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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29 01:21:32
Name 바나나배낭
Subject [일반] 내가 정말 싫어했던 고등학교 국사 선생.
그냥 밑에   공교육 vs 사교육 보고    고등학교때 일이 하나 떠올라서 하나 썼습니다 하하;;





  지금은 경영대이지만, 고3때는 이과였다.    왜 이과를 택했는가. 혹은 이과였는데 도대체 왜 공대를 안갔는가에 대한 썰은 다음 글에 풀기로 하자.   난 그때 이과였는데, 시간표에 '국사' 란 것이 있더라.   6차 교육과정 마지막 해의 정시에서 사회과목의 점수를 반영하는 학교의 수가 당시에 딱 세군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신이 안좋았던 내가 갈 수 없는 서울대를 제외하면 두 군데..) 일주일에 하루 있는 국사라는 시간은 당연히 시간낭비.  


  사실 내가 수업을 듣지 않았던 과목은 꽤 많았다.  수능에 도움이 안되는 과목을 듣지 않았던건 물론이고,  주요 과목도 앞에서 자습서 해설을 그냥 읇는 수준의 것들을 듣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공부 더럽게 안했던 고등학교 2학년때 까지는 노느라, 딴 생각 하느라, 그냥 재미없어서 자느라 수업을 안들었는데,    공부를 미친듯이 하기 시작했던 고3부터는 수능 공부를 하느라, 다 제끼고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거나, 그냥 알아서 자습을 했다.      공부를 안 할때도 수업을 안 듣고, 할때도 수업을 잘 안들었던 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학생 그 자체로는 실격이다.


  여기까진 내가 얼마나 학교 수업을 안 좋아 했는지에 대한 배경설명.  심지어 국사는 입시에 전혀 도움이 안 됨.  그냥 수업시간 마다 다른 책을 봤다.  아... 애석하게도 선생이 하도 잘 때리는 인간이라 잠은 잘 수 없었다.   여기까지로 끝났어도,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에휴 그래 뭐 교육 시스템이 다 그렇지.. 이게 뭐 선생님 탓일까..'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 인간은 좀 달랐다.


  문제집을 사란다.  그 있잖아 넓직하고 얇은 문제집. 위로 넘기는거.  정해진 문제집을 사서 풀고 채점하는게 매주 숙제.  만원정도 했던걸로 기억. 그걸 안 사면 맞는다.  숙제를 안해도 맞는다.  이제 국사 시간 전의 쉬는 시간 10분간은,  문제집에 아무거나 대충 쓰고 빨간 색연필로 대충 아무거나 찍찍 그어서 채점한 흉내내는 헛짓거리를 35명이 함께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그래.. 까짓거 일주일에 10분 정도 투자할 수도 있는데, 돈이 너무 아깝다.   안 그래도 공부하느라 문제집 미친듯이 사서 풀고 버리고 하고 있는데,  만원씩 또 써야된다.   그보다 더 아까운건, 저 못된 국사선생에게 한 권당 얼마씩 들어가는 리베이트....     저 국사선생 용돈 만들어 주자고, 학생 수백이 돈 낭비와 시간 낭비를 해야 하나....    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냥 문제집 사기 싫다 말하면 아무리 공손하게 말해도 맞지만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 펼쳐질테고,  그렇다고 그냥 매주 문제집 안 사면 매주 맞아야 되는데, 만원쓰는것 보다는 맞는게 더 싫다.   거기다가  잘 때리기로 소문난  학생주임.  으아아아.


  나름의 아이디어를 냈다.  편지를 보내자.   그때나 지금이나 참 나는 편지를 좋아했다.   우리가 왜 국사를 공부하지 않아도 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는 문제집 비용 부담이 얼마나 큰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는 그 시간이 얼마나 낭비가 되는지 편지를 썼다.   최대한 공손하게, 굽히면서, 예의바르게, 공부 잘하고 말도 잘 듣는 학생이 쓴 것 처럼 보이게..


  이과에 이런 짓을 할 또라이는 많지 않다.  거기다가 내 글씨는 눈에 확 들어오는 캐 악필.  맞는게 두려워 그 편지를 타이핑을 하고 인쇄를 했다.  편지 봉투에는 엄마한테 주소좀 대신 써달라 했다.  우표는 직접 붙이고, 우체통에 넣었다.  


  당시 내 장래 희망은 수학선생님.  내가 지금 수학선생님이 되면 어떤 선생님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 처럼, 저런 쓰레기도 대학 입학하던 시기에는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국사교육을 전공했겠지??   그래..   그가 처음 선생이 되었을 때의 마음가짐을 건드려 주면서,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는지 한 번 말해보자.


  이게 만약 통한다면,  공부하는 학생은 시간낭비를 안해도 되고,  돈이 없는 학생은 돈 낭비를 안해도 되는 교실이 찾아오리라.............  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건방진 새끼가 문제집 사지 말자고 편지를 보냈더라.' 라는 말 한마디를 들었을 뿐, 바뀐게 없었다.  아..  내 글이 사람 마음을 움직일 정도는 안되었구나.  더 잘 쓸걸....    


  은 개뿔.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욕이라도 쓸껄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야이 xx놈아 그렇게 애들 코 묻은 돈에서 나온 리베이트 쳐먹어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더냐.







ps.  애석하게도 나는 저러고 딱 4달 후에 '엄마아빠 나 문과갈래요.' 라고 하게 된다.  아..  그냥 국사 공부 할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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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29 01:24
수정 아이콘
아래 공교육 사교육 글은 읽지를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국사" 라는 과목을 수능에 필요없다는 생각으로 공부 안해도 된다는 의식을 그 당시에 가지셨었다면.
그 국사선생님이 어떤 사람이었나란 사실과는 별개로 그닥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네요.
바나나배낭
12/10/29 01:28
수정 아이콘
Bergy10 님// 음.. 그렇긴 하네요. 다만 당시에는 공부 시간이 너무 부족했지요.
국가적으로 학생 모두가 열심히 국사 공부를 해야한다는데 동의를 하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글쎄요. 지금 다시 고3 학생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걸 빼면서까지 국사공부는 안할것 같네요.


항상 '당사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도 공교육 문제가 선생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은 안해요. 그런 상황에 주어진게 어쩔수 없죠.. 마찬가지로 국사 공부를 안하는게 학생 마인드의 탓이다??? 그렇게 설계된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던가요...
12/10/29 01:31
수정 아이콘
바람직하고 바람직 하지 않고를 떠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시기에 국사공부를 할까요
수능성적 하나에 인생이 갈립니다. 국사공부를 굳이 반드시 고등학교때 할 필요도 없고 대학가서 교양으로 배워도 되고 스스로 책을 읽어도 됩니다.
아니 당장 눈앞에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험이 있는데 국사공부를 해야 된다는게 전 더 이상한데요.
매콤한맛
12/10/29 01:26
수정 아이콘
요즘은 어떤지모르지만 예전엔 저런게 너무많았죠. 저런거 안사게 하는 선생이 너무 착해보일정도로 비리가 너무 많았습니다.
Power_0rc
12/10/29 01:30
수정 아이콘
내신이 안좋았던 내가 갈 수 없는 서울대를 제외하면 두 군데.
이말은 연고대라는 말씀인데
Abrasax_ :D
12/10/29 01:33
수정 아이콘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솔직히 말해서 국사고 뭐고 당장의 입시가 절실한 목표인데 말입니다.
그게 학생의 잘못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국사 시간에 사람들 생각처럼 필요한 '소양'을 배우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시험을 보기 위한 과목의 하나로 국사를 배울 뿐이지요. 다들 학교 다니셨으면 아시잖아요?
국사 교과서의 내용이나 가르치는 방법이 크게 달라졌다는 소식을 못 들은 저로서는, 요새 이슈화되고 있는 국사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별로 공감을 못하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학교에 다니되 제가 잘하거나 입시에 필요없는 과목 시간에는 자습을 했다면 훨씬 성적이 잘 나왔을 것 같습니다. 저는 공부를 오로지 학교에서만 했거든요. 학교란 정말 비효율적인 곳입니다.
Paranoid Android
12/10/29 01:33
수정 아이콘
지적수준이 높다해서 양질의 글을 쓰는건 아니잖아요 [m]
바나나배낭
12/10/29 01:38
수정 아이콘
Paranoid Android 님// 저는 지적수준도 안높고, 양질의 글을 쓰려고도 안했습니다만... 글 쓰면서 마지막 말이 웃길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네요..
12/10/29 01:4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그렇잖아도 한창 공부량 많은 고등학교 시기에 암기식으로 국사를 가르치는 것 자체가 틀려먹었다고 봅니다.
국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교양 형식으로 배워야 할 과목이죠.
바나나배낭
12/10/29 01:43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가 안좋아서 그랬나... 밑에 글 최진기 선생님의 미적분 가르치면 10명은 알아듣고 30명은 잔다는 대사에서, 30에 속했던 축은 공감하리라 하면서 썼었는데, 피지알엔 10에 속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수도 있을거란걸 생각은 못했네요;;
Abrasax_ :D
12/10/29 01:48
수정 아이콘
저는 미적분도 안 배웠지만 수학 수업은 하나도 못 알아듣고 자지도 않았습니다...
맥주귀신
12/10/29 01:52
수정 아이콘
아닌게 아니라 이글의 댓글에서는 유독 청학동 냄새가 나네요?

그런 선생이 뭐 한둘이어야 말이지요.
리베이트는 많이줄어들었다해도 요즘에도 참고서 교사용 파란글씨 읽어주는 선생 너무너무많답니다.
12/10/29 01:48
수정 아이콘
이글 보니 저도 학창시절 기억 하나 떠오르네요. 수련회를 가야 되는데.
한 학생이 집에 돈이 없다고 수련회를 못 간다고 그랬습니다.

그러자 수학선생님 한분이 오시더만 단지 수련회 돈이 없어서 못간다는 이 이유 하나만으로 못간다는 애 나오라고 하시면서 슬리퍼와 주먹으로 개패듯이 패더군요. 너 이 개 XX야 너때문에 내가 이고생을 해야되냐? 숫자 맞춰야 되는데 너 이 X발XX때문에 못맞추자나 등등 정말 혐오스러운 욕설과 함께요. 만약에 그때 제 손에 핸드폰이 있었거나 제가 당했다면 전 정식으로 경찰서에 고소했거나 찍어서 올렸을 겁니다.

더더욱 충격이었던건 저 학생을 개패듯이 팬 선생이 제 큰아버지 친구였다는 사실에 좀 큰 충격을 먹었죠. 큰아버지도 직업이 선생님이라.. 아마 지금도 저 학생 팬 선생은 선생질 잘 하고 있겠죠. 저 선생이 배정된 학생들은 거부할 권리조차 없이 배우고 있을 거구요.
계란말이
12/10/29 01:57
수정 아이콘
좁게 보면 교사의 문제지만 결국엔 입시위주의 정책 때문이죠.
국사를 문제집으로 배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12/10/29 02:01
수정 아이콘
전 단순하게 역사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선 가르키지도 않았던 세계사를 수능에서 쳤습니다.
(오히려 이 쪽이 정치나 사회문화보다 성적이 잘 나왔습니다.)

오히려 수학시간에 수학선생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지금부터 수학공부해서 수능칠 자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도 허락하셔서 그 시간에 자리 옮겨서 언어와 사회탐구 공부 했습니다.

입시엔 많이 도움이 되었네요. 사회탐구에서 국사와 세계사 파트는 거의 만점에 가깝게 나왔으니...
쇼미더머니
12/10/29 02:06
수정 아이콘
리플중에도 나왔지만 고등학교 국사 공부는 진짜 시험을 위한 공부라
국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저도 참 마음에 안들었다죠;
아니 세종대왕 시기에 연분 9등법, 전분 6등법을 했으면 왜 이런 개혁을 했는지 정도를 알면 될텐데
왜 제가 저 법에 따라서 곡식을 얼마나 세금으로 가져가야 되는지 계산해야되는겁니까 -_-;;;
sprezzatura
12/10/29 02:17
수정 아이콘
제가 나온 고등학교 국사선생님이 나름 레전드였는데, 이 양반은 한 학기에 진도를 30페이지도 안나갔습니다.
시험때 40점짜리 단답형 문제를 내질 않나.. (저거 하나 틀리면 '수'에서 '미'로 추락)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죠.

매 시간마다 하여간 사극 얘기만 해줬습니다. 덕분에 TV 한 번 안보고도 <용의 눈물> 모든 내용을 알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입시쪽으론 말도 안되는 수업이었지만, 나름 재미? 낭만?이 있던 국사시간으로 기억되는군요.

이런 환경에 야자/보충수업도 없던 학교였는데, 해마다 서울대는 몇 명씩 보내니 신기할 따름이었죠 헐헐.
12/10/29 02:20
수정 아이콘
저도 참 국사를 좋아했는데 수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고1때 국사 졸라게 열심히 했는데..

국사는 중요한거 사건과 그 사건이 발생한 이유 그 사건으로 부터 뭘 배워야 하고 뭘 안배워야 하는지..

정말 자신있게 외우고 말할수 있었는데...

넌 이과인데 왜 국사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냐는 말에 멘붕(그때서야 이과는 국사 수능에 안쳐도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음)

다만 국사 열심히 공부하니 뜻하지도 않은 언어영역 점수를 상승시켜 주더라구요........대체 뭔지....ㅠㅠ
타테시
12/10/29 03:09
수정 아이콘
역사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보자면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국사가 저런 식의 취급을 받는 과목이었나...
우리나라의 역사교육 소흘의 문제는 좀 심하다고 봅니다.
그러니 중국이랑 일본이 별 짓을 다 해도 막아낼 방법이 없지요.
6.25 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그들을 상대로 대응을 한답니까?
대중적으로 인식이 있어야 대응이 가능한데... 여러모로 안타까워요.
창조신
12/10/29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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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국사가 중요한가 중요하지 않은가는 둘째로 치고 (물론 당연히 국사는 중요하지만)
글쓴분의 목적은 되먹지못한 선생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왜 저쪽으로 이야기가 가는건가요??
12/10/29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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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글 자체는 이해는 갑니다. 저도 그냥 고등학생 시절 소회 정도 같네요.
그와는 별개로 댓글에 오가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국사의 암기식 교육에 관해 약간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그걸 말해볼게요.
물론 전체적으로는 저도 동의합니다. 국사가 암기식이 되어서는 안되고 정말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는 안목을 배양하고 역사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 해야하는게 기본교육과정에서 행해져야할 역사교육의 목표라구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우리 역사 전체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중요한 부분 위주로 알 필요가 있다 생각을 합니다.
즉 그런 요약집이 바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죠. 사실 우리 역사를 한권으로 압축하는 자체가 말도안되죠.
그 말도안되는 걸 행하다보니, 최대한 설명을 제외하고 간략한 서술과 단어 형태로 집필이 되었을 것이고,
시험이란건 당연히 과목이 국사 하나만 있는거도 아니니 심도있는 서술식으로 할수도 없고 단답형 암기과목으로 나가게 된것이고
시험이 그러니 결국 우리에게 남은건..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는? 1592년. 이런거겠죠.

그러면 그런 교육 자체가... 정말 아무런 소득이 없을까? 라는 부분에서 전 그래도 나름 좋다고 생각을 한다는 겁니다.
위에 최초 언급했듯이, 그런 교육이 더 좋겠지만 우리 입시환경상 국사에만 치중하지 못하는 바에야
기본적인 암기식으로라도... 주입을 해놓으면 뇌리에 그게 단편적으로나마 우리의 역사가 전체적으로 입력이 되지 않냐는 거죠.
그리고 그런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역사의 이런 사건, 국사책에서 단어로 언급이 되는 '대동법'.
그게 과연 정말 조선사회에서 왜 중요했고 왜 반발이 일어나서 시행이 오랜세월 걸렸는지 이런건,
성인이 되서 스스로 찾아보고 감상할 수 있다 생각해서 말이죠. 물론 국사책에도 언급이 되지만 그거만으론 확 안오잖아요.
어쨌건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들과 흐름을 암기주입식으로나마 아는 것이,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지금의 저에게 좋았다고 제 스스로 생각을 합니다.

르네상스 시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중학생때는 이게 단지
'르네상스 시대에 저술된 책이 아닌것은?' 의 선택지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다른 의미로 오고 있죠.
물론 세계사를 배우지 않았더라도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제 스스로를 생각할때,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게 중고등학교 시절의 역사교육을 기초적으로 받은 것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거 같습니다.

뭐 긴말인데 요약하자면, 우리 교육 환경이 확 바뀌지 않을 바에야 역사과목이 암기식을 벗어나긴 힘들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향후 살아가는데 기본 역사에 대한 교양을 갖추는데 나름 목적을 달성하는게 아닐런지.. 하는 거요.
그래서 저는 차라리 억지로라도 학생들이 안볼수 없게 예전처럼 역사과목을 수능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사 말이죠.
Idioteque
12/10/29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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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시간을 돌려준다고 해도 고등학교 시절로는 별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님'자를 붙이기 싫은 '선생'이라는 족속들이 있었고, 학교라고 하는 곳의 불합리한 규제도 참 많았죠.

글을 읽다보니 전 물리 선생이 생각나네요. 저는 당시 문과였는데 문과생들도 물리 수업을 다 들어야만 했습니다. 물리 선생은 수업 시간마다 문과를 선택한 너네들은 도전 의식이 부족한 낙오자들이며, 쉬운 길만 선택하려고 하는 한심한 애들이라고 일대 설교를 하고 갔죠. 물론 문과 애들이야 물리에 관심도 없고, 성적도 잘 안나왔죠. 그런데 물리 점수가 낮은건 이과도 마찬가지였단 말이죠.

이름도 기억납니다. 당시에도 인간적으로 혐오스럽고 이해가 가지 않았고, 지금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문과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쓰레기가 된다는 논리와 수업 시간마다 그걸 가지고 일장 연설을 한다는 게 말이죠.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꺼놓거나 진동으로 해야 한다는 기본도 지키지 않았던 걸로 기억납니다.
라울리스타
12/10/29 05:28
수정 아이콘
공립 고등학교보다 사립 고등학교가 훨씬 심합니다. 선생님들 짬밥이 15년~20년이니 거칠 것이 없어요.

고 3때 저희 담임 선생님은 저희를 포기 하더군요. 고 3 시작과 동시에 강제 야자를 시켰는데, 저희 학교가 그다지 학구열이 높은 학교도 아니었는지라 당연히 몇몇 도망가는 애들이 생겼죠. 문제는 분위기가 반에 점점 커져서 점점 야자를 제끼는 애들이 많아졌는데, 그러더니 선생님이 '너희가 그러면 그렇지' 라는 듯 아예 '무신경 모드'로 가더라구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조종례 시간에도 안들어왔습니다(결석을 밥 먹듯이 하던 애들이 졸업식때 개근상 받아서 스스로 놀라는 촌극이 벌어졌죠). 생물 선생님이라 일주일에 기껏해야 2번 얼굴 보는거죠. 무려 '담임 선생님'을 말이죠.

애들 이름도 못 외우는 것은 물론, 고 3 내내 청소를 한번도 안해서 너무 냄새가 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청소를 했었습니다. -_-;;; 담임 선생님이 반에 들어오질 않으니 청소고 주번이고 뭐고도 없었지요. 야자는 한 10명정도 했을까? 교장, 교감 선생님이 지나가며 한탄을 했지만 담임 선생님 짬밥이 거의 교장, 교감 급이니 함부러 뭐라 말도 못해서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지속되었습니다.

제 학교생활 12년 중에 가장 프리했던 때가 고 3 때였습니다. 그냥 쉬는시간엔 축구하고 야자시간엔 잠잤던 기억밖에 없네요. 당연히 재수 코스를 밟았지요. 재수생활을 나름 보람차게 보내서, 재수를 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이의 1년을 아무런 것도 하지 않은 채 보낸 것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 정말 밉네요.

공부 안한 것은 제 잘못 입니다만, 주변에 어른이라곤 부모님과 담임 선생님밖에 없는 시기인데, 고3을 담임 선생님과 대화 한마디도 못해보고 넘겼죠.
12/10/29 06:30
수정 아이콘
수능위주싀 수업에서 시험과목도 아닌 역사를 공부시키게 학생입장에서는 답답하죠. 문제십도 사라니ㅡㅡ. 그런데 이런 학생들 앞에서 수업해야 하는 교사들 입장도 참 깝깝하겠네요. [m]
Tristana
12/10/29 08:55
수정 아이콘
지금은 또 바뀐거 같은데
7차 교육과정이 되면서 국사가 서울대 입시 필수과목이 되었죠.
초창기에 많았던 국사 선택자가 급감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좋은 의도로 국사를 서울대 필수 과목으로 정했겠지만 결과는 더 많은 학생들이 국사를 안 하게 만들었죠.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학생은 현 체계에서 국사를 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고3때 자기가 하지도 않는 과목 공부하는 것도 웃기고요.

이런 말 하는 저는 나름 선생님한테 예의지킨다고 수업시간에 잠도 안자고 어지간하면 수업들어줬는데
기본적인 가르치는 능력도 딸리는 교사도 진짜 너무 많았습니다.
평준화 고등학교 중에서 상당히 공부 잘 하는 사립고등학교였지만 교사도 개판이었고 애들도 수업에 별 의욕이 없었죠.
그렇다고 사교육을 많이 받는 지역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아무로나미에
12/10/29 09:28
수정 아이콘
90년대후반에 인간같지도 않은 선생들 많았죠.
사악군
12/10/29 10:17
수정 아이콘
반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는게 함정인 글이군요..

1. 국사선생님은 리베이트를 받았을까.

모르죠. 왜 '리베이트를 받았다'라는 것은 모두들 확실한 걸로 전제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지 모르겠지만..
수능을 안보니 국사공부를 애들이 열심히 안하고, 어떻게든 공부좀 시켜보자는 의도로 문제집을 풀어오라고 시켰을 수도 있죠.
특정 문제집을 고른 이유는 1) 국사 선생이 보기에 그 문제집이 다른 문제집보다 괜찮아서? 라는 아주 좋은 이유일 수도 있고..
2) 시험문제 만들기 귀찮으니 문제집 문제 슬쩍 섞어 내려는데 다같이 본 문제집에서 내야 형평성 소리를 안 들을테니까.
라는 현실적인 이유일 수도 있죠.

한반에 35명 10반이면 350명 1권에 만원이면 350만원.. 여기서 국사선생이 리베이트를 받는 다면 얼마를 받을까요.
그 리베이트는 누가 줄까요. 문제집 판촉 직원이? 판촉 직원은 한권당 수당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어린 시절 선생님이 특정 문제집을 사라고 하면 저런식으로 받아들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커서 생각해보면..
선생님들의 자질이나 선악을 떠나 그냥 견적이 잘 안나와요.. 얼마 벌려고 글쓴이와 같이 편지를 보내거나 문교부에 찌르거나
해서 적발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저런 일을 할까요? 솔직히 저는 저 국사선생님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네요.

2.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를 해도 될까.

일단..예의가 아니죠. 앞에서 강의하는 선생님이라는 인격체에 대한.
예전에 좌파교사가 극우 학생을 양성한다..라는 옛날 연구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 있는데, 그 연구 자체의 신뢰도는
둘째치고 학생들의 스스로에 대한 권리의식이 커지면서 남의 권리와 인격은 오히려 쉽게 무시하는 현상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있는데 다른 과목을 공부한다는 건 사실 엄청난 모욕이죠.
학생들은 그걸 잘 모릅니다. 그냥 자기가 열심히 뭔가 얘기하고 있는데 앞에 있는 상대방이 딴짓하고 있으면 느낄
감정을 x35로 느낀다고 보면 될텐데 말이죠.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절박하게 공부하는 학생을 사실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를 하는 학생은 많이 봤어요. 그러나 사실 정말 모든 시간을 아껴서 최대한 활용하고자
그런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었다기 보다는.. 전공 시험기간엔 교양과목이 정말 재미있죠. 지뢰찾기는 신의 게임이구요.
그런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라고 하는 건 하기 싫은.. 뭐 그런 인간의 본성?
수학시간엔 영어가 재미있고 영어시간엔 국어가 재미있고.. 뭐 그런거죠.

중간에 댓글에 한 분이 말씀하셨죠. 수학공부 한다고 수학 잘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다른 공부하게 해달라. 부탁드렸더니
쿨하게 허락해주셨다고. 정말로 촌음을 아껴 공부하는 학생이었다면 선생님도 그걸 아니까 이런 식으로 허락해줄 수 있었던
걸겁니다.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예의도 지켰구요. 그리고 수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상..-_- 일리가 있기도 하고,
수능에 빠지지 않는 과목인만큼 선생님도 자존심 상할 일도 없을 것이구요.

국사는? 수학처럼 공부해도 늘질 않을 것 같습니다가 아니라 수능에 안나오니 공부안해도 되지 않느냐 나 딴거 하게 해달라.
이건 과목 자체의 존재성, 국사교사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거죠. 어떤 선생이 이걸 쿨하게 받아넘길 수 있겠습니까?
물론 좋은 선생이라면 철없는 고딩의 그런 생각을 잘 다독거리고 설명을 해줘야겠지만.. 뭐 그건 진짜 '훌륭한' 교사구요.
그걸 못하고 화를 내고 빠따를 때린다 해도 그게 '나쁜' 교사의 증거가 되진 않는다고 봅니다.
12/10/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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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ps가 풉 하고 웃게하네요. 입시시절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저런 갈등 학교에 많죠. 공감합니다. 초 1때부터 매일 성실히 공부한 친구들이 아니고서야 입시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입시에 맞는 과목을 공부하고 싶은 욕심 누구나 이해하고.. 그런 구조가 참 비극적이죠.

다만 다른건 차치하고서라도, 고교선생님들이 의외로 문제집 고르는데에 리베이트가 있을까.. 싶었는데 리베이트설은 꽤 흥미롭네요. 하하.
물론 요즘 일선학교들 고3때 대부분 문제집으로 진도나가고, 그러다보니 문제집 하나가 1000권이상의 매출을 보장한다는점에서(특히 학교앞 문구서적은 ..) 아무것도 없다고 보기도 좀 어렵긴합니다.
개망이
12/10/29 11:00
수정 아이콘
워낙 중/고등학교에 형편없는 선생들이 많아서.. 제가 나온 학교는 시골학교라 그런지 죄다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들이라 좀 심했습니다. 영어선생이 원어민이랑 대화도 제대로 못하고, 한글로 아이두라부투 밧 아이해부투라고 받아 적으라질 않나, 수학시간에 설명은 안 해주고 무작정 공식만 외우라질 않나, 생물 선생은 목사 부인이었는데 진화론 가르치다가 제 화를 못 이겨 창조론 수업시간으로 바꿔버리고..
그래서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수학, 영어는 들어봐야 전혀 도움이 안 되더군요. [m]
12/10/29 11:18
수정 아이콘
고3때 문과생이면서 수능도 안 보는 생물시간에 생물 공부 열심히 한 저는 선비인가 보군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수능 선택과목도 아니었던 세계사도 꽤나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수능에 나오지 않으니 공부 안해도 된다면, 그냥 고1때부터 언수외+선택과목 지정해서 그것만 가르치는 쪽이 100배는 효율적일겁니다.
12/10/29 11:27
수정 아이콘
심리적 문제인 것 같은데요, 긍정적인 기억으로 대체하려고 노력하시면 해결될 것 같아요.
karlstyner
12/10/29 13:00
수정 아이콘
선생님입장에서는 그래도 공부시키려고 매일 문제지 풀어오게 시킨건데 학생들이 스스로 의무를 내팽겨치고서는 돈낭비를 시킨다고 하다니요.

실소가 나옵니다.
천산검로
12/10/29 13:17
수정 아이콘
저 고등학교 때 배우던 국사는 교과서가 제일 중요하다라는 선생님의 주장하에 맨앞줄부터 한단락씩 책을 주루룩 읽고서
농담따먹기+간단한 설명하면 수업 땡이었습니다. 시험기간때는 책만 달달 외우면 됬고요.
시험끝나면? 머리엔 남는거 하나도 없었습니다.

반면에 어떤수업의 경우는 선생님하는 말씀, 필기 다받아적고 필요하면 mp3에 녹음까지해서 두번 세번 돌려듣던
명강좌였는데요. 수업끝나면 애들이 질문도 열심히하고 공부엔 관심없던 애들도 이 과목은 점수 잘받기위해 시험준비를 조금씩 하더군요.
전 수업듣는사람 자세를 좌우하는건 수업의 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암만 비주류 과목이라도 선생님이 교단앞에서 정말 성의를 다해
수업하면 애들이 독하지 않는이상 적어도 듣는 척이라도 합니다.
12/10/29 14:06
수정 아이콘
저 국사 선생님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선생님입장에서는 그래도 공부시키려고 매일 문제지 풀어오게 시킨건데 학생들이 스스로 의무를 내팽겨치고서는 돈낭비를 시킨다고 하다니요. (2)
12/10/29 14:53
수정 아이콘
어차피 국사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

선생님이 뭘 하셔도 마음에 안드셨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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