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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11 06:51:07
Name 아기천사실바
Subject [일반] 타블로 떡밥을 보고 몇 글자 적습니다.
제가 글만 썼다 하면 좀 욕을 많이 먹는 스타일이라
피지알에 오면 눈팅을 주로 하려는 편인데
그래도 뭐 너그럽게 보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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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는 연예인을 공인으로 규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래에 글쓰신 어떤 분은 공인이라는 단어를 동음이의어로 쓰시고자 하는 듯 보였으나, 이는 개념간의 혼동을 줄 수 있고 나아가 그러한 혼동이 두 가지 성격의 공인(간단히 정치인 v. 연예인)에게 같은 종류의 '의무'에 가까운 부담을 지게 하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국가의 중요정책을 결정할 지위에 있는 '정치인'은, 그의 비위사실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도덕성을 검증할 필요성이 생기고, 따라서 일정부분 사생활 공개를 요구할 권리가 국민에게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거에 출마할 때 전과사실을 공개한다거나, 과세자료를 공개하는 등의 일을 공직선거법 혹은 그에 부속된 행정규칙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 그 예죠) 그러나 연예인은 그가 맡고 있는 직역(가수의 경우 음악, 연기자의 경우 연기-)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면 될 뿐, 그의 사생활이 더럽다거나 신뢰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한들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습니다. '미풍양속' 등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방지하는 것은 언론이 일반인에 대하여 그러하는 것과 같이 사적 영역 자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잘 방지될 수 있겠지요. 이처럼 둘의 특성이 다른데 공인이라는 말로 묶이게 되면, 정치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연예인도 당연히 요구받을 수 있는 부당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한 연예인이 정치인들도 하지 아니하는 강력한 종류의 학력인증-성적증명서 공개에 이르는-을 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이를 방증하죠. 덧붙여, 연예인이 스스로 사적 영역에 있어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라는 명제는, 언론의 공개 노력 자체가 '더티한 연예인들'에 치중되어 왔고, '잘 지내고 있는 연예인들'에는 수치상 적었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이견이 있으시다면 받습니다) 무용한 것이라고 봅니다.

2. 연예인이 이미지를 팔아 부를 축적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이미지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지에서, 학력인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타블로에게도 일정 정도의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에 또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견해는 여러 가지 복잡한 논증을 통하여 제시됩니다. 자신이 판 상품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판매자의 예도 등장하고, (이는 타블로를 이미지를 파는 상인으로, 이미지를 상품으로, 대중은 이미지를 '구입'한 자들로 위치시키는 것 같습니다.) 소통의 논의도 등장하며, 위에 제시한 공인에 관한 논의도 등장합니다. 이들이 어떻게 엄밀한 연관관계를 가지는지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그 논증을 '적당히' 판단해 보겠습니다.
우선, 타인에게 의무를 지울 수 있는 자는 오직 권리가 있는 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권리와 의무는 대부분의 경우 명시적 혹은 묵시적 합의하에 발생합니다. 그런데 '타블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네티즌'이라는 사람들이 타블로에게 학력인증을 요구할 권리 자체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매우 불명확합니다. 대중은 타블로의 이미지를 소비하였고, 타블로는 인기를 얻어 재화를 얻게 되었다는 설정은 언뜻 보면 견련관계가 있는 듯 하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타블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일단 여러 층위로 나눌 수 있습니다. a. 타블로의 음악을 사랑해 왔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인 앨범구매자들  b. 타블로의 음악은 티비로나 보고 mp3를 무료로 다운받아 듣는 사람들 c. 오락프로그램이나 CF에 출현한 타블로를 보는 사람들---- (이러한 방법의 유형화는 앞의 글에도 있었고, 잠시 차용했습니다.)

타블로의 학력위조가 명백하다고 하는 경우, a들이 신뢰가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음악의 '하자'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타블로가 거짓말쟁이라는 사실과 음악의 질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이죠. 모 전자 대리점에서 티브이를 샀는데 알고보니 대리점의 점장이 유명한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나는 제값에 제 티브이를 샀고, 아직 고장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점장이 더러운 자라는 이유로 티브이의 하자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말도 안 됩니다. 직접적으로 타블로에게 돈을 지불한 a군의 '소비자들'도 타블로의 '정직성'을 요구할 권리는 없습니다. 공인이니까 가능하다구요? 정치인인 공인은 그럴 이익이 있으나 연예인인 공인은 그럴 이익이 없음은 위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습니다.

b와 c군의 사람들을 생각해 봅시다. 그들이 타블로의 이미지를 어떤 모습으로 형성하여 왔든, 역시나 타블로에게 깨끗한 삶을 요구할 권리는 없습니다. 이들은 타블로에게 직접적으로 지불했다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며, 타블로도 이들에게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중이 준 관심으로 인해 돈을 벌었으니 타블로가 그러한 의무를 지게 될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대중은 관심을 주었으나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었고, 특히 c군의 사람들은 단 한 순간도 유의미한 지불을 하여 본 적이 없습니다. 예능 출연료나 CF 수입은 그의 상품성을 판단하여 주는 방송국 혹은 광고주의 선택입니다. 이미지를 '소비'한다고 하는 대중은 자신들이 좋아서 이에 티브이에 나온 타블로를 보았을 뿐, 또한 타블로가 만든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얻는 방편으로 그에게 관심을 가졌을 뿐, 그에게 일정 재화를 안겨 주기 위한 의도하에 이를 행하였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예능 실컷 재밌게 보았으면 그들이 쏟아 준 관심에 대한 대가는 다 받고 남았을 것이며, 타블로가 이들을 위해 의혹을 명쾌하게 해소해야 할 의무는 어디서도 발생되지 않습니다. 의무의 문제가 아니라 도의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에 대하여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타인에게 그가 어떠한 강의를 들었고, 어떠한 학점을 받았으며, 어떠한 논문을 썼는지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라는 것을 지우기 위하여 '도의'라는 근거는 매우 부적절 혹은 부족합니다. 도의에 기반한 요구는 상대방이 응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며, 그것이 응해야 하는 정도의 것으로 격상되는 순간 그것은 의무가 됩니다. 게다가 그것이 한 인간에 대한 전방위적인 비방과 허위사실유포를 수반하는 것이라면 의무에 준하는 압박을 주게 되며, 이는 더 이상 도의의 범주는 아닌 것입니다.

3. 한편에서는, 타블로가 가수로서 성공하게 된 데에는 스탠퍼드대를 나온 경력이 큰 역할을 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적절하지 않습니다. 우선, 스탠퍼드대를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큰 영향을 주어 타블로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타블로가 거짓말을 하여 그 신뢰가 추락하였다고 하면, 그것이 보호받을 만한 신뢰냐는 것입니다.  (그들이 음악청취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였는가는 별론으로 합시다.)  학력 여부와 상관없이 음악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죠. 그의 음악을 좋아하여 앨범을 구매한 사람이, 타블로가 거짓말쟁이임을 알게 되어 그의 음악이 싫어졌다는 것은 그 개인의 문제에 불과하며, 매도가 완료된 생산물 자체에 아무런 변형을 가한 바 없는 타블로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기에는 근거가 지나치게 미약합니다.

덧붙여, 스탠퍼드대를 나온 사실이 타블로의 음악홍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이를 통해 타블로에게 '증명'같은 것을 요구하려면 타블로가 학력을 도구로 음악홍보에 적극 이용한 사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의 명문대 입학 사실이 단지 특이한 이력이었을 뿐이고, 이에 언론이 관심을 가져서 알려졌을 뿐이라면, 혹은 언론의 인터뷰에 수동적으로 대답하는 과정에서 주목을 끈 정도였다고 하면 증명의 요구는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주장이 관철될 경우 명문대 나온 아티스트는 자의에 의해서건 아니건, 일단 외부에 학벌이 알려지면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는 건데, 학벌 좋은 게 무슨 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실적인 문제를 보자면, 타블로가 학력을 음악홍보에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다는 정황이 명확하지 않고, 이를 명확하다고 주장하려면 주장하는 측이 입증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도는 자료들을 보아하니 유언비어를 생산하는 그들 스스로가 입증을 염두에 두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4. 권리 의무를 넘어선 또 다른 측면에서 타블로에게 학력을 공개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넣을 것이냐는 문제는 그것을 공개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타블로 스스로의 자유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 대중이 이를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저울질하여 해결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타블로에게 학력을 공개할 아무런 의무가 없는 이상, 타블로의 행동의 자유가 우선시되어야 함은 명백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타블로의 학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 대중에게는 한낱 가십에 불과하며 이해관계라고 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타블로는 구라쟁이래..라는 이슈는 실컷 돌고 돌다가 어느 순간 잊혀져 대중의 삶에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타블로가 원치 않는 일을 행해야 하는 것은 '기본권'의 침해 상황이지만 대중은 몰라도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신뢰가 파괴되는 손해에 대하여 말한다면, 그러한 신뢰는 보호가치가 없음을 위에서 정리했습니다.) 무엇보다 타블로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간이며, 그를 상품으로 본다 하여도 인간이라는 전제를 벗어나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그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보호받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상황이 전무한 현재 상황에서 타블로의 자유가 관철되어야 함은 당연하고, 따라서 타블로는 학력을 공개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리하면, 타블로는 공인으로 불리울 이유가 없으며, 자신의 학력과 관련된 의혹을 공개하여 논의를 불식시킬 의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상황은 타블로가 성적증명서를 공개하고 교수 기타 주변 인물들이 인증을 해주는 방식으로 끝났군요.  연예인에게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이상을 요구하는 것이 빈번한 사회(성적증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게다가 그것이 대중이 필요로 하는 것 이상(성적증명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인 경우가 많은 작금의 상황이 저는 매우 더티해 보이고 못마땅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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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게시물들을 보다 덧붙일 것이 있어 적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New York Times v. Sullivan 사건에서 공적 인물 이론을 채택합니다. 요지는 공적 인물(사안에서는 경찰공무원이었음)에 대한 비난에 대해, 그 공무원이 명예훼손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하여는, 표현자가 '현실적 악의'라는 것을 가졌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손해배상은 '가능'하나 이는 피해를 입은 공무원 등이 악의를 증명하는 엄격한 기준 하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의 다른 케이스에서 공무원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여, 휴양지관리인도 공무원처럼 본 재판례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우리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1998. 5. 8. 97다34563)

그러나 제가 공부한 공적 인물 이론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미국 헌법학계의 주류가 유명 스포츠인이나 연예인을 공적 인물로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공적 인물 이론은 연예인이 공인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언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은 엄격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사안에서는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방법에 의할 수 있음을 보인 것에 불과합니다. 그것을 오독하여 연예인을 공인으로 부르는 일에 PGR의 동의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연예인이 자신의 학력을 공개할 의무가 있을까, 연예인은 공인일까 하는 논의와 인터넷 실명제 등 정부차원의 규제가 필요할까라는 논의는 매우 다른 좌표에 있고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이상입니다. 좋은 하루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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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의DVD
10/06/11 07:26
수정 아이콘
제 평소 생각을 살짝 얹어보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그런 관념은 그냥 연예인들 스스로 "공인으로서" 하거나 대중들들이 연예인들을 가리켜 "공인으로서" 하다 보니 입버릇처럼 굳어진 거라고 봅니다.
어떤 연예인이 스스로 능력과 인격 등 모든 면에서 타의 모범이 되고 싶어하여 그렇게 되었다면 당연히 훌륭한 일이겠지만
모든 연예인들이 마치 응당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듯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는 것인데 여기에 혼란의 원인이 있습니다.
연예인이 누굴 대상으로 어떤 방향으로 열심히 해서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 노력해야 할 지는 연예인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이어야 하지 선택의 여지 없이 일제히 "공인" 이라는 허상을 쫓도록 강요당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예인들의 사생활 침해를 대중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한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인식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사생활 요구에 응하든 응하지 않든 연예인들이 자유롭게 선택하게 내버려 둬야 합니다.
심지어는 팬들의 요구에 고의로 응하지 않아서 일부 팬들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성향의 팬들에게 어필하려는 선택을 할 권리마저 연예인에게 있음을 팬들은 인정해줘야 합니다.
연예인이 스스로 자기가 만들어 나가는 이미지에 따라 어디서 사랑받고 어디서 미움받는 지는 본인이 알아낼 일이고 어련히 알아서 대처할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으며 사법은 사법기관이 할 일이니 먹고 살기도 바쁜 나까지 일일이 이런 저런 우려에 다 참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내가 굳이 그러고 싶어서 사석에서 지인들과 만나 연예인 사생활과 가십을 즐길 땐 그자리에서 대충 즐기고 끝낼 줄 아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팬심이 "관심과 사랑"이라는 탈을 쓰고 연예인에게 "공인"이라는 굴레를 씌워서 사생활 침해를 강요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휴가(off duty)중인 직장인은 잠시 직장인의 의무를 놓은 휴가인이어야 하는데, "김대리가 없으니까 일이 안 되잖아 김대리가 이해해" 자꾸 전화해서 일에 대해 물어보는 건 선의라 하더라도 질서를 깨는 일이고 선을 넘은 겁니다.
마릴린 맨슨이 안티크라이스트 이미지를 팔아서 장사를 하지만 주말마다 사탄 숭배 의식에 참석하지도 않고 그냥 가족들이랑 놀이공원 다니고 무한도전은 본방사수하고 밤에 케이블로 스타 좀 보다가 잠들고 크리스마스때는 산타 옷 입고 자녀들에게 "메리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는 안티크라이스트의 상징(?)답지 않은 평범한 사생활이 다음 아고라에서 폭로된다고 해서 팬들이 "x실망이다 맨슨 날 속였어" 하며 그에게 분노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직업은 직업이고 사생활은 사생활이면 정말 안 되는 걸까요?
서로 선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 평화를 위한 바로 쇼비즈니스의 질서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헤르메스
10/06/11 07:42
수정 아이콘
연예인과 공인론에 대해서는 공인이냐 아니냐라는 이분법적 논의보다는 다른 논의가 pgr에서는 더 생산적일 것 같지만, 일단 글쓴 분께서 미국 학계에서 연예인을 공인으로 보는 것을 찾지 못했다고 말씀을 하셨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학계의 논의를 마지막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미국의 경우, http://en.wikipedia.org/wiki/Public_figure 의 설명에도 나와있듯이 public figure에는 politician, celebrity, or business leader 등이 포함됩니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는 여기서 celebrity 범주에 속하겠지요. http://books.google.co.kr/books?ei=_mcRTPT8LdTpnQeE-q2RAw&ct=result&q=public+figure+entertainer&btnG=%EB%8F%84%EC%84%9C%EA%B2%80%EC%83%89 구글 북 검색을 통해 각종 전문/교양 서적을 보면 사용 용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 선수나 아티스트를 넣어보셔도 좋습니다. 아, 참고로 미국 학계 내에서도 이런 주류적 입장도 반대하는 소수 견해도 있습니다. 특히 한 미국 스포츠 선수가 자신이 공인인 것과 롤 모델이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인터뷰 기사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 헌법학계의 논의를 소개하고 있는 한국 서적 http://book.naver.com/bookdb/text_view.nhn?bid=1443020&dencrt=JYgEnD2wr54NB%252BOhNDpIOrGH7vPl70%252Fw6yA%252FvmhXXGQ%253D&query=%EA%B3%B5%EC%A0%81+%EC%9D%B8%EB%AC%BC+%EC%9D%B4%EB%A1%A0+%EC%97%B0%EC%98%88%EC%9D%B8+ (미국은 처음에 공무원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은 연예인, 스포츠 스타를 공인에 넣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독일에서는 Person des öffentlichen Lebens라고 하여 공적 인물 이론을 말하고 있고 공인에 연예인, 스포츠선수를 포함합니다. (Ämter, Künstler oder berühmte Sportler) http://de.wikipedia.org/wiki/Person_des_%C3%B6ffentlichen_Lebens

일본의 경우, 유명 연예인, 스포츠 선수를 みなし公人(準公人)라고 하여 준공인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한국 학계에서도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을 공적 인물에 포함시켜 거의 유사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내에서 일반 언중에서의 공인 개념의 파악의 언어 생활에 대해서는 별론으로 하고, 위에서 미국 학계를 언급하셨기에 이 부분만 적어 봤습니다.

한국의 판례는, 말씀하신 대로 현실적 악의론은 대법원이 수용하지 않았지만, 대법원 2008.2.14. 선고 2005다75736 판결에서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표현된 내용이 사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 공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는바,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

라고 하여 공적 인물 이론의 취지를 상당 포용한 판시를 보였다고 평가받습니다.

네티즌 개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한하는 쾌쾌한 학술적인 논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타블로 사건에서는 기존 이론에 기대는 공인론보다는 , 보다 창의적이고 폭넓은 주제를 포괄하여 앞으로 다시는 이런 류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찰하는 활발한 논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문의벽
10/06/1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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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동네에서 연예인이 공인이냐를 주제로 싸운 1인 입니다만, '연예인은 공인이다'를 해석 하는 기준은 상식(윗분께서는 전문적인 문제라고 하지만, 미디어에서도 수차례 등장하는 단어이니까요.)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써놓고 보니 오해를 살 수 있는 댓글이네요. 상식의 문제라고 지칭한 것은 어떤 잣대나, 가치관을 기준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말한것입니다
똘이아버지
10/06/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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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그냥 유명인이라고 봐야죠. 공인의 책무라던지, 공인에 걸맞는 행동이라던지 이런걸 강요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유명인이라고 말해야 됩니다. 요즘 우리 말의 조어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어서 새로운 말을 거의 못만들어 내고 있는 현실이라서 이런 공인 논쟁이 생기는 것 같네요. 새로 생긴 말은 그냥 다 외래어를 끌어다가 쓰고 번역해서 쓰고 하니.......
10/06/1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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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씨의 '건투를 빈다' 책 중에 이러한 구절이 있어서 인용합니다

연예인, 그들은 공공의 영역에서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공복이 아니라 공공연한 영역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직업인이다. 국민투표로 그들 선발해 성금 각출로 그들 무명 시절 자금 조달해주고 반상회에서 순번 정해 그들 출연하는 프로 의무 방청한 게 아니다. 그들의 영업 내용이 퍼블릭한 것이 아니라 그 영업 장소가 마침 퍼블릭할 뿐인게다.
유명하다? 그럼 공적 가치 추구가 아니라 사적 싸가지 관리나 잘하면 될 일이다. 그마저 의무 아니라 개인 품성의 영역이고.

저는 이 문장이 연예인과 공인 사이의 관계를 가장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바알키리
10/06/11 08:33
수정 아이콘
타블로가 성적증명이나 학력을 인증해야하는 의무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타블로가 왜 학력인증을 했느냐 굳이 적을 만들어 자신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연예인이 팬들에게 충성해야할 의무는 전혀 없죠. 하지만 팬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음악과 상품 좀 더 많이 팔려면 어쩔수 없습니다. 타블로 자신은 처음부터 이런 학력위조 사건은 어이없고 인증을 할 필요도 없는 우스운 애기쯤으로 치부했을수도 있습니다. 저라도 내가 스탠포드를 나왔는데 니들이 믿든 안믿든 난 상관없어 이런식으로 생각했지만 사건은 일만만파로 커지고 많은 네티즌들이 궁금해 하는 큰사건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때 타블로의 대응은 2가지가 있겠죠.
1. 니네들 맘대로 생각해 난 스탠포드를 나왔고 너희가 믿든 안믿든 난 별 상관없어
2. 그래 니네가 원하는거 다 보여줄게 나를 믿어.
타블로가 유명연예인이 아니고 1번의 대응에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었다면 굳이 2번을 해야할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1번의 대응은 연예인인 타블로가 선택하기에는 얻는거 보단 잃는게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번의 타블로의 대응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닌 타블로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인 것 같네요
연예인들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할려고 하는 이유는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인증 안해서 의혹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면 자신의 상품가치에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인생은전쟁이
10/06/11 09:47
수정 아이콘
연예인들이 공인으로 불러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론 및 네티즌 그리고, 연예인 스스로 공인이라고 말했을 때 그 공인은 사전적 의미의 공인을 생각해서
공인이라고 한 것 같지 않습니다.
즉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수 많은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행위를 함에 있어서
모범까진 아니더라도 평소에 느껴지는 이미지에 반하는 행적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할 때 쓴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은 앞으로 공인으로 언급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못박는 것 또한 동의하지 않습니다.
(의미까지 왜곡해서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연예인이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서 싸워서 혹은 방송에서 욕하는 것이 연예기사에 떴다고 보면,
마치 죽을 죄라도 진 것 처럼 앞 다투어 기사들이 쏟아지고, 대부분은 그 연예인을 비난할테고,
소수 팬들만 태어나서 싸움도 한 번 해보지 않았냐는 등, 욕 한 번 해보지 않았냐는 등
이런 말도 안되는(?) 쉴드를 치게 됩니다.
그러나 전 신기하게도 그런 개념없는(?) 쉴드를 좀 더 이해하는 입장입니다.
말 그대로 싸울 수도 있고, 혹은 욕도 할 수 있습니다. (방송 중에 하는 입모양 혹은 가벼운 욕은 편집실수로 나왔겠지만요)
왜냐하면 전 연예인 외모나 기타 재능에 비례하여 다른 품성과 인성이 따라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부에 별로 관심없고, 다만 노래하고 춤추는 것 좋아하는 잘 노는 아이들이 연예인에 주로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는 부류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술, 담배, 싸움, 욕설, 기타 문제 등에 조금이라도 더 노출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연예계에 데뷔하여, 속칭 기획사에서 만들어준 이미지에 따라서 잘 행동하다가
방송에서 친한 동료끼리 할 수 있는 욕 혹은,
자꾸 기자나 팬들이 지나치게 따라붙어 실제 짜증나는 상황이라 욕 한번 튀어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원래 그런 이미지의 삶이 애초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이미지로 연기(?)하다가 실수한 것 뿐이니까요.
대중들은 사실 만들어진 이미지가 그 연예인이 진짜 모습일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실망도 크게 하고 비난도 커지겠지요.
그들에게 모범을 보이라는 이유 혹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말 그대로 보통의 사람도 할 수 있는 약간의 실수들도 연예인들이 하면 크게 보이고, 인기 추락이 불가피 하기 때문입니다.
수 많은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열광하고 있는 순수한 연예인이
술 담배는 물론 욕한번 안해봤을 것 같은 천사같은 그 연예인이 술 담배에 찌들어서 살고 있을 지, 욕을 입에 달고 살고 있을 지
혹은 마약 및 기타 성스캔들이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입니다.
이미지 좋으신 분들 중에 폭행, 학력 위조, 마약, 성스캔들이 실제로 많이 일어났었고.
(개인적으로 허준에 출연하셨던 분이 가장 충격이었고요.)
화려한 연예계 뒤에 숨겨진 그 어두운 면은 간혹 터지기도 해도, 지금도 일어나고 있겠지만
현실은 화면 속의 연예인의 모습만 즐길 뿐입니다.
쓸데없는 소리만 많이 했는데;;
조금 관련있는 말을 하자면, 연예인에게 도덕적 의무를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법이 아닌 다음에야,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할 문제겠고요.
혹은 어떤 의혹을 푸는 일 조차 마찬가지입니다. 강요할 문제 아닙니다.(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그러나, 도덕적으로 행동하지 않은 연예인이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인기하락은 감당해야 할 몫이겠지요.
결국 기획사 혹은 본인, 기타 환경적으로 잘 만들어 놓은 이미지 잘 지켜서 연기 잘 해내는 연예인은
수익활동 잘 하면서 성공하는 것이고, 그걸 해내지 못한 연예인은 여론의 뭇매를 맞다가 사라지겠지요.
P.S. 연예인이 본인의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순수한 분들에겐 그 연예인이 진리입니다.
최소한 이 분들은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타블로씨 관련해서는 너무나 많은 사회적 논쟁과 의견 대립이 첨예화되고 있으며, 그러한 이유로 거대한 사회적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성대 이호우 교수님의 말씀처럼, 꼭 밝혀야 하는 의무는 아니지만 밝히는 것이 좋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타블로씨 반대편의 분들은 거의 다 밝히라는 쪽이었지만, 중립 또는 타블로씨 쪽에 섰던 분 중에도
궁금하긴 하다 혹은 깔끔하게 밝히고 심하게 xx한 분들 고소했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나름 계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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