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9/09 15:23:32
Name 아우디 사라비아
Subject [일반] 이참에 묻어 가는 '바람이 분다' 감상문..... (스포일러)
자세한 영화내용을 노출하는 글입니다
























영화는 귀여운 꼬마의 멋지게 날던 비행기가 추락해 버리는 꿈으로 시작합니다




괴롭힘을 당하는 하급생을 용감하게 구하던 그 땅꼬마가 의젓하게 크더니만 떡하니 대학도 가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취직도 수월히 되는것 같습니다 지진에 위험해진 부녀자를 돕기도 하고 불쌍해 보이는 아이들을 동정할 감상도 있습니다

여자도 젠틀하게 꼬시고 중병을 고백한 여자에게 바로 청혼을 할만큼 로맨틱하기 까지 합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다 던가 당시로는 드물게 국제적 감각까지 갖춘....

단언컨대 완벽한 남자가 됩니다



"바람이 분다"는 이런 주인공 지로와 그인물에 투영된 <현재 일본인이 보는 당시대>의 처절한 실패담입니다


마누라까지 바친 제로기는 결국 한 대도 돌아오지 못했고 일본은 패전했으며

미군정아래 항공산업은 파멸해 버립니다

감독은 이런 지로의 참담한 처지를 현재의 일본과 겹치면서 "그래도 살아야 한다"며

일본인들을 담담히 위로하려 합니다


(미야자키가 항상 독창적인 맥락을 가진 무대를 창조한것에 비해 "바람이 분다"는 해석의  여지가 없는

근대역사를 배경으로 했다는것 역시 일본관객의 감정이입을 염두에 둔게 아닌게 하는 막연한 생각도 해봅니다)


"역시"할만한 세련된 연출로 꿈과 현실을 이어 붙여가며 특유의 부드러운 작화와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차분차분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애니메이션이라서가 아니라 미야자키라서 가능한 역동적인 앵글로 3D이상으로 비행의 실감을 느꼈습니다

아아!!! 그 음악이란....주책맞게 울컥할뻔 했습니다

미야자키감독님.... 제발 은퇴하지 마삼!!!











이런 아름다운 작품에 "그러나"를 덧붙이긴 너무나 싫었지만....


그러나 영화내적으로 그토록 양심적으로 묘사되던 지로가 일제의 부당을 분명히 의식한 채 변변찮은 변명 마저 없이

전투기를 만들어 버립니다 어떤 강요도 없이 열정적으로...


지로는 시대의 피해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쟁을 주도했던 일정한 책임이 분명히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주제에 파국의 순간마저 일말의 반성도 없이 "그래도 나는 살아야겠다"라며

한순간도 생존을 고민하지 않았던 지로의 엉뚱한 자기연민으로 영화가 끝나 버립니다


결국 지로의, 미야자키의 "바람"은 기만이고 편의적양심이고 백일몽일뿐이었습니다


소문난 반전주의자 감독이 이런 '전범'에 가까운 인물의 이야기를 "그래도 아름답지 않은가"라며

숨김없이 내 놓았다는 사실에 지금도 아연할 따름입니다

뻔뻔한거지요...일본인들은 "끝난" 전쟁이고 "지난"역사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것 같습니다









"바람이 분다"는...

"살아남아야 한다"며 매일 이를 악물어야 했던 진짜 생존자들에겐 아름답지만 잔혹한 꿈으로 끝납니다














허무맹랑한 생각......


이 영화는 담배씬이 많습니다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하면 특히 그러합니다



죽어가는 결핵환자 부인 옆에서 태연히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주는 불편함을 감독이 의식하지 못했을까요?

실제로 담배연기가 결핵환자에게 얼마나 해로운지, 영화시점의 주인공들이 그것을 어떻게 의식했는지

하는것은 저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장면의 기묘한 위화감을 관객은 분명히 느낄수 있었고 그것이 만약 감독의 비틀어 넣은 복선이라면?

영화 초반 긴박한 화재 현장에서 불을 찾아 담배를 피우는 그 무신경의 상황과 댓구를 이루는...

주인공뿐 아니라 자기성찰없는 일본국민에 대한 거대한 <조롱>이라면?......


이런 헛튼 상상을 해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3/09/09 15:45
수정 아이콘
죽어가는 결핵환자 부인 옆에서 태연히 담배를 피우는 장면<-저도 이거 보고 '저런 개념 없는 넘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그 외에도 몇몇 무개념행동들)
님처럼 생각 할 수도 있겠네요.글 잘 읽었습니다~하하
혹시 고향이?
13/09/09 15:50
수정 아이콘
그냥 미야자키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똥이죠!! 똥!!

그렇게 전쟁의 피해자인 일본국민을 사랑하는 미야자키가 그런 조롱을 할리가 없구요 히히
종이사진
13/09/09 16:04
수정 아이콘
당시엔 담배가 결핵환자에게 유해하다는 것이 알려지기 전이었습니다.

고증에 충실한 걸로 봐도 무방할 듯 싶네요.
설탕가루인형형
13/09/09 16:36
수정 아이콘
지난주에 조조로 보려다가 일어나기 귀찮아서 취소했는데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아지네요..^^;
아우디 사라비아
13/09/09 16:44
수정 아이콘
세명이서 보았습니다

한사람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또 한사람은 시시하게 본것 같았습니다

저는 미야자키의 작품중 톱 3에 들어갈만 하다고 느꼈습니다
13/09/09 17:04
수정 아이콘
역사의식의 부재를 대놓고 드러낸 작품이죠. 그냥 환타지 세계에 계속 머물러 있었어야 했다고 봅니다.
Mephisto
13/09/09 22:15
수정 아이콘
영화만으로라면 여러가지 해석이 있을 수도 있다지만 ...
인터뷰에서 직격탄을 날려버린 분이라
그 전까지의 이미지마져....
윗분 댓글처럼 ;; 역사의식의 부재가 확실하죠.
13/09/09 23:06
수정 아이콘
인터뷰에서 일본정부는 한국에 사죄하고 위안부 보상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 인터뷰까지 해도 역사의식 부재 소릴 들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
lemonade-
13/09/10 00:56
수정 아이콘
한국에 개봉하기 전부터 이래저래 말이 많다보니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그러나'하는 호기심이 생겼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너무 지루해서 뭐라고 딱히 평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만약 내용이 이보다 좀 더 재밌었더라면 논란도 더욱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영화가 충분히 재미있었더라면(그리고 납득이 가는 내용이었다면) 어떻게 변호를 해줘야 할지 또 납득이 안된다면 어떻게 비판을 해야 할 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는데 너무 지루해서 제대로 집중도 못하다보니 뭐라고 평을 내리기가 부끄럽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6408 [일반] 버스녀 후기입니다. [66] 머린이야기10707 13/09/10 10707 54
46406 [일반] 역사상 가장 많은 피를 빨아 먹은 방어선(9)- 뜻하지 않은 휴식 [3] swordfish7117 13/09/10 7117 3
46405 [일반] 나는 편한 오빠였다 - 편한 오빠들에게 바치는 글 [99] 삭제됨8134 13/09/10 8134 27
46404 [일반] 늦었지만 엘리시움을 보고 왔습니다 (스포있음) [5] atmosphere3655 13/09/10 3655 1
46403 [일반] [잡담] 딜레마 [17] 언뜻 유재석5252 13/09/10 5252 13
46402 [일반] 260억 우주쇼의 끝 [244] 최종병기캐리어11700 13/09/10 11700 3
46401 [일반] 경제 호황기로 접어드나. [250] 조선약대12학번13022 13/09/10 13022 1
46400 [일반] [농구합시다!] 농구 모임 관련 일정 및 장소에 대한 설문입니다~<수정!> [49] RENTON4330 13/09/10 4330 0
46399 [일반] 임창정 명반 8집 Different Color 2001.07 [27] style5060 13/09/10 5060 3
46398 [일반] [야구] 역대 KBO 올타임 넘버원을 꼽아보겠습니다. [133] 삭제됨9468 13/09/10 9468 1
46397 [일반] 히든싱어 시즌2 첫 포문은 이분이 엽니다!! [39] 에이핑크8878 13/09/10 8878 4
46396 [일반] [KBO] 기아의 문제점이 새로이 발견되네요. [97] Grateful Days~9222 13/09/10 9222 0
46395 [일반] 나에게서 온 편지 보고 왔습니다.(스포 있습니다) 王天君5179 13/09/10 5179 0
46394 [일반] 사진으로 떠나는 배낭여행 13. 대한민국편 [3] 김치찌개3932 13/09/10 3932 0
46393 [일반] [영어 동영상] 미국의 사회 풍자 코미디 [20] OrBef8968 13/09/10 8968 3
46392 [일반] 버스 맨 뒷좌석 그녀 [29] 머린이야기7228 13/09/10 7228 0
46389 [일반] [시사매거진2580] 100년 빵집의 비밀 -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15] 김치찌개7524 13/09/10 7524 0
46388 [일반] 어디든지 가고 싶을 때 - 5. ITX-청춘 [21] ComeAgain13135 13/09/10 13135 13
46387 [일반] 90년대 발라드 몇곡 [6] 부평의K7385 13/09/10 7385 0
46385 [일반] 역사상 가장 많은 피를 빨아 먹은 방어선(8)- 땅굴과 대폭발 [8] swordfish9277 13/09/09 9277 3
46384 [일반] 리얼미터, 박근혜 대통령 국정지지도 67% 취임이후 최고치 [341] 어강됴리12147 13/09/09 12147 4
46383 [일반] [야구] 메이저리그 네셔널리그 승수 예상.(BJ Log5 formula) [6] gibbous4688 13/09/09 4688 0
46382 [일반] 혹시 암호 같은 거 푸는 거 좋아하시나요? [56] Neandertal8959 13/09/09 8959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