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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30 02:54:29
Name 엘룬연금술사
File #1 pytha_kor.jpg (146.2 KB), Download : 1162
Subject [일반] [야구이야기] 2010년 한국 프로야구, 기대 승률 이야기 - 1. SK는 그저 운이 좋은 것일까?



소위 야구를 통계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일컫는 말, 세이버매트릭스.
빌 제임스를 필두로 수 많은 공학도, 통계학자들이 이 생소하고도 흥미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발전시켰고 또 발전시켜가고 있다.

과거, 단순히 승률, 타율, 방어율 등의 지표만을 기록하고 관리했었다면
지금은 세이버매트릭스를 통해 개발된 수 많은 지표들이 지속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활용/관리되고 있다.

세이버매트릭스를 통해 각광받게 된 몇 가지 히트 상품(?)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타자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는 OPS(출루율+장타율)나
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는 WHIP(투구 이닝 당 출루 허용률) 등이 있다.

대체로 많은 지표들이 투수, 또는 타자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용도로 개발되고 활용된다고 한다면,
팀의 승리라는 매우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주제에 관여하는 지표들도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지표 중 하나가 Pytharean Expectation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빌 제임스에 의해 제창된 개념으로
중학교 수학책을 펴면 볼 수 있는 바로 그 공식, '피타고라스 정리'를 통해 예상 승률을 정의하는 개념이다.

Exp. Win% = RS2 / (RS2+RA2)

Exp. Win%란 예상(기대) 승률을 의미하며, RS는 총 득점, RA는 총 실점을 의미한다.
총 득점의 제곱을 총 득점의 제곱과 총 실점의 제곱의 합으로 나눈 값이 바로 예상 승률이라는 의미이다.

결국 야구는 득점과 실점으로 승패를 가늠할 뿐, 그 과정이나 기타 상황(예를 들어, 안타를 많이 쳤다고 해서 팀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에러를 통해서라도 상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한 팀이 승리한다는 의미)을 감안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득실을 기반으로 예상 승률을 정의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이 소개된 이후, 수 많은 세이버매트릭스 애용자들은 '제곱'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왜 하필 제곱인가?
나 역시 이에 대해서 딱히 근거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저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제곱이니까 그런가 정도랄까...
사람들은 항상 그렇듯 단순히 의문의 제기하는데 멈추지 않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정말 의미있는 수치일까?" 또는 "더 정확한 상수는 없을까?" 등등

그 과정에서 David Smyth라는 사람이 계속적인 회귀분석을 통해 '2'가 아닌 더욱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0.287이었다.
왜 0.287이냐고 물으면 답은 하나다. 숫자를 일일이 바꿔가며 회귀분석을 해보니 0.287이 가장 현실에 유사했다고 한다.

모쪼록 해당 공식을 활용하여 5월 30일 현재까지의 2010 프로야구를 분석해보면 아래와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SK는 기대 승률대비 실제 승률이 무려 5푼6리나 승률이 높다. 실제로 2.7경기차를 더 벌린 셈이 되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첫번째 가설로는, '그냥 운이 좋았다'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

이길 때는 간발의 점수차로 이기고 간간히 질 때는 시원하게 밀려준 셈이랄까.
물론 인생사 하늘의 뜻이라고 운이라는 것도 분명히 작용하였을 것이다. 다만 야구로 생계를 꾸리는 소위 야구꾼들의 집합체인
프로야구팀들간 대결에서 단순히 운이 좋은 것 만으로 승률이 5푼 이상 차이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두번째 가설로는, '김성근 감독의 귀신같은 선수 기용이 작용한 결과이다' 정도이다.
승부의 흐름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았을 때의 선수 기용, 간발의 차로 리드할 때 투수 교체 타이밍, 귀신 같은 대타 작전...
이러한 부분들이 작용한 결과라는 의미이다. 물론 이 또한 운의 작용이 아니냐라고 하면 딱히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운이라는 것도 작용할만 해야 작용하는 것이라고, 그 만큼 김성근 감독의 '감'이 살아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세번째 가설로는, 팀의 짜임새가 탄탄하여 단순 득/실점 이상의 시너지를 발생시킨다는 정도이다.
팀 분위기, 또는 팀의 기세라는 명칭으로 설명되곤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접전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고
중요한 순간에 에러나 본헤드 플레이를 하지 않는 등의 상황을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네번째 가설로는, SK라는 팀은 이기는 법을 타 팀보다 잘 안다는 정도이다.
각각의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선택하여, 대승이 아니더라도 어찌되었거나 결과는 승리하는 방식의 야구라고 해야할까.
상대적으로 우수한 계투진의 출첵야구라던가 보내기 번트를 위시한 다양한 작전을 많이 활용한다던가 하는 점을 볼 때,
이 가설도 의미가 없지는 않을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네가지 가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지만,
다음 주말에는 SK의 Pythagorean Expectation을 시계열로 분석해보고, 그 중에서도 어떠한 원인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지를 알아봐야겠다.

만약, 꾸준히 시기와 상관없이 Pythagorean Expectation 대비 실제 승률이 상당히 높다면
이는 단순히 '운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라 할 수 있을테고,
그냥 fluctuation이 있는데 하필이면 지금 시점에서 5푼 6리나 높은 것이었다면 최근 운이 좋았던 것 뿐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듯 하다.

벌써부터 다음 주말이 기다려진다.
두산의 우승을 위해, SK가 도대체 무엇때문에 그렇게도 강한 것인지 알아내고야 말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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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30 02:59
수정 아이콘
우와 ^^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이렇게 보니까 흥미롭네요.
10/05/30 03:01
수정 아이콘
예상외로 롯데도 기대 승률 대비 실제 승률이 좋군요.
10/05/30 03:02
수정 아이콘
와. 완전 공을 들인 글이네요.^^ 다음 글 기대하겠습니다!!
10/05/30 03:38
수정 아이콘
신수-추와 박사장님에 대결을 기대하며 mlb를 보고 있었는데 이런 흥미로운 야구글이~
아직 시즌초라 끝날때 가봐야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겠지만 제가 보는 원인은 털릴때 시원하게 털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님말고요
10/05/30 04:06
수정 아이콘
제가 보기에도 유온님과 같이 현재 SK는 선발진이 강하고 승리조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는 확실히 가져가지요.
그런데 추격조 내지 패전조 투수들의 역량이 다른 팀보다 떨어집니다. 그래서 그 선수들이 올라와서는 시원하게 털려주더라구요.
버리는 경기는 대패하고 말죠.
아무래도 그런 점들이 득/실에 의한 기대승률보다 승률이 높게 나오지 않나 판단되네요.
다시 시작하기
10/05/30 04:31
수정 아이콘
최근 3년간 용호상박으로 SK와 싸워온 두산팬으로서 판단하건데,

세번째 가설에 한표던집니다.
10/05/30 05:16
수정 아이콘
아우.. 길게 썼는데 다 날아가서 완전 좌절모드 입니다...;;

엘룬연금술사님이 좋은 주제로 글을 써주셔서 감사한데 팀별 득실이 약간 잘못되어서 계산이 잘못되어있길래;; KBO사이트에 나온 득실로 구한결과

피타고리언 기대 승률은 SK .646 두산 .542 삼성 .560 KIA .506 롯데 .440 LG .468 한화 .370 넥센 .477 이고
피타고리언 기대 승수는 SK 31.01 두산 26.56 삼성 27.44 KIA 24.81 롯데 22.00 LG 22.46 한화 18.14 넥센 23.83 입니다.
피타고리언 행운 지수는 SK 0.99 두산 1.44 삼성 -0.44 KIA -0.81 롯데 1.00 LG -1.46 한화 1.86 넥센 -3.83로 나오네요..;;

보면 넥센은 운이 더럽게(??) 없었고 한화 두산은 약간 운이 좋은 편이라고 나오네요. 넥센은 기대승률은 5위네요 -_-;;;
피타고리언 공식에 의하면 팀 득점이 많은 것 보다 팀 실점이 적은것이 승률에 훨씬 큰 이득을 주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건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라는 속설에 약간 힘을 실어 줍니다. 실제로 보면 기대승률 순위도 실점에 더 영향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이 공식은 명 감독이라도 기대승률에서 크게 벗어나는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면서 (김성근 감독님이나 김응용 사장님 모두 오차범위 +- 2% 이내에 있습니다) 감독이 경기에 직접 관여하는 힘은 약하다는쪽의 주장을 되려 강화해주는 내용의 공식입니다. 그리고 행운지수는 과연 내려올 팀은 어디고 올라갈 팀은 어딘가를 예측하는 자료가 되겠구요.

확실히 지금 SK가 강한 이유는 평균이상의 공격력에 막강한 투수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며 두산이 더 치고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리그최강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만 투수력이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넥센이 불운한 이유는 턱돌이가 자꾸 여자 시구자들한테 찝쩍대서 -_-;;;; 상대팀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쨌든 지금 꼴지인 넥센은 지금의 순위보다 훨씬 좋은 팀 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행운지수가 제자리를 찾게 된다면 장안의 화제인 빌리 장석의 거지볼이 진짜 대세를 탈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_-;;; 그때는 팬들이 선수파는걸 이해해줄지...;;;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스탯덕후들이 좀 늘어서 확실히 스탯에 의한 선수평가가 보다 객관적으로 가능하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가장 문제가 되는 수비쪽 스탯은 미국은 많이 발전해서 어느정도 틀이 잡혔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제자리걸음인데다가 현실에 타협한 약간의 조정스탯을 구할수는 있는데 이것도 약점이 보이는 스탯이고 지금은 수비쪽은 세이버스탯으로 건들지도 못하는 상황이라서 많이 아쉬운데 스탯덕후분들이 좀더 늘어나서 커뮤니티가 형성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적울린 네마리
10/05/30 05:46
수정 아이콘
프야메하면서 인벤에 피타고리언과 세이버메트릭스에 관련글이 있어 한참 봐 오면서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이렇게 실제팀을 분석해놓으신거 보니 이해가 빠르네요.

그러나, 프야메는 스탯의 통계가 잘 안통한다는거..흑흑
The HUSE
10/05/30 07:30
수정 아이콘
이거 뭐야...
그깟 공놀이에...ㅡㅡ''

농담이고, 야구가 기록 경기라는게 이 글에서도 느껴지네요.
어찌되었던, 기아는 5할이군요.
10/05/30 10:23
수정 아이콘
두산 보면 팀 타율을 0.300까지 찍었더군요. 그런데 투수진들이 SK에 비해서 많이 약하죠.
달덩이
10/05/30 11:13
수정 아이콘
숫자를 보면 머리가 아프긴 한데.. 음. LG는 지금 그냥 기대치 정도 만큼 하고 있는게 맞는건가요??? The_Fly님 계산으로는 특히 그런 느낌이 드는데....

정말 '이깟 공놀이'의 영역은 무궁무진하군요- 하하하
방황의끝
10/05/30 15:36
수정 아이콘
저 완전 야구광팬인데 흥미로운 이야기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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