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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11 00:50:59
Name 기아트윈스
Subject [일반] 민주주의에 대한 한 단상
논어에 보면 그런 구절이 있습니다.

공자왈 사흘 밤낮을 사색해봤는데 그냥 공부하는게 나았을 걸 그랬다.

그간 사회과학계통 학자들을 길러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쏟아부은 돈이 얼마일 것이며 그렇게 해서 배출된 학자들과 그들이 뱉어낸 연구성과가 얼마일진대 저 같은 학생 나부랭이가 "민주주의는 어쩌면 이러이런것 같아" 하고 흔한 겜덕 여초사이트 자게에 글을 쓰는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사색과 공상이 꼭 무의미한 것만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분야에 대한 지식을 정밀한 독서와 연구를 통해 습득할 수 없는 이상 누구나 혼자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가며 가장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다른 쭉정이들로부터 골라냄으로써 어렴풋한 그림과 관점을 만들어내곤 하죠. 그리고 이런 그림과 관점은 후에 [진짜] 공부를 할 때 상당히 좋은 밑바탕이 됩니다.

이런 그림과 관점을 공적 영역에 부침으로서 얻는 이득도 무시할 수 없죠. 다른 이들이 글쓴이의 아이디어로부터 화두를 얻을 수도 있고, 보다 많은 경우 글쓴이가 다른이들의 반응으로부터 또 많은 걸 얻어갑니다.

서두는 여기까지!

--------------------


왜 하필 "주의" 였을까요?

서구용어들이 번역되어 들어오던 격변의 19세기말 20세기 초에 왜 하필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로 번역되었을까요.

Democracy 잖아요?

다른 모든 cy 패밀리는 政자 돌림으로 번역됩니다.

Aristocracy는 귀족정

Oligarchy는 과두정

Monarchy는 왕정 아니겠습니까

Democracy는 역시나 이 어군에 속한 친구입니다.



반면 다른 "주의"들을 볼까요.

Socialism 사회주의

Communism 공산주의

Nationalism 민족주의

Liberalism 자유주의

Democratism 민주주의?



사실 Democratism이란 단어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구글 스콜라에 넣어보니 2천건 정도가 검색되네요. 하지만 Democracy가 2백만건이 나온 사실과 비교해보시면 그 빈도상의 현격한 격차를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사전에도 democratism이 있기는 합니다. 다만 역시 흔치 않은 조어로서 "spirit of democracy" 정도로 정의하고 마는군요.

따라서 "민주주의"라는 말이 주조되었을 당시 이 단어가 전달하고자 했던 원래의 단어가 democracy임은 거의 분명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 다시 한 번

왜 하필 "주의" 였을까요.

"주의"라고 했을 때 뭔가 현 상황에 착 맞아떨어지는 언어사용의 감칠맛 같은 게 있어서 그랬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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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말이 한국에서 사용된 역사를 한 번 되짚어 보았습니다.

그것이 "주의" 였다면, 정체의 하나로서 가치중립적으로 사용되었다기 보다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모종의 규범적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의 성취를 위해 노력하기를 고취하는 그런 슬로건으로서 사용되었던 것 아닐까요.

플라톤의 <<정체>>를 보면 민주주의는 규범적 가치로 제시되지 않습니다. 초인독재라는 가장 이상적인 정체가 제시되고, 그 이하 여러가지 비효율적인, 덜 효율적인 정체들이 나열되는데 그 중 하나일 뿐이죠.

그래서, "cy"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무정한 어떤 제도이지, 추구되어야할 이상이 아닙니다.

모든 정체들은 "효율성"이라는 척도로 재단됩니다. 이 정체는 장점이 무엇이고 단점이 무엇이고.

어떤 정체를 택하느냐는 우리들의 몫인데, 이 때 최선의 정체, 가장 효율적인 정체를 선택하는 것이 옳지 않겠냐고 플라톤은 설득합니다.

한국에서는요?

곰곰히 되짚어보니 민주주의는 정말 "주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는 늘 반민주 세력이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들은, 드러내놓고 말은 못해도 사적으로는, 또 속으로는, 늘 되뇌었지요. [민주주의는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아?]

효율성이라는 척도를 휘두르는 적과 싸우는 와중에 [민주정]은 오롯이 [민주주의]가 되어갔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입니다.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것을 [선]으로 규정하고, 이 선을 파괴하려는 자들에 맞서 싸워 이 불씨를 지켜내는 것을 스스로의 사명으로 여깁니다.

피로하고 고단한 일이지만, 이것을 지켜내는것 그 자체로 하나의 당위가 완수됩니다. 완수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쁜, 행복한, 그런 당위가 되었습니다.



-------------------------------------------------

사실 속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욕망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 멍청한 반민주 세력이, 누구누구를 반인반신이라고 진지하게 믿는 저치들이[!] 우리와 같이 1인 1표를 휘두르며 나라 전체를 트롤링하는 꼴을 참고 목도하기 힘듭니다.

차라리 저들은 1인 1표, 더 교육받고 더 지적이고 더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이들은 1인 2표를 주면 어떨까.

18세 미만의 청년들이 정신적 미성숙을 이유로 1인 1표가 제한되듯, 70세 이상은 정신적 과성숙[?]을 이유로 그냥 투표를 제한하면 안 될까.



아니면 딱 10년 만 깔끔하게 내가 독재를 하게 되면 어떨까 하는 망상을 펼쳐보기도 합니다.

국정원과 검찰을 깨끗하게 개혁할 수 있을 텐데

온갖 줄다리기와 협상 같은 절차를 다 건너뛰고 신속하게 미디어법을 개정해서 미디어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텐데

기울어진 경기장을 바로잡을 수 있을 텐데


--------------------------------------

이런 생각들이 사실,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고단한 과정을 건너 뛰고 싶은 마음, 표의 경중을 가리고 싶은 마음은 모두 [효율성]을 지향합니다.

효율적인 통치를 통해 더 신속하고 멋진 [결과]를 내보이고 싶은 거죠.

독재는 이 마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박정희를 지지했던, 지지하는 논리는 백이면 백 이 마음에서부터 자라난 것들입니다.


--------------------------------------

민주주의자는 마 [과정 덕후]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저는 마 그래 생각합니다.

표를 한 장 씩 쥔 상태에서 웅변과 설득으로, 때로는 화려한 수사로 판을 쥐락펴락 하며

끝내 넘어오지 않는 상대팀과는 요리조리 협상을 통해 간신히간신히 목표를 성취해내는 걸 즐기는

이런 변태적인 쾌감[?]이 곧 민주주의자의 성정이 아닐까 그래 생각합니다.

유시민씨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줄로 압니다만

최근 통진당 분당 사태 때 끝까지 당규대로, 당 내 의결기구의 정당한 [과정]을 거쳐서 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그를 보면서

적잖이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정희와 아이들의 끝 없는 필리버스터, 각종 의사진행방해를 거의 하루 종일 굳은 표정으로 견뎌내는 와중에 뜬금 없이 너털웃음을 뱉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하하...... 이래서 민주주의가 어렵습니다]

결국 그의 [과정]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지만

당의 우두머리끼리 모여서 전격 합당을 선언하고 사후에 당원들에게 통보함으로써 일을 [성사]시킨 이들과 비교해 볼 때

더 아름다웠습니다.

티비로 보고 있는 제가 다 암걸릴 것만 같은 상황인데(솔직한 심정으로 우리나라가 총기 합법화국가였으면 그날 회의장에서 누군가가 갈겨도 크게 갈겼을 겁니다.)

그렇게 말 그대로 쥐어 뜯겨가면서도 끝내 과정을 밟아가려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이지 덕후중의 참덕후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

양혜왕이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노인께서 천리를 머다 않고 과인의 나라에 와주셨으니 이제 무슨 좋은 결과(利)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맹자의 답이 걸작이죠. "왜 하필 결과를 말씀하십니까? 올바름[仁義]이 있을 뿐입니다."

맹자가 결과를 도외시한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는 적극 누군가를 도와서 통일 왕국을 만들기를, 성과를 내기를 기도했죠.

심지어 맹자의 한 구절에서는 대놓고 말합니다. "자네 생각에 의도가 중요한가 결과가 중요한가? 공돌이 하나를 고용했는데 그가 좋은 의도로 일을 다 망쳐놨어도 역시 똑같이 페이를 줄텐가?"

요는, 과정과 결과를 나눈 후 둘 중 하나를 고르는데 있지 않습니다. 그의 포인트는 곧 결과라는 놈은 그것을 추구하는 심보를 가지고 추구하면 결코 잡혀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에 초연한 마음으로 과정의 올바름에 집중했을 때 온 천하가 감동할 테고,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겁니다.


------------------------------------------


민주주의는 고단하고 지난한 길처럼 보입니다.

좋은 결과를 더 신속하게 내놓고 싶은 사람들에게 독재는 필연적인 유혹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자는, 우리는, 모두 [과정 덕후] 아니겠습니까?

과정과 절차가 지켜질 때 그 자체로 가장 큰 쾌감을 느끼는 이데올로그 아니겠습니까?

정당한 절차, 올바르고 상식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 어떤 성과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맙시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에 초연한 마음으로 과정의 올바름에 집중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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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논란들을 보며 감상이 있어 길게 한 번 써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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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벽돌
14/03/11 01:00
수정 아이콘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으면 안됩니다.
절차적 정당성이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과정덕후]라는 표현이 저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 같네요.
기아트윈스
14/03/11 01:12
수정 아이콘
[절차덕후]라고 쓸 걸 그랬네요 (웃음)

글 쓰는 당시에 절차라는 말이 잘 안 떠올랐나봅니다.
요정 칼괴기
14/03/11 01:06
수정 아이콘
추천드립니다.
정말 민주정은 민주정이지 주의가 아니죠.

가끔 그걸 이상화시키고 이념화 시키는게 유리한 집단이 있는 건 분명한 거 같습니다.

하긴 그 말 만든 애들이 일본애들이 더욱 그렇겠지만요.

하지만 민주정 지지자들도 좀 이 시스템을 이상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이념 민주주의나 이상적인 민주주의만
민주주의가 아닌 어느 정도 민주정의 외형만 가져도 현실 민주정의 하나로서 인정받아야 하는데
우리들은 아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덜되었어 라고 말을 많이 하죠.

기실 민주정은 하나의 객관적인 정의를 가진 정치제도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는데에서 시작했는데 말이죠.
너무 이념형 이상형으로만 바라 보고 있으니 문제...
기아트윈스
14/03/11 01:11
수정 아이콘
큰 틀에서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념형 민주주의가 꼭 나쁘리란 법은 없습니다.

모 정치학자가 했던 말인데, 문제해결을 위해 의존할 수 있는 파워가 네 종류가 있다죠.

군사, 경제, 정치, 이념.

이 중 가성비가 가장 좋은 파워가 이념입니다.

앞의 세 종류의 파워를 쓸 수 없다면 이념화를 통해 지속적인 민주정의 유지를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겠죠.

또, 이념화가 이루어질 경우 최소한 [효율성]의 유혹으로부터는 조오오오금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요?

마 그래 생각합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14/03/11 01:43
수정 아이콘
저는 이 세상에 절대적인 선악도 정의,부정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그저 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대안만이 있을뿐이죠.그리고 그런 각자의 대안들을 정당이라는 결사체를 통해 국가라는 공동체에 속해있는 국민들의 정당한 합의를 받고 권력을 잡고 일정기간동안 국가라는 공동체를 이끌어가는게 대의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자기들이 선이나 정의라고 외치거나 상대방이 악의나 부정의라고 외치는 자들이야말로 진짜 반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고요
14/03/11 01:50
수정 아이콘
민주주의를 한심하고 답답하지만 현실 수준에선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으니 마지못해 선택하게 되는 정치체제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글쓴 분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너무 이상적인 것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문장이 눈에 밟힙니다.

일단 [정당한 절차, 올바르고 상식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 어떤 성과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맙시다.]라는 문장에 대해서는 성과에 대한 가치판단이 이미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개입되어있고, 후보자 또한 성과를 위해 갖은 전략을 사용하며, 당선자는 전쟁, 언론, 캠페인, 구호, 심하면 정보기관 등을 통해서 여론에 개입하는 상황에서 성과의 유혹이 배제된 정당한 절차, 올바르고 상식적인 과정이 과연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에 초연한 마음으로 과정의 올바름에 집중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테니까요.]라는 문장을 읽으면서는 과정을 중요시한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그것도 결과를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문장도 틀린 문장인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과정이 올바름이 필요하다는 문장엔 동의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과정의 올바름이 가장 좋은 결과로 귀결되진 않죠.
영원한초보
14/03/11 02:16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단은 과정의 효율이 아니라 과정의 소중함을 이야기합니다.
좋은 결과를 바라고 한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항상 결과를 알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어떤 기준을 두고 행동해야 하는 걸까요?
결과에 초연하고 과정에 올바름에 집중하라는 것은 결과보다 형식을 중요하게 여기라는 말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맹자가 이야기하는 인의가 과정만 말하는 것은 아니고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제가 아래 댓글에도 썼듯이 결과와 과정 저도 헷갈리네요
14/03/11 02:23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것처럼 마지막 문단에서 글쓴 분은 과정의 효율이 아니라 과정의 소중함을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리고 과정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이유로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에 초연한 마음으로 과정의 올바름에 집중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테니까요.]라는 말을 덧붙이셨죠. 그렇다면 이 문단에서 글쓴 분께서 의도한 바는 과정의 소중함일까요 결과의 소중함일까요. 마지막 문장이 없었다면 말씀하신 것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행동하라는 얘기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일단 주어진 문장들만 보면 전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영원한초보
14/03/11 02:29
수정 아이콘
이게 돌고 돌면 결국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처럼 되는데
그 결과는 과정을 포함한 전체 결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건 항상 형식의 중요성으로 옛날부터 계속 싸워와서 답내리기는 힘든것 같습니다.
당근매니아
14/03/11 01:5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국내 기득권층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소비하고 대해왔는가를 생각해보려면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의 활용을 보면 되더군요. 예컨대 헌법에 자유민주주의 수호가 최고 가치로 포함된 것이 언제인가 하는 부분들요.
http://ko.wikipedia.org/wiki/%EC%9E%90%EC%9C%A0%EB%AF%BC%EC%A3%BC%EC%A3%BC%EC%9D%98#.EB.8C.80.ED.95.9C.EB.AF.BC.EA.B5.AD.EC.97.90.EC.84.9C.EC.9D.98_.EC.9E.90.EC.9C.A0.EB.AF.BC.EC.A3.BC.EC.A3.BC.EC.9D.98
영원한초보
14/03/11 02:04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으니까 헷갈리네요.
효율을 추구하는 순간 비민주적이 되는건지
급한일이 아닐때는 완전히 민주적 과정을 거칠 수 있지만
다급한 경우 어느정도 독단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급한 경우라는 것이 너무 주관에 치우치면 안되는 것이고요.
IMF가 터졌는데 해결방안에 대해서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하니까 기업들 다 외국에 팔려나갈때까지 보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고요
민주주의라고 불러야 하나 민주정이라고 불러야 하나
democratism이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더 가까운 표현인듯하나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형식에만 치중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민주정, 민주주의라는 말이 고대 아테네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그리스에만 존재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치제도로 세련되게 정착되기 이전 인간본연의 합리적 의견수렴이라는 것이 있었을 겁니다.
홍익인간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 어찌보면 공리주의로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자유를 부여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것이니 공동체 모두에게 자유를 부여해준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널리니 앞으로도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한다는 방향성도 포함되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모두에게 자유를 부여할 수 없고 자유와 자유는 충돌을 일으키기에 완벽히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상호간의 자유를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이에대한 첫 발걸음은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단순히 형식상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제도가 아닌 개인의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생각해도 결국 방법의 문제에서 헷갈리네요
과정을 중요시해야 개인의 의견을 수렴해주는 것인지 누군가가 알아서 적절히 잘 수렴해줘도 괜찮은 것이 아닌지
불건전PGR아이디
14/03/11 02:51
수정 아이콘
과정을 중요시하는게 효율을 등한시 한다는 말과 같은건 아니니까요.
14/03/11 10:30
수정 아이콘
그러네요. -ism이 아닌데 왜 주의로 번역했을까요?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상당히 재미있는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과정 덕후]라는 의견에는 반대합니다.
민주주의가 덜 효율적이라는 얘기는 이론적으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없다는 것이지 실현 가능한 형태 중에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구요.
민주주의는 효율이 낮지만 옳기 때문에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YoungDuck
14/03/11 14:54
수정 아이콘
아 좋은글 감사합니다. 제가 요즘 고민하는 주제와 일맥상통하네요.
저는 결과란 진리를 따르는 자에게만 온다고 믿어서 진리를 선택하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진리를 따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 진리를 실천해야만이 세상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바름 그것은 진리와도 비슷한 이야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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