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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03 01:04:13
Name Kemicion
Subject [일반] 글 쓰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생각해보면 참 좋아했어요, 뭔가 끄적끄적 거리는 거.
알아듣지 못할 말이라도, 내가 느낀 그 감정을 전달하려고 허우적거릴수 있다는 거.

여기, 피지알의 글쓰기 버튼 지금보다 다섯배 정도 무거웠을 즈음,
한 단어 한 단어 고쳐가면서 글을 완성시키고, 올라오는 댓글 확인하려 계속 F5누르면서 피드백 확인하는 그 묘한 쾌감이랄까.
그렇게, 밤 늦게 감정에 북받쳐 글을 올리고 나면 잠 들 때도 어떤 댓글이 붙어있을까. 묘한 기다림.
가끔 별 거 아닌 문제로 올린 글이 삭제라도 되는 날엔, 뭐 그리 큰 일이라고 하루종일 시무룩해져 있었구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추게에 글 올라갔을 땐 신춘문예라도 당선된 듯 혼자 좋아라 좋아라.

그러고, 어느 날 부턴가는 그냥 지내왔어요.
남들처럼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가고, 과제도 하고, 시덥잖은 연애도 하고,
가끔씩 생각했어요.
왜 난 그 때 즈음 왜 그리도 심각했던 걸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 거 아닌 순간인데.
세상 너무 생각 많이 하면서 살면 힘든데 말이지,

사실은 그래요.
여기 퀘존, 에밀리오 하신토엔 매일 쓰레기 봉지를 헤집어 두는 고양이가 있어요.
오늘은 고양이가 보이길래 여느 때 처럼 쫓아내려다가, 무슨 마음이었는지 그냥 '너두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그냥 먹어' 해버렸어요.
여기 고양이들은 내 말을 알아듣는 거 같아요. 슬쩍 눈을 쳐다보다가 쓰레기 봉지를 헤집기 시작하는데,
그때였어요. 생각해보니 매번 내쫓기만 했었지 뜯어먹는 걸 본 적은 없었거든요?
예상 외로 너무 추한 거에요.
매번 그렇게 폼 잡으며 나랑 눈 싸움하던 그 도둑고양이가 끙끙대며 스티로폼도시락을 뜯어내는 꼴이.
그 몇 초 안되는 찰나의 순간이 뇌리를 너무 강하게 찔렀어요.
그 때 이 느낌은 반드시 기록해서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구요.
그래서, 글을 쓰려는 데,

흐음. 안되겠더라구요.

나 사실 할 말 많은데,

옆자리 동료 보며, 자연적 어장관리의 매커니즘도 알게 됐고.
가끔 보게되는 아이러니칼한 빈곤현장들도 소개해주고 싶고.
가끔 번뜩 스쳐가는 찰나의 순간들도 놓치고 싶지 않은 데,
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흐음, 뭐 이렇게 적어두고 나면 조금은 변화라도 오겠지 싶어요.
가끔 이름만 봐도 미소 지어지는 몇 분 글쓴이처럼 나두 한 두명쯤은 내 닉네임 보면 미소 지을수 있으면 좋겠네요.

에휴, 졸리진 않은데 자러가야겠다. 아침에 댓글이나 확인해봐야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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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BBver.2
12/07/03 01:06
수정 아이콘
소설 쓰고 싶어요........
감정이 메말라서 ㅠㅠ
12/07/03 01:07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 글을 안 쓰게 되네요. 혹시나 한분이라도 기다리실까봐 마음이 종종 조급해지곤 합니다. 안그랬으면 좋겠는데..
못 쓰게 된건지. 안 쓰게 된건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손 끝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그 전에 풀이 죽어버리는 기분입니다.
제가 지치고 체념하니 활자들도 눈치를 채나봐요.
Bequette
12/07/03 01:45
수정 아이콘
어, 이거 뭔가 쓰담쓰담해주고 싶어지는 분위기긔... 크크
그럴 때 답 있나요, 귀찮아서 지나가면 그냥 끝,
뭐라도 쓰든, 사진을 찍든.. 하며 다시 보고 읽을 무언가를 남기면 의미있는 기억.
그러니 어떻게든 뭘로든 남겨야할텐데... 방법이 반드시 '긴 글'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자유수호애국연대
12/07/03 01:58
수정 아이콘
http://www.youtube.com/watch?v=_42m_foek18




Where is the wonder where's the awe
Where's dear Alice knocking on the door
Where's the trapdoor that takes me there
Where the real is shattered by a Mad March Hare

Where is the wonder where's the awe
Where are the sleepless nights I used to live for
Before the years take me
I wish to see
The lost in me

I want my tears back
I want my tears back now
바람모리
12/07/03 02:37
수정 아이콘
전 거의 항상 자려고 누웠을때 잠들기전까지 머리속에 낙서를 합니다.
절대 손으로 글쓰는게 이제는 영 귀찮아져버려서 그러는건 아닙니다.
유게를 뒤적이다 문득..
피방을 갔는데 블소가 안깔려있어서 설치하다가 문득..
글쓰기버튼을 눌러봅니다.
물론 그렇게 쓰다가도 창을 닫아버리기를 여러번 하죠.
작성완료만 클릭하지 않으면 뭐 일기를 쓰건 그래피티를 하건..
다른 사이트들은 그렇잔아요.
글을 조금만 길게 썻다치면 댓글로 세줄요약 해주세요.
PGR이 가끔은 논쟁이 지나쳐 벌점이 난무하는 전쟁터가 되기도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이곳만큼 기본적인 예의가 남아있는 곳이 있을까요?

아 그리고 글을 쓰고 나면 댓글도 댓글이지만 조회수도 나름 보게 되더군요.
전에 궁금해서 실험해봤는데
로그인 상태에서는 글을 새로고침해도 조회수 증가가 없지만
비로그인 상태이서는 올라가더군요;;
켈로그김
12/07/03 09:44
수정 아이콘
동병상련이 느껴져요..
쓸 거리가 생겨서 써 보다가, 갈수록 안드로메다로 빠져서 올리는걸 포기하고..
그나마 큰 맘 먹고 올리면, 뭔가.. 내가 봐도 재미가 덜하고..

ㅠㅠ
12/07/03 12:18
수정 아이콘
딴지 거는건 아니지만 언급해주셨던 5배쯤 글쓰기 버튼이 무거웠을땐 이런 글이 올라 올 수도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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