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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24 21:55:04
Name ipa
Subject [일반] 내, 첫사랑에게.




바랜 듯 푸르던 무구한 날의 가을에, 기어이 너는 나에게 왔다.

야윈 담배연기를 피워올리던 손가락, 창백함을 하얗게 부숴내던 미소. 나에게 너는 그렇게나 눈이 부셨다.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었을까. 분명 너는 나를 보고, 그리고 웃었었는데.
위태롭게 달각대던 설레임, 입가에 굳어버린 웃음을 어찌할 수 없어 아찔했던.
수백, 수천번을 힘차게 되감아지는 기억들.

찬란했다. 사랑에 빠진 순간은.



끝내 가질 수 없어서였을까.
줄 것이 없어서 아팠고, 그래서 납득하는 내가 슬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바랬다.
조금만 더 나은 나였다면, 돌려세울 수 있었을까, 너를. 때때로 잡아채고 싶을만큼 나를 흔들었던 너를.
가난한 빈 주먹만 수없이 쥐고 펴던 안타까움을, 얼만큼이나 너에게 들켰던걸까, 나는.



끝내 부끄러운 주정으로 너를 보내던 날, 고이 접어둔 섬약한 희망들을 마침내 구겨 털어내던 날.
내 반푼어치 자존심이 눈물 대신 농담을 흘렸었고, 너는 끝내 나를 보지 않고 웃었더랬다.
그날, 네가 불러준 노래는 참 잔인했는데. 나는 어쩌자고 그것에마저 설레었을까.



또 한 번의 계절이 그 가을 위로 눕는다.

언제쯤이면 웃지도, 울지도 않고서 물을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이었느냐고.
아직도 두근거리는 이름에게,
그 가을날, 기어코 내게도 왔던 너에게.
내, 첫사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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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레브
12/02/24 21:58
수정 아이콘
노래로 각인된 사람은 잊혀지지 않는다던데 ...
거간 충달
12/02/24 22:03
수정 아이콘
나의 첫사랑에 대한 노래는
너무 잘해주지 말걸 그랬어...
어흑 ㅠ ,ㅠ
Bequette
12/02/25 00:21
수정 아이콘
맥주병나발 불다가, 첫줄부터 슬퍼졌습니다. ex에게 전화하려는거 애써 참아냈... ㅜㅠㅠㅠㅠㅠ
12/02/25 02:05
수정 아이콘
남친.. 아니 남편의 첫사랑때문에 속앓이한 저는 이런 제목만 봐도 혈압이 솟구친다는... -0-!!!!!!!
남자들에게 첫사랑은 그리도 아련한 존재인가요 ㅜ,ㅜ
RuleTheGame
12/02/26 02:05
수정 아이콘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저릿저릿 하네요. 이런 저릿함은 평생가겠죠?
김치찌개
12/02/26 11:59
수정 아이콘
글 잘 봤습니다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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