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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9/07 02:18:36
Name 미노
Subject [일반] 아름다운 그녀에게.


갑자기 생각하다 보니, 덜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 너 실수한거야.
왜 자연스레 꺼진 불씨를 다시 키우는지 모르겠다 정말.

너는 나한테 미안하다고 한 적 있나.
나는 항상 너에게 미안했고, 조심스러웠고, 신중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래, 이미 다 타버린 담배였지.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찐득찐득한 필터에 불을 붙이려던게 아니었다.
그저 타고 남은 담뱃재를.. 담뱃갑에 다시 조심스레 담으려던 것 뿐이었다.
단지 그것이 타올라 재가 되어버리기 전을 추억하기 위함이었다.
그때의 나는 노력했었다. 할 수 있는 한은.

그런 나를 혼자 남겨 둔 것은 당신이었다.
내가 조심스레 긁어 모으던 담뱃재를 불어버린것도 당신이었다.
그래서 나는 포기했다. 원래 이건 모으면 안되는 건가부다. 하면서
잿가루 모으던 손 박박 문질러 씻어냈다.
지킬 수 없는 것들을 가지려 했던 나를 원망했다.

너는 짐작이나 할 수 있었나.
이 반품처리되지 않는 감정을 한가득 품은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나.
괜찮다. 괜찮다. 되뇌이던 나를...

참 웃기다. 아니, 잔인하다.
그런 너는 어디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와선,
나에게 그 잿더미를 내놓으라 말한다.
굳이 불어버릴 필요가 없었덴다.
담배피며 뱉어버린 가래침까지 모아두는 사람도 있는데, 담뱃재 정도야 괜찮은거 아니냔다.

다시 멋쩍게 웃는 당신에겐
애초에 담배따위 피지도 않은것처럼 말하는 당신에겐
내가 나를 베어내고 있을때, 어디서 웃고 떠들던 당신에겐

나는 그저 학창시절 단체사진인가
나는 그저 계절용 외투인가

당신 그거 아나? 당신 정말 잔인하다.
나는 이 어이없는 앵콜에 어떤 시덥잖은 노래를 불러야 하는거냐.




갑자기 막 담배가 피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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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노지심
11/09/07 03:01
수정 아이콘
힘내시란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온전히 견뎌내란말은 아닙니다. 다른 곳에 집중할 곳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구요.
본연의 일에 더 충실하면서 아픔을 견뎌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물론 이렇게 조언드리는 저또한 자언만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 이 아픔을 딛고 무탈하게 올라서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졌으면 하네요
11/09/07 12:48
수정 아이콘
마지막 부분에서, 글쓴님도 역시 이 노래를 생각하고 계신 거였을까요.

http://www.youtube.com/watch?v=uk3-zD9Gkgc

무언가, 더 상처받으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11/09/07 15:12
수정 아이콘
이상하지요.. 상처받는다는 느낌보다는.. 단순히 화가 난다는 이런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11/09/07 15:35
수정 아이콘
그 분에 대한 화보다는
이제 속상할 만큼 속상했고 차분하게 잊으려고 했던 사람의 말한마디에 고뇌하고 휩쓸리는 자기 자신에게 대한 화 아니실까요.
뭐든지 너무 쉽고 간단한 그 사람과, 뭐든지 너무 어렵고 복잡한 나의 그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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