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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09 00:15:07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류현진이 좋은 "타자"인 이유...(투수 vs. 타자)

진검 승부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 간단한 반응시간 테스트를 하게 되면 즉, 예를 들어 비교적 어두운 장소에서 빛을 보게 한 후 빛을 보자마자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라고 하는 경우 대개 그 반응 시간은 약 200밀리 초 (즉 5분의 1초) 정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 5분의 1초라고 하는 시간은 우리 안구의 뒤쪽에 있는 망막이 정보를 인지하고 그 정보가 시냅스를 통해서 뇌의 시각 피질(visual cortex)에 전달이 되고 뇌가 다시 척수(spinal cord)를 통해서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명령이 내려지는데 까지 걸리는 최소 시간이 됩니다.

이 모든 것이 말 그대로 눈 깜박할 사이에 (갑자기 눈이 부셔서 눈을 한 번 깜박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0밀리 초 입니다) 벌어지는 일이지요. 하지만 이 200밀리 초라고 하는 것은 100마일(약 시속 160km)의 야구공과 130마일(시속 200km)의 테니스 공이 왔다 갔다 하는 스포츠 세계에서는 너무 느린 시간입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적으로 던지는 직구가 10피트(약 3.048미터)의 거리를 날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75밀리 초 정도입니다. 이 정도 시간 안에 타자가 투수의 손에서 떠난 공을 보고 공의 궤적과 속도에 관한 정보를 감각기관을 통해서 뇌에 전달해야 하는 것입니다.

투수의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서 홈 플레이트에 도달하는 시간은 약 400밀리 초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사이의 거리는 18.39미터) 정도이고 인간이 시각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근육을 최초로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앞서 언급한 대로 200밀리 초니까 타자는 적어도 야구 공이 투수의 손에서 빠져나간 뒤 홈 플레이트와 마운드의 절반 정도의 거리에 도달하기 전에 어느 정도의 위치로 배트를 휘두를 지 알고 있어야 하는 셈입니다.

배트가 움직이기 시작해서 공과 접촉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5밀리 초. 투수의 공을 거의 정면에서 보는 포수와는 달리 타자는 날아오는 공과 자신의 시야가 각이 져 있고 공이 타자에게 가깝게 다가올수록 공과 타자 시야 사이의 각도는 더 빠르게 변하게 되지요. 야구에서 흔히 말하는 조언 “공에서 시선을 떼지 말아라”라고 하는 말은 실제로는 지키기가 불가능 한 격언이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시각 시스템은 애초부터 공이 홈 플레이트까지 날아오는 것을 다 지켜본 후 근육이 반응하여 배트를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타자는 공이 홈 플레이트와 마운드 사이의 절반 정도 날아온 것만 보았다면 그 뒤로는 갑자기 시각을 상실하여 공을 보지 못해도 그 공을 쳐내서 안타나 홈런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인 한계를 고려했을 때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그 빠른 속구를 쳐서 안타나 홈런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투수가 투구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공이 홈 플레이트까지 절반 정도 날아왔을 때까지의 정보만을 동원하여 홈 플레이트까지 도달할 때의 공의 속도와 높낮이를 몸이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있다가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공을 치게 되는 것입니다.

정규 타석을 다 채운 타자들이 5할, 6할의 타율을 기록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야구는 처음부터 투수에게 유리한 싸움인 것이지요.



원래 이것이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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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모여재
13/10/09 00:21
수정 아이콘
본문과는 다른 얘기입니다만...류현진 선수는 전체 메쟈 타자중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1위인 타자죠. 대단한 타격 재능입니다. 파워만 좀 더해지고 선구안만 좋아진다면 더 잘 칠 수 있어요.
一切唯心造
13/10/09 00:26
수정 아이콘
잘 몰라서 그러는데 라인드라이브비율이 높은게 어떤 점에서 좋은건가요?? (라인드라이브가 선따라 흐르는게 맞지요?)
감모여재
13/10/09 00:28
수정 아이콘
아뇨 ... 음 그러니까 땅볼이나 높이 뜬 플라이가 아닌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타구가 라인드라이브입니다. 정타로 잘 맞은 타구들이 대부분인지라,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많단건 타구질이 좋다는거고 babip가 올라갈 확률이 높다는거죠.
홍승식
13/10/09 01:03
수정 아이콘
인플레이된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은 라인드라이브 > 땅볼 > 뜬공 > 내야뜬공 순입니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많이 치는 타자는 babip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타율이 높아질 확율이 아주 높죠.
一切唯心造
13/10/09 01:06
수정 아이콘
두 분 답변 감사합니다 선을 따라 흐르는게 아니라 선처럼 나가는거군요
13/10/09 00:51
수정 아이콘
헉; 어쩐지 잘 맞은 타구가 좀 되네 싶었는데..
라인드라이브 1위라니요 덜덜;
감모여재
13/10/09 00:59
수정 아이콘
LD%가 38.2%인가 그럴겁니다. 50타수 이상 메쟈 전체 타자 중 1위... 덜덜..
jjohny=Kuma
13/10/09 00:23
수정 아이콘
무슨 말씀이세요. 이 선수 투수예요.

p.s 류뚱 화이팅!
13/10/09 12:27
수정 아이콘
네? 감사합니다..
마이쭈아유
13/10/09 00:31
수정 아이콘
거짓말마세요.

그럼 왜 기아 투수들은 복날 개패듯 두드려맞는 겁니까 ㅜㅠ
Darwin4078
13/10/09 00:36
수정 아이콘
그건 기아 투수들이 복날 개..ㅠㅠ 에휴..ㅠㅠ

진짜 투수왕국 해태의 과거는 어따가 팽개쳤는겨! ㅠㅠ
마이쭈아유
13/10/09 00:45
수정 아이콘
투수왕국 시절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생긴 업보를 갚는게 아닐까요....

감독이 가장 악독했던 당사자라 고향팀에 돌아와서 그때 빚을 전부 갚고 다니는 현실 ㅠㅠ
에위니아
13/10/09 10:54
수정 아이콘
기아가 과자를 만들면 다 해결 됩니다?!
루베트
13/10/09 00:44
수정 아이콘
사실 그건 기아 수비진의 문제가..
기아 투수들의 ERA와 FIP를 비교해보면..
FIP가 비정상적으로 낮죠.. 특히 소사..
기아 수비진이 범타가 될 타구를 꾸준히 안타로 만들고 있다.. 라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셉습..
13/10/09 07:54
수정 아이콘
흥미롭군요. 반대로 이야기 하면, 투수가 %LD가 낮다면 그것또한 하나의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예를들어, 속된말로 "공끝이 좋다"라고 하는 추상적 표현을 대변할 수 있는 객관적 수치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13/10/09 10:36
수정 아이콘
인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될 가능성은 구속이나 구종에 따라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즉 배트에 맞아서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지기만 한다면 150KM짜리 빠른 공이나 130KM짜리 아리랑 볼이나 비슷한 확률로 안타가 됩니다.
반면 위에서도 언급한 BABIP이 유의미한 차이가 보이는 건 로케이션에 따라서입니다. 즉 스트라이크존 구석에만 막 꽂아넣을 수 있으면 그 선수는 다른 선수보다 훠어어얼씬 더 많은 땅볼을 끌어낼 수 있게 됩니다..
13/10/09 11:18
수정 아이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본문에서 말씀하셨던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인 한계를 고려했을 때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그 빠른 속구를 쳐서 안타나 홈런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투수가 투구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공이 홈 플레이트까지 절반 정도 날아왔을 때까지의 정보만을 동원하여 홈 플레이트까지 도달할 때의 공의 속도와 높낮이를 몸이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있다가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공을 치게 되는 것입니다. "

라는 것에 근거한 질문이었습니다.

즉, 타자에게 안타를 맞는다 아니다 혹은 구위가 dominant하다 아니다를 나타내는 수치가 아니라,
구질이 더럽다, 혹은 공끝이 살아있다 라고 말하는 추상적 표현을 %LD가 어느정도 객관화 시켜서 나타내지 않을까 한다는 질문이었습니다.

로케이션도 당연히 중요하지요. 구속과 구질 그리고 로케이션이 가장 중요한 factor들임에는 틀림없을 겁니다. 그러나, 본문에 글쓴분의 말씀을 전제로 한다면, 로케이션이 아무리 좋은 들, 만약 공의 궤적이 타자에게 익숙한 궤적으로 흘러들어온다면 타자의 루틴에 따른 반사적인 스윙만으로도 장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본다면 투수마다 혹은 타자마자 각자의 천적이 있다는 것은 상대의 볼의 궤적에 대해서 익숙하느냐 혹은 익숙하지 않느냐 라고 돌려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냐는 것이죠.
Neandertal
13/10/09 11:39
수정 아이콘
결국 경험치라는 데이타베이스를 가지고 있다가 투수의 공이 날아올 때 타자가 그 데이타베이스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그에 따른 스윙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그게 잘 맞아떨어지면 장타가 나오는 거고 그렇지 못하면 범타나 헛스윙을 하게 되는 거겠지요...곰주님 말씀처럼 투수의 로케이션이 좋아도 그 로케이션을 예측하고 스윙하는 경우는 좋은 타격이 나오겠지요...그와는 별개로 몸쪽 꽉차는 공처럼 로케이션을 알아도 기본적으로 치기 어려운 코스도 있을 거구요...어쨌든 투수쪽에 변수가 많고 카드를 많이 쥐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타자라는 위지 자체가 투수의 공을 보고난 뒤 반응해야 하는 것니까 수동적인 입장이 되는 거겠지요...

결론적으로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에 변화를 많이 가져갈 수 있다면 무적의 투수가 되지 않겠습니까?...그런데 물리법칙이 있어서 그런 변화도 일정 한계가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13/10/09 12:09
수정 아이콘
"공이 더럽다"라는 추상적 말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제 말에 대한 대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결론의 대표적인 예시가 너클볼아닐까 싶네요. 며느리도 모르는 궤적으로 들어가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너클볼투수라도 안타를 맞아나가고 홈런도 맞고 하는 것 자체가 바로 말씀하신 것을 방증하시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만, 말씀하신 댓글의 첫 문단의 내용은 저도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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