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3/02 10:41:48
Name 아케르나르
Subject [일반] 오감도의 해석에 관하여.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적당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4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5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6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7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8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9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10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1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1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13의 아해가 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 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 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 하여도 좋소.


이상의 오감도라고 알려진 이 유명한 시는 사실 시제 1호이고, 일제시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가 계획되었던 30호까지의 시의 첫번째라고 합니다.(원문은 아니고 한자를 한글로 바꾸고 맞춤법을 현대에 맞게 고친 것입니다. 위키백과 해당항목 참조)

연재되는 동안 그 난해함 때문에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사장인 여운형이 개의치 않고 15편까지 꾸준히 실었다는군요. 결국 끝까지 싣지는 못했지만요. 이상 나름대로는 2천편을 써둔 것 중에 잘된 것 30편을 고른 것이라고 합니다. 미공개된 15편은 사라졌을까요? 혹 있다면 어디서 잠자고 있을까요.

이 시는 아마도 고등학교때 교과서에서 처음 본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도대체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질 않았더랬습니다. 나름 수능 언어영역에는 자신이 있었던 시절임에도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엔하위키를 탐사.... 하다가 이 시를 다시 읽게 되었는데, - 위키질을 하다보면 그렇지요. 한 항목을 보다가 그에 연결되는 다른 항목이 거미줄처럼 연결/확장 되어 그것까지 다 읽게 되는.. 위키질도 게임 문명에 못지 않은 타임머신인 것 같습니다. - 신기하게도 이 시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읽고나서는 이 시가 이런 내용이었구나.. 했지요. 뭐 물론 시제 2호부터는 또 난해합니다만.

많은 분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해석에 노력하셨을테고, 때문에 잠깐 보고 난 제 설익은 해석이 제대로 된 것인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적어봅니다. 혹 다른 해석이 있으시면 덧글 부탁드려요.

열세 명의 아이들이 거리를 달리고 있습니다. 13이라는 숫자에서, 또 오감도라는 시 제목에서, 우리는 시의 내용이 어쩐지 어둡고 무서운 내용일 것 같다는 예측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길은 한쪽 끝이 막혀 있습니다. 아이들의 달리기는 끝이 예정되어 있고, 그런 아이들 중에는 무언가에 대한 공포를 가진 아이와 공포 그 자체인 아이가 섞여 있습니다. '제*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러오' 라는 문장은 문장 자체도 그렇게 읽히지만, 그 아래 나오는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와 연결되어 '무서움을 주는 아이&무서워하는 아이'의 중의적인 표현이 됩니다. 바로 아래 문장을 보면 더 확실해 지죠.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 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 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고,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지 아니해도 좋'다는 데서 시의 배경은 시 속의 골목만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까지 확장됩니다. 사실 이상이 말하고자 했던 건 이 세상의 공포가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잠깐 찾아본 이 시의 해석 중 하나에서는 무서워하는 아이와 무서운 아이에 더하여 사실은 무서운 아이이지만 무서운척하는 아이도 있다고 얘기하더군요. 이런 '다른 사정'은 차라리 없는 게 나았을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대경성
11/03/02 11:02
수정 아이콘
서태지 앨범 자켓에 나오죠
사상최악
11/03/02 14:01
수정 아이콘
오감도가 교과서에 실렸던가요.
너무 난해해서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전부 어려워할 거 같아요.

당시에 서양 문물이 들어오고 있었다지만 13의 의미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일지도 궁금하고.
아이유쓰레빠
11/03/02 16:39
수정 아이콘
예전에 제가 봤던 책에서 오감도를 해석해 놓은 것이.....

1은 남성(성기)를 상징하고 3은 여성(엉덩이 or 가슴)을 상징하고 이 둘이 붙어있는 13은 성교를 의미한다
13인의 아해는 정자를 의미함으로써 막다른 골목은 질을 의미.
뚫린 골목을 질주하는 것은 자위행위를 의미

이 시절에 성적인 내용을 담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듯 합니다

이렇게 해석한 이유는 이상이 낭만주의 작가였다는 점
이상이 운영하는 커피숍 or 까페의 이름이 "69" 였다는 점 등을 미루어보아
이런 방향으로 해석을 했습니다

마광수 씨의 수필집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좀더 자세한 내용은 아랫분이 해주실거라 믿습니다
포포탄
11/03/02 17:34
수정 아이콘
읽은지 오래되서 기억은 안나지만, 2004년쯤(서태지 7집을 비판하던 내용이 실렸던 것으로 보아 이 시기였을 겁니다.) 책 '인물과 사상'에서 오감도를 건축학적, 수학적으로 해석한 글이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고차원을 설명하려 했던 시'라는 것입니다. 또한 오감도는 시를 연결지어서 해석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던 것 같구요.
문과라서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멍멍1 멍멍2 멍멍3으로 입력되어있습니다만, x축-y축-z축이나 벡터라든가, 삼각함수라던가... 이런 용어들이 난무하는 해석을 했었기에 저는 그동안 이상의 수학적 개념을 풀어서 쓴시를 오감도라고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검색을 해봐도 원문을 찾기가 힘드네요..
사랑의사막
11/03/02 18:00
수정 아이콘
오감도 자체가 원래 조감도에서, '새 조'(鳥)에서 획수 하나 빼서 '까마귀, 검을 오'(烏)로 바꿔친 것이니 이상 아저씨의 고약한 장난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상 아저씨의 전매 특허인 띄어쓰기를 거부한 표기 역시 폐쇄된 느낌, 답답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니 일석이조의 장난질인 셈이지요. 혹자는 13에서 최후의 만찬을 떠올리기도 하고, 성적인 코드나 공학적 코드로 이상의 작품을 재해석해 내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이상 아저씨의 장난질에 현혹되어 꿈보다 해몽 식으로 갈 가능성도 농후하겠지요.

1행의 진술 :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 23행(마지막 행)의 진술 :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않아도좋소
2행의 진술 :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 22행(끝에서 두번째 행)의 진술 :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요)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 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 하는 아해라도 좋소.

무서운 아해는 가해자의 이미지, 무서워 하는 아해는 피해자의 이미지인데 막힌 골목이건 뚫린 골목이건 13인이나 되는 아해가 모여서 누가 무서운 아해(가해자)인지 누가 무서워 하는 아해(피해자)인지 무의미해져버린 자기 부정과 파괴적 진술의 집합체가 이 시인듯 합니다. 밤에 사람을 죽여버린 '무서운' 누군가가 아침에 일어나 그 장면을 cctv로 보며 '무서워하는' 일본 드라마 속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시에서 자기 진술의 연속된 부정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단 하나. 13번이나 반복된 "무섭다"......라는 이미지, 느낌...
이상 아저씨가 하늘에서 내려다본 '어떤 골목길'의 풍경(1930년대 우리나라의 풍경이라 해도 좋고, 수많은 여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어머니를 되찾지 못했던 이상 아저씨 자신의 내면 풍경이라 봐도 좋고)은 결국 까마귀처럼 검은, 무서워하는 자와 무서운 자의 구별을, 뚫린 골목과 막힌 골목의 구별을 불가능하게 혹은 무의미하게 만드는, 그런 공포스런 풍경이었던 것이 아닐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568 [일반] 피시방의 무법자... [43] fomo8523 11/03/02 8523 0
27567 [일반] 3월 2일. 대기업 공채가 시작되었습니다. [25] 시간6292 11/03/02 6292 0
27565 [일반] 연애 상담글입니다...그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44] 정성남자6091 11/03/02 6091 0
27563 [일반] 성우 백순철 님이 작고하셨습니다. [13] 물의 정령 운디9084 11/03/02 9084 0
27562 [일반] 오감도의 해석에 관하여. [7] 아케르나르7334 11/03/02 7334 0
27561 [일반] 온미디어, CJ미디어 완전 통합 - 이제는 CJ E&M 시대 [14] Alan_Baxter5946 11/03/02 5946 0
27560 [일반] [EPL 불판] 첼시 vs 맨유 [132] Dornfelder4411 11/03/02 4411 0
27558 [일반]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4] 大人輩3901 11/03/02 3901 0
27557 [일반] 새로운 시작, 부제 ; 개강과 개학과 시작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1] 진돗개3484 11/03/02 3484 0
27556 [일반] Trauma.[15금?] [3] zeros5444 11/03/02 5444 0
27552 [일반] 신이 선택한 인간 비트겐슈타인 명언 [3] 도형추리고수13529 11/03/01 13529 0
27550 [일반] 지하철을 타다가 문득 생각 난 것... [12] Eva0104819 11/03/01 4819 0
27547 [일반] 카라의 뮤직비디오 DVD가 일본오리콘 주간DVD 차트 1위를 하였습니다. [15] karalove5042 11/03/01 5042 0
27546 [일반] [사진]친구에게 들은 귀신이야기(사람에 따라 혐오스러울수 있습니다) [15] 길이7208 11/03/01 7208 0
27545 [일반] 내가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유. [113] 파란별빛9485 11/03/01 9485 0
27543 [일반] 세종대 어쪄다가... [121] empier9014 11/03/01 9014 0
27542 [일반] 여러분은 무상급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2] 도형추리고수3559 11/03/01 3559 0
27540 [일반] 꿈과 인생의 진로.. 그리고.. 남의 시선... 고민되네요.인생 선배님들. [10] Ciara.4835 11/03/01 4835 0
27539 [일반] 오시장이 왜 주민투표를 요구했는지 이유가 있었군요 (출처: 시사인) [12] empier6643 11/03/01 6643 0
27536 [일반] 아래의 공포실화를 보고 생각난 저의 소름돋는 기억 [8] 4716 11/03/01 4716 0
27535 [일반] 가위 눌림과 잠 자리에 상관 관계??(가위 눌림에 관한 짧은 글입니다.^^) [16] snut7301 11/03/01 7301 0
27533 [일반] 언제까지 동네북이어야만 할까. [13] 아케르나르5435 11/03/01 5435 0
27532 [일반] 삼월 초 하루 [1] 네로울프3771 11/03/01 3771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