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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07 13:42:29
Name Absinthe
Subject [일반] Breakthrough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엄마, 나비가 울어."
아주 먼 옛날, 세 살짜리 꼬맹이 시절 - 머그잔에 그려져 있는 나비를 보고 했던 엄마에게 했던 말입니다.
하늘을 날아 다녀야 할 나비가 컵에 박제 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내가 당시에 느꼈던 막연한 답답함과 불안함을 나비에게 전이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눈물을 글썽거리던 나비의 모습을 보았던 것일 수도 있겠지요.

중국, 남미, 필리핀, 미국, 유럽 등등 다양한 친구들과 유년기 시절을 보내며 친하게 지내고 한국에서
어릴 시절에 겪었던 심한 따돌림에 충격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서 겪었던
역 문화 충격으로 다시 극심한 우울증에서 계속 헤어나지 못했으며 한참 혼란스러운 시기에 피지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곳 보다 대화를 중시하고 규칙이 확실하게 정해진 곳일 뿐더러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자정 능력으로 지금까지
잘 운영되어 나가고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근 몇 달간 (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아니지만) 규칙을 깨는 - 어찌보면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나이 먹고 저게 뭐하는 짓이냐
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는 행동을 하며 오히려 내 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된 것이 많았습니다.
강철보다 더 단단하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외모적 콤플렉스와 누구보다 당당하고 외향적인 아이를 자폐에 가까운 내향성으로
내몰아간 사람에 대한 불신 그리고 냉소적인 시선 - 이 모든 것을 파괴하기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겠지요.

하나에 세계를 파괴한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만큼 극심한 고통이 수반되지만 이로 인해 이제서야
자유롭게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피묻은 부리로 죽어라 알 껍질을 두드려보려고 합니다.

Peace and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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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07 13:48
수정 아이콘
웰컴백이십니다.
Absinthe
13/04/07 14:04
수정 아이콘
별볼일 없는 필력이지만 계속 잠수하다가는 제가 피지알에서 멀어 질 것 같은 두려움에 글 남기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
13/04/07 13:55
수정 아이콘
친목을 자제하자는 최근의 합의가 있기에 더 환영은 못하지만, 예전에 종종 뵈었었지요. 환영합니다.
Absinthe
13/04/07 14:3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13/04/07 14:06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본문 같은 유형의 문장 참 좋아했는데, 요새는 "이 세상을 파.괘.한.다. (크큭)" 같은 게 저절로 떠올라서 그냥 가볍게 웃음이 나옵니다. 처음 대목이 데미안에서 나왔던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맞다면 헤세가 소위 중2병이었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흐흐
13/04/07 14:10
수정 아이콘
헤르만 헤세는 19세기에 태어난 분인데, 그 양반을 지금 기준으로 보면 좀 곤란하지요. 뉴턴이 상대성 이론을 몰랐다고 해서 뉴턴이 멍청한 게 아니니 말입니다 :)
13/04/07 14:15
수정 아이콘
중2병인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데미안을 읽은게 중2때라서 그런지 저에게도 상당한 임팩이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한건 헤세가 사춘기 감성에 어필은 최고였던거 같아요. 요즘 읽으면 그 감성이 안나오니.. 오히려 유리알유희 같은 책들이 예전에는 이게 뭥미? 하다가 지금은 좀 와닿고.
13/04/07 14:36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지금도 저런 문장을 좋아합니다. 다만, 요새 넷 문화를 많이 접하다 보니 헤세가 쓴 내용을 봐도 그런 쪽이 연상이 되서 진지(?)한 분위기에 취하는 게 예전처럼 잘 안되기에, 그런 의미로 윗 댓글을 적었습니다. 이건 피지알 유게에서 본건데, 제목을 찾아보니 '중이병이라도 사랑하고싶어'였나 하여튼 그렇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한 번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https://pgr21.co.kr/?b=10&n=144002
유료체험쿠폰
13/04/07 14:2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읽는 것과 성인이 다 되서 읽는 것의 감성의 괴리감이 가장 심한 책 중 하나가 데미안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마치 내가 새가 되어 알을 깨고 아브락사스를 향해 날아가야만 할 것 같은 전율을 느꼈었는데.
역시 빌둥스로만은 어렸을 때 읽어야 하는건지.. 머리가 다 여물어버린 지금은 그 때의 감정이 나오질 않아요.
구밀복검
13/04/07 14:39
수정 아이콘
음...데미안이 사춘기 시기에 느끼는 정서와 잘 호응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사춘기 시기에만 어필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세계 정복류도 아닌 이상 나이먹고 봐도 충분히...사춘기 시절 때처럼 내가 갑이고 세계가 을이라고 생각하든, 세파에 많이 마모되고 두들겨 맞으며 세계가 갑이고 내가 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든, 각각 읽는 맛이 있잖나 싶네요.
Absinthe
13/04/07 14:45
수정 아이콘
저도 구밀복검님과 비슷한 의견입니다.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10대때 읽었을 때와 지금와서 읽을 때 딱히 감정이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해석은 달라지긴 합니다만.
13/04/07 14:55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 읽기엔 너무 어려운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 20대 초반에 읽었는데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을 받았죠. 언급하신 것처럼 새의 '알'에 들어갔다온 느낌이었습니다.
13/04/07 16:16
수정 아이콘
저는 학교에서 독후감 써오라고 숙제 내줘서, 열심히 권장도서의 제목을 비교해보고 '수레바퀴 아래서'를 골랐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연애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혹시나 야한 장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골랐는데...
그리고 데미안의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판타지 소설인 줄 알고 골랐지요. (...)
13/04/07 15:0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외모적 컴플렉스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으나 예전에 유게에 잠깐 인증하셨을때
남성회원 모두가 "오~ 내 스탈이야~" 남발케 하셨을 정도로 이쁘고 매력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소설 데미안은 사춘기때는 그때 나름대로 또 나이들어 읽어도 다른 깨달음을 주는 묘한 책인 듯 해요.
언급하신 문장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지요.
Absinthe
13/04/07 15:11
수정 아이콘
Litmus님 // 그....그것은 셀카의 위력이었던 것이라 ...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Windermere
13/04/07 16:13
수정 아이콘
자연산 쌍꺼풀의 크고 아름다운 눈을 가지신 Absinthe 님이시군요.
유머글 자주 올리시길래 명랑 쾌활한 성격의 분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면의 고뇌가 있으셨나보네요. 어서오십쇼 :)
13/04/07 16:30
수정 아이콘
댓글을 보기 전까지 무엇을 말하는 글인지 몰랐네요. 복귀 환영합니다.
히히멘붕이
13/04/07 16:53
수정 아이콘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고 요즘 압셍트님이 안보인다 싶었는데 잠깐 떠나계셨던 모양이군요. 귀염귀염 시리즈의 귀환을 기대해도 될까요 흐흐흐
Absinthe
13/04/07 21:17
수정 아이콘
히히맨붕이님// 간간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Paranoid Android
13/04/07 17:15
수정 아이콘
오호 전.. 알을깨고나와도 한겹의 알이 더있던데...이게 깨도 또 알껍데기이진않을까하며 살살긁어보며살고있는듯..합니다.
뭐그알이그렇게 절힘들게하는거같진않지만
13/04/08 18:05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화이링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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