켜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후반부는 앤디 개인의 억울함을 보여주면서 탈옥에 대한 당위를 싣고, 탈옥에 집중하는 기법 말입니다. 저는 김연아님과는 생각이 달라요. 앤디가 무죄가 아니었다면, 앤디의 탈옥 이야기는 한 극악한 살인자(부인살해자)가 교도소 체계를 철저하게 농락한 이야기 밖에 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를 찾으면 안되는 인간이 자유를 찾는데 성공하는게 어떻게 유쾌할 수가 있을까요. 애초에 그리되면 유쾌해질 수가 없다고 봅니다. 앤디가 억울한 사람이었냐 아니냐는 영화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뒤집어엎을만큼 중요한 장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 감독이 충분히 관객이 영화의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편히 할 수 있게 만들려고 앤디의 무죄를 충분히 전달하는데 힘을 쏟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영화는 단 한번의 범죄였을지라도 진짜 살인자에게 배풀어주는 선처를 제도 내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레드죠. 레드는 거의 다 늙은 노인이 되어서야 가석방이 됩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죗값을 철저하게 치루고 그리고 뉘우치는 과정까지 거쳐서야 감옥을 나가게 됩니다. 제도 하에서. 앤디의 자유는 그러므로 제도 내에서 해결될 수 없다는 특수성과 무죄라는 것까지 결합되어서야 그 자유가 통쾌함을 얻고 당위성을 얻을 수 있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인 셈이죠. 그래서 저는 이 영화는 '누명을 쓴 사람이 자유를 획득하는 감동의 이야기' 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서사시까지는 아니라도 말이죠. 거기에 누명이 빠져버리면 영화가 완전 다른 영화가 되니까요. 영화가 자유라는 주제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건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자유로 옮겨가기 전에, 앤디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죽을때까지 감옥에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먼저 설명합니다. 그것도 역시 일종의 관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라고도 생각합니다. 앤디 역시도 최후에 최후의 수단으로 썼다는 것을 납득시키려고요. 그래서 여러 지점에서 김연아님의 새로운 해석은 저는 동의하기가 힘이 드네요. 아 끝으로 한가지 더 덧붙이면, 이 영화는 원작이 존재하지요.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을 영화화 한것이 바로 쇼생크 탈출이잖아요. 각색을 좀 거치긴 했습니다. 소설은 디테일한 포인트에서 좀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거기서도 역시 앤디의 무죄는 전제로 깔고 들어갑니다. 그런 부분까지 통틀어서, 앤디의 무죄의 진정성은 사법체계가 그걸 어찌 판단했냐라는 여부와는 상관없이 분명히 보여주는 셈이죠.
14/08/05 06:56
작품은 발표된 순간 작가의 손을 떠나기 마련입니다만 이처럼 캐릭터와 밀접히 연관된 부분의 경우 작중 심어진 장치를 다루는 작가의 손짓을 통해 의도한 바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맥락과 주제의식의 해석이 아니라 이야기나 캐릭터에 대한 해석일 경우 이 부분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의도는 다른 무엇보다 중시되어야 하구요. 작품의 가치는 작가의 손을 떠난 문제입니다만 캐릭터는 그렇지 않죠. 정확히 말한다면 작품 속 작가가 가공한 이야기에 철저히 종속된 부품입니다. 달리 말해 작가/감독이 듀프레인이 유죄, 무죄로 생각했냐 이전에 그런 고민 자체가 있었는지도 모호한 상황에서, 더 직설적으론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았을 것이 작품에 드러나는 이상 이에 말 붙이는 건 적절치 않아보입니다...마는
이건 좀 딱딱하게 작품에 대해 '판단'하는 입장일테고 한 발 물러서 이야깃거리 즐기는 입장이라면 다르겠죠. 재밌네요
14/08/05 10:20
캐릭터를 평가한다기 보다는... 사실 영화가 듀프레인을 무죄로 볼 근거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냐를 따져보는 글이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사실 작가의 의도는 알겠는데, 나에겐 암만 생각하도 너무 부족하다이고, 그래서 마침 사형제 얘기에 듀프레인 얘기도 나왔겠다 잠 안 오는 밤에 떡밥 투하를 한 번 해본 겁니다. 재밌었어요.
14/08/05 07:46
솔직히 그렇게 느껴졌다면 스티븐 킹과 다라본드 잘못이죠.(이 영화를 만들고도 잘못이라면 웃기지만...)
애초 제목이 The Shawshank Redemption입니다. 속죄, (그리스도에 의한) 대속이란 뜻이 Redemption인데 이는 누구 대신에 벌을 받고 있고 있다라는 의미와 범죄에 대한 속죄인 atone이 아닌 redemption을 쓴 건 형법상 죄가 아닌 앤디의 도덕적인 죄- 좋은 남편이 아니며 죽이려 했다-에 대한 속죄를 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거죠. 돌려 이야기 하면 형법상 죄는 짓지 않았다 도덕적 혹은 종교적인 죄는 지었기에 redemption할 지언정. 사실 쇼생크 탈출이 한국 제목이라서 그렇지 원어 제목이었으면 그런 추측 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14/08/05 10:17
제목을 어그로!!를 위해 저렇게 달고 거기에 맞춰 글을 강하게 쓰다보니까 그렇지..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결국 영화 내에서 듀프레인을 무죄로 볼 근거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가 거든요.
제가 보기엔 부족하고, 그걸 영화적으로 해결하는게 재밌다입니다. 장문을 오랜만에 썼더니 여러가지로 힘드네요ㅠㅠ
14/08/05 07:48
영화만 보면 '무죄인' 앤디라기보다는 '스스로가 억울하다고 확신하는' 앤디가 맞으니까, 객관화된 진실에서 앤디가 범인이건 아니건 뭐 영화 자체를 훼손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근데 위에 다른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저도 원작 소설을 보고 영화를 본 쪽인데 소설쪽에서는 이런 의심의 여지가 없다보니;
14/08/05 09:20
탈옥후에 누명을 벗으려는 액션은 취할수가 없죠. 방법이 없으니까요. 재조사건 재심이건 먼가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있어야 비벼볼 여지가 있을껀데, 윌리엄스가 죽은이상 그런건 없죠. 그 떠벌이 죄수가 갑자기 자백이라도 하지 않는이상은....
14/08/05 09:55
듀프레인이 처음부터 탈옥을 목표로 굴을 판건 아니라고 봐요. 레드 말마따나 감옥에서의 넘쳐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말 그대로 굴파는 행위 자체에 몰두한거죠. 아무리 집념의 주인공이라도 그나마 끝내고나니 20년이지 기약없는 굴파기를 오직 탈옥만을 위해 할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토미가 죽자 바로 탈출하는 걸 보면 이미 굴은 진작에 다 팠고 탈출로까지 다 계산한 상태였다는건데 애초에 탈옥을 목표로 굴을 파기 시작한거라면 작업이 끝나는대로 바로 시행했겠죠. 작업이 끝나 갈 때쯤에 맞춰 토미가 죽어줬을리도 없고요. 그저 굴파기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끝이 보였고 미처 예상치 못한 성과에 탈옥실행 여부를 망설이는 중에 토미의 죽음과 함께 무죄소명 기회가 날아가버리자 바로 탈옥한거라 봅니다.
14/08/05 10:02
그리고 듀프레인이 이용한 위장신분은 탈옥을 위해 준비한게 아니죠. 소장의 돈세탁을 위해 만들어져 쭉 사용해오던 유령인간이고 마침 탈옥을 결심하게 된 듀프레인이 멋지게 이용한것일뿐..
14/08/05 10:40
굴 판 건 쭈구리님이 잘 설명해주셨고...
위장신분과 돈세탁과 탈옥 후의 계획은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봐야죠. 듀프레인이 희열에 차서 레드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면 확실합니다. 듀프레인이 그런 성과를 대놓고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뭐 이게 증거냐면... 본문을 쓴 저는 깨갱....
14/08/05 10:18
처음엔 넘쳐나는 시간에 돌을 조각하려고 락해머를 구입했지만 해머로 벽에 낙서를 하다 생각보다 벽이 무르다는 걸 깨닫고 작업에 착수한 겁니다. 아무리 시간 때울게 없다고 그 위험을 감수하며 수십년간 굴을 팔 이유가 없죠. 그것을 위해 소장에게 잘보이면서 굴을 감추기 위한 여배우 포스터 같은 감방내의 가벼운 규칙위반도 묵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들은 조금 특이한 취미생활을 누리기엔 너무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행위죠. 그리고 앤디는 워낙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에 아무리 기약이 없다고 해도 능히 그 목표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14/08/05 11:38
쭈구리 님 말씀 들어보니 그런 것도 같고..^^
근데 듀프레인과 소장과의 관계는 소장이 먼저 접근해서 이뤄졌습니다. 애초에 듀프레인의 실력이 드러난 것도 옥상작업 중 우연히 엿듣게 된 못 된 간수의 사연에서 시작한거고 그 소식을 들은 소장이 찾아 온거죠. 그리고 굴파기 및 포스터 걸기 역시 소장과의 관계 이전에 시작된 것이고요. 간수들의 세금관련 일을 해결해 준 얘길 들은 소장이 듀프레인 방에 찾아와 간을 보면서 자기 일에 끌어들이기 위해 포스터도 봐주며 선심을 사려 한 거죠. 이걸 보면 안전한 굴파기를 위해, 즉 탈옥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듀프레인이 소장에게 잘 보이려 했다는 건 좀 아닌거 같아요. 듀프레인이 소장에게 협조하기 시작한 이유는 수감자들의 복지증진을 위함이겠죠. 물론 편지테러 등을 통해 거의 스스로 이뤄낸 일이지만 소장 일을 해주면서 적어도 방해는 안 받았으니까요. 이 일도 일종의 취미이자 나는 쓰레기가 아닌 쓸모 있는 존재라는걸 스스로 깨닫기 위한 거니까요.
14/08/05 10:16
애초에 앤디같이 철저한 사람이 불륜한 아내와 그 상대를 죽일려고 제대로 마음먹었다면 완전범죄는 아니더라도 저렇게 허접하게 할리가 없어요.
14/08/05 10:24
사실 영화 내에서의 가장 큰 증거는 이게 아닐까 마 그리 생각을.....
근데 아내의 불륜을 알게된 충격이라면 여러가지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가정을 아니 해볼 수는 없습니다. 영화 내에서는 분명히 그 날 아내 본인에게 처음으로 확인하는 사실이 나오니까요.
14/08/05 10:39
장정일의 독서일기에서 "소설에서는 앤디가 범인인데 영화는 다르게 해석했다"라는 뉘앙스의 글을 읽은 적이 있어서 저도 책을 다시 읽어본 적이 있네요. 납득할 수 없었고 장정일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직도 조금 의문입니다. 그것과 상관 없이, 설사 앤디가 범인이어도 자유를 향한 인간의 갈망을 표현했다는 면에서 작품의 주제는 크게 흐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14/08/05 11:06
제 기억에 문제가 없다면 소설의 서두에 바로 나오지않나요? 레드의 독백으로, 내가 감방에 여태까지 살면서 원죄라고 생각하는 놈은 열명정도밖에 안된다. 앤디 듀프레인이 바로 그중 하나이다. 이런말이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요. 물론 전지적시점이 아닌 레드의 독백이지만 이 작품의 화자 레드가 서두에 이말은 하는건 앤디의 무죄가 소설의 전제라는걸 독자들한테 명확하게 알려주는거죠.
14/08/05 14:16
미국에서는 배심재판을 거부할 권리도 있기 때문에 무슨 재판을 받았는 지는 모르겠으나 유죄판결을 내릴 증거가 충분하냐는 논란의 여지가 언제나 있죠. 영화속 사건은 살인무기가 끝끝내 발견되지 않았고, 결국 동기가 있었고, 현장에 있었고, 살인무기로 추정되는 것을 구매했다는 세 가지 정황증거만으로 내려진 판결입니다. 그러니 이 판결이 정당하냐의 여부는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겠죠.
그리고 사실상 무죄항변의 기회는 없다고 봐야하는 것이, 항소법원에서 항소 절차를 허락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무죄를 입증할 증거(사실 알리바이가 있었다거나, 진범이 살인무기를 들고 와 자백한다거나) 혹은 자신을 유죄판결에 이르게 한 증거 중 무엇인가가 오염되었다는 등의 혐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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