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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31 15:41:32
Name Be am
Subject [일반] 야신과 구단, 혹은 야구판
김성근 감독 경질후 감독님저서 '꼴찌를 일등으로'를 읽었는데 많은 내용이 있지만 그중 구단과 감독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책내용을
옮겼습니다.관계되는 내용중 제가 필요하다고 하는 부분을 그대로 발췌+약간 편집해 봤고 중간에 -중략-을 넣을곳이 너무 많아 생략했습니다. 넣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지만 분량 관계상 최대한 줄이려고 했고요 발췌독 한다는 기분으로 편하게 읽어주세요.
책은 2009년 7월에 발행된거 같습니다(확실치는 않습니다) 참고로 sk팬 아니라 기아팬입니다.


1980~81년 신일고 감독
엘리트 교풍에 중학교때 한가락 하던 선수들로 이루어져서 통솔이 쉽지 않았다. 1년을 지켜보다 겨우내내 혹독하게 훈련 시켰다. 눈위를
맨발로 뛰게하는등 정신 바짝차리게 했다. 그러자 학부형 교장 학생들이 학대라면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던대로
했다. 그러던중 선수스카웃과 관련해 학교측의 지져분한 내막을 알게됐다. 바로 교장실로 달려가 여러 선생들 앞에서 "당신이 교육자냐!"
며 뒤집어 놨다. 그일로 나는 제대로 찍혔다. 찍히거나 말거나 야구부는 감독의 왕국이다. 81년 우리는 선린상고와 경북고라는 초고교급
학교를 꺽고 값진 우승을 일궜다. 하지만 우승 얼마뒤 감독직에서 잘렸다. 학교측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댔다. 나는 나대로 전권이 주어
지지 않을바에는 미련없이 떠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1984년 ~ 1987년 OB베어스 감독
1983년 시즌이 끝나고 김영덕 감독이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런데 바로 며칠뒤
삼성라이온즈 감독이 된 것이다. 이미 물밑 작업이 있었던 거다. 이전에 삼성 라이온즈는 나한테 감독
프러포즈를 했고 나는 그 사실을 김영덕 감독한테 말해놓은 상태였다. 앞뒤로 따져 볼때 김영덕 감독이 가로챈 꼴이 됐다.
나는 나대로 구단은 구단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이건 선전포고다! 앞으로 삼성과의 경기는 무조건 이긴다! 구단에서는
오기가 발동했다. 그 결과 OB 베어스 감독으로 내가 임명됐다. OB베어스에서 시작은 좋았다. 평생OB맨이 되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그렇지만 참 순진한 생각이었다. 프로야구가 스포츠를 넘어 비즈니스와 정치의 세계라는것을 미쳐
몰랐다. 나는 서서히 배반과 반목 기만과 허위의 한복판으로 몰렸다.

1987년 6월29일 OB베어스는 삼성라이온즈를 물리치고 전기리그2위를 확정지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것이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세상은 세상대로(민주화) OB 베어스는 OB베어스대로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그런데 구단은 이 경사를
소 닭보듯한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구렁이 담 넘어가는 분위기다. 그 흔한 축하 파티 조차 해주지 않았다. 화가
치밀었다. 폭발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보너스가 있을것이란 애기가 있었다 선수들도 잔뜩 기대했다. 결국 빈말이었다.
이런식인게 도대체 몇번째인가. 작년도에도 그 전년도에도 그러지 않았나.
초창기 프로야구를 몰라 선수를 중심으로 하는 현장에 끌려다녔던 구단들은 1986,87년을 기점으로 선수단을 장악해 들어갔다.        
86년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자 구단의 간섭이
노골화 됐다. 87년에는 선수선발과 기용 작전등 전 방위에 걸쳐 압박해 들어왔다. 구단은 선수단의 현실과 정서를 보지 못하고
볼생각도 하지 않고 얄팍한 말로 희롱하려 든다. 구단은 목적은 분명했지만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수단과 방법은 몰랐다. 선수단
을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아랫것으로만 여기려고 하니 수단과 방법을 모를 수밖에.

1988년 자진사퇴
연회실로 들어오는 선수들 표정이 죄다 굳어있다. 긴 말이 필요없었다. 이미 조간신문에 내가 OB베어스를 떠난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런식으로 OB베어스를 떠나게 될줄이야. 연초만해도 평생 OB맨을 꿈꾸기도 했거늘. 내 입으로 그만둔다고 했으니 사임맞다. 그렇
지만 잘린거나 다름없다. 나를 옥죄어서 제 풀에 나가게 만들었으니까. 시즌 성적이 썩 좋진 않았지만 내 발로 그만둘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새 새판을 짜고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이광환 2군 감독이 내 후임이 될 거라는
애기는 이제 하루라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지경이었다. 1986년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면서 구단이 야구 스타일과 선수기용등
선수단 운영에 관여하려는 낌새가 보였다. 나는 그런 꼴을 용납하지 못한다. 프로야구는 순수단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게
나의 야구 철학이다.

당시 OB베어스 박용민 단장은 구단이 추구하는 야구와 나의 야구가 서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단이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이 무엇이든 나는 감독이 전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구단과 나는 예견된 충둘로 가고
있었다. 갈라지는게 최선이었다. 그렇지만 최선으로 가는 과정은 고약했다. 얼마든지 웃는 얼굴로 떠날 수도 있었는데 너무 구석
으로만 몰리는 느낌이었다. 구단 직원들이 나를 신임하지는 여부를 묻는 투표까지했다. 이렇게까지 자존심이 뭉게지다니......
예상한대로 이광환 2군 감독이 내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우리는 서로 너무 달랐다. 나는 관리 야구로 이광환은 자율야구로.

OB베어스와 아주 인상적인 충돌을 한 덕에 나는 까칠한 인간이 되었다. 나는 말을 솔직담백하는 하는 편이다. 그러나 구단은
의중을 감춘채 두루뭉술하게 말을 찔끔찔끔 흘린다. 이런건 모사꾼이나 하는 짓이다. 감독을 부하직원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감독을 우습게 보는건 야구를 우습게 보는 거다. 야구를 우습게 보는것은 절대 참을 수 없다. 구단이 그러면 안된다.
그래서 나는 구단과 부딪힌다 이것이 내가 까칠한 이미지를 마다하지 않고 낭인 신세를 각오하며 불편한 길을 가는 이유다.

2001~2002년 LG트윈스.
LG트윈스를 맞게된건 2001년 5월이었다. 그때 팀은 거의 와해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다독이고 훈련을 시켜 한국 시리즈의
명승부를 가능케했다. 내가 달라진건 아니다. 내가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될 만큼 선수들이 잘 따랐고, 코치들이 잘했다.
쌍방울에서의 경험이 컷다. 내가 LG감독이 됐을 때 거칠게 비난하던 많은 LG 팬들이 지지자로 돌아섰다. 인터넷에는 나의
야구를 다시 보게 됐다는 글도 많이 올라왔다. 팬 카페도 생겼다. 그렇지만 나는 LG트윈스에서 잘렸다. 계약기간이 6개월
남은 상태였다. 돌아가는 꼴이 OB 베어스와 너무 닮아있었다.시즌 내내 낌새는 있었다. 시즌이 끝나면 잘리겠구나.

공교롭게도 또 이광환 감독이 내정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구단은 지속적으로 간섭했다. 나는 4월부터 그만둘 각오로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우리 LG와 맞지 않습니다"LG 어윤태 사장이 말했고 나는 잘렸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어윤태 사장과 부딪혔다. 구단운영에 건의할게 있어서 사장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나를 피했다. 사장이
감독을 동등한 관계로 보지 않는 다는것을 알았다. 프런트가 하는일이 따로 있고 선수단이 하는일이 따로있다. 상하관계가
아닌것이다. 그런데도 감독을 부하직원 다루듯이 한다. 경기의 책임자는 감독이다. 성적이 나쁘면 감독이 책임진다. 그래서 감독
에게 선수의 기용 및 코치선임, 훈련등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이를 지원해달라고 요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불쾌해하고
불편해 한다. 사장과 단장이.

2005년 롯데마린스 코치
허전함이 밀려오면 짐 싸들고 학생야구나 사회인야구를 찾아나섰다. 주로 예전 제자들이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교로갔다.
야구장에만 가면 나는 살아난다. 만사를 잊고 기운이 솟구친다. 이토록 틈만 나면 낭인처럼 야구팀을 찾아 떠돌아다니니깐
가족이나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몹시 속상해했다. 속도 좋다고? 속이 좋을리가! 혹자는 이왕 이렇게 된거 야구를 떠날 생각은
없냐고 묻는다. 당연히 떠나지 않는다. 내가 야구에 미쳐서 야구없으면 못사니깐 떠나지 않는게 아니다. 야구의 세계는
너무도 깊고 넓어서 보여줄게 무궁무진하다. 나는 죽는날까지 무궁무진한 야구의 세계를 탐험하고 보여주고 싶은것이다.
그러니깐 기어코 현장으로 돌아가야한다. 내가 돌아가서 또 다른 야구를 보여주는날 소수이기 때문에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내쫓기는 일은 더 이상 없을거라 생각한다. 대신 야구를 농락하는 모사꾼 같은 사람들은 떠나지 않을까. 나는 세상과
싸우는 중이었다.

2006년 SK와이번스에서 연락이 왔다. 머릿속엔 이미 새로운 야구에 대한 구상이 하나 가득이다. 흥분되고 가슴이 뛰었다.
아직도 내 인생에 새로운 챕터가 남아있다니! 감격스러웠다.

어느새 나는 가는 구단마다 싸우는 감독이 되고 말았다. 근거없는 소문과 비난도 번져갔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싸움꾼 이미지로 왜곡되고 있었다. 나는 학연 지연이 없다. 아무런 연줄도 없다. 그래서 자유롭다. 대신 얼마든지
무방비로 당할수 있다. 고약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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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31 15:49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기업 스포츠단은 다 똑같지요....감독은 그냥 앉혀놓는 것일뿐....
선수기용을 감독 마음대로 못하고. 성적이 좋아도 짤리고
higher templar
11/08/31 15:49
수정 아이콘
아...멋지다 정말 ...이제 연세도 있으셔서 다시 돌아오시기 힘드실수도 있는데...마지막으로 NC에서 뵐 수 있었으면 하네요. 아니면 빨리 수원(가까우니까)에 10구단 감독님으로!!!
Han승연
11/08/31 15:51
수정 아이콘
어윤태사장...
다리기
11/08/31 15:54
수정 아이콘
2006년 저 때 구상했던 새로운 야구로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한건가요.
결론은 똑같네요. OB때나 LG때나 프런트와의 갈등 후 잘리고 후임이 그 자리를 꿰차는..
11/08/31 16:00
수정 아이콘
구단이 자체적인 수익을 못내고 모기업에 의존하는 한,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봅니다.
11/08/31 16:40
수정 아이콘
다른건 몰라도 이제 사람들도 하나만은 알거 같습니다. 김성근 님이 (현재는 감독님이 아니니) 정말로 야구하나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더 깊게, 더 진하게 사랑하는 분이라는걸요. 곧 다시 '감독님' 타이틀을 붙여 읽을 날이 오면 좋겠네요.
11/08/31 17:50
수정 아이콘
오늘 기사에도 일본갔다 국내로 돌아오신뒤 각지에 학교들(주로 제자들이 코치나 감독으로 있는)을 다니시며 아마선수들을 가르치고 계시다더군요.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분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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