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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2/10 22:52:19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제발 절 두고가지 마세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은 알려진 것만 약 216명의 산악인들의 목숨을 뺏어간 것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해발 26,000피트 (약 7,924미터) 이상은 “죽음의 지대(the Death Zone)”라고 불리는데 이곳부터는 산소가 부족해서 등반가들에게 산소통이 필요하게 됩니다. 기압이 해안 지대의 약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산소량 역시 해수면의 3분의 1 수준이 됩니다. 산소량이 너무 부족해서 이 지역에서 탈진하거나 하는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며 많은 산악인들이 그렇게 극한의 환경 속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습니다. 어느 목숨 하나 아깝지 않은 목숨이 있었겠습니까마는 여기에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 있어서 전해봅니다.



에베레스트산에 잠든 한 등반가의 시체


“제발 절 두고 가지 마세요!”

죽어가는 여성이 절규합니다. 하산하던 두 명의 등반가가 Francys Arsentiev의 절규를 들었습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던 중이었는데 설맹 현상으로 인해 남편과 떨어지게 되고 가파른 절벽 끝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녀를 데리고 하산하는 것은 그 두 명의 등반가들의 목숨 역시 담보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Ian Woodall과 Cathy O’Dowd는 그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했습니다. 남아있던 산소통을 그녀에게 연결해 주었고 그녀를 달래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데리고 내려올 수는 없었습니다. 베이스캠프로 하산한 두 명의 등반가들은 하산 길에서 발견한 Francys Arsentive의 처지를 알렸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다시 산을 오를 수는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후 Ian Woodall과 Cathy O’Dowd는 다시 에베레스트산을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정상 정복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이 두고 내려왔던 여인을 잊을 수 없었던 그들은 이번에는 그녀에게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러주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가족에게서 받은 성조기를 그녀의 시신 위로 덮어주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등반했던 남편 Sergei의 상황도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나중에 발견된 것은 남편의 등반용 pickaxe와 로프뿐이었습니다.



Francys Arsentiev의 시신을 항해 내려가는 Ian Woodall과 Cathy O'Dowd


그녀가 죽던 날 다른 등반가들이 우연히 부인과 떨어지게 된 남편 Sergei가 부인보다 앞서서 산을 내려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남편이 아내를 구하기 위해 충분한 산소가 남아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산을 거슬러 올라갔다는 것뿐이었고 그 이후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알려지게 된 사실은 남편이 아내를 발견했으며 눈이 먼 채로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는 아내가 위태롭게 고립되어 있는 절벽을 향해 내려가는 도중 사고로 인해서 추락사하고 말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무심한 에베레스트는 같은 날 한 부부의 두 생명을 모두 앗아가 버린 것이었습니다.

Ian Woodall과 Cathy O’Dowd는 Francys Arsentiev의 가족들이 원했던 대로 그녀의 시신을 찾아서 성조기를 그 위에 덮어주었고 그녀가 어렸을 때 아꼈던 곰 인형을 두고 왔습니다. 그럼으로써 그들 마음속의 짐이 조금이나마 덜어졌는지는 그들만이 알고 있겠지요.




성조기가 덮인 Francys Arsentiev의 시신과 그녀의 생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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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과열무
13/02/10 23:01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그런데 시신 사진은 음.. 뭔가 주의맨트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Je ne sais quoi
13/02/10 23:0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섬찟하네요..
13/02/10 23:08
수정 아이콘
안타깝네요....
결국 에베레스트에선 위급상황에 처해도 아무도 구해주러 오지 않는거군요...
서린언니
13/02/10 23:15
수정 아이콘
엄홍길 대장도 시신 수습하러 갔다가 결국 실패하고 돌아왔지요
가게두어라
13/02/10 23:12
수정 아이콘
비상시에 구조할수있는 헬기라도 없는걸까요... 헬기가 뜰수있는 여건이 안되는건가...
서린언니
13/02/10 23:14
수정 아이콘
기압때문에 헬리콥터가 5천미터 이상 올라갈 수 없다고 합니다.
캐리어가모함한다
13/02/10 23:16
수정 아이콘
네이버 목요웹툰 '죽음에 관하여'에서 고산지대의 시신들에 대한 얘기를 봤습니다만...
실제 사진을 보니 섬뜩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 오네요.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날씨는맑음
13/02/10 23:19
수정 아이콘
뭔가..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안타깝습니다..
13/02/10 23:36
수정 아이콘
이러한 고봉 등정이 등정하는 그들에게 의미있는 일이라는 걸 잘알지만 이런 소식을 접할때마다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산행이 되어버리니까요....
마르키아르
13/02/11 00:43
수정 아이콘
에베레스트 산에서만 사망한 사람이 200명이 넘는다니..

기타산들 다 합치면 정상에 오르려다 사망한 등산가가 수천명이겠군요..

그렇게까지 목숨을 걸어가면서 꼭 올라야 하는걸까요..후우;;
루크레티아
13/02/11 01:22
수정 아이콘
저건 정말 어쩔 수 없죠..
극한 지대에서 신이 아닌 이상에야 절대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자신이 위급 상황에서 구함을 받지 못함을 인지하고 올라가는 것이니까요.
13/02/11 05:36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그런데 설맹 현상이 무엇인가요?
어강됴리
13/02/11 07:10
수정 아이콘
설맹이란 장시간 눈(雪)에 노출되었을 때 반사되는 자외선과 적외선 빛에 의해 망막이 손상되어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히말라야와 같은 만년설 뿐만 아니라 눈이 있는 어떤 곳에서도 부딪히게 되는 위협적인 증상이다.


이라고 하네요
아케르나르
13/02/11 07:53
수정 아이콘
스키장 등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영구적인 시력 손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글을 써서 눈을 보호할 수 있는데, 이게 몇년 지나면 코팅이 벗겨지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네요. 얼마 전 뉴스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별개로, 예전에 듣기로는 에베레스트와 같은 고산지대에서는 산소 부족으로 인한 환각? 현상 때문에 쓰고 있던 고글을 벗어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정말 예전에 들은 거라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그게 맞다면 윗 글에 있는 저 분도 아마 그런 이유로 고글을 벗어버려서 설맹이 오지 않았나 싶네요.
엄마를부탁해
13/02/11 15:05
수정 아이콘
구해달라는 분을 눈앞에서 놓고 와야하는 상황...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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