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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27 10:56:26
Name Cherry Blossom
Subject [일반] 한달 전 면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부제 : 이말년씨리즈의 역습)
어제 카이스트 대학원 결과 발표가 나왔습니다. (연대 재학중입니다)
뭐, 그날 면접을 좀 잡치기도 했고, 성적도 그리 좋지는 않은 편이라서(3.2/4,3)
어느 정도 탈락을 예상하고 있었고, 또 그 예감이 딱 적중했었죠.
뭐... 솔직히 한달 전부터 아 이건 아니었다, 떨어질 것 같군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작 어제 결과를 봤을 때는 담담하더랍니다. 껄껄.

본문으로 들어가서... 이것 참, 그 때 그 면접이 참 희한한 경험이었습니다.

서류합격 통보를 받은 후 머릿속으로 순간적으로 이말년씨리즈 제갈량편이 오버랩되더군요.
(떨어진 거 빼면) 완전히 전개가 그리로 가 버린 겁니다.
카이스트 문을 계속 두들기다가 4년 반 전에 낙방하고 정시 낙방했었거든요.
그러다가 대학원에 원서 넣으니까 1단계 합격, 면접 보러 오슈 이렇게 결과가 나왔고...

(여기까지 제갈량공명전 상편과 전개가 유사합니다. 여담으로 그때 잠시 오갔던 이야기가...
제 지인 1 : 누차 말하지만 자네는 학점이 후달려.
제 지인 2 : 그러지 말고 연대로 오라니까.
저 : 야이 등록금은 어쩌고... 에휴, 앓느니 죽지.) (물론 연대도 저를 받아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껄껄)

제가 그날 아침에 대충 카라 있는 녹색티랑 청바지를 챙겨입고 대전으로 열차 타고 내려갔습니다.
한쪽 어깨에는 무게가 7kg에 육박하는 노트북을 메고 갔죠.
간단하게 말해서 쌩 공돌이 포스로 간 겁니다.
교수님들이 복장으로 면접 점수를 마구 깎지는 않으시지 않을까 하고 갔습니다만...
(그래도 그 옷은 제가 정장을 빼고 차려입을 수 있는 최선의-_- 옷이었습니다.)

아 글쎄, 그 날 면접장에 왔던 다른 분들이 남녀 할 것 없이 모조리 정장에 잘 차려입고들 오신 겁니다...

거기다가 카이스트 화학과 대학원 다니는 사람들의 무리가 지나갈 때... 오오.
A : 어제 그 프로젝트 말이야...
B : 실험 어제 꼬였다던데...
A, B : 하하하 하하하

한 사람씩 보는 개인면접이긴 했지만, 그래도 꿀릴 거 없다고 생각하고 면접을 봤습니다.
아 근데 그날 하필이면 올라온 무대울렁증...
물리화학 파트에서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원리를 물어봤는데,
기본적인 것만 설명하고 더 깊이 들어가지를 못한 겁니다;
그건 그래도 어떻게 참을 만했는데...

아 글쎄, 그날 오비탈의 정의를 오비탈의 성질과 착각해버린 거 있죠...

나는 면접을 보는 게 아니야, 30분간 리듬을 타는 거지...

그리고 그날 터덜터덜거리며 얌전히 집으로 왔습니다.
젠장 좋은 소식 있기는 글렀군 이러면서요.
뭐 아직 누가 스카우트하러 올 만한 실력은커녕 백수 되기 일보 직전이라(...) 왔다 간 사람은 없었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홍수가 나야(제갈공명전 하편 및 에필로그 참고하세요) 붙었을지도 모르죠. 크크크크.
리얼 제갈공명전 중편을 찍고 왔습니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결국 떨어졌어요. 물리화학에서 말아먹은 게 너무 컸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 마지막으로 포항공대 원서만 남았는데, 대학교 입학 때도 이 학교는 서류단계에서 저를 탈락시켰던 학교라(...)
왜 있잖습니까. 악연은 계속해서 이어진다고-_-;
그냥 마음 편하게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별 기대는 안 하고 있구요.

결과가 안 좋기는 했지만 상당히 재미있던 경험이라서 글로 남겨 봅니다.
실사판 제갈공명전을 하편 중간까지 (정확히 이야기하면 아 XX 꿈까지) 제대로 찍어보고 왔으니 말입니다.

PS. 악연 참 독하더군요.
4년 반 전에도 카이스트에 지원했다가 면접까지 보고 떨어졌는데, 그 때 그 면접관분이 제 앞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전은 왜 가기만 하면 사고가 나서 돌아오는지...
4년 반 전 면접 잡치고, 2년 반 전 술 먹다가 농담 아니고 진짜로 죽을 뻔하고, 이번에도 면접 보고 떨어지고...
다음에 갈 때는 부적이랑 무당 하나 데려가서 굿판이라도 벌여야 하나 이러고 있습니다.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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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27 11:35
수정 아이콘
에고... 기운내시구요.

저도 겪은 일이라서 감히 조언을 드리자면,
대학원 시험은 지식을 쏟아내는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좀더 편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어느교수도 자신이 공부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모든것을 알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요.
물론 자신의 연구분야도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볼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아는것도 중요하지만,
지원하시는 과의 교수들의 연구분야가 어떤것인지를 먼저 skimming 하시고,
그분야들을 중심으로 기본적으로 아시는 것들을 연결시켜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준비하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분 푸시고, 준비 잘하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늘푸른솔솔솔
12/06/27 11:45
수정 아이콘
포항공대 화학과는 어느 교수님 보고 쓰셨나요? [m]
미래권력
12/06/27 11:49
수정 아이콘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카이스트 후기의 경우는 전기 T/O 중에 남은 걸 뽑는 거라서 선발 인원 자체가 적은 경우도 많고
그 적은 인원 중에 많은 수를 미리 각 교수님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 학생들중에 뽑는 경우가 많아서
아무리 잘 해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좀 지나긴 했지만 몇년전 카이스트 어떤 과에서는 후기 대학원생 선발 당시 자리가 5개 정도 있는데 20명 넘게 지원한 적도 있다고 하구요.
준비 잘 하셔서 전기에 다시 한번 지원해보세요.
sisipipi
12/06/27 12:25
수정 아이콘
글쓴분 마음이 웃프실 듯한데... 잘되실거라 믿어 의심치않습니다. 화이팅하세요! [m]
12/06/27 14:12
수정 아이콘
제 친구도 카이스트에서 교수한테
면접에서
자넨 대학교 4년동안 뭘 배운거냐고 욕먹고 탈락한다음에

포항공대 붙어서
군생활까지 포함해서 열심히 박사과정 따는중이니까
걱정말고 힘내세요
Cherry Blossom
12/06/27 16:49
수정 아이콘
답글 달아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늘푸른솔솔솔님// 사실 교수님을 보고 쓴 건 아니에요. 컨택트한 교수님이 없어서...
12/06/27 19:37
수정 아이콘
음.. 카라티에 청바지라..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카이스트 학부 출신 4.0 수준의 학점인데도 청바지 입고 들어가서 탈락했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냥 제 학부생 시절 들은 카더라이긴 한데 청바지 이야기 읽자마자..
'아 이건 아닌데.. 면접은 무조건 정장이라던데.. ' 하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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