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라는 말. 내가 타인과 조우 해 여느 말보다 많이 하는 말이다. 혹은 어떤 때는 만남에서 끝까지 표현하지 않지만 그 자체가 미안함일 때도 있다. 생각을 해본다. 나처럼 미안의 말을 심장 속 가득 품은 사람이 또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왜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내가 그렇게도 잘못하며 사는 것일까? 그렇게도 나쁜 녀석인걸까? 10월이 시작된 12시께 나는 한숨으로 높고 푸른하늘의 절정인 가을을 맞이했다. 한숨섞인 눈물과 여러가지 고민들이 나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를 아프게 했다. 도대체 이것들은 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힘듦만이 나와 같이 있어줬다. 그래... 그저 맘이 오묘하고 싱숭생숭하여 오는 불면증의 일부이며 거친 숨결의 조각들은 찌꺼기 같은 것이겠지...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가만히 눈을 감고 잠들려 해도 그것은 곧바로 뻘짓거리가 되어버렸다. 기억의 퍼즐을 맞추고 싶었다. 내가 처음 미안해라고 말했었을 그 때. 하지만 그건 소용없는 일이었다. 너무 오래 돼 저 멀리 날아가 버렸으니까...
지금 생각해오면 난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내 능력, 내 몸,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음을 알고 있고 또 그러지 않아도 됨을 알면서도 나 아닌 다른 이에게는 완벽하려 애 썼던 것 같다. 나를 위해 수고하는 많은 이에게 미안했고(완벽하지 않았으니.)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미안했고(완벽해야 했으니.) 내가 타인에게 도움이 못 되니 미안했다. 그래 그랬지, 돌이키면 미안함을 고마움으로 환산하면 될 것을, 어리석었구나. 세상에 태어나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짓을 하며 살아갈진대 왜 그리도 미안해 했을까? 그 때 내쉰 한 숨, 눈물, 이 모든게 너무 아쉽기만 하다.
이토록 미안해 했으면서 정작 아파하는 내 영혼에게는 미안함을 몰랐던 것 같다. 남에게 미안함을 주고 상처부위에 손수건을 갖다 댈 시간에 정작 내 낡은 영혼에게는 위로의 선물조차 주지 못했다. 그에게 들이는 그 시간이 마냥 하찮게 느껴졌기에 사치로만 느껴졌기에 잠시 외면하고 말았다. 나를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을 머리로만 습득하고서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난 어이없게도 주일 낮에 예배당 맨 뒷 편 구석에 앉아 머리를 떨구고 두 손 모으고 나지막한 음성으로 읊조린다. '주여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시옵소서' 너무나 합당치 않고 이기적인 기도였다. 내 안에 들어와 있는 나라는 영혼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니. 정말 어이가 없구나. 어쩌면 그 녀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낮은 자존감이 화가 나 타인에 대한 사랑을 가로막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
앞에 적은 두가지. 이렇게 끄적였으면서도 지금 또 다른 미안함에 전전긍긍 하고 있다. 많은 미안함이 달라붙어있다. 알고있다. 아무 소용 없고 부질없다는 것을. 하지만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미안함이 있더라. 사과하려 하지 않는다. 침묵할 뿐이다. 이러고 있다보면 언젠간 내 뼛속 깊숙히 떠나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랄까... 게다가 지금 하고 있는 낙서를 면죄부로 삼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인생에는 여러가지 미안함이 있더라. 개풀 뜯어먹는 것과 같은 자존심 때문에 허세 부려 생긴 일에 대한... 소소한 실수에 대한... 누군가를 사랑하며 생기는...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정말 수도 없는 미안함이 있다. 내겐 얼마나 많은 미안함이 남아있을까? 아마도 생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 버릴 순 없으리라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미안함을 美安함으로 바꿔 나가고 싶다.
나도 그에게 그도 나에게.
~아(야). 정말 美安하다.
Written by Love.of.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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