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4/19 23:01:52
Name jerrys
Subject [일반] 황당한 이사 사고 이야기
살다보니 별일을 다 겪는군요.

제가 세들어 살던 건물이 통째로  LH공사에 팔렸습니다.
서민들한테 싸게 분양한다고 나가라고 하더군요(제가 서민인데...)

해서 근처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오늘을 퇴거일로 잡고 오늘 오전 11시에 LH공사에서 전세금을 받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이사 가는 집에서 빠지는 분이 거듭해서 오전에 꼭 입금해달라고 해서 몇번이나 확인했고요.
그런데 오늘 점심 때쯤 입금이 지연되어 사고가 났다고
얼른 부동산에 가보라고 집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네요.
회사 반차내고 부랴부랴 달려가 부동산에 도착해보니 난장판이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 네분, 이사가는 사람들 몇몇해서 좁은 부동산 사무실에서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더군요.
두집 이사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 있다니...???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황당합니다.
LH 공사에서 입금한 돈은 다음의 경로를 통해서 줄줄이 전달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오전에 돈받아서 이사하는 집이 네집이었고요.

저희집(A)-->A가 이사할 집의 주인-->A가 들어갈 집에서 퇴거하는 집(B)-->B가 이사할 집주인
-->B가 이사할 집에서 퇴거하는 집(C)-->C가 이사할 집 주인-->C가 이사할 집에서 퇴거하는 집(D)
-->D가 이사할 집 주인

근데 D가 이사할 집의 주인이 잔금을 못받았다고 집의 문을 안 열어주고
버텨서 D가 부른 이삿짐센터+싱크대업체+도배업체 등이 오전부터 하릴없이
기다리게 되었고 이 사정은 B,C 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희는 오늘의 퇴거일이었지만 담당자의 승낙을 얻어 토요일날 이사가기로 미리
얘기된 상태였고요.(사실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은 이 문제였습니다. 신입사원인
담당자가 딴에는 생각해준다고 퇴거일 2일 후에 이사해도 된다고 승인해준 것이었는데
제가 짐작하기로는 이사일을 기준삼아 결재서류를 올리는 실수를 했거나, 내부 규정이
그에 부합하지 않았던 거죠.)

저희는 B집의 사모님이 사다리차 지연으로 5만원이 발생했다고 하여 그 비용을 일단 드렸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사장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저희 집이 최초의 원인 제공자니 비용을 부담하고
차후 LH공사에 따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래저래하여 B, C 집을 중계한 부동산 사장님들의 능력으로
그쪽은 무마되었지만 D집과 연관된 업체들은 완강하여 도합 80만원의 비용을 내라고 청구서를
손으로 작성하여 (부동산 3곳을 경유하여) 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일단 저는 법적으로 알아보겠다고만 하고 몇가지 뜻을 전달했습니다.

1.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싶어도 아무런 법적인 채무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줄 수 없다.
  손으로 휘갈겨쓴 청구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올바른 청구를 해라. 그러면 대응하겠다.

2.상식적으로 그렇다면 100집이 연관돼 있으면 그 비용을 우리가 다 물어야 하는가?
  제 생각엔 저희의 도의적 책임은 저희와 약속한 B집 정도에 해당되는 것이 적당한 것 같다.

좋은게 좋은거지 하고 넘어가려다보니, 부동산 사장님들도 그렇고 아무런 법적인 지식없이
저희가 최초의 원인제공자니 다 물어야 한다로 모는 것 같아 불편했는데,
어쨌거나 일은 냉정히 처리되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저는 일단 상대방에게서 공적인 형태의 어떤 요청도 받은 적이 없는데(하다못해 구속력은 없지만
내용증명이라도) 제가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는가 싶습니다. 그래서 내일 아는 법무사에게 문의를
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교훈을 하나 얻었습니다.

LH공사등은 은행보다도 업무처리가 명확하지 않은 듯합니다.
그리고 고자세입니다. 부동산 사장님이 전화해서 닥달하니
"저랑 싸우자는 겁니까. 이러시면 오늘 못내드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한 담당 과장,
결국 부동산 사장님이 LH공사 인사실에 전화해서 경고 먹었네요.
10여명이 아우성치고 있는데 저런 소리를 하다니 정말 대단합니다.(뭐 나중에 전화해서 사과하긴 하더군요)

여하간에 오히려 하루 전에 돈을 수령하도록 처리하는 게 낫다고 하네요.



* 오늘 든 의문인데 100중 연쇄추돌이 일어나면 최초의 자동차가 맨 끝의 차에게 돈을 다 물어주어야 하나요.
  아니면 차례차례로 손배가 들어가는지요. 별의별 의문이 다 드는 생기는 하루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bsinthe
12/04/19 23:37
수정 아이콘
별탈 없이 일이 잘 마무리 되시길 바랍니다.
여담이지만 소개글 문구가 멋지네요. 깊이 동감합니다.
12/04/20 00:00
수정 아이콘
맨 밑의 물음에 답해드리자면 100중 연쇄시 박은차는 제가 물어보고 저를 받은차에게 보상을 받으면 됩니다.
비추어볼때 A집은 B집만 물어주면 되고 B집은 C집에게 물어주면 되겠네요.

다만 자동차처럼 정해진 룰이 없어서, 이 경우는 좀 더 확인해보심이 좋을듯 합니다!
snowstock
12/04/20 13:22
수정 아이콘
저는 이런게 싫어서. 그냥 월세->전세->월세->전세 이런 테크 탑니다.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8264 [일반] 책가도와 지식에 대한 동서양의 관점 [43] jerrys8814 23/03/25 8814 8
97491 [일반] 배려왕 [13] jerrys8345 22/12/21 8345 10
91755 [일반] 호로새를 아시나요? [23] jerrys13966 21/05/18 13966 24
91705 [일반] 의외의 거북목(일자목) 치유기 - 수많은 치료법은 과연 맞는 것일까. [75] jerrys22100 21/05/13 22100 7
71149 [일반] KO왕이 KO당할 때 [23] jerrys17495 17/03/18 17495 26
69956 [일반] 한식 세계화가 어려운 이유에 대한 개똥철학적 관점 [140] jerrys14889 17/01/12 14889 35
52425 [일반] 홍명보호를 보면서 - 평범한 사람을 위한 리더십 [28] jerrys7486 14/06/28 7486 10
50887 [일반] 용산의 추억 (2) 용팔이의 사랑 [20] jerrys6329 14/04/05 6329 10
50742 [일반] 용산의 추억 (1) 컴퓨터 키드의 생애 [15] jerrys5750 14/03/29 5750 6
49251 [일반] SF 초보에게 권하는 20권의 명작들 (1) [60] jerrys65283 14/01/12 65283 10
43140 [일반] 한화 이글스의 마지막 팬클럽 [19] jerrys8575 13/04/12 8575 18
42949 [일반] 소풍, 워낭소리, 한 친구에 대한 추억 [7] jerrys4392 13/03/31 4392 5
39133 [일반] 사회인 야구를 좋아하시나요? 직장 사회인 야구 이야기 [17] jerrys4079 12/09/15 4079 1
36824 [일반] 황당한 이사 사고 이야기 [3] jerrys4383 12/04/19 4383 0
22567 [일반] 모바일+인터넷+전자투표 를 시행하면 어떨까요. [32] jerrys4327 10/06/03 432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