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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22 12:07:45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쓴소리] 영리병원 / 명예 타령
영리병원, 이미 도입된 거 아니었나요?

지난 2003년 서울 삼성병원에서 어떤 환자가 수술 중 세균 감염에 의해 뇌손상이 발생하는 의료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사고로 식물인간화 되어버린 그 환자는 결국 4년 반 만에 세상을 떠났고, 가족들은 서울 삼성병원에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3억 8천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 병원 측이 숨진 환자의 어머니와 형을 살인 혐의로 고발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들이 갑자기 억울하게 경찰에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병원측은 민사소송의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로 고발한 혐의 내용을 근거로 유족들에게 배상을 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에게 씌워진 살인 혐의 누명은 무혐의로 결론났고, 병원측이 숨진 환자의 유족들을 고발한 이유가 실제 의료행위에 방해를 주어 환자의 죽음에 책임이 있어서가 아니라, 병원측의 민사소송 배상액을 줄이기 위해 유족에게 살인 혐의를 씌워 '협상'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 얼마 전 KBS 뉴스를 비롯한 언론들에 보도되며 진상이 밝혀졌습니다. 삼성 그룹 측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뒤 문제점이 확인될 경우 문책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만 시쳇말로 유족들을 '두 번 죽인' 이런 일이 겨우 문책을 언급할 정도인지는 상당히 의문입니다. 삼성이 정말로 이 일이 그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생각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만한 양심이 있다면 문책만 하지는 않겠죠.

요즘 영리병원에 대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실제로 법이 국회에 계류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영리를 생각해서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병원들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뉴스에 보도된 것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미 영리병원의 국내 도입은 충분히 이루어지고도 남은 것 같은데 뭣하러 영리병원을 또 도입한다고 그와 관련된 법을 굳이 또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추가 : 물론, 아시다시피 지금 대한민국에 영리병원이 도입되지는 않았습니다. 영리병원이 이미 도입된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은 서울삼성병원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기 위한 언어 유희적 표현이고 영리병원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으니 언어 유희의 측면에서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명예 타령, 어르신 타령

아시는 분은 아시는 일입니다만 법원에서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문화부에서 해임한 것에 대해 해임무효확인소송의 확정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효력을 정지하도록 결정했고, 그로 인해 지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원장은 두 명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도 두 위원장이 나란히 출석하는 '개그'가 펼쳐졌고 그 날 회의는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둘러싼 한나라당 의원들의 말이 가관입니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 산하단체 위원장이라면 정부가 임명한 것이고 이 정부의 방향과 이념을 함께 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 아니냐, 정부를 방해할 목적으로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은 옳지 않고, 이 자리를 떠나주실 것을 부탁한다"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고, 당시 회의 내용을 보도한 뉴스 영상에 의하면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은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 논란을 빚지 않도록 김정헌 위원장께서 어르신답게 충분히 본인의 명예 실추를 위한 행동을 하셨단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라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참고로, '본인의 명예 실추'라는 것은 영상에서 들린 대로 옮겨적은 것인데 문맥상 대체 뭔 소리인지 감이 안 잡힙니다. 누가 누구의 명예 실추를 위한 행동을 하나요?-_-)

사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두 위원장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대통령을 위시하여 위정자들에 의해 진행된 이른바 '전 정권 기관장 찍어내기'의 부작용입니다. 표면상으로는 '좌파 적출'이지만 이 정권의 위정자들과 주축 정치세력이 쓰는 '좌파'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진짜 의미가 자신들이 꼴보기 싫은 참여정부 시절 기관장들을 찍어내기 위한 것임을 추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그 과정에서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된' 기관장들을 찍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초법적 언행을 했습니다.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 등에 대해서는 공개적 발언 및 음험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위협을 가하고 트집을 잡아 사퇴를 종용했고, 사퇴 종용을 수용하지 않는 이들은 김정헌 위원장의 예처럼 갖은 이유를 붙여 흠집내고, 그것을 빌미로 해임하는 막돼먹은 행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곳곳에 분탕질을 하면서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폭정을 저지른 것이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를 낳은 것이고, 그로 인해 김정헌 위원장의 명예에는 심각한 타격이 발생했는데 명예 타령, 어르신 타령이나 하면서 '용퇴'를 거론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체 양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정헌 위원장의 임기는 올해 9월까지입니다. 그리고 문화부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여 항고를 한 상태입니다. 다른 분이 먼저 소개한 보조금 지급과 관련된 사태 등을 볼 때 이 정부의 위정자들은 IT도 문화예술도 뭣도 모르고 그냥 돈과 권력만 아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전혀 예술적이지도 문화적이지도 않은 자들이 명예니 어르신이니 할 때마다 왜 이리 우스운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썩소'를 짓게 되면서 제 얼굴이 한쪽만 일그러지게 된다는 것이죠.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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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면 벙커링
10/02/22 12:12
수정 아이콘
무섭네요. 환자를 죽였으면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국에 3어 8천만원이 아까워서 누명을 씌우다니...완전히 돈독오른 미친것들이네요.
10/02/22 13:07
수정 아이콘
의료 사고와 의료 과오는 다릅니다. 수술 중에 언제든지 당연히 감염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술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에 수술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수술 후 항생제를 때려 붓는 것은 기본이고, 만약 수술 후에 열이 난다고 하면 culture등의 조치는 당연히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은 막을 수 없죠. 이렇기 때문에 '사고'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교통 사고도 '사고'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다만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이 되었기 때문에 판결이 저렇게 난 것이겠죠.

정확한 것은 알지 못하지만, 병원 측에서도 스스로 과실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병원에서 재판까지 안가고 그 전에 모두 합의로 무마합니다. 아니,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합의로 무마하려고 합니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어하지 않거든요. 1심 재판까지 간 것으로 보아 병원측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말도 안되는 금액을 요구하며 합의를 거부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때문에, 살인 혐의를 씌우려 했던 것은 협상과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 사실 아닐 가능성도 상당히 많습니다. 때문에 이쪽 분야는 잘 모르면 말하지도 않고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제시한 사례는 영리 법인과는 아무 관계 없는 일입니다. 조만간 영리 법인이나 의료 민영화 등에 대한 글을 올려보고 싶기도 합니다.

ps. 글을 써봐야 욕만 먹을 것이 뻔하니.. 그래서 안쓰는 것도 있구요.
The xian
10/02/22 13:23
수정 아이콘
렐랴님// 유족에게 살인 혐의를 씌우려 했던 것이 협상용이었다는 것은 병원 관계자가 KBS 뉴스에서 육성으로 인정한 사실이라 그렇게 적었습니다. (관련기사 : http://news.kbs.co.kr/society/2010/02/20/2050221.html )

더불어 제시한 사례가 실제 영리병원과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것은 저도 아는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입니다. 다만 서울삼성병원이 자신의 '이익'을 목적으로 이런 행동을 했다는 일종의 언어유희적 표현임을 밝힙니다. 본문에는 영리병원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고자 하는 대목이 없으며, 저도 그럴 의도가 없으니 그런 부분에 대한 보충 설명을 본문에 첨가하였습니다.
10/02/23 00:08
수정 아이콘
그래도 모르는 겁니다.... 사실 이쪽 부분은 되게 지저분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글로 이렇게 말하긴 힘듭니다. 술자리에서 안주 대신 하기 좋은 말이죠....
10/02/22 13:25
수정 아이콘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영리 법인이나 의료 민영화 등에 대해서 의사쪽 입장에서 쓴 글을 한번쯤은 꼭 보고 싶습니다.
10/02/23 00:13
수정 아이콘
언제 쓰고 싶긴 한데, 사실 저는 의사 사이에서도 '좌빨'이라.... 관련 글 쓰기가 무섭습니다. 어차피 글 써봐야, 일반인들에게도 욕먹을 테고, 의사 사이에서도 욕먹을게 뻔하거든요..

그래서 친구들과 술마시면서 조금씩 흘려주는 정도지요.

음.. 그런데 갑자기 들은 생각인데, 과연 3억 8천만원이 저 보호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이 듭니다. 저 3억 8천만원에는 그간의 병원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일텐데요.. 차라리 합의를 보는 쪽이 더 나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합의 볼 경우 병원비는 당연히 빼주고 거기에 +@를 주거든요. 실제 합의를 봤을 때와 금전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을 텐데, 굳이 왜 소송까지 가게 되었을까요.. 훨씬 스트레스 받고 고생길인데..
루크레티아
10/02/22 13:33
수정 아이콘
정부 산하 단체장을 정부에서 임명한다고 해서 그 정부의 꼭두각시가 되라는 법은 없을텐데...
10/02/22 13:44
수정 아이콘
우리가 하도 그런 모습만 보고, 제대로 된 모습을 못 봐서인지 순간 저도 '음, 그러면 뭐가 정답이더라...' 했습니다.

정부 산하 단체장은 그 당시 정부의 이념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느 특정 기득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일해야죠.

:) 그게 정답이었죠? 잊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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