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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8/08 22:38:51
Name 작고슬픈나무
Subject [일반] [여행-맛집] 피지알과의 약속 지키기 (3/4) - 수정
세번째 글을 올립니다. 이번엔 담양에 있는 대나무통, 죽통밥입니다.

이전 두 글에 댓글 달아주시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도 역시, 제 이글루에서 가져온 글이므로 평어체인 점을 양해 부탁드리고,

맞춤법 지적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음에 떡갈비만 올리면 마지막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과 경기도 구리, 남양주 인근에 맛있는 곳 추천해달라고 염치없이 또 부탁드립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시는 노원구, 중랑구, 도봉구입니다. 제가 노원구 살거든요.

그리고 구리시와 퇴계원, 장현, 오남리 등등입니다.

부탁드리는 처지에 염치 없는 말이지만, 꼭 가본다는 장담은 못 드립니다.

주말엔 정신 없이 일해야 해서, 평일 낮이나 밤에나 갈 수 있는 처지입니다.

24시간이나 밤 늦게까지 하는 곳이면 거의 다 가볼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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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서 밥도 안 먹고 바로 담양으로 달렸다.

고속도로를 타고 전라남도로 들어가자마자 백양사 나들목으로 내려 국도로 갔다.

홍길동의 고장이라는 장성군 (처음 알았다)을 지나 담양으로 들어서니 표지판이 보인다.

소쇄원도 좋고 죽녹원도 좋다. 대나무를 실컷 볼 수 있겠구나.




이정표를 안 보더라도 담양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길 양쪽으로 심심찮게 보이는 죽통밥 음식점들이다.

일단 목표지로 삼은 가게에 도착.

구석진 시골 마을에 있는 가든같은 가게다. 평소라면 절대 안 들를 스타일이지만, 일단 내렸다.

내부 장식은 아니나다를까 온통 대나무 활용. 죽순으로 담은 듯한 거대한 술병들도 보인다.












일단 메뉴는, 대통밥 한식이 1인분에 8천원. 이거 말고도 죽계탕, 죽순회, 떡갈비 등이 있었으나

떡갈비는 나중에 따로 가기로 한 곳이 있어서 가볍게 대통밥 2인분.

일단 자리에 앉으면 식탁 위에 이렇게 얇은 반투명의 비닐을 깔아준다. 1회용이라 깨끗한 느낌이 들어야 할 텐데

왠일인지 시골 동네 잔치 났을 때 마분지 까는 분위기라서

오히려 비호감이 되어버렸다. 내가 이상한 건지.

가게는 무척 넓었고,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쯧.

일단 반찬 도착!














'쫀득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이 도토리묵이이야말로 진정 쫀득했다.

젓가락으로 잘 갈라지지도 않을 정도여서, 힘 주어 가른 걸 젓가락으로 들면 공중에서 탱탱!

입에 들어가면 진한 향을 풍기면서 혀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 느낌을 살리려고 몇 컷이고 찍었지만, 아무리 찍어도 그 느낌이 살지 않는다.

위 사진과 같이 젓가락으로 벌리고 있어도 더 이상 갈라지질 않는다. 힘을 주어 갈라야만 한다.

정말 민망하게도, 한 끼 먹으면서 이 묵만 4접시를 먹었다




이건 죽순 무침. 보기엔 그다지 먹음직스럽지 않은데, 일단 하나 집어서 입에 넣으면 고소함과 담백함에 입 안이 깜짝!

서울의 중국음식 등에서 보는 잔 죽순이 아니라, 베어물고 씹을만한 촉감이 느껴질만큼 적당한 크기에

토란을 으깬 듯한 양념이 고소함을 더해주었다.

이 녀석은 안사람이 입맛을 붙여서 역시 한 끼 먹을 동안 3접시를 먹었다.

민폐 부부다....

그리고 다음은,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을 읽다 보면 정말이지 무슨 맛일까 궁금해지는 음식 중 하나인

토하젓. 처음엔 이게 토하젓인지도 몰랐다. 밥에 비벼먹다보니 이건 뭐 양념게장이고 간장게장이고는

안드로메다로 보내고도 남을 내공을 갖추고 있는 녀석이다. 특별히 손가락으로 지적질 좀 해봤다






그렇게 죽통밥이 나오기도 전에 반찬들을 반토막을 내고 있는 와중에 대나무통 두 개가 날라져 왔다.









일단 대통 한가운데 밥이 담겨 있는 데서 왠지 모를 시원한 감이 든다.

밥은 약간 찐 듯 한 느낌이지만, 꼬드밥에 가까운 정도였다.

예의 토하젓을 쓱쓱 비벼 먹는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못 찍었다.

왜 그랬을까 하며 한참을 탄식하고 그 당시의 상황을 곱씹어보다가 별 대단할 것도 없는 답을 생각해냈다.

토하젓과 담백한 밥이 어우러지고, 묵과 죽순무침, 거기에 죽순이 푸짐하게 들어가있는 죽순된장국.

일단 숟가락을 들고 나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다니, 맛난 음식에 대한 무례가 아닌가 말이다!!

2인분을 다 먹고 나서 따로 하나를 더 시켜서 나눠 먹었다. 아쉬움 때문에




죽순 가득한 된장국 단독컷 한 장 드렸다. 구수했다.

가게가 한적한 곳에 치우쳐 있어 내비게이션 아니면 찾기 힘든 곳이고,

더운 때라 그랬는지 위생도 그닥 청결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게다가 막 확장한 곳이라서 전체적으로 약간 어수선.

그러나 무엇보다 직원분들이 정말 친절하셨고, 무엇보다도 같은 반찬을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더 주면서, 적어도 겉으로는,

불쾌한 표정 한 번 없는 모습이 정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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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暴風]올킬
07/08/08 23:35
수정 아이콘
아.... 저녁도 안먹었는데.아무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pandahouse
07/08/08 23:38
수정 아이콘
맛있겠네요. 반찬이 맛있는집이 보통은 요리도 잘하죠. 된장국에 밥 먹고싶습니다.
에인셀
07/08/08 23:54
수정 아이콘
저도 태백산맥 보면서 토하젓 궁금했는데..
맛있어 보이네요. 야밤에 침이 꿀꺽 넘어가네요.
맛있는빵
07/08/09 00:01
수정 아이콘
허허...이거 완전;;;;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대나무밥에 죽순된장국에 토하젓이라...
사상최악
07/08/09 02:10
수정 아이콘
무슨 맛일지 궁금하네요. 먹고싶어요.
초보저그
07/08/09 04:08
수정 아이콘
고기님을, 떡갈비를 빨리 올려주세요. 음식 사진들 보니까 침넘어가네요. 정말 맛있어보입니다.
[NC]...TesTER
07/08/09 08:34
수정 아이콘
부럽네요. 잘 보고 갑니다.
하나친구
07/08/09 09:10
수정 아이콘
집이 광주라.. 담양에 대통밥을 먹으러 마니 다녀봤었는데..

표현이 너무 멋있으시구요... 먹고 난 대통은 연필꽃이로 딱이죠 ^^

위쪽은 대나무가 없기때문에 대통을 재활용 하던대.. 이쪽은 연필꽃이에 칫솔통에..

떡갈비는 어디로 가서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담양에서 가본 곳 중에서는 신식당과 덕인관 떡갈비 이 2곳에 제일 맛있었거든요

그리고 저기 위에 메뉴들중~~ 늦봄이라고 해야 하나요?? 5~6월 경에 먹는 죽순회.. 정말 맛있습니다 ^^
아.. 저기 가신 곳은 어디 식당이실까요?? 제가 안가본 곳이면 한번 가볼려구요 ^^
빤짝이
07/08/09 11:53
수정 아이콘
점심시간이 다되어가는데 고문이네요... ^^ 부러워하며 잘 보고 갑니다.
07/08/09 13:18
수정 아이콘
이야..저는 대전 사는데..대전 대통밥은 비싸기만 하고 맛도 없요.. 부럽네요.. ㅠ.ㅠ
오소리감투
07/08/09 17:52
수정 아이콘
오우, 죽통밥, 정말 맛나게 잘찍으시네요...~~
저도 어떤 맛일지 참 궁금합니다~~
작고슬픈나무
07/08/09 18:39
수정 아이콘
[暴風]올킬님// 저도 지금 저녁 먹어야 하는데 못 먹고 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 보면서 제가 침이 넘어가네요.

pandahouse님// 그렇지요. 어느 집이건 가서 김치만 먹어봐도 앞으로 나올 음식맛을 알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에인셀님// 갈치속젓도 작품에 나오는데, 그것도 아주 맛이 특이하답니다. 토하젓이랑 같이 꼭 드셔보세요.

맛있는빵님// 오. 그 유명하신 맛빵님이 아니십니까. 폐하 만세!! (<< 여기서 오류 나서 하마터면 이 댓글 다 날릴 뻔 했습니다. 등록하기에 부적절한 단어가 하나 섞여 있었다는군요. )

사상최악님// 밥 자체는 일반 밥과 크게 차이나진 않습니다만, 둘러싼 반찬들의 맛이 워낙 뛰어나서 무슨 맛이라고 한 마디로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직접 확인하세요.

초보저그님// 내일 중으로 고기님을 올리겠습니다. 추릅.

[NC]...TesTER님// 테스터님의 세상읽기는 오래 오래 전부터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친구님// 식당은 한상근 대통밥 이었구요, 죽순도 제철에 먹는 것이 역시 최고겠지요? 아, 죽순회. 또 침이 흐릅니다. 서울에서도 인사동에 가서 대통밥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맛도 맛이지만 그 대통이 재활용된 거라는 걸 이번에 담양 간 뒤에 알았습니다. 담양에서는 먹고 난 통을 가져가게 해주더군요. 종이가방까지 제공하구요. 깨끗이 씻어서 햇볕에 말리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그냥 내려왔습니다. 이 이상기후는 언제나..

빤짝이님// 고문을 참고 견디지 마시고!! 뛰쳐나가세요, 맛집으로!!!

왕일님// 대전은 음식들이 만나는 곳이죠. 예전에 듣기로 대전만큼 부페 문화나 부페 식당이 다양한 가격으로 발달한 데가 없다고 하던데요.

오소리감투님// 감사합니다. 빠른 시기에 궁금증 해소하시기를 바랍니다.
07/08/09 18:53
수정 아이콘
하나친구님// 이번 8월초에 덕인식당 갔다왔습니다.
2명이 가서 19000원짜리 떡갈비 1인분과 10000원짜리 죽통밥(+추어탕) 시켰더니,
떡갈비는 1인분이 안된다고 해서 아쉽게도 죽통밥은 먹지 못했네요.
그렇다고 떡갈비 2인분에 죽통밥 시키기엔 양이 많아 보였습니다.

먹고난 결론은 한여름 1시간 동안 밖에서 기다려 먹을 만한 것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종로쪽 궁중 떡갈비가 더 저에게는 입에 맞더라고요.
양도 그렇고, 맛은 괜찮았지만 정말 맛있다까지는 아니였네요.
요리가 다 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어느정도 익힌 걸 개인이 익히는 것이라 제대로 요리를 못한 것일수도 있지만,
방송에도 나오고 정부에서 지정된 식당도 되고 해서 맛인 변한 것이 아닐까 의심도 들었습니다.
차라리 그 옆에 있는 시설이 괜찮아보인 신식당을 갈껄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디 안 알려진 떡갈비 맛있게 하는 집 없는지요?
하나친구
07/08/10 12:19
수정 아이콘
홍군님// 저도 7월 말에 갔다 왔었습니다.. ^^

떡갈비집은 거의 대부분 맛이 비슷한거 같습니다.. 물론 담양 IC쪽에 붙어있는 떡갈비 집은 제외하고요 ^^

덕인관은 지은지 얼마 안된 건물에서 깔끔한 맛에 외지 사람들이 많이 오구요..

신식당은 담양 시내에 오래된 건물이라서 담양 내 사람들이 많이 오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디 안 알려진 떡갈비 맛있게 하는 집 없는지요?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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