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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18 21:15:52
Name EndLEss_MAy
Subject [일반] 왜 야구에 알러지가 생겼을까. (아픈기억들)
그 옛날, 우리 시카가 초등학교에 갓 들어갈 무렵,
전주에는 프로야구 팀이 하나 있었죠.

그 이름하여 '쌍방울 레이더스'.

'쌍방울' 이란 이름이 자꾸 뭘 연상시키기는 하지만(내가 이상한건지..)
그리고 야구팀 이름 어느곳에도 '전주' 나 '전북' 이란 이름이 없었지만,
그 팀은 분명 제가 사는 그 지역 팀이었습니다.

성적은 늘 하위권이었죠.
7위하면 다행이었던 시절,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전주구장을 찾아서
단돈 천 원이면 볼 수 있던 야구를 보았고,
1루 응원석 맨 앞쪽에 앉아서
치어리더 누나 다리를 보면서 침을 흘리기도 했지요(그 때부터 전 포텐이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매일 졌지요.
하지만 지면 뭐 어떻습니까. 재미있게 야구보다 오면 그만이죠.
그러다 제가 중학교에 들어갈 즈음인 96년, 드디어 '대박'을 칩니다. 페넌트레이스 2등...

그러니까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그 전해에도 별반 다르지 않던 우리동네 팀이 전국에서 2등을 했다는 겁니다.
126경기 치뤄서 2등을 했다는 거지요. 얼마나 대단한 겁니까.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에게 지긴 했지만, 이미 우리는 승리자였습니다. 역사도, 전통도, 돈도 없던 팀이 이만큼 해냈으니까요.

그 다음해에도 3등 했습니다.

그러나..그놈의 IMF는 우리동네 팀을 늪으로 끌고 들어갔지요.
모기업 쌍방울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야구팀을 인수할 대상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SK는 '인수' 하려고 하지않고 해체 후 재창단을 택하죠.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전주를 떠났습니다.
이 동네 촌구석을 떠나는 것이 그들에게 좋았을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 같은 팬들의 가슴은 많이 아팠습니다.
최태원의 홈스틸도, 박경완의 익숙한 리딩도, 신인치고 잘하던 심성보, 에이스였던 김원형, 마무리 조규제, 3번 타자 김광림,
4번타자 김기태도 모두 떠난 야구장에는 적막만 돌았죠.

그런 비아냥이 있었습니다. 전주같은 동네에 무슨 야구팀이냐고.
다른 지역은 다 광역시 규모인데 고작 인구 55만인 전주에 야구팀이 있을 필요가 있냐고.

예.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허하던 가슴을 안고 살다보니 축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예전의 쌍방울이 부럽지 않게 날이면 날마다 지더군요. 그래도 우리동네 팀이니까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때부터 이어진 축빠 생활은 오늘날 극성맞은 팬이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물론, 축구에도 연고이전 사태가 두 번이나 존재했고, 이는 쌍방울이 해체된 것보다 더욱 악질적인 행태였죠.)

그때부터는 어떤 야구경기를 봐도 감흥이 없었습니다. 2006년 WBC에서 4강에 올랐어도, 작년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땄을때도,
올해 WBC 준우승의 성적에도, 이번 기아의 우승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모든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패하기만을 바랬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억하는 건 그 어린시절 제가 야구를 참 좋아하긴 했나봅니다.



저는 그 말을 이해합니다. 빠와 까는 종이한장 차이고,
다 애정이 있어서 까는 거라고.
물론 무조건 맞는 말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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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18 21:18
수정 아이콘
저는 농구팀이 전주로 옮겨가서 안티가 됐다죠... KCC.. 껄껄.. 이전하면 그렇게 되는가봅니다.. 야구는.. 어쩔거냐 한화..
김민규
09/11/18 21:20
수정 아이콘
저는 농구팀이 전주로 옮겨가서 안티가 됐다죠... KCC.. 껄껄.. 이전하면 그렇게 되는가봅니다.. 야구는.. 어쩔거냐 한화.. (2)
가야로
09/11/18 21:26
수정 아이콘
저는 축구팀이 서울로 옮겨가서 안티가 됐다죠... LG.. 껄껄.. 이전하면 그렇게 되는가봅니다.. 야구는.. 그저 덩실덩실 기아..
09/11/18 21:31
수정 아이콘
저는 축구팀이 서울로 옮겨가서 안티가 됐다죠... LG.. 껄껄.. 이전하면 그렇게 되는가봅니다.. 야구는.. 어쩔거냐 한화...ㅠㅠ
Anabolic_Synthesis
09/11/18 21:35
수정 아이콘
저는 농구팀이 전주로 옮겨가서 안티가 됐다죠... KCC.. 껄껄.. 이전하면 그렇게 되는가봅니다.. 야구는.. 어쩔거냐 한화.. (3)

진짜 예전에 농구 정말 좋아해서, 유일하게 친구랑 직관도 가고, 맥도웰과 악수 했을 때의 그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는데,
(운동 선수 손은 딱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더군요. 역시 흑인!)
현대 걸리버스는 그렇게 가버렸네요. 그 뒤로 절대 농구는 안 봅니다.
09/11/18 21:47
수정 아이콘
쌍방울 레이더스가 전주였군요

전 지금까지 군산인줄 알았습니다;;;;
유니콘스
09/11/18 21:48
수정 아이콘
저는 현대유니콘스가 인천을 버리고 도망간 경우였죠. 하지만 그 팀에 잔류했습니다.

하지만 쌍방울에 이어 절대 해체되지 않을것 같던 현대유니콘스가 해체되었습니다.

히어로즈요? 먹는건가요?

하지만 야구는 이미 제 삶의 일부로 이식된 상황입니다.
벤카슬러
09/11/18 21:58
수정 아이콘
저도 농구팀이 옮겨가서 안티가 되었습니다... 광주광역시 -_-;;;
저는 프로농구 초창기의 전설적인 그 이름 '나산 플라망스' 팬이었는데요...
IMF크리로 나산그룹이 완전히 망하고(조이너스 이런 브랜드는 살았다고 들었습니다만)
골드뱅크, 코리아텐더 이런 식으로 이름을 바꾸더니
광주광역시와 염주체육관 대관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여수로 가더군요.
돈문제로 힘든 팀한테 대관료 받아봐야 얼마나 받겠다고...
그렇게 염주체육관을 비우더니 모셔온 팀이 여자농구 신세계 팀입니다. -_-;;;
그 팀도 뭐가 안맞았는지 가버리고 지금 3만명이 넘게 들어간다는 광주 염주체육관은 그저...
행사용 체육관이 되었죠 -_-;;;

결국 여수 코리아텐더가 부산으로 옮긴게 지금의 부산 KT 소닉붐으로 바뀌었구요...
광주에서 창단된 팀이 부산으로까지 가버린 것을 보면 참... 쌍방울 팬들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지금은 선수단도 거의 바뀌고(부산 KT는 제가 잘 모르는 선수들밖에 없더군요) 참 그렇네요.
지금은 어떻냐구요?
프로농구? 먹는건가요? 우걱우걱...
09/11/18 21:58
수정 아이콘
농구 보러 다닐때 오리온스가 흑역사를 쓰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두번다시 농구장을 가지 않았습니다.
축구 보러 다닐때 월드컵에서 직관한 경기만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두번다시 축구장을 가지 않았습니다.
야구 보러 다닐때 갈때마다 야구장에 사고가 터졌습니다. 그리고 두번다시 야구장을 가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특정팀 응원 안하면서 편하게 보는게 제일 재밌더군요 -_-;; 특히 게임이 막장으로 달려갈때 그렇게 재밌을수가...
LowTemplar
09/11/18 22:18
수정 아이콘
저는 축구팀이 서울로 옮겨가서 안티가 됐다죠... LG.. 껄껄.. 이전하면 그렇게 되는가봅니다..
근데 축구는 계속 보고 있네요 어익후 크크...

근데 뭐 생각해보니 배구도 보고 야구도 보고 심지어 아이스하키도 보고 있으니...
여튼 올해엔 안양한라가 정규리그 말고 플옵도 좀 잘 하길. (아놔 정규 1위가 챔결을 못 가다니..)
09/11/18 22:49
수정 아이콘
짧지만 제 인생의 스포츠에서 가장 절정이었던 순간은 96년 플레이오프 1차전 9회말 박철우 대타 홈런이었습니다. 그날 야구장의 함성은 전주시를 떠나가게 만들었고 제가 김성근 감독님의 열렬 신도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북대앞으로 소리지르며 달려가는 모습이 아직도 아련합니다.사실 쌍방울은 비운의 구단이었습니다. 중소 지방 도시에 약팀 이미지에 거기에다가 전북 또한 사실 해태의 제2 멀티었으니까요. 해태랑 경기시에는 해태 홈경기였습니다. 점차 인기와 실력이 쌓여가는 와중에 IMF로 인해 해체되는 아픔을 겪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김기태, 김실, 영혼의 배터리 박경완, 김원형, 그리고 조규제 선수등이 경기하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대말마왕
09/11/19 01:35
수정 아이콘
우와~ 저랑 완전 반대군요
빙그레 리즈시절때 야구에 입문했죠
그런데 축구는 부천에서 없어졌어요
여자예비역
09/11/19 09:05
수정 아이콘
흐흐.. 저도 어릴때 김기태선수 싸인도 받고 전주구장에서 파울볼도 몇개 줒어 봤습니다...
쌍방울 해체하곤.. 열심히 김도훈의 전북현대 응원했었죠.... 그리고 또 야구로 돌아왔습니다.. 첫사랑이거든요..
아름다운달
09/11/19 12:21
수정 아이콘
쌍방울 하면 기억에 남는 선수 김원형.....괜히 마음 설레면서 응원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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