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1/31 12:25:29
Name 마술사
File #1 definition.JPG (16.2 KB), Download : 55
File #2 chomchom.JPG (17.4 KB), Download : 1
Subject [일반] 사람의 기억력에 대한 고찰 - 그리고 교육에 대해





내 생각에 사람의 기억력이란, 네트워크 형태를 취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기억에 대한 시스템을, '기억단편'과 그 기억단편들이 엮인 '연상'이라는 형태로 정의해 보려고 한다.

'기억단편'들은 말 그대로 머릿속에 기억된 단편들이다. 이것들은 짧으면 한시간에서 길면 한달정도까지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연상'을 통해 머릿속에 묶어두지 않으면, 머릿속을 떠돌아 다니게 되어 필요할때 찾아쓸 수가 없고, 마음대로 변형되기기도 하고, 결국 놔두면 잊어버리게 된다.
(이하 '기억단편'은 줄여서 '기억'으로 부르겠다)

학창시절때 외우던 과정을 생각해보자. '태정태세 문단세~' 또는 원소주기율표 같은것을 노래에 맞춰서 외우면, 그냥 달달 외우는 것보다 잘 외워진다. 심지어 이렇게 외운 것들은 몇달 아니 몇년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는다. 이것들이 다 '연상'을 통해 엮은 '기억'들이 얼마나 머릿속에서 단단히 고정되는지를 가르쳐 주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활용할수 있는 지식을 늘리려면, '기억'의 숫자를 무작정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연상'을 통해 촘촘히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영어단어 외우기를 생각해보자. 학창시절 하루에 수십개씩 단어를 외우지만, 하루만 지나면 반이상 잊어버리고 일주일만 지나면 다 깜깜해진다. 하지만 방금 외운 단어를 이용해서 말을 하고 그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읽고, 그 단어로 이루어진 글을 영작하다보면 그 단어와에 연상작용이 이루어져, 그 외운 단어가 촘촘히 기존 기억과 묶여 그 단어는 잊어버리지 않게 된다.

또 하나 수학 공식을 생각해보자. 수학공식을 달달 외워도 하루이틀만 지나면 플러스 마이너스가 헷갈리고, 3~4일만 지나면 이 공식을 어떤 문제에 쓰는 거였는지 헷갈리고, 일주일만 지나면 아예 깜깜해진다. 그렇지만 이 수학공식이 어디서 나왔는지, 기존에 알던 공식에서부터 출발해서 증명 과정을 보고 그 과정을 이해하게되면, 이 수학공식은 절대로 까먹지 않으며, 언제 활용해야 할지도 잊어버리지 않게 된다.

이렇게 촘촘히 '연상'을 통해 엮은 기억은, 잊어버리지도 않고, 새로운 것을 접했을때 기존 기억과 손쉽게 융화되어 기억 다수를 넘나드는 응용력도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을 생각해보자

초등학교때부터, '몰라도 일단 외워라'는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기억'은 많아졌을지 몰라도 조금 지나면 '연상'을 통해 고정되지 않아 다 잊어버리게 된다. 그 상태에서 중학교에 가면 또 새로운 '기억'을 외우게 되고, 기존 '기억'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하여 고정되지 못하고 다시 휩쓸리게 되며, 결국 잊어버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흔히 말하는 "아무리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같은 문제를 여러번 풀어서 그 문제를 외워도 그 문제만 풀수있어 응용력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초등학교때부터 '기억'을 '연상'을 통해 단단히 고정하는 작업부터 하게 되면, 중학교 가서 새로운 '기억'을 가르칠때 기존 초등학교때의 기억과 연관이 되며 새로운 지식들이 단단히 고정되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굳이 예습복습도 할거 없이 선생님의 설명만 들어도 이해가 되고 대부분 기억을 하게 되며, 응용력도 높아지게 된다. 이런 것이 점점 쌓여 고등학교 대학교 까지 올라가면 달달 기억을 외우기만 한 학생과 응용력과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능력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기억단편'들을 촘촘하게 만드는 교육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것을 왜 배우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 되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의미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이게 왜 이렇게 되는거에요"하고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일단 외우기나 해" "쓸데없는거 묻지마" 와 같은 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그 학생의 앞날을 막아버리는 심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폭창이
11/01/31 12:49
수정 아이콘
절대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가 이런 극심한 경쟁체제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경쟁이 오히려 전체적인 발전을 늦춘다고 할까요. 교육에 잘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아니, 그런 애들이 없다면 '줄세우기'가 성립하지 않죠). 오히려 낙오를 조장한다고 할까요.
11/01/31 13:02
수정 아이콘
그렇죠 어디선가 보았던 거 같은데 기억은 촘촘히 연결된 모듈이라고 하더라구요. 실제 뇌에서도 그렇게 기억이 저장된다고요
레지엔
11/01/31 13:38
수정 아이콘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단지 한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저런 연상 기억법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니까 커리큘럼의 축소가 필연적이라는 거죠. 그리고 연상 기억을 테스트하려면 필연적으로 서술형 시험의 비중이 크게 늘어야 하는데, 이건 평가자의 질도 많이 올라야 하고 시간도 많이 늘어야 합니다.
모래반지의비밀
11/01/31 13:57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이 그렇다는 것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예를 드신 수학과목을 보면 교과서에는 원글자분이 언급하신 수학공식이 어디서 나왔는지 기존에 알던 공식에서부터 출발해서 증명 과정이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봐도 선생님들이 단순 암기만을 시키셨던 것도 아니구요.
제 생각에 문제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적 소양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그게 왜 필요한지는 형성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데요. 시간이 흐르면 부분적으로 해결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1/01/31 16:41
수정 아이콘
본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감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만... 마지막 우리 나라 교육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약 10년 전에 공부하신 "본인 기억"에 의존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초등학교 혹은 더 나아가서 기준을 좀 완화한다면 중학교 정도 까지는 말씀하시는 "왜 이렇게 되는가?"에 많은 방점이 찍혀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 한번 살펴보세요. 왜 이렇게 되는가 에 대한 교육이 나선 계단형으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교육이 아니라, 평가에 있습니다. 교육은 "왜 이렇게 되는가"를 하지만 평가는 "왜 이렇게 되는가"를 보지 않죠. 그러니 왜 이렇게 되는가를 공부한 학생과 그냥 외운 학생이 큰 차이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경쟁과 입시에 지쳐서 "왜 이렇게 되는가"를 가르치는 교사보다는 "시험"을 가르치는 교사를 선호하게 되죠.(고학년이 되면 될수록 말이죠.)
11/01/31 21:11
수정 아이콘
사실 교과서는 정말 잘 되어있습니다. 선생님의 문제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받아들이는 학생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가 좋고 나쁘고가 가장 차이나는 점이 바로 암기력인데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절대 그냥 무작정 외우지 않습니다.

정식으로 마인드맵을 배워서 써먹든, 자기 나름대로 스토리를 만들어서 외우든, 하다못해 단순 암기 공식이
안티안티
11/01/31 22:30
수정 아이콘
karlla님의 말씀에 지극히 공감합니다. 알아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으로 불리지만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도 시험 효율을 위해 얼마든지 단순 암기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최상위권이 되기 위해서는 이해는 필수이지만 그 이해의 범위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많이 벌어지지요.
구국강철대오
11/01/31 22:39
수정 아이콘
그리고는 단순암기하다가는 수능에서 박살이 나지요.

힘들더라도 저렇게 학습해야 결국 수능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그리고 더 나아가 고등교육에서도 훨씬 더 쉽게 접근합니다.
11/02/01 01:17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다만 마지막 부분의 교육실태는 과거는 몰라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봅니다.
배우는 학생이 왜라는 측면으로 접근하지 않는거면 몰라도 지금 수업은 왜?라는 측면을 잘 살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험생들이 공부하다 그냥 닥치고 암기하는 경우는 꽤 보았지만 적어도 제가 학교 다닐적엔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 잘 알려주시더군요.
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당연히 원리중심으로 요령껏 머리써서 공부하고요...

그리고 본문글을 보니 생각나는 사이트가 하나 있네요.
http://supermemory.pe.kr
이 글에 나온 연상법같은 기억법들을 정리한 사이트인데 특별한 비법같은건 없지만 잘 정리되어 있는거 같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070 [일반] 받들고 숭상하는 것은 좋습니다. 다만... [10] Nybbas4964 11/02/01 4964 1
27069 [일반] 아..이런게 바로 역차별 아닙니까??(공공기관 28% “신입 채용시 여성 우대” ) [107] 부끄러운줄알��7950 11/02/01 7950 0
27068 [일반] 소리 1 - 기형도 [1] Geradeaus4574 11/02/01 4574 1
27066 [일반] 토레스가 결국 첼시로 떠났네요 . [94] 트렌드5952 11/02/01 5952 1
27065 [일반] 양희은 with 세시봉 - 아침이슬 [6] sungsik4514 11/02/01 4514 1
27064 [일반] 대신하여 감사인사 드립니다.(면접 후기) [5] dokzu4422 11/02/01 4422 1
27063 [일반] 2년간의 영어공부를 돌아보며(부제:영어공부 방법론) [9] Typhoon5541 11/02/01 5541 2
27061 [일반] 해외축구 이적시장 중계방 4 [232] 벤소토5499 11/02/01 5499 1
27059 [일반] 해외축구 이적시장 중계방 3 [227] 벤소토3686 11/02/01 3686 1
27057 [일반] 해외축구 이적시장 중계방 2 [215] 벤소토3685 11/02/01 3685 1
27055 [일반] 솔로부대 귀환입니다~ [3] 무지개빛깔처럼3608 11/01/31 3608 0
27054 [일반] 해외축구 이적시장 중계방 [204] 벤소토4553 11/01/31 4553 1
27052 [일반] 갓연아의 위엄.jpg (스압) [174] 삭제됨17132 11/01/31 17132 1
27051 [일반] 구자철선수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했네요 [32] 반니스텔루이6880 11/01/31 6880 1
27049 [일반] [잡담] 그림자를 볼 줄 아는사람... [3] 언뜻 유재석4209 11/01/31 4209 1
27048 [일반] 농구 좋아하시는 분 계신가요 (KBL 드래프트 관련) [39] 이순규4086 11/01/31 4086 1
27047 [일반] 원전수출에 관한 2580방송에 관한 지난 기사, 지경부 답변, 일본관련기사 [23] 총알이모자라6286 11/01/31 6286 1
27046 [일반] 사람의 기억력에 대한 고찰 - 그리고 교육에 대해 [9] 마술사3808 11/01/31 3808 1
27045 [일반] [해외축구/세리에A] 22라운드, 인테르 극장전 [8] 삭제됨3758 11/01/31 3758 1
27044 [일반] 서정성에서만큼은 대한민국 원탑이라고 생각하는 그녀. [16] 삭제됨8920 11/01/31 8920 0
27043 [일반] 박지성 선수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35] 반니스텔루이6321 11/01/31 6321 1
27042 [일반] 김범수&태연의 듀엣곡, 주얼리의 뮤직비디오, 이정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4] 세우실4181 11/01/31 4181 0
27041 [일반] 다시 가슴이 요동칩니다. [21] dokzu8108 11/01/31 810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