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잠깐 왔습니다. 긴 글은 못 쓰겠는 가운데 손은 심심하고...
그런 의미에서 요걸 한 번 까 보죠 _-)/
"별자리는 변하지 않잖아? 교.수가 맞다고 하잖아. 설마 틀렸겠어?"
시작부터 커다란 오류를 내포하고 있죠. 수많은 교수가 수십년간 쌓아 온 역사는 믿지 못 하면서 교수라고 믿어라 믿어라~
박창범-라대일. 90년대 중반 이들의 주장은 큰 충격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죽어서 가루가 됐던 환단고기를 되살렸죠. 이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환단고기와 단기고사의
[五星聚婁], 오행성이 모였던 시기가 실제 오행성이 모인 시기와 단 1년의 오차를 두고 일치한다.
- 삼국사기의 일식 관측 기록을 보면 삼국은 다 대륙에 있었다.
나머지도 있습니다만 -_-a 이것보단 임팩트가 덜 하죠.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오성취루?
BC 1733년 홀달 단군 시절 오성취루, 화수목금토의 오행성이 모였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해 보니까 bc1734년에 이 오행성이 일렬로 늘어섰다고 하죠. 이렇게 직선에 가깝게 늘어서는 것은 250년마다 한 번 있다고 하며 이만큼 가깝게 늘어선 것도 최근에 딱 한 번 어쩌구저쩌구 이것은 세기의 발견이자 0.07%의 가능성밖에 없는 어쩌구저쩌구...
뭐 이렇답니다. -_-;
거두절미하고 반박.
(1) 그 때가 어떻게 1733년이지?
이전에 썼듯, BC2333년이란 건 고려 때부터
[요순시대에 맞춘 단군의 고조선 건국]을
[요순시대를 중국에서 추정한 시기]를
[삼국유사]에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합니다. 기록마다 몇 년부터 백 여년까지 차이나죠. 이런 상황에서 환단고기-단기고사는 BC2333년부터 딱딱 맞추고 있습니다. 위서론의 근거 중 하나입니다.
BC1733년이 증명되려면 BC2333년부터가 의심돼야 합니다. 하지만 BC2333년이라는 단기가 너무 깊게 틀어박혀 있어서 의심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죠.
그나마 이게 정말 딱딱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면 정말 엄청난 거겠습니다만... 세부내용은 너무나도 차이납니다. 전국시대와 비교해도 다르고, 내부에서도 고조선이 멸망하지도 않았는데 북부여가 튀어나오는 등 내부 오류조차도 너무 많습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위서들이랑 비교해서 질이 너무 떨어지고 오류가 많은 게 환단고기랑 단기고사거든요. -_-;
(2) 영점몇몇몇의 함정
이 때문에 강조하게 되는 게 250년마다 한 번이니 하는, 정말 희박한 확률이라는 거죠. 나중에 만든 거라면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맞출 수 있었겠냐구요.
근데 말이죠. 거기에 나온 건 딱 하나, 오성취루일 뿐입니다. 오행성이 일렬로 늘어섰다는 건 찾을 수가 없죠. 그렇게 신기한 거라면 좀 더 자세한 기록이 나오는 게 정상 아닐까요? 하지만 딱 하나, 오성취루 이것 뿐이죠. 왜냐면...
오성취루는 너무나도 흔한 현상이었거든요.
오행성이 한 곳에 모이는 건 심심하면 있어 왔습니다.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20년에 한 번, 혹은 33년에 한 번 이런 식이죠. 그리고... 중국에서는 이를 한나라 때부터 계산해 왔습니다. -_-; 그 때문에 왕조 내부에서나 반란세력이나 이를 이용해 왔습니다. 언제 오성이 모일 것이니 이는 불길한 일이 일어나는 징조다, 언제 오성이 모였으니 이는 길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요.
거기다 중국의 기록들에서는 행성의 움직임에 대해 더 자세히 씁니다. 가령 일식, 월식의 경우 얼마나 깊게 패였는지도 쓰는 게 중국이었죠. 이런 그런 그들에게 오성취루란 신기하긴 하지만 딱히 뜸하진 않은 거였어요. 결국 이 때문에 250년이니 영점영영몇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게 된 거죠.
(3) 진짜 오성직렬을 봤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 했습니다. 다른 기록들은 나중에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별자리만큼은 틀리지 않겠느냐... 하는데 -_-;
금본 죽서기년이라는 중국의 사서에 걸왕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헌데 이 때 오성취루가 등장하죠. 그리고... :) 단기고사의 13대 흘달 때 걸왕에 대한 기록이 등장합니다. 환단고기에서는 좀 늦게 등장하죠. 물론 두 사서의 걸왕과 하나라에 대한 기록은 다르구요.
단기고사가 금본 죽서기년에서 걸왕 부분을 베끼면서 오성취루도 같이 베꼈고, 환단고기도 이 오성취루는 베끼면서 걸왕 부분은 뒤로 뺀 겁니다.
20년에 한 번 있는 오성취루라면 별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흔한 일이라면 1년의 오차는 어마어마한 오차이구요. 그렇기에 250년을 그렇게 강조해 대는 겁니다.
별자리 기록만큼은 틀리지 않았을 거라구요? -_-a 그건 뒤의 삼국사기 기록과 같이 얘기하죠.
정말 그들이 본 게 오성취루가 아니라 오성직렬이었다면, 말은 전혀 달라졌을 겁니다. 그만큼 신기한 기록이니까요. 더욱이 단기고사에서 그게 신기한 일로 봤다면, 더더욱 그랬을 겁니다. 왜냐구요?
단기고사에서의 단군은 "9행성"과 "지동설"을 알고 있었거든요.
5세 구을 때의 기록입니다.
15년에 감성관 황포덕이 임금께 아뢰기를 “제가 천문을 관측한 지 50년이 되므로 천체의 대강을 추측하였습니다. 천체 중에 제일 큰 것은 북극성같은 항성입니다. 그 다음은 태양의 종류이며, 다음은 수성,금성,지구성,화성,목성,토성,천명성,해명은성,명성같은 행성이있어 태양을 중추로 삼아 회전하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역시 태양계의 하나인 행성입니다."
구을은 이를 받아들여 조선역서라는 최초의 역서를 만들죠. -_-a 9행성의 존재와 지동설은 단군조선에 있어 기본 지식이었습니다. 거기다 그들은 태양의 원리와 지구의 원리를 아주 잘 알고 있었구요.
이게 사실이라면, 그들은 좀 더 자세히, 확실하게 기록했겠죠.
참고로 단기고사에 나오는 어이 없는 사실들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만국박람회"에서 발표됐다는 발명품들입니다.
양수기, 자행륜차(자동차), 천문경(망원경), 자명종, 진천뢰, 흡기잠수선, 측천기, 측우기, 측한계 측서계(온도계?)
얘네들은 자본론을 쓰기도 하고 여성의 인권을 논하기도 하며 천부인권은 말할 것도 없고... 하여튼 근대의 개념들은 다 말 합니다. -_-;
이것들은 모두 무시하면서 저거 하나만 믿으라구요?
단기고사는 이 정도로 어이 없는 내용이라서 환빠들 사이에서도 부정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_-; 이것마저 다 사실이라고 붙잡는 사람도 있지만요. 문제는 박창범-라대일은 마지막까지 단기고사를 놓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들도 알고 있었지만, 돈이든 뭐든가를 위해서 무시하고 있었던 거죠.
환단고기도 여기서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동양에서는 이미 하루의 길이와 1년의 길이를 자기식대로 하고 있었고, 서양과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양 쪽이 후에 더 발전한 것일 뿐이죠. 하지만 단기고사고 환단고기고 나오는 이런 개념들은 모두 서양식입니다. 단적으로 빛이 7가지 색으로 돼 있다는 건 어디까지나 서양의 개념입니다. 무지개만 봐도 우리는 오색무지개라고 했죠. 환단고기고 단기고사고 나오는 건 다 7색입니다.
2. 대륙삼국설
제일 어이 없는 건 이건 환단고기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환단고기를 부정한다는 것입니다. 환단고기에서 나오는 건 어디까지나 고구려, 신라와 백제는 한반도에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간단히 신라가 경주가 아니라 강원도 강릉 쯤에 있었다고 주장해 봅시다. 그것도 학설을 위배하는 어마어마한 새로운 학설입니다. 그나마 만주에서 남하했다는 신라의 조상이 정착한 곳이 같은 만주였다면 이해가 갑니다. -_-; 이것은 실제 만주원류고 등과 합쳐서 재신라만주설을 낳았죠. 하지만 신라가 중국의 강남에 있었다면 환단고기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환단고기를 증명했다느니 하는 게 웃긴 거죠. -_-; 백제의 경우 산둥반도에서 바다를 건너 동쪽으로 갔다면서 확실히 한반도에 있었다고 합니다. 제대로 생각도 안 하고 주장한다는 거죠.
자... 그럼 이것의 문제가 뭐냐면요.
(1) 일식이 수도?
그들이 내린 전제가 있습니다. 우선
[삼국사기의 기록은 모두 삼국 자신이 기록한 것이다] 와
[일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그 나라의 수도일 것이다] 이죠. 그것 때문에 여러 차례 일어난 일식의 분포의
[평균치]에 그 중 가장 깊게 패인 일식,
[식분]이 제일 높은 쪽이 그 나라의 수도일 거라고 결론냈습니다. 그 근거로 든 것이 한나라 기록의 통계가 낙양인지 장안인지에서 꽤나 가깝다인데... 실제론 한반도의 길이보다 더 멀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나온 게 고구려는 한나라랑 똑같았다, 신라는 중국 강남 지방이었다 이런 식입니다.
http://katnani.egloos.com/489964
그에 따라 해 본 겁니다. 여기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보죠.
우선 표본을 정한 것 자체가 이상합니다. 그들은 일부러 두 개의 일식을 뺐는데, 하나를 더할 때마다 위치가 완전히 바뀌죠. 일식의 평균치를 낸다는 건 이 정도로 말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_-; 다시 말하면, 삼국의 수도를 대륙에 놓기 위해 가장 이쁜 것만 골라서 넣었다는 얘기가 되죠.
덤으로 같은 방식으로 조선의 기록을 비교해보면... 조선의 수도는 서울이 아니라 큐슈 어딘가입니다. (...)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전제예요. -_-; 누구였더라...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를 잘못 읽었다"라는, 명백히 까는 내용의 논문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죠.
"그렇게 정확하다면 왜 삼국 공통의 일식 관측 기록이 단 2개밖에 없을까?"
어제 월식이 서울에서 보는 걸 부산에서 못 보는 게 아니고, 평양에서 못 보는 것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삼국사기에서 삼국 모두에 관측된 일식 기록은 단 두 개입니다.
중국 거에서 삼국 기록 찾아내면서 같이 베꼈단 얘기죠.
................. 뭐 더 까기엔 힘이 빠지는군요. -_-;
믿지 맙시다. 아니 속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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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많이 늦었으니 목요일 뿌나 얘기 하나만.
딴 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훈민정음 쓸 때는 진짜 울었습니다. ㅠ_ㅠ
연말 맞이, 시험 끝나고 이제까지 쓴 글들 정리하면서 느낀 점이나 올려보렵니다. 원하시는 게 있다면 재탕 한 번 해 보겠습니다. '-')/
나제 얘기는 서울 돌아가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