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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10 23:16:16
Name 폭창이
Subject [일반] 고3, 잡생각을 하다.

약간의 열등감과 불안감이 있습니다. 이제 올해로 고3이 되니까요. 여러분도 고3이었거나, 고3이거나, 고3이 되겠죠? 그렇다면 이 울렁거림을 아시나요?



학교에서 공부를 못 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목표가 서울대니까 안심할 수는 없어요. 아는 선배가 말합니다. "SKY다 뭐다 하지만, 일단은 서울대와 비서울대를 나누는 그런 시선이 있긴 한 것 같다." 저는 행복은 그렇게 학벌로 갈리는 게 아니잖아요 라고 말하며 웃지마는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려옵니다. 이 울렁거림을 아시나요? 진중권씨가 말했던 대로, 이것은 일종의 생존에의 공포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집앞에 좀비가 걸어다니는, 그런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은, 생존에의 공포.




'줄세우기'


지금의 학교공부를 한마디로 불러야 한다면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저는 입시를 위한 공부라고 부르겠습니다. 줄이고 다듬어서 '입시교육'. 간명하지만, 핵심이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입시교육의 성질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리고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입시교육의 내용은 별로 할 말이 없네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박제화된 지식.
장담하건데 고등학교 3년 내용, 고3처럼만 공부하면 넉넉하게 9개월이면 잘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의 방황에 걸리는 시간 자기관리, 공부에 대한 올바른 길에 찾는 시행착오를 고려하면 1년은 되려나요. 그러나 많은 주변의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른들도 저런 말을 대면서 공부량을 조절하겠다고 하면, 머리부터 쥐어박으려 하지 않을까요. 한국에서 교육은 명백히 '교양습득' 이상의 것입니다.
여기에서 입시교육의 본질이 나옵니다. 줄서기. 혹은 줄세우기. 공부하는 내용을 익히기 위한 초과량만큼, 학생들은 좀 더 앞에 줄을 설 수 있겠지요. 그리고 좀 더 좋은 대학으로 가겠지요.

  줄을 세울 수 없는 학습? 필요없습니다. 홍세화씨의 '생각의 좌표'에서 나왔죠? 이를테면 사형제 존폐에 대한 토론. 이 토론을 통해서 사람들은 인간, 법, 윤리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고 논의를 나누는 법을 배웁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다음 나라들 중에서 실질적으로 사형제가 폐지된 나라는? 1) 미국 2) 중국 3) 일본 4)러시아 5)한국) [홍세와 - 생각의 좌표]
이 박제화된 지식은 공간적으로는 학교, 시간적으로는 공부시간(수업+시험공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1.연예인. 2.판타지. 3.덕후물. 4.학교 잡담.(선생님, 친구, 까고싶은 사람) 위에서 입시교육의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했지요? 그건 그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그 습득이 문제인 겁니다. 익혀서 얻다(習得). 그 과정의 필요성을 적어도 제 친구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애는 드라마로, 섹스는 포르노로.[고미숙-호모 에로스]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다음과 같다. 두 명의 사건 용의자가 체포되어 서로 다른 취조실에서 격리되어 심문을 받으며 서로 간의 의사소통은 불가능 하다. 이들에게 자백여부에 따라 다음의 선택이 가능하다:

*둘 중 하나가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즉시 풀어주고 나머지 한 명이 10년을 복역해야 한다.
*둘 모두 서로를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둘 모두 5년을 복역한다.
*둘 모두 죄를 자백하지 않으면 둘 모두 6개월을 복역한다.

여기에서 올바른 전략은?

*죄수 A 선택 : 죄수B가 침묵 할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 자백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죄수B가 자백 할 것으로 되는 경우 자백이 유리하다. 따라서 죄수A는 죄수B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자백을 선택한다.
*죄수 B 선택 : 죄수 A와 동일한 상황이므로, 마찬가지로 죄수 A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자백이 유리하다.
균형 : 죄수 A, B 는 모두 자백을 선택하고 각각 5년씩 복역한다.
[위키백과, '죄수의 딜레마']


학생들만의 힘으로는 이런 교육을 뒤집는 것이 힘든 이유입니다. 죄수에 학생을, 침묵을 제도에의 저항, 자백을 배신으로 바꾸어보시길. 복역은 '(줄서기) 경쟁에서의 뒤쳐짐' 이라는 요소로 값은 적절히 바꾸면 됩니다. 제도에의 저항은 설령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혹은 그 형태가 수업이나 시험거부라는 극단적인 형태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분명 '줄서기 경쟁'에 들어갈 수도 있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빼앗는 것은 분명하지요.
결국 다른 학생들이 '제도에의 저항'을 선택하건 하지 않건, 개인으로서는 항상 '배신'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죠. 맨 처음에 말했지만, 이때의 이점은
(주의. '둘 다 침묵'의 이점은 '한 사람 배신(자백)'일 때의 이점보다 작아야 합니다. 그러나 '둘 다 자백'의 이점보다는 커야 합니다. 이 조건만 만족되면 죄수의 딜레마는 어디서든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제 친구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빼앗긴 것으로만 보입니다. 갑갑합니다. 학생회? 학생의 대변인이 아닌 학교의 일꾼인걸요. '문제의식의 상실', 혹은 '문제의식의 자발적 회의'(어차피 안 될 거야.). 이 역시 '줄세우기'의 부작용이겠지요. 배우되(學) 시험을 위해 익히고(習), 삶에 익히지 못하는, 삶의 지혜는 다른 곳에서 찾는 습관 말입니다. 연애는 드라마로, 섹스는 포르노로, 삶은 까라는 대로.(일단 말 듣고 대학에 가라, 일단 스펙 쌓아서 취업부터 해라, 군대가 이런 거 아니냐 까라면 까라, 사회가 이런 거 아니냐 동료들 피해주지 말고 유들유들하게 맞춰가라)



'웃긴다'


두발제한? 웃깁니다. 장담하건데 머리랑 공부란 관련 없습니다. 공부는(심지어 생존에 직결되는 입시공부 조차도) 배우고 익히는 과정, 더하여 그 외의 조건을 제어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공부에 빠져보니 머리 자를 시간도, 머리에 신경쓸 일도 없더이다.

체벌? 웃깁니다. 그렇게 매가 약이면 태형을 추가하시지요.

지금의 학교공부는 위해 말했듯이 입시공부입니다. 그리고 입시공부는 '학벌', 나아가 '생존'(의 공포)으로 연결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두발제한과 체벌은 하나의 논리로서 정당화 됩니다. "네가 뭔데 학교 물을 흐리냐? 그러다가 성적 떨어지면(줄을 잘 서지 못하면, 좋은 학벌을 얻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하면) 책임 질 거냐?"

서울대 교지(관악)를 하나 받게 되었습니다. 관악 41st. 그 중에서도 당연 눈에 뛰는 주제. "잉여". 세 편의 글이 엮여 있었습니다. 일기형식의 글, 문제제기의 글, 고찰의 글. 서울대생이 스스로가 잉여인 건 같다고 고민하고 있네요. 웃깁니다. 씁쓸합니다. 세 번째 고찰의 글 가운데, ("고등학생 시절에 내가 바라보던 수능이라는 거대한 관문이, 이젠 취업이라는 것으로 대체되어 위풍당당히 내 앞에 서 있다. 그러고는 말한다. 똑같은 목소리와 톤으로, 행복하고 싶으면 저 문을 넘으라고. 그 뒤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름만 바꾼 또 다른 관문일 것이란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인가.")[서울대학교 교지 관악, 당신을 위한 수줍은 '처세서': 잉여탈출을 원하십니까?]
생존에의 공포, 답은 이 체제에 순응하는 것에 있어보이지는 않습니다.

가끔씩은 갑갑합니다. 삶이 한 번 뿐이라면, 그 한 번 뿐인 시간을 이렇게 채워나가야 하는지. 답은 무엇인지. 나름의 노력을 추구한 결과물이 있긴 하지만, 그건 다음 글에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이 잡생각이라고 생각하는 제가, 이런 글을 쓰면서도 오늘 밀린 공부량을 내일 어떻게 채울지 생각하는 제가, 웃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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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rdMo진종
10/02/10 23:19
수정 아이콘
일단 또 한학년 올라오신걸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학년이시군요.
이글을 내년에 수능끝나고 한번보시고. 캡쳐해놨다가 군대를 다녀와서 한번더 보시고. 마지막으로 졸업하기전에 봐보세요.
때마다 다른느낌을 느끼실겁니다. 그만큼 사람 맘이란게 쉽게 변했다가 쉽게 돌아옵니다.

꼭 지금의 마음을 간직하시길바랍니다.
폭창이
10/02/10 23:21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약간의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WizardMo진종님//조언 감사합니다.
10/02/10 23:37
수정 아이콘
생각보다 적지 않은 사람이 검정고시거나, 중졸입니다. 모두가 고3을 경험하는 건 아니지요.
리오스
10/02/10 23:48
수정 아이콘
입시 준비할 때는 대학 줄세우기가 전부인 것 같지만 사회에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 불안해 마세요.
10/02/10 23:50
수정 아이콘
학교가 재미 없으시겠어요. 그래도 착실히 공부하시는걸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많이 놀았어서 그런지 매 맞았던 기억도 다 괜찮았던거 같은데...
여튼 남은1년 열심히 하시고 좋은결과 있길 바랍니다~ 화이팅~
폭창이
10/02/11 00:05
수정 아이콘
이리님// 아, 생각이 짧았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다만, 리플자체가 내용의 조정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므로 수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혹시 마음 상하신 분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을 뿐, 비하의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닥터페퍼
10/02/11 00:24
수정 아이콘
어찌보면 본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세상은 줄 세우기의 연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체제 내에서 극복할 것이냐, 여기에 도전할 것이냐, 안주하며 살 것이냐 이 셋의 선택이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전부가 아닐까하는 짧은 생각도 해봅니다.
부기나이트
10/02/11 00:46
수정 아이콘
음 저도 고3때는 365일 울렁거리긴 했군요(숙취로;).
Siriuslee
10/02/11 01:04
수정 아이콘
고3에 입시가 공부의 전부인것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입시 - 취업 - 승진 등 앞으로 넘어야 할 고지가 많습니다.


님도 '학교다닐때가 제일 편했다' 라고 느껴지실때가 올겁니다.
10/02/11 01:11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저는 학교를 안갔습니다...(응?!)
10/02/11 01:14
수정 아이콘
판님// 응...?
ThinkD4renT
10/02/11 01:15
수정 아이콘
음............. 술한잔 하구 들어왔는데... 취중에 글쓰는게 죄송스럽네요...
고3이 쓰신글이기엔 너무 수준이 높은거 같네요... 요새 고3들...
와~ 장난 아니네요...

글쎄요...
전 나이가 쫌 있는 편입니다만... 세상을 사는게 그리 녹녹치만은 않은거 같네요...
각 나이때별로 고민도 있고 세상사와 싸우며 생기는 문제또한 많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도덕교과서에 나오는데로 사는게 정답이지만...
세상살다보면 그렇게 살수 없더군요... 폭창이님께서 많은 생각을 하시고... 또 고민도 많이 하시겠지만...
어쩌겠습니까? 고3이라는 대한민국에서의 현실은 부정할수 없는거 아닐까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말들 하지만.... 살아본 결과 행복은 성적순에따라 선택의 폭을 넓힐수 있더군요...
참 드러운 현실이지요....
입시준비... 사회생활... 그리고 또다른 삶....
의미부여의 문제이지... 제도가 잘못됐다고 한 개인이 그 제도를 바꾸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그 제도에 순응하고 무조건 '예' '예' 하며 살라는건 아니지만....
죽기살기로 SKY를 가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걸 토대로 SKY를 갈수 있는데두 안간다는건 자만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너무 많은 생각은... 너무 많은 고민을 낳게 되어서.... 삶을 살아보니 별 도움이 안되는거 같습니다...
때로는 단순하게 사는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사고하고 단순하게 생활하고....
이게 맞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살아본 결과.... 복잡할수록 더 단순하게 살려고 노력하는게 제 삶에는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주저리 주저리 많이 늘어놨는데...
자신의 삶은 자신의 선택이므로....
최선의 선택으로 최선의 결과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술한잔 했더니... 제가 별소릴 다 하네요....
항상 삶에 웃음을 잃지 않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 ^.~
니코크드만의
10/02/11 01:19
수정 아이콘
Siriuslee님// 폭창이님//
그래도 내가 뭔가 노력한만큼
그에 상응하는 (나름 공평하다고 할만한)결과가 돌아오는 마지막 시기가
딱 이때, 고3입시때 까지인것 같습니다...

'학교다닐때가 제일 편했다'라는 말이 나오는것도 그런 맥락인것 같더군요..
그리드세이버
10/02/11 01:23
수정 아이콘
음.. 학생도 안 읽는 교지를 읽으시다니..

언젠가 들었지만 공부를 음식 먹는 것에 비교한다면

고등학교때가 남이 먹여주는 거를 얼마나 잘 소화하는거냐의 문제고
대학교때는 자신이 메뉴를 골라 스스로 잘 먹어야 하냐며
사회생활은 식재료부터 돈벌어 사서 만들어 먹는거라고 하더군요...

하여튼 남은 1년 힘내시길 바랍니다.
10/02/11 01:32
수정 아이콘
줄세우기..
개인적으론 어느 사회에나 있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서 있는데 줄 없이 서 있을 수가 없거나 결코 그게 좋은게 아닌 것 처럼 말이죠.
다른 사회나 국가랑 비교해봐서 줄의 종류나 숫자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말이죠.

여러가지 생각이 많으시겠지만 4년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로썬
꼭 목표를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생존에의 공포, 그 공포는 결국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방황하게 되는 자기 자신이 아닐까 생각해보네요.
Demon Hunter
10/02/11 01:36
수정 아이콘
체벌이나 두발 제한이 '웃긴다' 라는 것만으로 표현되는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도 좋지만 약간 다른 사람의 생각도 고려하는 유연성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10/02/11 01:40
수정 아이콘
만약 지금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고등학생은 공부 밖에 할 게 없는 세상인데 무슨 고민과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았었는지... 공부가 싫어서 그랬나봐요.
10/02/11 02:28
수정 아이콘
남이 뭐라고 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하하
한마디만 하자면
,
삶이 한 번 뿐이라면, 그 한 번 뿐인 시간을 이렇게 채워나가야 하는지. 답은 무엇인지.
<-- 요부분이요. 사람들은 이 답을 알기위해 살아왔고 살아있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아직 정답을 인류가 아직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10/02/11 02:42
수정 아이콘
쾌남님//
더불어 말하자면 그걸 알아냈다면 인류는 더이상 살 이유가 없겠죠. 하하 요즘 고민하는건데..
민죽이
10/02/11 02:42
수정 아이콘
체벌, 두발제한... 전 찬성합니다. 그거에 대한 토론은 너무 방대하죠.
윗분말씀처럼 단순히 '웃긴다'로 표현하시는건;;
근데 정말 글 잘쓰시네요..
논술은 걱정 없으시겠습니다.
저도 고3은 아니지만 고3과 같은 생활을 한번 더 지내야할것 같은데.. 후
이태원서울팝
10/02/11 02:48
수정 아이콘
체벌과 두발제한만을 이야기한다면 웃깁니다. 하지만 거기에 속해있는 구성원을생각하면 웃기진 않습니다.
비극일뿐이죠, 세상의 급속한 변화가 상대적인 세대간의 격차의 엄청난 차이를 만들었으니까요.

그냥 슬픈이야기 입니다.
해바라기
10/02/11 02:55
수정 아이콘
고3으로써 굉장히 고민이 많은 학생이군요 :)
저 무수한 질문에 대한 답.
제 생각에는 이미 폭창이군 스스로가 스스로의 답안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 저도 저만의 답을 만들면서 폭창이님의 다음 글을 기대해 볼게요.

학벌, 줄세우기의 연속. 이런 것을 다 떠나서 좋은 대학에 온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선생님과 좋은 학우들, 그리고 좋은 책들을 접하고 다양한 사상을 익힌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놀랍도록 많은 지식을 보유하여 토론을 할 때마다 성장함을 느낄 수 있게하는 친구들. 지식을 넘어서 진정한 지혜를 가지신 선생님들. 이들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던 수많은 양서. 이들이 있는 곳이 좋은 대학이고, 그렇기에 좋은 대학을 와야 하는 것이겠죠(여기서 말하는 좋은 대학은 SKY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위의 조건들을 갖춘 대학이라는 것을 확실히 짚고 넘어갈게요).

고3으로써 고민하는 능력과 이 고민을 표출하고 풀어나가는 토대는 이미 충분히 가지신 것 같아요. 다만, 이 고민에 너무 휩싸여 좋은 대학을 오지 못하면 참 안타까운 일이겠지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고민도 열심히 하여 지성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
양산형젤나가
10/02/11 03:46
수정 아이콘
사실 이런 글을 보면 머릿속에는 다 답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혼자 생각하기 답답할 땐 가끔 글로 써 놓는 것도 괜찮은 일입니다.
10/02/11 04:33
수정 아이콘
내용 중간중간에 본인 생각을 일반화 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주관적인 입장을 넋두리하는 식으로 쓰셔서 큰 거부감은 없네요.

이게 요즘 고3 생각이라는 건가요?
제 12학년때와는 너무나 달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느낌이네요.

뜻한바 이뤄나가길 바라겠습니다.
abrasax_:JW
10/02/11 08:54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셨군요. 책도 비슷한 종류의 것들을 많이 읽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제가 서울대에 못, 아니 안 갔습니다. (?)

제 기억으로 그 시기에 그러한 고민을 할 때 드는 생각이 꼭 있습니다. '일단 대학 합격하고...'로 시작되는 생각들이지요.
저도 꼭 피지알에 고민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그런 생각들이 절 가로막더군요.
근데 (SKY는 아니지만) 정작 대학교에 합격하니, 또 문제들이 있습니다. '일단...'으로 시작하는 문제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저도 결국 비슷한 말을 할 수 밖에 없겠네요.
세상은 님이 어떤 고민을 하든 결과만으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10/02/11 10:54
수정 아이콘
혈기 왕성한 나이 때에는 체제에 반항해 보고 싶고, 남들과 난 다르다고 생각하며, 체제에 순응하는 것에 대해 왠지 모를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소위 인터넷에서 중2병이라고 하며 비웃음을 당하는 증상들인데.. 지나고 나서 보면 치기어린 반항일 뿐이지만, 그 당시에는 참.. 그게 당연했어요. 저도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성적이었습니다만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지방에 있는 P). 물론 제 모교가 워낙 가고 싶은 곳이어서이기도 했지만 위와 같은 이유도 적지 않았죠.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서울대 갈 수 있으면 가는 게 나쁘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가 저희 모교에 실망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전 지금도 제 모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대에 꿀린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근데 서울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뭔가가 있습니다. 사회 나와서의 평가도 그렇긴 합니다만... 그것보다는 경험적인 이유입니다. 그곳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경험들이 있고 그게 나이가 들면 생각 외로 크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방 생활이었기 때문에 그런 걸 더 크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내가 20대 초반을 서울에서, 관악에서 보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가끔은 해보게 되네요.

위의 얘기로 돌아가서... 서울대에 들어가고, 좋은 곳에 취직하고, 승진하고 하는 자연스런 것들이 체제에 순응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부 잘한다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나 그 확률이 많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고 꿈을 이룬다는 점에 대해서도 그 사실은 적용됩니다. 서울대, 혹은 명문대에 감으로써 그 자체가 성공이라기보다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성공을 하기 위한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질 수 있고 길이 더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목적이 되기보다는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보면 되죠.

뭐... 저는 그냥 순응해서 살고 있습니다. 크
동료동료열매
10/02/11 11:17
수정 아이콘
글이 좋네요. 잘쓰시네요
10/02/11 17:56
수정 아이콘
많이 고민하세요. 그리고 치열하게 사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적극적으로 공유하십시오. 조금만 더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현실에 순응하고 고착화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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